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의 자살로 벌어지고 있는 수구언론의 전교조 죽이기 보도행태와 교장단과 교육주체 사이의 반목이 우리 교육의 참담한 얼굴입니다. 기자는 이미 일주일 전, 기간제 여교사가 충남교육청 및 언론사 게시판에 올린 글을 보고 기간제교사(이하 J교사)와 고인이 된 교장(S교장)을 전화로 취재한 바 있습니다.
전화로 취재하면서 너무나 다른 양측의 주장을 듣고 기사화를 중단했습니다. S교장은 "J교사가 교단에 처음 서는 지라 애정 어린 마음에서 수업을 잘 하는지 교실에 자주 들어가 수업을 참관했을 뿐 차 심부름은 사실과 다르다"는 주장을 하였고, J교사는 출근 4일째 "교감이 교장에게 아침마다 차를 갖다주라는 요구"를 거부하자 그때부터 교장과 교감이 교실을 들어와 여러 간섭을 하였다는 주장이었습니다.
기자는 인터뷰 내용을 작성해두고서도 '누구의 말이 진실일까?'에 대해 전혀 감을 잡을 수 없었습니다. 진실을 말해야 하는 입장에 선 기자로선 이해하기 힘든 정황이었습니다.
그러나 J교사와 오랜 시간 통화를 하면서 그 학교의 사정을 잘 알 수 있었습니다. B초등학교에는 행정실에 여직원이 없었습니다. 올해 초 여직원이 한 명 있었으나 전출을 간 것입니다. 그래서 교장이나 교육청 손님이 오면 손님을 대접해야 할 직원이 마땅히 없었던 거지요. 그러다 보니 J교사가 신규이고 하니 차 심부름을 시킬 수밖에 없는 정황 설명이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이에 관해 충남 전교조 지부에 알아본 바에 의하면 행정직원이 없는 경우 '여교사가 차 심부름을 하는 것은 비일비재하다'는 학교의 실상을 접하고 황당하기까지 했습니다. 여교사가 차 심부름을 하며 손님접대를 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감이 서지 않았습니다.
차 접대행위를 아무런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여교사라면 별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이를 성차별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는 여교사들에겐 참기 어려을 것이라는 점에서 교사직을 한달도 못 채우고 그만둔 J교사의 주장에 믿음이 갔습니다.
취재 중에 충남전교조 지부에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교장과 J교사가 합의하여 다시 복직하기로 했다면서 취재 중단을 요청했습니다. 저는 이러한 사실을 오마이뉴스에 알렸고 기사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전교조 충남지부에서 저에게 취재 중단을 요청한 것은 그 사건이 별탈 없이 잘 해결되기를 바라서였고 교장도 차 심부름이 있었다는 것을 어느 정도 인정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J교사를 다시 복직시키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4월 8일 문화일보 보도에 의하면, "전교조 충남지부 관계자는 '서교장은 진교사 문제에 대해 구두사과를 했고 서면사과 역시 약속한 바 있었으나 다른 예산지역 교장단 등으로부터 모종의 압력을 받아 사과를 철회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오히려 전교조에 사과를 약속한 서교장에 대한 예산교육계의 왕따행위가 있었음을 시사했다"고 전하고 있어 저의 생각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예산 교육청 관계자는 '전교조가 서교장을 비난하는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이 서교장에게 치명적인 수치심을 준 것같다'고 말하며 전교조에 화살을 돌렸다"고 나와 있습니다.
그런데 S교장의 자살 이후 수구 언론의 보도태도는 여러 정황의 분석도 없이 일방적 선정적 보도로 '전교조 죽이기'로 나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조중동의 보도태도 뿐만 아니라 공영방송인 KBS2까지도 8시 뉴스에서 '전교조와 갈등을 빚은 교장의 자살문제'로 언급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지역 교장단 협의회는 '그의 죽음은 한국교육 현장의 죽음'이라는 성명을 내놓았습니다. 과연 이번 사건이 교장의 자율권이 없어 일어난 사건일까요?
이는 'S교장이 자살한 이유가 무엇인가?'에 치중하다 보니 자살이전에 'S교장이 전교조 비하발언 여부의 진위'가 흔적도 없이 묻혀 버렸습니다.
문화일보의 보도에서처럼 "서면사과 역시 약속한 바 있었으나 다른 예산지 역 교장단 등으로부터 모종의 압력을 받아 사과를 철회한 것"이라면 S교장이 전교조 비하발언을 한 것은 사실에 가까울 수 있습니다. 그러기에 자살동기는 전교조 쪽에서 비롯될 수도 있고 교장단쪽에서 비롯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또 양자 모두가 자살동기에 영향을 주었을 여지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도 확인이 불가능한 것이라면 J교사나 교감은 이 발언이 사실인지를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이러한 정황 분석은 없이 무조건 전교조가 교장을 자살로 몰고 갔다고 보도하는 태도는 마녀사냥 다름 아닙니다. 차 심부름과 관계없는 전교조 비하발언을 한 것이 사실이라면 자살할 것이라는 예측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충남지부로서는 이러한 발언에 대해 사과를 요구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고인이 세상을 떠나자 거대언론들은 '전교조가 사인(死因)'인 것처럼 몰아가고 있습니다. 특히 교장단은 '한국교육의 죽음'이라고 선언하고 있고 '교장의 자율권 강화'를 요구하고 있으며 교육부는 교육개혁안을 후퇴시킬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금 학교 현장에서 학교장의 권한은 절대적 1인 지배 하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학교운영위원회가 있지만 운영위원들의 발언권은 교장이 앞세운 위원들에 의해 아무 권능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교육부는 9일 대통령에게 보고하려는 새정부 교육정책안에 교장의 자율권을 강화하려는 안을 담고 있고 '교사회, 학부모회 등의 법제화'는 깡그리 무시되고 있다고 합니다. 교장보직제는커녕 오히려 교원유연화 정책을 내놓아 교사 자격증 없는 전문직을 교사로 입직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자격증 없는 의사가 학력이 높다고 의사가 되는 것과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더 나아가 사립학교법 개정이란 절대 절명의 과제를 외면하려 하고 있습니다. 이의 개정으로 거대 사립재단들의 비리를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사주를 사립재단 이사장으로 두고 있는 수구언론과 거대 야당들은 사립학교법 개정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행태들은 교육부에게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4월 9일 교육부의 대통령 보고를 앞두고 사전에 반발을 차단하려는 음모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교육부의 새 교육정책에 담겨져야 할 '사립학교법 개정'과 '학교장 보직제' 및 '교사, 학부모, 학생회 법제화' 등 교육개혁안이 모두 빠져 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