차창 밖으로 낙엽이 날린다. 도시생활의 번잡함 탓일까. 제대로 가을을
느껴볼 새도 없이 입동(11월 7일)이 지났다. 그래도 얼마 남지 않은 가을을 찾아 떠나고 싶다면 교각과 물, 숲, 나무, 잔디 등 자연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일산 호수공원으로 가보자. 드넓은 호수, 상쾌한 바람, 잘 단장된 공원에서 만나는 만추의 서정이 고달픈 우리네 심신을 어루만져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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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 호수공원 전경] |
지하철 3호선 정발산역에서 내려 자유로 방향으로 10~15분쯤을 걸으면 전원 풍경과 도시의 세련미가 어우러진 신도시 일산의 명소 호수공원에 닿게 된다. 바닥을 구르는 은행잎이 토해낸 만추의 깊은 저음처럼
호수공원은 키 낮은 햇살에 몸의 절반 이상을 담그고 있었다. 각도를 낮춘 햇살에 조는지 호수공원은 드물게 한적한 모습이었고, 간혹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들만 바람처럼 스쳐갈 뿐이었다. 숨 고르기를 하며 성큼 입구로 들어섰다. 30여 만평이나 되는 큰 규모 때문인지 호수는 아니 보이고 너른 광장만 시야를 가렸다. 곧게 뻗은 수목군락과 주제광장을 지나 조형계단으로 내려서자 잠실 석촌호수의 4배에 달한다는
인공호수의 모습이 드러났다. 9만여 평이나 되는 호수가 바람에 출렁대고 있는 모습이 마치 거대한 자연의 군무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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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공원] |
[자전거 도로] |
그곳에서 커플룩을 입은 한 쌍의 연인이 카메라 앵글에 잡혔다. 호수와
하늘, 그리고 맞은편 공원을 하나로 잇는 조형물 같았다. "이쁘게 찍어
주세요?" 신세대다운 주문에 포즈까지 적절히 취해주는 그들의 모습에서 싱싱한 이른 봄을 만난다. 만추의 공원에서 만나는 봄, 그건 언제나
풋풋한 사람들의 웃음이었다. 호숫가를 따라 도는 7.5km의 산책로와
4.7km의 자전거 전용 도로로 드디어 발걸음을 옮겼다. 한 바퀴 도는 데
자전거로는 넉넉잡아 2시간, 도보로는 관람시간까지 합해 3시간 30분
정도가 걸린다고 하는데, 짬을 내어 잔디밭에서 쉬었다 가려면 비싼(?)
하이킹보다 산책이 제격이다. 하지만 붉은색 자전거 전용 도로가 호숫가로 잘 닦여 있는데다 길이 완만한 S자 코스와 일직선 코스로 되어 호수공원에선 하이킹의 즐거움을 만끽해 보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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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녘] |
산책 및 관람코스는 출입구∼주제광장∼전시관∼선착장∼인공폭포∼청평지 ∼무궁화동산∼전망동 산~자연학습장~조류사~약초섬~달맞이섬(월파정)~ 장미원~석계산~조형계단 순서가 좋다. 그 중에서도 해질 무렵 조형계단쯤에서 보는 노을과 월파정과 석계산 사이 잔디광장에서 보는 호수의 풍치가 뛰어나 놓치지 않는 게 좋다. 하지만 시간이 여유롭지 못하다면 호수의 북쪽과 동쪽에 볼거리가 몰려 있어 조형계단~석계산~월파정~자연학습장 코스만 관람해도 후회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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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수교] |
관람코스의 출발점인 조형계단에서 세계꽃박람회 기념 전시관까지는 3분 정도가 걸린다. 호수공원 내 6천5백평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로 지어진 전시관은 꽃박람회 기간에만 개방돼 폐쇄된 모습이었다.
또 전시관에서 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선착장도 이름 뿐이라 안타까웠다. 예전에는 호수에서 배가 운행돼 주 선착장과 황금벌판을 쉽게 오갈
수 있었다는데, 지금은 호수의 이쪽과 저쪽을 잇는 애수교(목교)가 생겨
운행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SBS 드라마 "팝콘" 등 TV 드라마 촬영지로 각광받을 만큼 애수교가 멋스럽게 생겨 안타까움은 덜한 편이다.
구름다리에서 호수 동쪽 끝자락에 있는 인공폭포까지 가는 길에는 별다른 볼거리가 없어 밋밋하다. 여름이면 분사높이 50m인 중앙 분수대에서 하늘을 향해 물이 높이 치솟지만 지금은 초겨울의 쌀쌀함 때문인지
5m 높이의 인공폭포에서조차 시원한 물줄기가 쏟아져 내리지 않았다.
하지만 검은 현무암 덩어리도 나름대로 운치가 있어 주변 광장은 사람들로 꽤나 소란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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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파정] |
인공폭포를 지나 호수를 따라 동쪽으로 돌면 호수 위를 날 듯 탈 수 있는 큰 그네를 만나게 된다. 광한루의 성춘향처럼 남자친구가 밀어주는
그네를 타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은지 생각보다 줄이 길다. 바이킹을
타듯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는 그들을 지나 월파정이라 불리는 팔각정이
있는 달맞이 섬으로 갔다. 호수 중간에 떠있는 이 섬을 경계로 자연호와
인공호가 나뉘어지고 있는데, 인공호와 자연호가 어울린 모습이 너무나
자연스럽워 감탄사가 저절로 터졌다.
월파정 위에 올라서서 보는 호수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하늘과 구름 그림자를 드리운 채 바람에 잘게 이는 수면은 하루 2천5백
톤의 한강물이 공급된다는 곳답게 얼음처럼 맑고 깨끗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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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학습장] |
달맞이 섬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 있는 전망동산에서 보는 월파정을 둘러싼 호수의 전망도 아름다웠다. 각종 채소류와 화훼류를 가족단위로 경작할 수 있는 1천5백평의 경작지가 조성돼 있는 이곳에선
호수공원이 한눈에 내려다 보여 더욱 좋았다. 조금만 더 높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남았지만 툭 트인 시야 만큼은 어디에 견주어도 부족함이
없었다. 그런 전망동산을 빠져 나와 호수를 따라 동쪽으로 돌면 한라산과 지리산에서만 자라는 구상나무, 희귀한 수양벚나무, 제주 왕벚나무
등이 자라는 6천5백평 규모의 자연학습원을 만나게 된다.
제비꽃, 낭아초, 은방울꽃, 참나리, 궁궁이 등 108종의 수중·습생·수변식물들이 심겨져 있는 이곳은 시민들을 위한 야외 학습공간으로 눈길을 끈다. 특히 구절초, 도라지, 더덕 등 뿌리, 잎, 줄기 등에서 독특한 향기가 나는 자생약초와 함께 자연석과 갈대숲까지 어우러져 있어 이곳은
마치 자연이 만들어낸 작은 섬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멀리에서 보면
가시연꽃마냥 곱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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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녘] |
자연학습원에서 정문 쪽으로 발길을 돌려 20여 분을 걸으면 전통정원과 조류사를 지나 다시 달맞이 섬쯤에 다다른다. 장미원. 제철이 아니어서인지 장미가 많진 않았지만 겨울의 문턱에서 보는 꽃이기에 그 느낌은 어느 때보다 매혹적이었다. 장미원을 지나면서부턴 군데군데 조각작품들이 모습을 드러냈고, 사람들은 조각 그늘에서 사진 찍느라 야단이었다. 하지만 눈길을 끄는 건 단연 호숫가 풍경. 나무 한 그루와 통나무
울타리, 파란 하늘과 호수, 그리고 무릎 배개를 하고 누운 연인들이 그려내는 독특한 풍경화는 영화의 한 장면처럼 아름다웠다. 특히 이곳의
해질녘 풍경은 가히 압권이었다. 호수 반대편으로 기우는 해, 보랏빛 하늘, 남빛 호수, 어두워지는 사위. 표현조차 하지 못할 만큼 고운 색들이
하늘로부터 번져 나와 세상을 물들였다. 호수도 사람도 하늘도 모두 살결 푸른 보랏빛 속에서 쥐 죽은 듯 고요했던 부동의 시간이었다.
이곳 잔디광장에서 돌계단으로 만들어져 석계산이라 불리는 전망대를
지나면 길은 다시 조형계단으로 이어진다. 낮에는 그저 평범한 호숫가에 지나지 않지만 해질 무렵이면 이곳도 몸서리쳐질 만큼 아름다운 공간으로 변모한다. 그래서 이곳 조형계단엔 오후 2시쯤 호수공원을 찾아
공원을 한 바퀴 돈 뒤 오후 5시 30분 경 다시 돌아와 일몰을 감상하는
연인들이 유독 많다. 하지만 이왕이면 아침나절 연인과 함께 길다란 바케트빵과 생크림 등을 넣은 피크닉 가방을 챙겨 들고 와 경치 좋은 잔디광장 한 쪽에 자리를 잡고 앉아 쉬는 게 좋다. 책도 읽고 담소도 나누며
하루를 꼬박 보내도 둘 만의 피크닉이 하루만으론 많이 아쉬울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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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골 가는 길] |
호수공원에 해가 지고 어둠이 찾아 들면 백마역 주변에 있는 카페촌 애니골을 찾아 저녁도 먹고 차 도 마신 후 백마역에서 신촌행 기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게 순서다. 80년대 젊은이들의 낭만을 상징했던 추억의 백마촌 대신 경의선 백마역에서 500m 가량 떨어진 곳에 형성된 신백마 카페촌 "애니골"이지만 이곳엔 여전히 찬바람 이는 마음을 달래줄
분위기 좋은 카페들이 많다. 호수공원에서 택시를 타고 5분쯤만 달리면
돼 그리 멀지도 않고 백마역에서 서울 신촌까지 1시간 간격으로 열차가
운행돼 교통편도 편리하다. 취향에 맞게 백마의 대명사로 통하는 "화사랑"(031-905-3835), 드라마 <미스터 Q>에서 김민종과 김희선의 데이트 장소로 등장했던 "기차 이야기"(031-906-7788), 지친 나그네가 잠시
들렀다가 가는 시골 성당 같은 카페 "숲속의 섬", 시인이 되고 싶은 사람들과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드는 "시인학교"(031-906-0663), 변진섭의 라이브 공연을 들을 수 있는 이벤트 카페 "학골(907-5000), 화보촬영지로 애용되는 "로레아뜨(031-9077-999)", 그림을 보며 차를 마실 수 있는 갤러리 카페 소호"(031-904-5050), 경의선과 가장 가깝다는
주점카페 경의선(031-902-1253) 등 예쁜 카페에서 한 잔의 차를 마시며 만추의 사랑을 속삭여 보자. 아마 그 날 만큼은 사랑이란 게 마법처럼 신비롭게 느껴질 것이다.
교통정보
[일산 호수공원 가는 길]
[일산 백마 카페촌 "애니골" 가는 길]
▷ 자가운전
서울에서 자유로를 따라 달리다 김포대교 지나서 장항I.C로 빠져 일산
신도시로 들어가면 된다. 일산에서는 호수교를 지나 호수로를 이용해
호수공원 주차장(4개소)으로 진입하면 되는데, 호수공원 진입로에 있는
지하차도로는 들어가지 말고 위의 사거리에서 우회전해야 한다. 소요시간은 20~30분.
그러나 주말엔 교통체증이 심한데다 주차공간도 부족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편이 낫다.
호수공원에서 백마 카페촌 애니골은 자유로에서 이어지는 백마로를 타고 가다 백마교 앞에서 좌회전, 두 번째 만나는 사거리에서 우회전해 들어가도 되고, 일산구청 오른편으로 난 정발산공원 길을 이용해 가도 된다. 일산구청 옆 정발산공원 길을 이용하면 정발고교 사거리에서 좌회전한 다음, 다시 마두도서관 앞 사거리에서 우회전해 곧장 가면 애니골
카페촌 진입로다.
▷ 대중교통
[시내버스]
신촌역에서 출발하는 77-2번 버스나 김포공항에서 출발하는 33번 버스, 미도파·역촌동을 경유하는 72-2번 버스를 타면 호수공원 앞에서
내릴 수 있고, 77번(신촌역) 버스나 914, 914-1번(영등포) 버스, 1008번(여의도) 버스를 타고 가다 정발산역에서 내려 걸어가도 된다. 지하철
정발산역에서 호수공원까지는 도보로 10~15분쯤이 걸리며, 신촌역에서 호수공원까지는 버스로 40~50분이 걸린다.
서울에서 호수공원을 거치지 않고 백마역 주변으로 형성된 카페촌 애니골로 바로 가려면 신촌 현대백화점 앞이나 홍대 전철역 앞에서 921번
버스를 타고 가다 마두골프연습장 앞에서 내리면 되고, 신촌 현대백화점 앞이나 신촌역에서 76번, 77-3번 버스를 타고 가다 마두도서관에서
하차, 사거리가 나오면 오른쪽 방향으로 돌려 20여 분을 걸어가도 된다.
[지하철편]
지하철 3호선(대화행) 정발산역(1, 2번 출구)이나 주엽역, 마두역에서
하차해 도보로 10~15분 정도를 걸어 호수공원으로 가면 된다. 자전거는 주엽역 방면의 정문과 정발산역 방면(까르푸쪽 방향) 입구 두 곳에서
대여할 수 있는데, 대여료는 1인용 1시간 기본 3천원, 2인용 6천원이다.
[경의선]
호수공원은 신촌역에서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 40분까지 1시간 간격으로 운행되는 경의선(교외선·통일호) 열차를 타고 가다 백마역에서 하차해 택시나 버스를 타도 된다. 신촌에서 백마역까지는 40여 분 소요되며, 백마역에서 호수공원까지는 버스(75, 101번 등)로는 10분, 택시(2천~2천5백원)로는 5분, 도보로는 30분 정도가 걸린다. 백마역에서 신촌역까지는 오전 8시 15분(통근열차 06:36, 06:53, 07:15, 07:35)부터
오후 11시 16분까지 1시간 간격으로 열차가 운행되며, 요금은 1천1백원이다.
백마역 : 031-901-7788, 서울역(백마역 07:50, 08:50) : 392-7788, 신촌역 : 363-7788.
음식점
호수공원 주변 상가지역에 솥단지(031-908-6006), 타조마을(031-908-9889) 같은 독특한 먹거리를 전문으로 하는 음식점들이 즐비하다. 그 중 정갈한 분위기와 빼어난 음식솜씨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곳은 청춘극장(031-908-0023)과 이바돔 감자탕(031-909-5445).
"영자의 전성시대", "자유부인" 같은 60~70년대 영화포스터 50여 점을
볼 수 있는 청춘극장은 생모듬 주물럭 전문점이며, 어린이 놀이방까지
갖춘 이바돔 감자탕은 식사시간이면 손님들이 줄을서서 기다릴 만큼 담백하고 맛있는 감자탕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이런 독특한 먹거리보다
분위기 있는 공간을 찾고 싶다면 70, 80년대 대학을 다녔던 젊은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찾았을 추억의 명소인 백마역 주변 카페촌으로 가보는
게 좋다. 카페촌이 옮겨진데다, 아스팔트 도로와 고층 아파트들 때문에
옛날 기차길의 운치만은 못하지만 화사랑을 비롯해 30여 개가 넘는 민속주점.레스토랑이 저마다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고 있어 한적한 오후,
연인과 함께 찾을 만하다. 호수공원에서 애니골까지는 버스로 10분, 택시로 5분 정도가 걸린다.
기타정보
이용시간 : 하절기(4~10월) 05:00~22:00, 동절기(11~3월)
06:00~20:00
입장료 : 무료
주차료 : 경형 500원, 소형 1,000원, 중대형 2,000~3,000원
문 의 : 고양시 공원관리사업소 031-905-1782, 9196
[자료제공]
편안한 숲속 같은 여행사이트 투어가이드 (www.tourguide.co.kr)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