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립예술단의 창작오페라 ‘백록담’ 작곡가인 김정길씨(전 서울대음대 교수)가 오페라 음악 원본 악보를 제주시에 기증했다.
친필 악보는 문인들의 육필 원고와 마찬가지로 작곡가들이 분신처럼 여긴다. 그러나 김정길씨는 ‘백록담’이 제주를 소재로 한 창작물인 만큼 이 작품을 제주에 돌려주는 게 작품의 영원성을 높이고 생명을 불어넣는 일이라 생각한다며 제주시에 악보 기증 의사를 나타냈다.
지난 7일 저녁 문예회관대극장에서 열린 ‘백록담’ 재공연 마지막 일정에 앞서 마련된 악보 헌정식에서 김정길씨는 “이번 오페라에 참여하면서 제주시명예시민이 되었는데 이에 보답하기 위해 작가의 생명이나 다름없는 원본을 기증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번에 기증한 악보 분량은 총 9권(A3 크기) 5백 72쪽에 이른다. 재공연에 맞춰 선율을 다듬고 더한 흔적이 곳곳에 배어있는 악보다.
한편 지난 4일부터 7일까지 나흘동안 이어진 ‘백록담’ 재공연에는 도내외에서 관람객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졌다. 첫날 공연에는 서울에서 양주조씨대종회 조원환 회장이 객석에 자리했다. 조회장은 ‘백록담’의 주인공인 유배도령 문길상의 모델이 된 조정철 목사의 후손이다.
6∼7일에는 체코 프라하국립오페라단 상임지휘자인 미카엘 케프로프가 공연을 관심있게 지켜봤다. 그는 제주색이 묻어나는 오페라를 유럽 무대에 알리기 위해 내한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제주시 관계자들에게 체코로 가서 ‘백록담’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싶다는 말을 남기고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