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풍 '매미'가 휩쓸고 지나간 바로 다음날이라 바람이 심하고 구름이 많았으며 새벽에는 안개까지 자욱하여 시계가 완전 제로였다. 계방산이나 비로봉 등에서는 설악산과 방태산 및 태기산, 발왕산, 황병산 등이 조망되나 이날은 구름이 많아 조망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 전체 능선(稜線) 상태(등로상태)
* 운두령에서 1496m봉까지는 꾸준한 오르막길이 이어지고 있지만 일반 등산로라 등로가 뚜렷하여 진행하는데 큰 문제점이 없고, 1496m봉에서 계방산을 지나 첫 번째 윗삼거리 갈림길까지도 능선이 완만하고 등로가 뚜렷하여 진행하는 것이 수월한 편이다. 첫 번째 윗삼거리 갈림길에서 두 번째 윗삼거리 갈림길까지는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연이어지면서 잡목과 잡초가 더러 있고, 1462.3m봉을 지나면 독도가 필요한 능선 분기점과 갈림길이 나타난다.
1230m봉과 1208m봉 및 1253m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길도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연이어지면서 제법 다리품을 팔게 하지만 등로가 보이고 경사가 심하지 않아 진행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 1253m봉을 지나면 지루한 오르막길이 1374m봉까지 이어지다가 방향을 전환해야 하는 곳이 나오고, 1366m봉을 지나서도 방향을 전환해야 하는 곳이 나온다. 1366m봉을 지나서는 내리막길과 지루한 오르막길이 이어지면서 크고 작은 봉우리가 이어지지만 등로가 보이므로 별 어려움은 없다.
그러나 1265m봉을 지나 호령봉까지는 등로가 자주 끊어지고 오르막길이 길게 이어져 상당한 체력 소모가 생긴다. 호령봉을 지나 비로봉까지는 완만한 능선 길이 이어지지만 이곳에도 잡목과 잡초가 많아 진행하는 것이 힘든 편이다. 비로봉을 지나면 두로봉까지는 등로가 뚜렷하여 진행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
『지리산 언저리에서 태어나 지리산 언저리에서 유년기와 청년기를 보낸 탓에 처음으로 산행을 시작한 곳이 지리산이고 마음을 빼앗긴 산이 지리산이다. 지금은 지리산 깊은 곳까지 아스팔트가 포장이 되어 있어 오지 같은 맛이 덜하고 오지라는 생각도 전혀 들지 않지만, 내가 산행을 시작한 70년대만 해도 지리산은 삵괭이와 반달곰이 수시로 출몰하는 그야말로 오지였다.
남원이나 함양에서 완행버스에 몸을 싣고 비포장도로를 따라 한참을 들어가야 인월이라고 하는 동네가 나왔고 그곳에서도 또 다시 비포장 도로를 따라 한참을 들어가야 백무동이나 추성동이라고 하는 동네가 나왔다. 고향인 하동에서 구례까지 가는 것조차도 쉽지 않던 시절이었으니 반선이나 백무동, 추성동이야 말해서 무엇하겠는가.
성삼재나 정령치는 아예 차량 통행이 불가능한 군사 도로였고 쌍계사나 연곡사, 대원사나 법계사조차도 비포장 도로를 따라 한참을 들어가야 나오던 시절, 천은사 계곡을 따라 토굴을 파고 토굴 속에서 한 세월을 보내며 '이 뭣꼬?' 를 찾던 사람들이 숱하게 많았던 시절, 모두가 도사고 모두가 도인인 그런 시절에 화엄사 계곡을 따라 노고단으로 올라갔다. 그랬으니 보이는 모든 것이 선경이었고 보이는 모든 것이 경이로움이었다.
노고단에 올라 바라본 구름바다나 임걸령을 지나며 바라본 천상의 화원은 너무나 아름답고 너무나 황홀한 청학의 세계였다. 그런 연유로 인해 그 언저리에서 도인흉내까지 내는 객기를 부려 보았다. 지금도 가끔씩은 천전 스님의 해맑은 미소가 생각나고, 지금도 가끔씩은 사성암의 욕쟁이 보살님이 생각이 난다. 빗점 마을의 감자도 먹고 싶고 두지터의 약술도 먹고 싶다.
비 오는 여름날 밤새워 술 마시며 인생을 통곡하던 친구도 그립고 신이 내려 고민하던 땡초도 그립다. 그래서 지리산은 나에게 있어 어머님이요, 누이이며 그리운 첫 사랑의 여인이다. 그런 지리산이었기에 나는 조건 없이 지리산이 좋았고 이유 없이 지리산이 좋았다. 나뿐만 아니라 나와 같이 있던 나의 친구들에게도 지리산은 해방구였고 지리산은 피안의 세계였다.
그런 지리산이었는데, 나의 청년기를 모두 쏟아 부은 지리산이었는데, 언제부턴가 지리산이 나를 멀리하고 내가 지리산을 피하려 한다. 자유의 목마름이 사라진 시절이라 그런지, 갈구하던 욕망이 사라져버려 그런지, 아니면 철새 떼의 지저분한 분 냄새가 싫어서 그런지, 아무튼 내가 그리워하던 지리산은 이제 없다.
총각샘이 사라지고 선비샘이 사라져 버렸듯이, 지리산은 내 기억 속에서 서서히 사라져 가 버렸다. 그래서 안타깝고, 그래서 더더욱 그리워진다. 고운동의 단풍 밭이 사라지고 난 뒤에 안타까운 그리움만 남아 있듯이. 그런 지리산을 잃고 난 뒤 처음으로 정을 붙인 산이 오대산이었다. 그 사이 숱한 산을 올라가 보았고 숱한 산으로 나의 눈을 돌리려 애썼지만 설악산도 그저 그랬고, 속리산도 그저 그랬고, 덕유산도 그저 그랬다.
그러다 뒤늦게 만난 산이 오대산이었고 뒤늦게 오른 산이 오대산이다. 탄허 스님의 기일 날, 월정사의 전나무 숲을 지나 부도 탑 앞에서 바라본 오대산은 지리산에 대한 그리움을 어느 정도 충족시켜 줄 수 있는 그런 넉넉함이 보였다. 월정사 계곡을 따라 흐르던 물줄기도 낯설지가 않았고 두루뭉실한 봉우리의 포근함도 낯설지가 않았다. 그래서 매년 한번쯤은 오대산의 품에 나를 버리곤 한다.』
가끔씩 나와 같이 학습을 하는 어린 친구들에게 서두에 적어 놓은 이야기를 들려주며 등산 예찬론을 펼친 탓인지 이번 산행부터 한강기맥을 동행하고 싶다는 녀석들이 제법 생겼다. 몇 녀석은 적극적으로 동참할 태세를 갖추며 돌진해왔고, 몇 녀석은 사뭇 겁이 났는지 내 의중만 살피며 곁눈질을 한다.
그런 녀석들 중에서 체력과 의지가 강한 두 명을 택하여 이번 산행에 동참을 시켰다. 가고 싶어하는 녀석들을 모두다 데리고 가면 좋겠지만 초보자들에게는 너무 부담스러운 곳이고, 자칫 잘못하면 첫발을 내밀자마자 산에 대한 흥미가 깨져 버릴 수도 있어 부득이 산행 경험이 있는 두 명만 합류를 시킨 것이다.
산행 구간도 녀석들의 입맛에 맞춰 약간의 수정을 했다. 지난번에 하산했던 개고개부터 계속해서 한강기맥을 이어가는 것이 마땅하지만 입산금지 기간이 다가오고 있고, 개고개에서 먼드리재로 이어지는 구간이 녀석들에게는 매력이 없을 것 같아 예전에 답사한 경험이 있는 계방산-오대산 구간으로 순서를 바꿨다.
호령봉에서 비로봉으로 이어지는 구간이 마침 자연휴식년제에서 풀려(자연휴식년제 기간이 조정되면서 월악산의 월광폭포 구간과 더불어 해제가 됨) 기회가 좋았다. 언제 다시 자연휴식년제로 묶일 지 모르니 기회가 있을 때 가보고 싶어 녀석들과 의논하여 계획을 바꾼 것이다.
하지만 산행을 계획했던 날 태풍 매미가 남부지방을 강타하고 있어 여간 곤혹스럽지가 않다. 고향이 그쪽이라 모든 것이 뒤숭숭하여 산행을 하는 것이 내키지가 않았다. 해서 녀석들에게 산행을 미루자는 이야기를 했더니 안색이 변한다. 일주일 전부터 산행을 하기 위해 나름대로 준비를 했었는데 갑자기 갈 수가 없다고 하니 실망스런 모양이다.
그렇다고 해서 태풍이 지나가는 곳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나설 수도 없어 여간 고민스럽지가 않다. 생각 같아서는 보름정도 산행을 연기하고 싶었지만 실망하는 녀석들을 쳐다보고 있는 것도 못할 짓이다. 해서 예가 아닌 줄 알면서도 산행을 강행하기로 결심을 했다. 약간의 고생은 각오를 하고.
자정을 알리는 자명종이 울림과 동시에 녀석들을 태우고 안성을 떠났다. 녀석들의 표정이 상당히 밝아 보여 한편으로는 안심이 된다. 높은 산은 처음인데다 야간 산행을 하겠다고 하니 기대가 큰 모양이다. 6년 전, 같은 또래의 아이들을 데리고 2박 3일 일정으로 백두대간을 종주 한 적이 있는데 그때도 그 녀석들의 표정이 이 녀석들과 마찬가지로 상기가 되었던 기억이 난다. 그 후로 그 녀석들을 만나면 그 때의 무용담을 마치 개선장군처럼 이야기하고는 했는데 이 녀석들도 한동안은 이번 산행에 대한 무용담을 늘어놓을 것 같다.
새벽 3시, 기대감을 가지고 도착한 운두령의 하늘이 쉽게 길을 열어 줄 것 같지가 않다. 태풍이 채 끝나지 않은 탓인지 바람까지 매섭게 몰아 닥친다. 안개까지 자욱하여 한 치 앞조차 내다 볼 수가 없다. 고민스럽다. 혼자 같으면 상관이 없겠으나 이런 날씨에 녀석들을 데리고 야간 산행을 한다는 것이 여간 부담스럽지가 않다. 고민을 하다가 배낭도 가볍게 하고 시간도 벌자는 속셈으로 이른 아침을 먹고는 날씨가 풀리기를 기대하며 잠시 휴식을 취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바람이 더 거세지면서 기온까지 내려가 버린다. 안개는 계속해서 앞을 가리고 있다.
4시가 넘어가자 더 이상 기다릴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어차피 갈 길이면 조금이라도 빠른 시간에 산행을 시작하는 것이 나중에 이롭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야 산에서 길을 잃어도 탈출하기가 쉽다. 녀석들에게 덧옷을 입힌 후 출발 신호를 보냈다. 날씨가 계속해서 나쁘면 도중에 탈출을 하자고 속으로 다짐을 하면서. 하지만 생전 처음 해보는 야간 산행일텐데 녀석들에게서 두려움을 찾아 볼 수가 없다. 나를 믿는 것인지, 기대감 때문에 무서움이 사라져 버린 것인지, 아무튼 별 두려움 없이 따라 주는 녀석들이 고맙다.
나무계단을 지나 능선에 붙자 바람이 잦아든다. 다행스럽다. 나무가 바람막이 역할을 해주는 모양이다. 1174m봉을 지나 1496m봉의 가파른 오르막길로 접어들자 서서히 땀까지 난다. 땀이 나면서 추위가 가라앉으니 속도가 붙는다. 녀석들도 땀이 나니 힘이 솟는 모양이다. 하지만 너무 서두른 탓인지 앞서 가던 원기 녀석이 속이 매스껍다면서 토악질을 한다. 전혀 예기치 못한 일이다. 등을 두드리고, 물을 먹이고, 잠시 소란을 피운 후에야 속을 달랠 수가 있었다. 너무 이른 시간에 아침을 먹은 데다가 무리를 해서 오른 탓에 속에서 탈이 난 모양이었다. 하지만 걱정과는 달리 곧바로 회복을 한다. 젊음이 좋기는 좋다.
속을 달랜 후부터는 속도를 조금씩 늦춰 가면 산행을 했다. 처음부터 무리를 하면 나중에 더 큰 고생을 할 수가 있기 때문에 시간이 걸려도 천천히 걷기로 한 것이다. 1496m봉의 헬기장에 섰을 때는 구름이 살짝 벗겨지면서 보래령 위에 걸려 있던 하현달의 찌그러진 모습이 보이고 계방산 하늘 위로 빨간 하늘이 보였다. 일출이 시작되는 모양이었다. 녀석들에게 일출도 보여주고 싶고, 일출에 반사되는 설악산과 오대산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다시 걸음을 재촉하였다. 무리인 줄 알지만 산에서의 일출이 얼마나 장엄한지 구경을 시켜주고 싶었다. 녀석들도 일출이 보고 싶은 지 뛰다시피 계방산을 향해 올라간다. 하지만 계방산 정상에 섰을 때는 다시 구름이 감싸버린다.
아쉽다고 지나쳐 버리면 남는 것이 없는 법, 보이지 않는 산세나마 설명을 했다. 저곳이 태기왕의 전설이 살아있는 태기산이고, 저곳이 대관령 목장이 있는 황병산이고, 저곳이 스키장이 있는 발왕산이고, 저곳이 설악이고, 저곳이 피안의 세계가 있다는 방태산이라고. 그리고 우리가 앞으로 밟게될 한강기맥의 마루금은 저곳을 지나 저곳에서 끝을 낸다는 등. 설명을 하다보니 덧옷을 입었지만 춥다. 기온이 떨어지고 바람이 세차게 부니 한기마저 든다.
근육이 굳어버리면 또 다시 힘들어 질까봐 출발하자는 신호를 보냈다. 녀석들도 추운 모양인지 서두른다. 첫 번째 윗삼거리 갈림길을 지나고 두 번째 윗삼거리 갈림길을 향해 나가자 잡초가 등로를 덮고 있어 긴장이 된다. 예전에 이곳을 지나갈 때는 그런 대로 등로가 보였는데 어느새 잡초가 등로를 덮어버렸다. 선두에 세운 원기한테는 미안하다. 잡목까지 등로를 막고 있어 진행하는 것이 짜증스럽다. 하지만 원래 과묵한 녀석이라 말없이 잘도 뚫고 나간다. 등산화가 젖었을 텐데 그것마저도 내색을 하지 않는다. 진행하는 것이 다소 거추장스럽기는 했지만 1496m봉을 지나면서부터 보이기 시작하던 단풍이 가을의 정취를 느끼게 해줘 그나마 위안이 된다. 바람은 여전히 거세게 불고 보이는 것이라고는 나무와 구름밖에 없지만...
두 번째 윗삼거리 갈림길을 지나자 그나마 보이던 리본까지 사라져 버려 불안하다. 보이는 것이 없으니 지도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녀석들이 불안해 할까봐 내색조차 할 수가 없다. 끊어질 듯 이어지는 등로를 찾아 1462.3m봉의 정상에 도착을 했을 때는 더 절망적이었다. 기대했던 삼각점이 보이지 않았다. 1462.4m봉을 지나면 능선 분기점이 나오는데, 정확한 위치가 파악되지 않으니 걱정이다. 태풍의 여운 탓인지 바람은 여전히 고개를 들지 못하게 한다. 마치 시험 보는 기분으로 독도를 하고 또 독도를 했다. 조금만 방향이 틀어져도 엉뚱한 곳으로 갈 수가 있으니 지도정치에 온 신경을 집중시킨다.
봉우리 우측 사면으로 이어지는 등로를 따라 가자 능선 분기점이 나타났다. 앞장 선 녀석들이 아무 생각 없이 직진하여 걸어가 버린다. 녀석들을 불러 세운 후 다시 한번 더 지도정치를 하고는 좌측에 보이는 내리막길을 따라 방향을 수정했다. 하지만 확신이 서지를 않는다. 앞이 조금이라도 보이면 진행하기가 수월할 텐데, 도무지 보이지가 않으니 답답해 미칠 지경이다. 내리막길의 경사까지 가팔라 능선을 이탈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그러나 안부를 지나 두 번째 안부에 도착을 했을 때, 국립공원구역이라는 표지석이 보이면서 시름이 놓인다. 오른쪽에는 방아다리 약수터로 내려가는 하산로도 보였다.
국립공원구역에 접어들면서 등로에 대한 확신이 서자 답답함이 조금은 풀린다. 1230m봉과 1208m봉을 지나고 1263m봉을 지날 때까지도 갈림길이 없으니 진행을 할 만 하다. 키 작은 시눗대기 등로 주변을 덮고 있어 시눗대에 대한 경계심은 풀리지 않았으나 진행하는 동안 별다른 방해를 받지 않았다. 1263m봉의 정상을 향해 오르는 도중에는 규홍이 녀석이 배가 고프다 하여 잠시 쉬어 가는 여유도 부렸다. 1374m봉과 1366m봉을 지난 갈림길에서 또 한차례 독도를 하느라 긴장을 했지만 워낙 방향 차이가 많이 나서 별다른 어려움은 없었다.
1366m봉을 지나 내려가는 내리막길부터는 등로 주변에 버려진 플라스틱 빈 병들이 너무 많아 눈살이 찌푸려졌다. 몇 개를 주워 배낭에 담아 보기도 했으나 얼마가지 않아 포기를 하고 말았다. 너무 많아 가져갈 수가 없었다. 누가 이런 행동을 했는지 모르겠으나 한 두 명이 먹고 버린 쓰레기는 아닌 듯 했다. 아이들 보기가 민망했다. 이런 오지에 도심에서나 볼 수 있는 쓰레기가 난무하고 있으니 무슨 변명을 할 수가 있단 말인가. 행여 버린 사람이 있으면 제발 그렇게 하지 말자. 산신령의 노여움을 살수가 있다. 행여 이 구간을 지나가는 팀들이 있으면 한 개씩만 수거해 가도록 하자. 그렇게 하기를 간절히 부탁드린다.
지루하게 이어지던 능선 길을 지나 1326m봉과 1330m봉 및 1344m봉을 지나자 형체만 남아 있는 헬기장이 청승맞게 반기고 있다. 계속해서 바람이 심하고 구름이 진로를 방해하지만 능선이 완만하여 진행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다. 하지만 규홍이는 물론이고 잘나가던 원기녀석도 서서히 지치기 시작한다. 쉬는 빈도가 차츰 늘어난다. 1265m봉의 헬기장을 지나고 1315.2m봉에 오르자 또 다시 위치에 대한 확신이 서지를 않는다. 지도상에 표기된 삼각점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등로가 하나밖에 없어 길 잃을 염려는 없다.
1315.2m봉을 지나 잡초지대를 뚫고 나가자 형체만 남아 있는 헬기장 두 곳이 다가서더니 전망 좋은 바위지대가 나타났다. 사람의 흔적이 역력한 무너진 케언도 보였다. 고도가 높아짐에 따라 노랗게 물든 나뭇잎이 새롭게 다가서고 빨간 단풍잎이 가을의 서정을 가져다 준다. 하지만 바위지대가 나타나면서 녀석들이 긴장을 했는지 규홍가 다리에 쥐가 난다고 하소연을 한다. 가져간 스프레이로 근육을 풀어주고 몇 가지 요령을 일러준 다음, 서두르지 말라고 주의를 주었다. 그러나 바위봉우리를 지나도 잡목과 잡초 능선이 계속되고 있어 녀석들의 힘들어하는 모습이 안쓰럽다. 호령봉을 지나면 탈출을 시켜야 할 모양이다.
어렵게 호령봉의 헬기장에 도착하여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녀석들의 상태를 점검해 보니 가관이다. 원기는 발가락에 물집이 잡혀 엉망이고, 규홍이는 무릎 관절이 말썽이다. 계속 갈 수 있겠냐고 물었더니 두 녀석 모두 가겠단다. 의지와 용기는 프로급이다. 하지만 평발인 원기 녀석의 상태가 더 걱정스럽다. 과묵한 녀석이라 말은 하지 않지만 통증이 오죽할까. 서대사 갈림길에서나 비로봉에서 탈출을 시켜야 하겠다.
헬기장을 지난 서대사 갈림길에서 녀석들에게 탈출할 것을 지시하니 비로봉까지는 가보겠단다. 여기까지 와서 정상을 밟지 않으면 친구들 볼 면목이 없단다. 녀석들의 바램도 있고 이곳에서 탈출을 시킨 다는 것이 썩 내키지도 않아 비로봉에서 탈출하기로 결정을 하고는 잡목 능선을 헤치며 비로봉을 향해 마지막 힘을 쏟았다. 자연휴식년제가 풀렸다고는 하지만 곳곳에 생육 상태를 알리는 표지판이 남아 있어 지나가기가 여간 미안하지가 않다. 풀이나 꽃은 밟지 말고 조심해서 진행하라고 충고를 한 후, 계속되는 잡목 능선을 헤쳐 나가자 비로봉을 가로막고 있는 목책이 나타났다. 힘든 구간이 모두 끝나는 순간이다. 끝까지 해낸 녀석들이 자랑스럽다.
약속대로 녀석들에게 상원사로 내려갈 것을 지시하고는 마지막 구간을 끝내기 위해 출발을 서두르고 있는데 원기 녀석이 다가와 무거운 것은 모두 주고 가란다. 3시간 정도를 더 걸어가야 하는 내 짐이 부담스럽게 보였던 모양이다. 발바닥이 갈라져 힘들텐데, 생긴 것만큼이나 마음 씀씀이가 넉넉하다. 이래서 녀석들이 좋다. 때로는 지겨울 정도로 한심해 보이다가도 때로는 자식처럼 사랑스럽고 때로는 한없이 자랑스럽다.
녀석에게 몇 가지 무거운 짐을 맡겨 두고는 거칠 것이 없는 등로를 따라 1539m봉과 상왕봉을 지나 북대사 갈림길까지 진행을 했다. 짙게 드리워져 있던 구름이 상왕봉을 지나면서 걷히기 시작하여 북대사 갈림길에 도착을 했을 때는 땀으로 온 몸이 젖어 버렸다. 1427m봉으로 오르는 등로도 다리를 지치게 한다. 하지만 곳곳에 팻말이 있고 등로가 뚜렷하여 진행하는데 거칠 것이 없다. 다가서는 두로봉의 옹골참이 힘을 솟게 한다.
두로령에 도착하여 사과 하나로 목을 축이고는 완만하게 이어지는 등로를 따라 뛰어 가고 있는데 앞에서 내려오던 부부 산악인이 뛰어가는 내 모습을 보고는 너틀 웃음을 터뜨린다. 이 시간에 올라가면 언제 다시 내려 오냐면서 걱정스런 충고도 아끼지 않는다. 고마운 분들이다. 하지만 지루하게 기다릴 녀석들한테도 미안하고, 운두령 가는 막차 시간도 빠듯하여 뛰어갈 수밖에 없다. 소란 피우는 것도 멋쩍고, 정적을 깨트리는 것도 미안하지만.
서두른 탓인지 샘터 갈림길을 지난 오르막에서는 숨이 차 오른다. 한강기맥의 마루금도 서서히 닻을 내리기 시작하고, 대간의 능선에 올랐을 때는 이곳을 지나갔던 6년 전의 겨울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유난히도 눈이 많았던 해라 허벅지까지 빠지는 눈밭을 헤매다 무릎 관절이 탈이 나 괴로워했던 기억이 새롭다. 아직 여름의 기운이 남아 있어 보이는 것이라고는 나무뿐이지만 그 때의 기억을 되살리며 잠시 상념에 젖어 본다. 속세를 떠나 산 속에 묻혀 버린 친구들의 넋을 위로하면서...
지난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는 것도 한 순간, 눈을 뜨자마자 막차 시간이 나를 부추긴다. 추억은 추억이고 현실은 현실인 모양이다. 서둘러 배낭을 챙겨 메고 대간의 마루금을 떠나 두로령으로 되돌아갔다. 두로령에서 북대사까지도 구보하듯이 뛰어갔다. 10시간을 넘겨 산행을 한 탓인지 슬슬 지치기 시작한다. 하지만 여기서 퍼져 버리면 낭패가 아닐 수 없다. 해서 뛰고 또 뛰었다. 보는 사람이 없으니 뛰어도 마음은 편하다. 그나마 버텨 주는 관절이 고맙기도 하다.
예상했던 시간에 맞춰 무사히 도착을 했지만 4시에 있을 줄 알았던 진부행 시내버스가 4시 20분에 있다고 한다. 공단 직원에게 물어보니 4시 20분 차를 타면 진부에서 운두령 가는 막차를 탈수가 없단다. 이런 낭패가...차시간을 확인하고 녀석들을 찾아 두리번거리자 휴게소에 있던 녀석들이 나를 보고는 웃으며 다가온다. 내려오는데 2시간 반이나 걸렸단다. 무릎 관절이 아프고 발바닥 통증이 심해 꽤나 힘들었던 모양이다.
막차를 타기 위해서는 도리 없이 지나가는 차를 세워 부탁을 하였다. 사정을 이야기하자 주저 없이 태워 주신다. 고마운 분들이다. 그 덕에 무사히 막차에 몸을 실을 수가 있었다. 길고도 길었던 하루의 산행은 그렇게 끝이 났다. 힘든 구간을 별 탈 없이 따라준 녀석들이 자랑스럽다. 진부까지 태워준 제천의 부부 산악인에게도 고맙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다.
● 주요 기점별(基點別) 산행 안내
* 운두령 → 1174m봉(14분)
. 표지판(홍천군 내면)과 표지석 및 계방산 등산로 안내판이 있는 고갯마루에서 나무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능선으로 진입하는 등로가 보이고 완만한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잡목과 산죽이 약간 있는 이 오르막길을 따라 올라가면 1174m봉의 정상이 나온다.
* 1174m봉 → 1496m봉(1시간 7분)
. 완능 수준의 내리막길을 따라 내려가면 약간의 굴곡이 있는 능선 길이 이어지다가 오르막길이 나타나고 공터가 나온다. 이곳을 지나 잠시 완만하게 이어지는 능선 길을 따라가면 제법 가파른 오르막길이 이어지면서 다시 공터가 나오고, 이 공터를 지나 계속해서 가파르게 이어지는 오르막길을 따라 올라가면 산죽이 있는 완만한 오르막길과 완만한 능선 길이 나타난다. 이곳을 지나면 헬기장이 나온다. 헬기장 뒤에는 표지석(정상 0.8km, 아랫삼거리 5.6km)이 있다. 1174m봉에서 여기까지는 등로가 뚜렷하여 진행을 할 만하다. 1496m봉의 정상은 헬기장을 지나 3분 정도 더 가면 있다.
* 1486m봉 → 계방산(22분)
. 정상을 지나면 곧바로 헬기장이 나오고 잡초와 잡목이 있는 완만한 능선 길이 이어지다가 오르막길이 나타난다. 오르막길을 따라 올라간 곳에는 헬기장이 있다. 헬기장을 지나면 다시 잡목 능선이 이어지는데, 잡목 숲을 헤치며 올라간 곳이 계방산 정상이다. 정상에는 무너진 케언이 있고 표지석(해발 1577m)이 있으며 삼각점(봉평 11, 1990 재설)과 헬기장이 있다.
* 계방산 → 첫 번째 윗삼거리 갈림길(13분)
. 우측에 보이는 능선 길[아랫삼거리로 내려가는 등로로 5m전방에 표지석(아랫삼거리 4.87km, 운두령 4.1km)이 있음]을 무시하고 직진하여 잡목과 잡초 및 약간의 굴곡이 있는 능선 길을 따라가면 갈림길이 나온다. 이곳이 윗삼거리(이승복 생가가 있는 곳)로 내려가는 첫 번째 갈림길이다.
* 첫 번째 갈림길 → 1551m봉(12분)
. 윗삼거리로 내려가는 우측 등로를 무시하고 직진(리본이 있음)하여 걸어가면 잡초와 잡목이 많이 있는 완만한 능선 길과 완만한 오르막길이 이어지다가 작은 공터가 나온다. 이 공터를 지나가면 1151m봉의 정상이 나온다.
* 1551m봉 → 1487m봉(16분)
. 살짝 내려가서 완만하게 이어지는 능선 길을 따라가면 잡초가 줄어들면서 완능 수준의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이곳을 지나 살짝 올라가면 작은 바위가 몇 개 보이고 다시 살짝 내려갔다가 올라가면 잡초지대를 지나 주목이 더러 보이는 완만한 능선 길이 이어진다. 1487m봉의 정상은 이 길을 따라가다가 약간의 바위 지대를 지나면 나온다.
* 1487m봉 → 두 번째 윗삼거리 갈림길(11분)
. 직진하여 완능 수준의 완만한 내리막길을 따라 내려가면 잡초지대(초입에만 잡초가 있고 지나가면 등로가 좋아짐)를 지나 갈림길이 나온다. 여기가 윗삼거리로 내려가는 두 번째 갈림길이자 마지막 하산로이다.
* 두 번째 윗삼거리 갈림길 → 1462.3m봉(8분)
. 윗삼거리로 내려가는 등로(우측)를 무시하고 직진하여 잡초지대를 뚫고 나가면 뚜렷한 등로가 나타나면서 제법 가파른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올라간 정상이 1462.3m봉이다. 삼각점은 없고 바위만 몇 개 보인다.
* 1462.3m봉 → 능선 분기점(6분)
. 1462.3m봉에서는 정상 직전에 보이는 우측 사면 길을 따라 진행을 해도 되고, 정상의 바위 지대를 지나 우측(직.좌측으로 이어지는 등로는 무시함)으로 내려가도 된다. 약간의 잡초가 있는 내리막길을 지나면 다시 오르막길이 이어지고, 등로가 봉우리 우측 사면을 따라 이어지다가 능선 분기점이 나온다.
* 능선 분기점 → 1230m봉(23분)
. 능선 분기점에서는 우측 능선(무심코 진행을 하면 우측 능선 길을 따라갈 수가 있으므로 조심하도록 함)으로 이어지는 등로를 무시하고 좌측 능선 길을 따라 내려가도록 한다. 제법 가파르게 이어지는 이 내리막길(잡초가 더러 있으나 진행하는데 별 어려움이 없음)을 따라 내려가면 완만한 능선이 시작되면서 광원리로 내려가는 하산로(좌측)가 보인다.
이 곳을 지나고 키 작은 산죽(진행을 방해할 정도는 아님)이 있는 완만한 능선 길(등로 뚜렷함)을 지나면 다시 내리막길이 나온다. 내려간 안부에는 좌우가 흐릿한 고개(우측에 보이는 등로를 따라 내려가면 방아다리가 나옴)가 있다. 고개를 지나면 오르막길이 시작되면서 '국립공원'이라고 적혀 있는 표지석이 보이는데, 표지석을 지나 올라간 봉우리가 1230m봉의 정상이다.
* 1230m봉 → 1208m봉(13분)
. 직진하여 살짝 내려갔다가 키 작은 산죽(진행을 방해할 정도는 아님)이 있는 완만한 내리막길을 따라 내려가면 완만한 능선 길이 이어진다. 잡목과 잡초가 약간 있으나 등로가 보여 진행하는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 한동안 완만하게 이어지는 이 등로를 따라가면 제법 가파른 오르막길이 이어지다가 1208m봉의 정상이 나온다.
* 1208m봉 → 1263m봉(30분)
. 키 작은 산죽이 있는 완만한 능선 길과 완만한 내리막길을 따라 내려가면 좌우가 제법 뚜렷한 고개(우측으로 내려가면 방아다리가 나옴)가 나온다. 직진하여 키 작은 산죽이 계속되는 오르막길을 지나고 봉우리를 지나면 완만한 능선 길(산죽지대가 끝나면 철쭉지대가 이어짐)이 이어지다가 오르막길이 다시 나타난다. 오르막길을 지나 완능 수준의 내리막길을 따라 내려간 다음, 다시 산죽과 철쭉이 보이는 오르막길을 따라 올라가면 1263m봉의 펑퍼짐한 정상부가 나온다.
* 1263m봉 → 1374m봉(21분)
. 직진하여 완만하게 이어지는 내리막길을 따라 내려간 다음, 안부를 지나 다시 올라가면 완만한 오르막길이 이어지다가 1374m봉의 정상이 나온다. 계속해서 등로가 보이고 외길이 이어지므로 등로를 이탈할 염려는 없다.
* 1374m봉 → 1366m봉 지난 갈림길(14분)
. 우측 능선 길을 무시하고 좌측 능선으로 방향을 틀면 잡목과 잡초가 많은 등로(등로 보이지 않음)가 이어지다가 잡목과 잡초가 사라지면서 흐릿한 등로가 나타난다. 계속해서 흐릿하게 이어지는 이 등로를 따라가면 헬기장이 나오고, 헬기장을 지나면 비교적 뚜렷한 등로(완만한 능선 길임)가 이어진다. 완만하게 이어지는 이 등로를 따라가면 등로가 봉우리 좌측 사면을 따라 좌측으로 서서히 방향을 틀다가 다시 완만한 능선 길로 이어지는데, 이 길을 따라가다가 살짝 올라가면 1366m봉의 정상부가 나온다. 정상부를 지나면 지도상에 보이는 여섯 갈래의 갈림길(실제는 두 갈래 갈림길임)이 나타난다.
* 1366m봉 지난 갈림길 → 1326m봉(33분)
. 갈림길에서는 1280.9m봉으로 이어지는 직진 길을 무시하고 좌측(리본도 없고 등로가 흐릿함)으로 방향을 틀어 내리막길(완능 수준의 내리막길로 사람들이 먹고 버린 플라스틱 빈 병들과 과자 봉지 및 맥주 캔이 상당히 많이 흩어져 있음)을 따라 내려가야 한다. 무심코 가다보면 직진하는 등로를 따라갈 수가 있으므로 조심하도록 한다.
지루하게 이어지는 이 내리막길을 지나면 완만한 능선 길(플라스틱 빈 병들이 계속 보임)이 이어지다가 잡초가 많이 있는 안부가 나오고, 안부를 지나면 쓰러진 나무와 키 작은 산죽이 있는 오르막길(제법 가파르게 이어짐)이 이어진다. 가파르게 이어지는 이 오르막길을 지나가면 완만한 오르막길(지루하게 이어짐)이 다시 이어지고, 이곳을 지나면 펑퍼짐한 능선(돌배나무가 있음)이 나온다. 이곳을 지나 다시 완만하게 이어지는 오르막길을 따라가면 1326m봉의 정상이 나타난다.
* 1326m봉 → 1330m봉 → 1344m봉(15분)
. 완능 수준의 내리막길(등로 흐릿함)을 따라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가면 1330m봉의 정상(1326m봉에서 6분 거리)이 나온다. 정상을 지나면 짧은 내리막길과 완만한 능선 길(등로가 흐릿하고 버려진 플라스틱 빈 병들이 보임)을 지나 다시 짧은 내리막길이 이어지고, 안부를 지나면 오르막길이 나타난다. 올라가면 완만한 능선 길과 오르막길(완만함)이 이어지다가 1344m봉의 정상이 나온다. 정상에는 수령이 제법 오래되어 보이는 나무들이 있다.
* 1344m봉 → 1265m봉(20분)
. 정상을 지나 흐릿하게 이어지는 능선 길(완만함)을 따라가면 형체만 남아 있는 헬기장(잡초가 많이 있음)이 나온다. 헬기장을 지나면 잡초가 더러 있는 완만한 내리막길(등로 보임)이 이어지다가 잡초가 있는 안부가 나타난다. 안부를 지나면 등로가 보이는 오르막길과 키 작은 산죽이 있는 완만한 능선 길(등로 보이는 정도 임)이 이어지는데, 완만한 능선 길을 지나면 다시 완만한 오르막길이 이어지다가 형체만 남아 있는 헬기장이 나온다. 이곳이 1265m봉의 정상이다.
* 1265m봉 → 1315.2m봉(12분)
. 좌측 능선으로 이어지는 등로를 무시하고 우측 능선(초입의 잡초지대를 지나면 등로가 보임)을 따라 내려가면 완능 수준의 내리막길을 지나 다시 오르막길이 나타난다. 키 작은 산죽이 있는 이 오르막길을 따라 올라간 정상이 1315.2m봉이다. 이곳에도 삼각점이 없다.
* 1315.2m봉 → 형체뿐인 첫 번째 헬기장(11분)
. 살짝 내려갔다가 완만하게 이어지는 능선 길(등로 흐릿함)을 따라가면 철쭉이 있는 오르막길이 이어지다가 형체뿐인 헬기장(1315.2m봉을 지나서 있는 첫 번째 헬기장 임)이 나온다.
* 형체뿐인 첫 번째 헬기장 → 형체뿐인 두 번째 헬기장(37분)
. 헬기장의 마지막 부분에서 우측의 잡초지대를 뚫고 나가면 잡초가 많이 있는 완만한 능선 길이 이어진다. 이 능선 길을 지나가면 초입에만 잡초가 보이는 지루한 오르막길(등로가 보이고 도중에 약간의 바위가 있음)이 이어지다가 완능 수준의 오르막길(잡목과 철쭉이 있음)이 나타나는데, 올라간 정점에서는 좌측으로 방향(외길임)을 틀어 살짝 내려갔다가 잡초지대를 지나 다시 올라가야 한다. 계속해서 잡초가 보이는 완만한 능선 길과 완만한 오르막길(잡목이 계속되는 지루한 오르막길임)을 지나면 1315.2m봉을 지나 두 번째로 나타나는 형체뿐인 헬기장이 나온다.
* 형체뿐인 두 번째 헬기장 → 호령봉(44분)
. 헬기장을 지나면 곧바로 우측으로 내려가는 하산로가 보이고, 전망이 좋은 바위지대가 나타난다. 바위 위에는 무너진 케언이 있다. 이곳을 지나면 쓰러진 나무와 바위가 있는 봉우리를 지나 다시 바위 봉우리가 나타나는데, 이곳에서는 바위지대를 좌측으로 우회하여 등로가 형성되어 있다. 계속해서 잡목과 고사목 및 잡초가 보이는 이런 등로(잡목과 잡초가 많아 힘들며 약간의 굴곡이 있는 능선 길이 계속됨)를 따라 지루하게 치고 나가면 우측으로 내려가는 하산로가 다시 나온다. 이곳을 지나면 약간의 바위가 있는 능선 길이 이어지다가 잡초가 있는 완만한 능선 길이 나오고, 지나가면 오르막길이 나타난다. 잡목이 계속되는 이 오르막길을 따라 올라간 곳이 호령봉 정상이다. 정상에는 헬기장만 있고 아무런 표식도 없다.
* 호령봉 → 상원사 갈림길(19분)
. 직.우측으로 방향을 틀어 계속되는 잡목과 잡초지대(약간의 굴곡이 있는 능선 길이 이어지며 등로가 흐릿함)를 치고 나가면 헬기장이 나타난다. 헬기장을 지나면 곧바로 상원사로 내려갈 수가 있는 하산로(우측)가 나온다. 갈림길에는 팻말(해발 1531m, 비로봉 1.3km, 상원사 5km)이 있다.
* 상원사 갈림길 → 비로봉(31분)
. 직진하여 계속되는 잡목지대(약간의 굴곡만 있는 능선 길이 이어짐)를 뚫고 나가면 헬기장이 나온다. 이곳을 지나도 잡목 능선 계속해서 이어지는데, 가끔씩은 바위가 있는 능선 길이 나타난다. 계속되는 이런 굴곡 능선을 지나 완만하게 이어지는 오르막길(잡목과 잡초가 계속되고 등로는 보이는 정도임)을 따라 올라가면 삼각점(연곡 24, 1990 복구)이 있는 정상이 나타난다. 비로봉 정상은 삼각점을 지나 잠시 더 진행을 해야 나온다. 정상에는 표지석(오대산 비로봉, 해발 1563m)이 있고 팻말(상원사 3.0km, 상왕봉 2.7km, 북대사 4.0km)이 있다.
* 비로봉 → 1539m봉(9분)
. 직진하여 걸어가면 지금까지와는 달리 잡목과 잡초가 거의 없는 능선 길(약간의 굴곡이 있음)이 이어지고, 등로 주변에 목책이 보인다. 목책을 지나면 깨끗하게 단장이 되어 있는 헬기장이 나온다. 헬기장을 지나 살짝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가면(완만함) 또 다른 헬기장이 나온다. 이곳이 1539m봉이다.
* 1539m봉 → 상왕봉(21분)
. 내리막길(주목이 더러 보이고 목책과 나무계단이 있으며 약간의 잡초가 있음)을 따라 내려가면 팻말(비로봉 1.6km, 두로봉 4.2km, 상왕봉 0.7km)을 지나 완만한 능선 길과 완만한 오르막길이 이어지다가 헬기장이 나온다. 헬기장을 지나면 다시 완만한 능선 길과 오르막길이 이어지다가 또 다른 헬기장이 나타난다. 이곳이 상왕봉 정상이다. 이곳에도 팻말(비로봉 2.3km, 상원사 5.3km, 북대사 1.8km, 두로봉 3.5km)이 있다.
* 상왕봉 → 1427m봉(18분)
. 직진하여 작은 바위가 있는 내리막길을 따라 내려가면 '등산로 아님'이라고 적혀 있는 안부가 나오고, 안부를 지나 올라가면 '북대사 1km'라고 적혀 있는 표지석이 보인다. 표지석을 지나 계속해서 완만하게 이어지는 오르막길을 따라 올라가면 정점을 지나 완만한 능선 길이 이어지다가 내리막길이 나타난다. 이 내리막길을 따라 내려가면 갈림길이 나온다. 여기서 우측 사면으로 이어지는 등로를 따라가면 북대사를 지난 비포장 도로가 나오고, 직진(잡초가 약간 있는 다소 가파른 오르막길이 이어지지만 등로는 뚜렷한 편임)하여 올라가면 1427m봉의 정상(깨끗한 헬기장이 있음)이 나온다. 갈림길에는 팻말(상왕봉 0.75km, 두로봉 2.7km, 북대사 1.1km, 상원사 5.85km)이 있다.
* 1427m봉 → 두로령(12분)
. 직진하여 짧은 잡초지대를 지나가면 등로가 뚜렷한 능선 길(완만함)이 이어지다가 다시 헬기장이 나온다. 헬기장을 지나면 곧바로 팻말(상왕봉 1.2km, 두로봉 2.3km, 지방도로 제446호선 0.7km)이 보이고 계속해서 약간의 잡초가 있는 완만한 능선 길이 이어진다. 이곳을 지나 살짝 올라가면 등로가 좌측으로 방향을 틀어 제법 가파른 내리막길로 이어지는데, 내려간 곳이 두로령(지방도로 제446호선이 지나가는 비포장 도로로 홍천군 내면과 평창군 진부면을 알리는 표지판이 있음)이다. 이곳에도 팻말(상왕봉 1.8km, 북대사 1.5km, 홍천군 내면지구 9km, 두로봉 1.6km, 해발 1310m)이 있다.
* 두로령 → 두로봉(27분)
. 자연휴식년제 안내판이 있는 좌측 능선을 따라 올라가면 약간의 잡초가 있으나 등로가 뚜렷한 완만한 오르막길이 이어지다가 팻말(상왕봉 2.3km, 북대사 1.5km(?), 지방도로 제 446호선 0.55km, 두로봉 1.1km)이 있는 헬기장이 나타난다. 헬기장을 지나면 약간의 잡목이 있는 내리막길(완만함)과 완만한 능선 길이 이어지다가 다시 완만한 오르막길이 이어지면서 샘터 갈림길이 나온다. 이곳에도 팻말(샘터 갈림길, 지방도 제446호선 1.1km, 샘터 0.3km, 두로봉 0.5km)이 있다.
갈림길을 지나면 잡초지대가 잠시 이어지다가 형체만 남아 있는 헬기장이 나오고, 헬기장을 지나 계속되는 오르막길(완만하며 약간의 잡초가 있음)을 따라 올라가면 팻말(해발 1422m, 동대산 7km, 북대사 4km)이 있는 백두대간 갈림길이 나타난다. 한강기맥은 여기서 그 맥을 백두대간에게 넘겨준다. 좌측으로 이어지는 등로 초입에는 자연 휴식년제를 알리는 안내판이 있다.
* 두로봉 → 두로령 → 북대사 → 상원사 주차장(1시간 14분)
. 올라갔던 등로를 따라 두로령(두로봉에서 20분 소요)까지 다시 내려간 다음, 비포장 도로를 따라 계속해서 내려가면 북대사(두로령에서 17분 소요)가 나온다. 북대사를 지나 3분 정도 더 내려가면 팻말(관대걸이 5.0km, 명개리 13.0km, 비로봉 3.9km)이 있는 갈림길이 나오는데, 여기서는 비포장도로를 따라 계속해서 내려가도 되고, 비포장 도로를 따라 조금 더 내려간 다음, 우측 능선 길(등로가 뚜렷하지만 '탐방로 아님'이라고 적혀 있는 경고판이 있다)을 따라 내려가도 된다. 두 등로가 합쳐지는 곳을 지나면 다시 팻말(북대사 4.0km, 상원사 주차장 1.0km)이 연이어지다가(북대사 4.5km, 상원사 주차장 0.5km) 상원사 주차장이 나타난다.
* 전체 능선(등로)상태
31번 국도 상의 정류장(창촌-괸돌-율전)에서 괸돌 부락으로 방향을 잡아 직진하는 도로(콘크리트 포장도로)를 따라 50분 정도 걸어가면 임도 입구가 나오고, 임도 입구에서 임도를 따라 1시간 정도 올라가면 불발령이 나온다. 불발령을 지나 1215m봉으로 올라가면 약간의 굴곡이 있는 능선 길이 자운치까지 이어진다. 가끔씩 흐릿한 등로가 나타나므로 독도에 신경을 써야 한다. 자운치를 지나면 제법 가파른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보래령까지 이어지지만 등로는 보이는 편이다. 보래령을 지나면 다시 길고 지루한 오르막길이 1381m봉까지 이어진다. 이곳도 등로가 보이는 편이다. 1381m봉을 지나면 비교적 뚜렷하고 굴곡이 거의 없는 등로가 운두령까지 이어진다.
* 한강기맥을 마치며...
꿈을 따라갔더니
옛날의 터전이 보이고요,
호박넝쿨 거두던 따님도 보입데다.
꿈을 따라갔더니
어릴 때 놀던 금잔디벌이 놓이었구요,
도라지 캐러 다니던 마을 색시도요.
나는 어찌도 반가운지 꿈 같아서
휘파람으로 고요히 따님을 부르니
그는 호박넝쿨을 안고 달아나고요,
색시를 따르니
도라지괭이를 던지고 돌아섭데다.
아하 옛날은 가고요 꿈만 깃구요,
이 꿈조차 마저 간다면
나는 어쩌리
<김동환님의 '꿈을 따라갔더니'>
종석이 형!
김동환님의 말처럼 꿈을 따라 갔더니
한강기맥의 끝자락이 보였습니다.
언제나 그곳에 있었던 山河였기에
마지막 남아 있던 꿈을 딸 수가 있었습니다.
호박넝쿨 안고 달아났던 따님도
도라지괭이 던지고 돌아섰던 색시도
운두령에서는 만날 수가 있었습니다.
그것을 그리워하던 산지기까지도 돌아와
기나긴 여정의 고통에 격려의 박수를 보내주었기에
한강기맥의 끝자락은 내게로 올 수가 있었습니다.
7월 6일 아침 6시 38분,
양서고등학교의 교정에서 홀로 시산제를 지내고
앞서 간 사람들이 다듬어 놓은 매끈한 등로를 따라
청계산과 옥산을 지나 농다치에서 첫 구간을 마쳤습니다.
송골고개에서 먹었던 박하사탕이나
청계산에서 만난 산 친구,
그리고 끝내고 먹었던 잔치국수는
첫 구간을 끝낸 후, 생각나는 친구들입니다.
7월 26일 아침 7시,
농다치를 지나고 소구니산을 지나
유명산 허리에서 만난 초록과 회색 그리고 갈색의 향연...
내가 머무르는 이곳이 청학의 세계라는 것을
그 때 또 한번 알았기에
오늘 운두령에서 이 긴 여정의 마무리를 짓고 있는 것입니다.
8월 5일 아침 7시 1분,
유명산의 청학이 그리워 한강의 산줄기에
세 번째의 발자국을 찍었고,
소리산과 송이재봉을 지나면서
멧돼지의 부지런함에 잠시 기를 죽였지만
그런 덕분에 초로의 신사를 만나
삶이 무엇인지 배울 수가 있었습니다.
작열하는 태양마저도 친구로 만들 수가 있었습니다.
8월 8일 아침 6시 26분,
태양의 이글거림을 잊은 채
올라섰던 안개의 내밀함과 바위의 안락함
갈기산을 지나고 발귀현을 지나다
빠진 자만의 허울...그리고 성지봉의 잡목과 잡초
흔적도 없는 능선에서의 혼란함과 쓰라림
네 번째 구간의 매서움은
그렇게 지나갔습니다.
8월 15일 6시 34분,
삼마치를 지나고 오음산을 지나
또 다시 매섭게 달려드는 잡목과 잡초가 있었지만
성지봉을 오르면서 상견례를 마쳤기에
이전처럼 매섭지만은 않았고
그저 다정한 친구처럼 길을 터 주었습니다.
그러다 만난 나 같은 사람, 홀로 산행의 여백
휘청거리는 허리와 작은 삼마치에서의 갈등
그러다 또 다시 만난 산 친구들...그리고 기다림...
하지만 그들 덕분에 진정한 산 사람이 무엇인지
꾼들의 의리가 무엇인지, 그 때 새삼 알았습니다.
종석이 형!
여기까지가 오다 보니 저도 사람인지라
잠시 휴식의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한 달 정도 쉬면서 다른 곳을 다녔지요.
언젠가 호남의 산줄기를 타면서 제가 형에게 이야기했듯이
세상에는 참으로 갈 곳도 많고, 보고 싶은 것도 많습니다.
그렇다고 다 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다 볼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가고 싶고, 보고 싶은 것이 사람들의 본능인 모양입니다.
쉬는 동안 인터넷의 이곳저곳을 헤집고 다녔더니
혹은 웃음이 나오고, 혹은 수긍이 가는
다툼과 어우러짐이 놀라울 정도로 많았습니다.
가지 말라는 곳에 들어간 것을
자랑하는 사람과
자랑하는 사람을 나무라는 사람
그리고 그것을 가지고 이야깃거리를 만드는 사람...
사람과 사람들이 어우러져 사는 세상이니
분명한 것도 좋지만 어우러짐도 좋은 법인데
내 뜻과 맞지 않다고 다퉈봐야 나만 죽이는 것을 ...
산 인심이 점점 더 매정하게 변하는 것 같아 얼마간의 아쉬움이 남습니다.
종석이 형!
산은 그저 힘들 때 만나고 싶은 친구일 뿐입니다.
그래서 저 같은 놈은
비 오는 날에도 산에서 헤매고 있지만...
산에 입문하여 무작정 쳐들어갔던 칠선골이 그립습니다.
9월 14일 새벽 4시 14분,
한강의 산줄기가 너무 아름다워
어린 친구들에게 자랑삼아 이야기를 하였더니
같이 가고 싶다고 조르는 녀석들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잠시 계획을 바꿔 어린 친구들을 데리고
오대산으로 들어갔지요.
새벽 안개를 헤치며 계방산에 올라
태기왕의 전설이 어쩌고, 피안의 세계가 어쩌고
설악산이 저기고, 방태산이 저기고...
그래봐야 보이는 것은 구름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녀석들은 아주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그런 녀석들이 사랑스러운 모양입니다.
9월에 본 단풍과 9월에 본 오대산
가끔씩 그리워지는 지리산을 생각나게 했지만
녀석들에게 산이 무엇인지 느끼게 해 준 그것만으로도
산행을 한 보람이 있었습니다.
9월 28일 새벽 6시 20분,
같은 시각이라도
9월에 접어드니 아침이 아니라 새벽이 되고 말았지만
또 다른 친구들을 데리고 들어간 덕구산과 대학산은
서서히 다가오는 한강의 깊이를 느끼게 해주었고
깊어 가는 가을의 서정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하지만 산이라고는 동네 뒷산밖에 다녀보지 못했던 녀석들이라
중간에서 탈출을 해야 했던 아쉬움은 있었지요.
10월 19일 새벽 6시 30분,
또 다시 혼자가 되어 대학산을 지나고 수리봉을 지나다
노루에 쫓기고 암릉에 질려
한강이여! 한강이여! 하면서
심산의 매서움에 잠시 갈등을 느꼈습니다.
언제나 자만은 금물이라는 것을 새삼 느꼈지요.
하지만 운무산을 지나다 만난 신대리 사람들이 있어
한강의 능선을 이어갈 수가 있었습니다.
아직도 강원도의 순박함이 살아 있음에
재삼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10월 26일 새벽 6시40분,
MTB를 하는 동료는 자전거를 타고
산행을 좋아하는 또 다른 동료와 나는 산으로 올라
봉복능선도 보고 덕고산도 보고
그토록 좋아했던 태기산도 보았습니다.
시누대 군락지가 끊임없이 이어져
같이 간 동료에게는 너무나 미안했지만
모처럼 오지에서의 하루를 보냈기에 그 동료는
오늘 여기 한강의 끝자락에 나와 같이 서있습니다.
종석이 형!
그렇게 달리다 보니 오늘 여기 운두령에 섰습니다.
참으로 기나긴 시간이었습니다.
가을비가 내리는 임도를 따라 오르는 동안
열심히 사진도 찍고, 열심히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우에무라 나오미의 고독함과는
감히 견줄 수 없는 편안함이 있었지만
코츠뷰의 불빛을 쫓아 북극의 빙상을 헤집고 다닌 그 마음을
이제는 조금 알 것도 같습니다.
혼자가 되어 무언가를 찾아다닌 덕분에
이제는 조금 더 산과 가까워 진 것도 같습니다.
한강의 산줄기를 밟으며 만났던 많은 사람들...
관심을 가져주신 선배님들...
손들면 무작정 태워 주시던 생면부지의 부처들...
모두가 내게는 소중한 산 친구들이고,
모두가 내게는 사랑스런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산이 좋고, 그래서 산을 찾아 떠나는 것입니다.
형에게 보냈던 저의 존경심을
그 분들에게도 보내 드리고 싶습니다.
산행을 하시는 동안
얻고자 하는 많은 것을 얻어 가시기를
한강의 끝자락에서 기원 드리겠습니다.
김동환님의 말처럼 꿈은 소중한 것입니다.
나이가 많고 적음에 상관이 없이...
<2003년 11월 12일 교정에서... 안성산지기>
● 주요 기점별(基點別) 산행 안내
* 지석동(괸돌 부락) 입구 → 불발령(1시간 50분)
. 버스 정류장('창촌-괸돌-율전'이라고 적혀 있음)이 있는 도로(31번 국도)에서 괸돌 부락으로 방향을 틀어 콘크리트 포장도로(민가가 꾸준하게 이어지고 폐교가 보이며 도로 좌측에는 하천이 계속되는데, 도중에 좌측이나 우측으로 빠지는 작은 소로가 보이면 모두 무시하고 계속해서 직진하는 주도로를 따라가도록 한다)를 따라 50분 정도 걸어가면 작은 다리를 지나 삼거리가 나온다. 불발령은 여기서 좌측에 보이는 농로(외딴집으로 이어짐)를 버리고 우측에 보이는 임도(초입에 국유임도 안내판이 이 있음)를 따라 올라가면 된다. 삼거리에서 불발령까지는 1시간 정도가 걸린다.
* 불발령 → 1215m봉(26분)
. 좌측(좌측 임도는 도장골로, 우측 임도는 장곡현으로 이어짐)에 보이는 등로(절개지 가운데 있음)를 따라 능선으로 올라가면 곧바로 Y자 모양의 갈림길이 나오는데, 여기서 우측 사면으로 이어지는 등로를 버리고 좌측으로 방향을 틀어 올라가면 속새 군락지를 지나 키 작은 산죽지대가 나타난다. 경사가 다소 가파른 이 산죽지대를 따라 계속해서 올라가면 1130m봉의 정점(불발령에서 10분 거리)이 나오고, 정점을 지나 좌측(직진 금지)으로 방향을 틀어 살짝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가면 키 작은 산죽과 약간의 잡목이 보이는 오르막길(등로 보임)이 이어지다가 작은 구덩이가 있는 1215m봉의 정상이 나타난다.
* 1215m봉 → 1212m봉(20분)
. 흥정산으로 이어지는 직진 능선 길을 버리고 좌측으로 방향을 틀어 내려가면 키 작은 산죽과 철쭉 및 약간의 잡목이 있는 굴곡 능선(등로는 보이는 편임)이 이어지다가 작은 봉우리가 나타난다. 이곳을 지나 살짝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가면 철쭉과 키 작은 산죽이 계속되는 오르막길(경사가 가파른 구간도 있음)이 이어지다가 약간의 바위와 굵은 참나무가 있는 정상부 능선이 나타난다. 이곳에도 키 작은 산죽과 철쭉이 계속된다. 완만하게 이어지는 오르막길을 따라 올라간 곳이 1212m봉의 정상이다.
* 1212m봉 → 자운치(1시간 01분)
. 직진하여 살짝 내려가면 완만한 능선 길(참나무와 철쭉 및 키 작은 산죽이 계속됨)과 제법 가파른 내리막길이 연이어지다가 산죽과 철쭉이 계속되는 오르막길이 나타난다. 올라가면 다시 완만한 능선 길과 완만한 오르막길(키 작은 산죽이 계속됨)이 이어지다가 정점을 지나 Y자 모양의 갈림길이 나타나는데, 여기서는 우측으로 내려가는 내리막길을 무시하고 직진하는 내리막길을 따라 내려가도록 한다.
완만하게 이어지는 이 내리막길을 따라 내려가면 등로가 서서히 우측으로 방향을 틀어 안부까지 이어진다. 여기까지도 키 작은 산죽과 철쭉이 계속된다. 안부를 지나면 굵은 참나무와 작은 바위가 있고 약간의 굴곡이 있는 오르막길(경사가 심하지 않으나 철쭉이 진행을 방해하는 곳이 있음)이 정점까지 이어진다. 정점을 지나면 제법 가파른 오르막길(철쭉과 키 작은 산죽이 많이 있음)이 이어지면서 갈림길이 나타나는데, 여기서는 우측으로 빠지는 흐릿한 등로를 무시하고 직진하여 살짝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가도록 한다.
올라가면 철쭉과 키 작은 산죽이 있는 완만한 능선 길과 내리막길이 연이어지면서 좌우가 흐릿한 고개(등로 흔적이 거의 없음)가 나타난다. 고개를 지나 직진하여 올라가면 완능 수준의 완만한 오르막길(잡목이 약간 있고 키 작은 산죽이 계속됨)과 약간의 굴곡이 있는 능선 길(등로가 서서히 우측으로 방향을 틈)이 이어지다가 또 다시 고개가 나온다. 이곳이 자운치이다. 좌측과 우측으로 내려가는 등로가 모두 뚜렷한 편이다.
* 자운치 → 1290m봉(38분)
. 고개를 지나 직진하여 올라가면 계속해서 키 작은 산죽이 있는 완만한 능선 길이 이어지다가 갈림길이 나타난다. 여기서는 직진하는 등로를 버리고 우측으로 방향을 틀어 살짝 내려갔다가 올라가도록 한다. 올라가면 잠시 완만한 능선 길이 이어지다가 다시 오르막길(초입에 있는 우측 사면 길은 무시함)이 나타나는데, 올라갈수록 산죽이 심해진다. 계속해서 키 작은 산죽과 철쭉이 사라졌다가 나타나는 이 오르막길을 따라 지루하게 올라가면 정점을 지나 등로가 우측(외길임)으로 방향을 틀어 1290m봉의 정상으로 이어진다.
* 1290m봉 → 1324.3m봉(20분)
. 회령봉으로 이어지는 우측 등로(리본이 많이 달려 있으므로 주의 할 것)를 무시하고 좌측으로 방향을 틀어 살짝 내려가면 철쭉이 약간 있고 불에 탄 흔적이 있는 완만한 능선 길이 나타난다. 완만한 능선 길을 지나면 불에 탄 흔적과 쓰러진 나무가 계속되는 오르막길이 이어지다가 등로가 좌측(외길임)으로 방향을 틀어 내리막길로 이어지는데, 내려간 안부에는 보래동(우측으로 리본이 있음)으로 이어지는 하산로가 있다.
하산로를 무시하고 직진하여 올라가면 키 작은 산죽과 약간의 잡목이 있는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제법 가파르게 이어지는 이 오르막길을 따라 올라가면 T자 모양의 능선 갈림길이 나타나는데, 여기서 우측으로 방향을 틀어 올라가면 삼각점(봉평22, 1990 재설)과 팻말(정상 2.7km, 용수골 2.4km, 보래령 1.2km) 및 정상 표지판(보래봉 1324m, 서울 경남산우회)이 있는 1324.3m봉의 정상이 나온다.
* 1324.3m봉 → 보래령(17분)
. 용수골로 이어지는 우측 등로를 무시하고 좌측으로 방향을 틀어 내려가면 철쭉이 있는 완만한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내려갈수록 제법 가팔라지는 이 내리막길을 따라 내려가면 좌우가 뚜렷하고 리본이 매달려 있는 보래령이 나타난다.
* 보래령 → 1263m봉 어깨(23분)
. 직진하여 올라가면 제법 가파른 오르막길이 꾸준하게 이어지다가 1263m봉의 어깨가 나타난다. 올라가는 도중에 짧은 완능과 짧은 내리막길이 있으며 키 작은 산죽이 있으나 등로는 보이는 편이다.
* 1263m봉 어깨 → 1381m봉(20분)
. 직진하는 능선 길을 버리고 좌측으로 방향을 틀어 살짝 내려가면 키 작은 산죽과 잡목이 있는 완만한 능선 길이 이어진다. 완만한 능선 길을 지나 살짝 올라가면 잡목이 제법 있는 또 다른 완만한 능선 길이 이어지다가 1247.9m봉의 정상부가 나타나는데, 삼각점은 보이지 않는다. 정상부 능선을 지나면 잡목과 잡초 때문에 흔적만 남아 있는 헬기장이 보이고, 헬기장을 지나 완만하게 이어지는 오르막길을 따라 올라가면 펑퍼짐한 능선이 나타난다.
펑퍼짐한 능선(등로가 흐릿함)을 따라 올라가면 다시 흔적만 남아 있는 헬기장이 나온다. 직진하여 계속해서 완만하게 이어지는 오르막길을 따라 올라가면 잡목지대를 지나 경사가 서서히 가팔라지다가 또 다시 흔적만 남아 있는 헬기장이 나오는데, 이곳을 지나 올라가면 제법 깨끗하고 넓은 헬기장이 나온다. 이곳이 1381m봉의 정상이다.
* 1381m봉 → 1271.8m봉(27분)
. 직진하여 잡목과 잡초가 더러 있는 완만한 내리막길을 따라 내려가면 다시 오르막길(완만함)이 이어지는데, 올라가면 등로가 우측(외길임)으로 방향을 틀어 완만한 능선 길로 이어진다. 완만한 능선 길을 지나 다시 완만하게 이어지는 오르막길(등로가 흐릿함)을 따라 올라가면 정점을 지나 등로가 좌측(외길임)으로 방향을 틀어 완만한 능선 길로 이어진다. 계속해서 약간의 굴곡만 있는 완만한 내리막길과 작은 바위가 있는 봉우리 및 완능 수준의 완만한 내리막길을 지나 면 또 다시 완만한 능선 길과 작은 봉우리 및 완만한 능선 길이 이어지다가 완만한 오르막길이 나타난다. 올라간 정점에 작은 구덩이가 있다. 이곳이 1271.8m봉의 정상이다. 삼각점은 없다.
* 1271.8m봉 → 운두령(26분)
. 직진하는 능선 길을 버리고 좌측으로 방향을 틀어 완만하게 이어지는 내리막길을 따라 내려가면 완만한 능선 길이 이어지다가 약간의 굴곡 능선이 나타난다. 도중에 쓰러진 나무가 보이고 약간의 잡목이 있으나 진행하는데 어려움은 없다. 굴곡 능선을 지나면 다시 완만한 능선 길이 이 이어지다가 완만한 오르막길이 나타나는데, 올라간 정상이 1210m봉이다. 여기까지도 키 작은 산죽이 계속된다.
1210m봉의 정상을 지나면 등로가 우측(외길임)으로 방향을 틀어 짧은 내리막길과 완만한 능선 길 및 완만한 오르막길로 이어지는데, 정점을 지나면 등로가 다시 좌측(외길임)으로 방향을 틀어 완능 수준의 완만한 오르막길로 이어진다. 올라간 정점이 또 다른 1210m봉의 정상이다. 두 번째 1210m봉의 정상에서도 좌측(외길임)으로 방향을 틀어 완만하게 이어지는 내리막길을 따라 내려가면 된다. 내려가면 군 교통로와 작은 바위들이 있는 내리막길과 약간의 잡초가 있는 완만한 능선 길이 이어지다가 송신탑(SK텔레콤)과 간이 매점이 있는 운두령이 나타난다.
* 종주일자 : 2003년 10월 26일
* 종주구간 : 계곡공터→봉복능선→777m봉→968m봉→1038m봉→1094.2m봉→덕고산(1125m)→1073m봉→1102m봉→1029m봉→구목령→1128m봉→1191.8m봉→1161m봉→1074m봉→장곡현→1052.0m봉→불발령→지석동
* 날 씨 : 바람이 약간 부는 쾌청한 날씨
* 조망 : 오대산, 계방산, 태기산, 흥정산, 용문산, 화악산, 공작산, 치악산, 봉복산, 백덕산, 청태산, 응봉산, 동막산, 아미산, 방태산 등
* 교통상황
서석이나 횡성에서 먼드리재를 통과하는 대중교통과 진부에서 내면이나 서석으로 이동하는 대중교통은 있으나, 산행 기점인 황장목이나 산행 종점인 원자운 부락으로 운행하는 대중교통(택시 포함)은 없다. 따라서 산행을 수월하게 이어가려고 하면 승용차를 가져가는 것이 좋다.
* 전체 능선 (등로)상태
안부에서 777m봉으로 이어지는 급경사 구간만 지나면 비교적 뚜렷하고 굴곡이 적은 능선 길이 덕고산 직전까지 이어지고, 덕고산으로 올라가는 급경사 구간을 지나면 다시 굴곡 능선이 불발령까지 이어진다. 덕고산에서 불발령까지는 능선의 굴곡도 굴곡이지만 산죽지대가 수시로 나타나 한 여름철에는 상당히 고생을 해야 할 것 같다. 불발령에서 지석동으로 이어지는 임도는 승용차도 통행이 가능할 정도로 상태가 양호하다.
* 산행 후기
老子에 보면
天地不仁,
以萬物爲芻狗;
聖人不仁,
以百姓爲芻狗. 라는 말이 있다.
그 깊은 속사정이야 알 길이 없지만 요사이 한강기맥을 종주하다 보면 천지가 과연 그러하다는 느낌이 든다. 조금만 방심하여도 사정없이 내팽개쳐 버리고, 조금만 긴장을 풀어도 사정없이 내동댕이쳐 버린다. 산이란 곳을 알게 된 것이 70년 대 말이니 미운 정, 고운 정 듬뿍 들어 지금쯤이면 내 사정을 알만 도 한데, 도대체 인정이 없다. 해서 '芻狗'가 되지 않으려고 항시 긴장을 하고, '烹'당하지 않으려고 눈을 부릅뜬다.
그렇게 하다 보니 여유가 없어지고, 그렇게 하다 보니 맛이 사라진다. '없다'나 '사라진다'는 표현에 '안타깝다'는 속뜻이 묻어 있기는 하지만, 산행을 '즐김'이나 '운동'이 아닌 '道'를 구하는 행위로 간주하고 있던 터라, 여유가 없고 맛이 사라지는 현상에 처하고 보니, '天地有仁'이 그리워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욕심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석가세존의 말씀처럼 ' 天上天下 唯我獨尊 ' 이고 보면 그렇게 보는 것도 '나'란 '我相'이고,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나'란 '我相'이며, 모든 행위의 주체가 자기 자신이니, 천지가 인자하지 않다는 것은 자기 자신이 그렇다는 것이요. 성인이 인자하지 않다는 것도 자기 자신이 그렇다는 뜻일 게다. 그래서 '不仁'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음에도 산을 찾고, '不仁'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음에도 사람을 찾는 모양이다.
'求道'의 심정으로 대간을 넘었고, '求道'의 심정으로 정맥을 넘었으며 또 다시 그런 심정으로 한강을 가르는 이 산줄기를 걸어왔지만, 그 끝나는 시점에 이런 생각이 들고 보니 천상 버려야 할 것들이 아직도 많고, 버려야 할 '我相'이 아직도 많다는 생각이 든다. '道'를 구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을 산 속에서 보내야할 모양이다.
응봉산 주변에 MTB할 만한 임도가 많아 같은 직장에 근무하는 용환찬 선생님께 같이 갈 의향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두말 없이 가겠다고 한다. 오랜 기간 MTB를 하면서 깨지고, 째지고 하여 웬만하면 물릴 때도 되었는데, 여전히 MTB에 매달려 있으니 산에 빠져있는 나만큼이나 산이 좋은 모양이다. 해서 가끔씩 산행에 동참하는 안선생과 나는 산행을 하기로 하고, 용환찬 선생님은 MTB를 하기로 거창(?)하게 계획을 세웠다.
초저녁부터 단잠에 빠진 덕에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눈이 떠진다. 짐을 챙겨 메고 두 사람에게 전화를 넣었더니 벌써 일어나서 준비를 마쳤단다. 2시가 지나자마자 일어나서 전화 오기만을 기다렸다고 하니...강원도 산에서 MTB를 하게 되었다고 몇 일 전부터 자랑하고 다니더니 어지간히 가고 싶었던 모양이다.
김밥 집에 들러 김밥과 라면을 사고는 안성을 떠났다. 단풍철이 살짝 지난 탓인지 고속도로도 생각보다 붐비지를 않는다. 불목재에 도착을 하여 임도로 올라가는 길목을 가르쳐 주고는 황장목을 지나 계곡공터로 접어들었다. 그런데, 갑자기 허전한 무언가가 뇌리를 스친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을 하여도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다.
한데, 계곡 공터에 도착을 하여 잠시 휴식을 취한 다음, 아침을 먹기 위해 버너를 작동시키자 압축이 되지 않는다. 이럴 수가!!! 전혀 이상이 없었던 것이라 사전 점검을 하지 않고 가져왔던 것인데, 여기서 말썽이다. 아무리 툭탁거려 보아도 감감무소식... 도리가 없다. 국물도 없이 찬 김밥을 먹어야 한다니...
미안한 마음에 사진이나 찍어 주려고 배낭을 뒤지니 이번에는 사진기가 없다. 분명히 사진기를 배낭에 넣어 둔 것 같은데, 아무리 찾아도 없다. 도대체 정신을 어디다 둔 것인지...찬 김밥에 사진기 없는 산행이라...안선생은 빨리 진행을 할 수가 있어서 좋겠다고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일부러 거금(?)을 투자해서 샀는데...
혼자서 투덜거려 봐야 창피만 더 할 뿐이다. 해서 애써 무시하고 산행할 채비를 했다. 시작부터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려 이래저래 안타깝지만 '天地不仁, 以萬物爲芻狗'라고 했으니 모든 것은 日常性에 빠져 허우적댄 게으름 탓이다. 하지만 계곡을 타고 공터로 몰려드는 새벽공기는 상쾌하기만 하다. 그래서 一切는 唯心造라고 했던가...
MTB를 하기로 한 용환찬 선생님과 불발령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 계곡 공터를 떠나 안부로 향했다. 완만하게 이어지는 계곡 길을 따라 오르는 맛이 상큼하다. 지난 여름 덕태-선각산을 산행하면서 체력적인 부침이 왔던 안선생도 오늘은 잘 걷는다. 그동안 열심히 운동을 한 효과가 나타나는 모양이다.
봉복능선에 도착하여 간단한 기록을 남기고 777m봉을 향해 오르는데, 오르막길의 경사가 보통이 아니다. 낙엽 때문에 등로가 사라진데다, 경사가 심해 올라가기가 여간 힘들지 않다. 겨우 능선으로 진입을 했지만 시작부터 온 몸이 땀으로 젖어 버린다. 정상을 지나자 경사가 비교적 완만한 오르막길이 나타나고, 키 작은 시누대(산죽)가 968m봉까지 이어졌다. 968m봉을 지나서는 굴곡 능선과 더불어 진행을 방해할 정도의 시누대가 진행을 방해하고 있었다.
시누대 군락을 지나 1038m봉에 올라서자 갈림길이 나왔다. 봉복산으로 이어지는 등로와 덕고산으로 이어지는 등로가 갈라지는 곳이다. 두 곳 모두 등로가 뚜렷하다. 몇 해 전 겨울, 봉복산에서 덕고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에 올랐다가 봉복산 정상에서 되돌아 간 적이 있다. 적설량이 많아 러셀도 힘들었지만 잡목과 넝쿨나무가 많아 진행을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사이 사람들이 많이 찾았는지 등로가 상당히 뚜렷하다.
1038m봉의 정상에서는 봉복산과 덕고산의 산행 기점인 신대리 들녘이 한눈에 들어오고, 덕고산과 태기산이 뚜렷하게 보였다. 청태산과 백덕산 및 치악산도 아스라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나무가 시야를 가리고 있었지만 날씨가 좋아 시계가 트인다. 1038m봉에서 삼각점이 있는 1094.2m봉까지도 키 작은 시누대와 작은 바위들이 굴곡 능선을 따라 이어졌다. 신대봉이라고 적혀 있는 1094.2m봉에서는 신대리로 내려가는 등로가 보였다.
1094.2m봉을 지나자 계속해서 키 작은 시누대가 보이고, 바위가 있는 능선 길이 이어지더니 안부를 지나 거대한 암봉이 나타났다. 안부로 내려가는 등로에서는 서울에서 왔다는 종주팀을 만났다. 구목령에서 먼드리재까지 산행을 한다고 하는데, 제법 활기차다. 모처럼 만난 종주팀이라 반갑기는 하지만 갈 길이 멀어 몇 가지 정보만 교환하고는 헤어졌다.
가파른 오르막길을 따라 조심스럽게 올라간 뒤, 작은 표지판이 매달려 있는 덕고산 정상을 지나자 굴곡 능선이 지루하게 이어지더니 태기산으로 이어지는 또 다른 산줄기가 나타났다. 가칭 '영춘지맥'이라고 불리는 산줄기다. 영월의 태화산에서 이곳을 거쳐 춘천으로 빠진다고 하는데, 옹골참이 한강기맥과 견줄 만 하다. 그 끝에 서있는 태기산의 당당함도 만만하지가 않다.
태기산! 이 땅의 가장 깊숙한 곳에 숨어 숱한 전설과 사연을 간직한 가장 한국적인 산, 빼앗긴 영토를 찾기 위해 몸부림치다 白玉浦에 몸을 던진 태기왕(* 진한의 왕으로, 박혁거세에게 축출되어 태기산에서 후일을 도모하다 멸망했다는 전설이 있고, 부족국가인 '貊'족의 왕으로 '號令'과 '森炯濟' 두 장수를 거느리고 '濊'족과 일전을 벌이다 멸망했다는 전설도 있다)의 전설이 살아 숨쉬는 곳...
사랑하는 왕비를 위해 들메지에 매화를 심고, 낙수대에서 인고의 세월을 낚았으며, 빼앗긴 영토를 수복하려다 결국에는 삼형제 장군과 더불어 백옥포에서 생을 마감한 전설 속의 왕, 이 땅의 지명 하나 하나에 그의 흔적이 남아 있으니 누가 그를 전설 속에만 있다고 할 것인가...
갑옷을 씻었다는 갑천, 박혀거세가 지나갔다고 하여 이름 붙인 어답산, 병지방과 화동리...이 모든 것이 그와 더불어 숨쉬고 있으니 그의 육신은 갔어도 그의 영혼은 영원히 이 지방 사람들의 가슴속에 있을 것이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봉평 사람들은 '태기산산신령굿'을 지내 태기왕의 원혼을 달랬다고 한다. 지금도 굿을 하고 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봉복산 산행을 하고 난 그 다음해, 이곳의 산세가 너무 탐스러워 직장 동료들을 데리고 태기산을 다녀간 적이 있다. 신대리에서 봉복사를 지나 임도를 따라 오르다, 임도가 갈라지는 곳에 차를 세워 두고 동문밖을 향에 올라갔는데, 도중에 민가가 보여 길을 물었다. 그랬더니 계곡을 따라가다가 갈림길이 나오면 무조건 오른쪽으로 올라가라고 한다.
지도상에는 계곡에서 왼쪽으로 올라가야 동문밖이 나오지만, 살고 있는 주민이 그렇게 고집하니 따를 수밖에 없어 등로가 뚜렷한 왼쪽 길을 버리고 계곡 길을 따라 오른쪽으로 올라갔다. 그런데 웬걸, 사방이 꽉 막혀 있다. 입구만 제외하고는 급경사 절벽이 삼면을 가리고 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인지...몰라서 이 길을 가르쳐 주지는 않았을 텐데...되돌아가기에는 너무 늦고...
고민을 하다가 바위가 없는 서쪽 벽을 이용하여 능선으로 올라가기는 했지만 경사가 가파르고 땅이 얼어 있어 자칫 사고가 날 뻔했다. 하산을 하면서 그 집에 다시 들러 왜 그렇게 하였냐고 물었더니 默默不答, 대꾸가 없다. 사는 모양새로 보아 그 동네 토박이 같지는 않은데, 텃세를 부리고 있으니...그 후로는 두 번 다시 신대리를 찾지 않았었다. 그런데 지난 번 산행을 하면서 신대리 주민의 도움으로 불목재까지 편안하게 이동을 했으니...萬事는 無常이로다.
능선 분기점을 지나도 시누대 군락이 사라지지를 않는다. 시누대가 많다 보니 등로가 흐릿하고, 등로가 흐릿하니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때로는 제법 키가 큰 시누대가 등로를 막고 있어 진행하는 것이 힘겹다. 철쭉까지 수시로 나타나 뚫고 나가는 것이 짜증스러울 정도다. 이런 등로를 따라 1073m봉을 지나고 1030m봉을 지나자 구목령이 나왔다.
구목령을 지나 올라간 헬기장에서 또 한번 태기산과 덕고산의 자태를 조망하고, 끝없이 이어지는 시누대 군락지를 따라 힘겹게 올라가자 1128m봉의 정상이 나타났다. 1128m봉을 지나서도 시누대 군락지가 사라지지를 않는다. 疊疊山中, 보이는 것이라고는 나뭇가지 사이로 고개를 내민 이름 모를 봉우리와 골짜기 뿐, 모든 것이 고요하기만 하다.
1191.8m봉을 지나도 시누대의 사각거리는 소리가 계속되고, 고요함이 사라지지를 않는다. 가을 햇살이야 눈이 시리도록 부시지만 모든 것이 고요하니 적막강산이 따로 없다. 가끔씩 나타나는 작은 바위 능선이 그나마 위안이 된다. 1161m봉을 넘고 1074m봉을 지나가자 불발령에서 흥정리로 이어지다 이곳으로 가지를 친 임도가 나타났다. 능선 왼쪽에는 장골과 곡죽동이, 능선 오른쪽에는 흥정산이 그 기세를 뽐낸다.
흥정산, 태기산을 올랐던 그 무렵, 봉평에서 횡성으로 이어지는 6번 국도를 타고 양두구미재로 가다가 흥정계곡이 빼어나다는 말에 홀려 곧은골로 차를 돌렸다. 눈이 많은 지역이라 적당한 곳에서 차를 돌려 나왔어야 했는데, 계곡미에 빠지다 보니 나도 모르게 곧은골을 지나 흥정산 입구까지 들어가고 말았다. 누군가 지나간 흔적이 있어 들어가기는 했지만, 차를 돌려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을 때는 이미 엎질러진 물...
혼자서 그 많은 눈을 다 치우고 겨우 차를 돌렸더니 무모함에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다. 해서 차를 세워 두고 배낭과 장비를 챙겨 메고 흥정산으로 올랐더니 웬걸, 등로는 아예 없고 눈은 허리까지 빠진다. 입구에서 정상까지 올라가는데 두시간...내려오는데 30십 분...그래도 산이 좋다.
임도를 이용하여 잠시 진행을 하다가 임도가 끝나는 곳에서 능선으로 붙었더니 이곳에도 키 작은 시누대가 등로를 막고 있다. 힘들게 올라간 능선 분기점에서 잠시 등로가 헷갈려 지체를 했지만 산행의 끝이 보이는 시점이라 발놀림은 경쾌하다. 1052.0m봉의 산불감시초소에서 마지막 피로를 풀고 또 다시 이어지는 시누대 군락지를 지나 불발령에 도착하자 방태산의 펑퍼짐한 능선이 막힘 없이 다가선다. 운두령에서 계방산을 거쳐 오대산으로 이어지는 한강의 마지막 기운도 더할 나위 없이 기운차고...
산행 중 몇 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통화가 되지 않아 답답했던 용환찬 선생님께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전화를 넣었더니 이제 막 입구를 찾아 지석동으로 들어오는 중이란다. 입구를 놓쳐 조항동까지 갔다가 되돌아온다고 하니 골짜기가 깊기는 깊은 모양이다. 응봉산을 따라 이어지는 임도가 너무나 환상적이라 모처럼 신나게 MTB를 즐겼다고 한다. 같이 온 보람이 있다.
고갯마루에 앉아 차량을 기다릴까 했지만 가을 햇살이 너무 좋아 걷기로 했다. 방태산과 계방산을 바라보며 걷는 맛이 별미다. 십 분 정도를 그렇게 내려가자 쌕쌕거리며 올라오고 있는 나의 애마가 보인다. 반갑다...차단기가 없어 이곳까지 올라올 수가 있었다고 한다. 걱정이 많았는데 ...
용환찬 선생님은 우리를 보자마자 자랑이 대단하다. 응봉산 주변의 산세가 대단했던 모양이다. 얼마나 신이 났는지 무용담을 이야기하느라 정신이 없다. 정적만 감돌던 산 속이 갑자기 소란해졌다. 하지만 만나니 반갑고 무고하니 즐겁다. 마땅히 끊어 탈만한 곳이 없어 걱정을 많이 했는데, 용선생님 덕분에 손쉽게 내려갈 수가 있겠다.
지석동으로 이어지는 임도는 생각보다 부드러웠다. 첩첩산중이라는 표현이 딱 맞아떨어지는 곳이지만 이렇게 무사히 내려왔으니 그저 고맙다. 무사히 끝냈다는 안도감에 나른한 피로감이 몰려오고, 또 하나의 구간을 끝냈다는 성취감이 전신을 휘감고 돈다.
● 주요 기점별(基點別) 산행 안내
* 계곡공터 → 봉복 능선(25분)
. 컨테이너 박스 우측으로 이어지는 계곡 길을 따라 올라가면 표지판(등산 1.88km, 하산 4.52km, 현재 하산 위치 1.88km 중 1.36km, 고도 698m)이 있는 봉복 능선의 안부가 나온다.
* 봉복 능선 → 777m봉(24분)
. 우측으로 방향을 틀어 상당히 가파르게 이어지는 오르막길(등로가 흐릿함)을 따라 조심스럽게 올라가면 정상부 능선이 나오고, 정상부 능선을 지나 짧은 내리막길(가파름)을 따라 내려가면 작은 봉우리 하나를 지나 다시 오르막길이 나타난다. 이 오르막길을 따라 올라가면 바위지대가 나오는데, 여기서는 바위지대를 우측으로 우회하여 진행을 해도 되고, 바위를 타고 정상으로 올라가도 된다.
* 777m봉 → 968m봉(40분)
. 직진하여 내려가면 작은 바위지대가 다시 나오는데, 여기서도 우측으로 우회하여 진행(바위를 타고 넘어가도 됨)을 하면 된다.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가면 완만한 능선 길(등로가 계속해서 흐릿함)이 이어지다가 키 작은 산죽(진행을 방해하지는 않음)과 참나무가 있는 오르막길이 나타난다.
오르막길을 따라 올라간 다음, 정점을 지나 안부로 살짝 내려가면 쓰러진 참나무와 소나무가 있는 오르막길이 다시 이어지고, 이곳을 지나면 키 작은 산죽과 철쭉이 있는 완만한 능선 길이 이어지다가 제법 지루한 오르막길(등로가 흐릿하고 완만함)이 나타난다. 올라가면 등로가 우측(외길임)으로 방향을 틀어 다시 오르막길로 이어지는데, 올라간 곳(펑퍼짐함)이 968m봉의 정상부다.
* 968m봉 → 1038m봉(18분)
. 키 작은 산죽이 계속되는 정상부 능선을 지나 살짝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가면 리본이 많이 매달려 있고 작은 구덩이가 있는 봉우리가 나온다. 이곳을 지나면 완능 수준의 내리막길과 완만한 능선 길이 이어지다가 칡넝쿨이 몇 가닥 보이는 오르막길(완만함)이 나타나는데, 올라가면 진행을 방해할 정도의 산죽지대가 나온다. 산죽지대를 지나면 봉복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등로와 덕고산으로 이어지는 등로가 갈라지는 갈림길이 나온다. 이곳이 1038m봉이다. 여기서는 봉복산(바로 우측에 보이는 봉우리)과 덕고산 및 태기산(통신시설이 있는 봉우리)이 보이며 신대리와 청태산 및 백덕산이 보인다.
* 1038m봉 → 1094.2m봉(23분)
. 리본이 많이 매달려 있는 우측 등로를 무시하고 직진하여 걸어가면 약간의 굴곡이 있는 능선 길(키 작은 산죽과 철쭉 및 작은 바위가 있으며 등로가 비교적 뚜렷함)이 이어지다가 오르막길이 나타난다. 올라가면 다시 바위지대가 나오는데, 여기서는 바위를 타고 넘어가면 된다. 바위에 밧줄이 매달려 있다. 계속해서 키 작은 산죽이 보이는 오르막길을 따라 올라가면 삼각점(청일 426, 1989 재설)과 팻말(봉복산 1022m, 총 산행거리 12.3km, 등산 5.1km, 하산 7.2km, 현재 하산 위치 7.2km 중 2.06km, 고도 1095m)이 있는 1094.2m봉의 정상이 나온다.
* 1094.2m봉 → 덕고산(31분)
. 우측으로 내려가는 등로(신대리로 이어짐)를 무시하고 직진하여 걸어가면 약간의 굴곡이 있는 능선 길(등로가 비교적 뚜렷하며 키 작은 산죽과 철쭉이 있음)이 이어지다가 작은 바위지대가 나온다. 이곳에서도 바위지대를 우측(바위를 타고 넘어가도 됨)으로 우회하여 진행을 하면 된다. 바위지대를 지나면 계속해서 키 작은 산죽과 바위가 있는 능선 길이 나오는데, 여기서는 능선의 우측 사면을 이용하여 안부로 내려가면 된다.
안부를 지나면 다시 거대한 암봉이 보인다. 여기서도 암봉의 우측 사면을 이용하여 올라가도록 한다. 암봉을 통과하면 다시 작은 바위들이 있는 가파른 오르막길이 나타난다. 조심스럽게 올라가다 보면 우측으로 빠지는 하산로가 보이고, 계속해서 오르막길(철쭉이 있으며 등로가 보임)이 이어지다가 표지판(덕고산(德高山) 1125m, 토요산우회)이 있는 덕고산 정상이 나타난다.
* 덕고산 → 1073m봉(33분)
. 신대리로 내려가는 우측 등로를 무시하고 직.좌 능선을 따라가면 약간의 굴곡이 있는 능선 길(키 작은 산죽과 철쭉이 있으며 등로가 흐릿하게 보임)이 지루하게 이어지다가 제법 펑퍼짐한 봉우리(덕고산에서 18분 거리, 참나무와 산죽이 있으며 산죽 사이로 등로가 보임)가 나온다. 이곳을 지나고 넝쿨나무가 약간 있는 능선 길을 지나면 작은 봉우리가 다시 나타난다.
이곳에서는 정상 직전에 우측으로 방향을 틀어 내려가도록 한다. 내려가면 약간의 잡목과 키 작은 산죽이 계속되는 내리막길이 이어지다가 배나무골에서 양지동으로 이어지는 안부(배나무골이나 양지동으로 이어지는 등로는 보이지 않음)가 나온다. 안부를 지나면 계속해서 산죽이 있는 완만한 오르막길(등로가 흐릿하고 능선이 펑퍼짐하므로 주의할 것)이 이어진다. 이 길을 따라 올라간 곳이 1073m봉의 정상이다.
* 1073m봉 → 1102m봉(13분)
. 좌측으로 방향을 틀면 쓰러진 나무와 산죽이 계속되는 내리막길(산죽 사이로 흐릿한 등로가 이어지며 완만함)이 이어지다가 다시 오르막길이 나타나는데, 등로가 흐릿하므로 이탈하지 않도록 주의한다. 능선 좌측에는 배나무골과 생비 부락의 민가가 보이고, 생곡 저수지가 보인다. 계속해서 산죽(진행을 방해할 정도임)이 있는 오르막길을 따라 힘겹게 올라가면 1148.2m봉과 기맥의 능선이 갈라지는 1110m봉의 펑퍼짐한 정상이 나타난다.
* 1102m봉 → 1029m봉(20분)
. 좌측으로 방향을 틀면 키가 큰 산죽 사이로 흐릿한 등로(자세히 살펴보면 리본이 있음)가 이어진다. 초입에는 등로가 보이지 않으므로 주의하도록 한다. 한동안 이 산죽지대를 따라 내려가면 잠시 산죽이 사라졌다가 다시 이어지면서 Y자 모양의 갈림길이 나오는데, 여기서는 좌측으로 이어지는 등로를 버리고 직진하여 내려가도록 한다. 내려가면 안부를 지나 철쭉이 있는 오르막길이 나타나고, 올라갔다가 가파르게 치고 내려가면 다시 철쭉 등 잡목이 계속되는 오르막길이 이어지다가 1030m봉의 정상이 나온다.
* 1029m봉 → 구목령(21분)
. 직.좌측으로 방향을 틀어 내려가면 수령이 오래된 참나무가 가끔씩 보이고, 철쭉 등의 잡목과 키 작은 산죽이 계속되는 굴곡 능선이 이어지다가 임도가 나온다. 이곳이 구목령이다. 구목령에는 ' 통제구역 '이라고 적혀 있는 철조망과 철문이 있고, 경고문이 있으며 국유 임도를 안내하는 안내판과 표지석이 있다.
* 구목령 → 1128m봉(21분)
. 철문 좌측에 보이는 능선을 따라 올라가면 잠시 완만한 능선 길이 이어지다가 가파른 오르막길(키 작은 산죽이 계속됨)이 나타난다. 올라가면 덕고산과 태기산이 보이는 제법 넓은 헬기장이 나오고, 헬기장을 지나 살짝 내려가면 산죽지대가 잠시 이어진다.
산죽지대를 지나면 참나무류 숲 사이로 가파른 오르막길 다시 나타나는데, 등로가 흐릿하고 약간의 잡초가 있으며 도중에 T자 모양의 갈림길이 있다. 여기서 우측(키 작은 산죽이 있음)으로 방향을 틀어 다시 올라가면 1128m봉의 정상이 나온다.
* 1128m봉 → 1191.8m봉(38분)
. 키 작은 산죽과 약간의 잡목이 있는 완만한 능선 길을 지나가면 1128m봉보다 약간 높고 덩치가 큰 봉우리(작은 헬기장이 있음)가 나오고, 이곳을 지나면 키 작은 산죽과 잡목이 계속되는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흥정산과 회령봉이 조망이 되는 이 내리막길을 따라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가면 약간의 굴곡 능선(키 작은 산죽이 있음)과 가파른 오르막길이 이어지다가 작은 바위봉우리가 나타난다.
이 바위 봉우리를 넘어가면 키가 큰 산죽이 있는 완만한 능선 길(등로는 계속해서 흐릿한 편임)이 이어지다가 다시 오르막길이 나타난다. 산죽이 계속되는 이 오르막길(가파름)을 따라 힘겹게 올라가면 산죽의 키가 작아지면서 경사가 완만해진다. 이곳을 지나면 키가 큰 산죽이 다시 진행을 방해한다. 산죽지대를 지나 올라간 정상이 1191.8m봉이다. 지도상의 삼각점은 없다.
* 1191.8m봉 → 1161m봉(20분)
. 우측으로 방향을 틀어 산죽이 계속되는 굴곡 능선(등로 흐릿함)을 따라 내려가면 바위와 잡목이 있는 능선이 나온다. 우측 사면과 능선 길을 적절하게 이용하여 이곳을 통과하면 계속해서 길 흔적만 보이는 오르막길이 이어지고, 올라가면 등로가 우측으로 방향을 틀어 1161m봉의 정상까지 이어진다.
* 1161m봉 → 1074m봉(45분)
. 직진하여 굴곡 능선을 따라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가면 잡목 사이로 흐릿한 등로가 이어지다가 1180m봉의 정상이 나온다. 이곳에서는 정상 직전에 보이는 좌측 능선 길을 따라 내려가도록 하는데, 내려가면 완만한 능선 길과 내리막길 및 완만한 오르막길이 반복해서 연이어지고, 흐릿한 등로를 따라 키 작은 산죽지대가 계속된다.
이런 등로를 따라 한동안 진행을 하면 산죽이 있는 내리막길(완만함)이 나오고, 또 다시 완만한 능선 길과 완만한 내리막길이 반복되다가 등로가 우측으로 방향을 틀어 약간의 잡목과 바위가 있는 내리막길로 이어진다. 바위의 좌측과 우측을 이용하여 바위지대를 지나고 안부를 지나면 짧은 오르막길과 완만한 능선 길(철쭉 등 잡목이 계속되고 등로가 흐릿함)이 연이어지다가 등로가 좌측(외길임)으로 방향을 틀어 잡목이 있는 굴곡 능선으로 이어진다.
굴곡 능선을 지나면 가파른 오르막길과 완만한 오르막길(계속해서 키 작은 산죽이 있고 등로가 흐릿함)이 연이어지다가 1074m봉의 정상이 나온다.
* 1074m봉 → 임도(18분)
. 내려가면 완만한 내리막길과 제법 가파른 내리막길(키 작은 산죽과 잡목이 있음)이 연이어지다가 키 작은 산죽과 약간의 잡목이 있는 짧은 오르막길이 이어지고,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가면 싸리나무가 있는 완만한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능선 우측에는 흥정산이 보이고, 능선 좌측에는 불발령으로 이어지는 임도가 보인다. 안부를 지나 다시 올라가면 철쭉 등 잡목이 약간 있는 오르막길이 이어지다가 약간의 굴곡이 있는 능선 길이 이어지는데, 굴곡 능선을 지나면 불발령으로 이어지는 임도가 나온다.
* 임도 → 임도 종점(5분)
. 잠시 임도를 따라 진행을 하다가 임도 3거리가 나오면 불발령으로 이어지는 우측 임도를 버리고 좌측 임도를 따라 올라 가도록 한다. 올라가면 임도 종점이 나온다. 임도 3거리에서는 임도와 임도 사이에 있는 능선 길을 따라가야 하지만 임도와 능선이 붙어 있어 임도를 따라 진행을 하는 것이 편리하다. 임도가 끝나는 곳에는 '국유 임도 종점'이라고 적혀 있는 표지석이 있다.
* 임도 종점 → 1052.0m봉 직전의 갈림길(29분)
. 표지석 좌측에 보이는 짧은 내리막길(싸리나무와 키 작은 산죽이 계속됨)을 지나 다시 올라가면 등로가 좌측(외길임)으로 방향을 틀어 완만한 능선 길로 이어진다. 이곳을 지나면 오르막길과 굴곡 능선(키 작은 산죽과 싸리나무가 계속 됨)이 이어지고, 굴곡 능선을 지나 다시 올라가면 중키 정도의 산죽이 있는 완만한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완만한 오르막길을 지나 살짝 내려가면 계속해서 산죽이 있는 완만한 오르막길과 완만한 능선 길이 연이어지다가 등로가 우측으로 방향을 틀어 제법 가파른 오르막길(키 작은 산죽이 있고 등로가 흐릿함)로 이어진다. 올라가면 능선이 갈라지는 분기점이 나온다. 여기서는 우측으로 이어지는 등로를 버리고 좌측에 보이는 능선 길을 따라 올라가도록 한다.
키 작은 산죽이 계속되는 능선 길(등로가 흐릿하므로 주의해서 진행을 하도록 함)을 따라 한동안 걸어가면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공터가 나온다. 이곳이 1052.0m봉 정상과 마루금이 갈라지는 갈림길이다. 1052.0m봉의 정상은 직진하여 산불감시초소를 지나가야 하지만 마루금에서 벗어나 있으므로 의미가 없다.
* 1052.0m봉 직전의 갈림길 → 불발령(21분)
. 우측(산불감시 초소 직전의 공터에서 우측임)으로 방향을 틀면 키 작은 산죽과 싸리나무가 계속되는 완만한 내리막길(등로가 거의 보이지 않음)이 이어지다가 굴곡 능선이 나타나고, 이곳을 지나 올라가면 헬기장(관리 상태가 좋지 못함)이 나온다. 직진하여 산죽과 약간의 잡목이 계속되는 굴곡 능선을 따라가면 완만한 오르막길이 이어지다가 정점을 지나 다시 헬기장이 나온다.
헬기장을 지나 직진하면 낙엽송과 산죽이 있는 완만한 내리막길과 완만한 오르막길이 이어지고, 올라가면 정점을 지나 완만한 내리막길(키 작은 산죽이 계속됨)이 이어지다가 불발령이 나온다. 불발령에는 표지석(96 간선 국유 임도, 불발령 - 도장골),(청계동 18km, 불발령 해발 1013m, 내면 14.5km, 봉평 16.8km)과 국유 임도 안내판이 있다.
* 불발령 → 지석동
. 불발령에서 지석동까지는 상당히 지루한 임도(관리 상태가 양호하여 승용차도 통행이 가능함)와 마을길을 따라 내려가야 한다. 임도만 지나면 마을을 드나드는 차량을 만날 수가 있지만 민가가 적어 자신할 수는 없다. 대중교통은 31번 국도가 지나가는 도로까지 나가야 있다.
* 종주일자 : 2003년 10월 19일
* 종주구간 : 불목재→대학산 안부→808m봉→961m봉→935.1m봉→922m봉→수리봉(959.6m)→782m봉→619m봉→705m봉→568.6m봉 어깨→먼드리재(19번 국도)→717.6m봉 어깨→능현사 하산로→851m봉 암릉→875m봉 헬기장→운무산(980.3m)→봉복능선(고개)→운무산장 위 계곡 공터→주막거리
* 날 씨 : 바람이 약간 부는 쾌청한 날씨
* 조망: 오대산, 태기산, 봉복산, 대학산, 공작산, 병무산, 백덕산, 응봉산, 동막산, 아미산, 가리산 등
* 교통상황
. 서석-불목재-홍천(07:20, 15:30, 18:20)
. 이 외에도 서석-홍천(불목재 경유하지 않는 버스 편임), 서석-횡성(먼드리재 경유) 가는 시내버스가 더러 있으나 삼년대나 황장곡 등의 산행 기점에서는 서석이나 청일로 나가는 버스 편이 없음. 따라서 산행 기점을 하방이재(장승재)와 먼드리재로 하는 것이 좋음
. 서석에는 영업용 택시가 없음
. 서석 시외버스 터미널 전화번호 : 033-433-4030
* 전체 능선 (등로)상태 : 대체적으로 등로가 흐릿하고 방향을 전환해야 하는 곳이 더러 있어 자칫 잘못하면 등로를 이탈할 염려가 있다. 아울러 굴곡이 심하고 암릉과 급경사 구간이 많아 산행거리에 비해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특히, 수리봉과 운무산 및 705m봉, 851m봉 주변은 경사가 심하고 암릉이 있어 다소 위험하다. 따라서 눈이나 비가 올 때는 조심을 해야 한다.
* 산행 후기
양평 뜰을 지나다 보면 들녘에 서 있는 허수아비를 볼 수가 있다. 석장승이나 목장승의 근엄함과는 달리 우는 것 같기도 하고, 웃는 것 같기도 한 그 녀석들은 별다른 꾸밈도 없고, 별다른 색깔도 없다. 그저 벼이삭의 출렁거림에 맞춰 출렁거리고, 벼이삭의 속삭임에 맞춰 속삭일 뿐이다.
하지만 그런 녀석들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으면 너무도 당당하고 너무나 조화로워 마치 내가 그 속에 있는 듯 하다. 내가 만든 작품이 아닌데도 내 작품처럼 느껴지고, 내 것이 아닌데도 내 것처럼 느껴진다. 그런 생각을 한 예인들의 슬기가 부럽고, 그들과 어울릴 줄 아는 양평사람들의 여유가 부럽다.
몇 일 전, 출장을 나섰다가 그런 풍경이 그리워 일부러 양평 뜰을 지나 왔는데, 아직 준비가 채 끝나지 않은 까닭인지 아니면 이번에는 계획이 없어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으나 허수아비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아쉬움이 많았고 친구를 떠나 보낸 것 같은 서운함이 있었다.
일전에 같이 근무하는 동료와 더불어 운무산을 다녀온 적이 있다. 서석에 꽤 좋은 산이 있다는 이야기만 듣고 무작정 찾아갔던 것인데, 생각보다 산세가 우람차고 암릉미가 뛰어나 꽤 즐거웠던 기억이 난다. 해서 이번에는 다소 무리가 따르더라도 먼드리재를 지나 운무산까지 산행을 이어가려고 계획을 세웠다. 산행이 끝나면 양평 뜰에 들러 옛 친구를 다시 한번 만나기 보기로 작정을 하고...
그동안 산행에 동참을 했던 녀석들이 모두 빠지겠다고 하니 이래저래 여유가 많다. 기대감 때문인지 새벽 2시를 알리는 뻐꾸기 소리가 채 끝나기도 전에 눈이 떠진다. 아내는 이른 새벽에 나서는 산행이 걱정스러워 조심하라고 신신당부를 하지만 기대감에 새벽 운전조차 즐겁다.
쉬어가며 운전을 했는데도 물골에 도착을 했을 때는 채 어둠이 가시지 않아 차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서석면 소재지로 곧장 달려갔다. 그런데 시외버스터미널이 있는 위치도 알 수가 없고, 마땅히 물어 볼 사람도 없다. 너무 이른 시간이라 모두들 단잠에 빠져 있는 모양이다.
차를 돌려 지난번에 산행을 끝냈던 불목재로 되돌아가자 그때서야 동이 튼다. 날씨가 화창하여 막힘도 없다. 불목재에서 진지리고개로 이어지는 임도를 따라 새벽 공기를 만끽하며 걷는 맛이 새롭다. 서늘한 새벽 공기가 옷깃을 여미게 하지만 하현달의 흐릿한 모습을 보며 걷는 산행은 즐겁기만 하다.
대학산 안부를 지나고 808m봉과 헬기장을 지나 961m봉으로 올라가자 가을 햇살의 강렬함이 눈을 부시게 한다. 이른 새벽에 아침을 먹은 탓에 허기까지 진다. 능선의 굴곡이 심하니 체력소모가 많을 모양이다. 걱정스럽다. 935.1m봉에 도착하여 삼각점을 찾기 위해 뛰어 다녔을 때는 갈증까지 겹친다. 이제 겨우 산행을 시작하였는데 생각만큼 몸이 따라 주지를 않아 고민스럽다.
갈증을 달랜 후, 발교산과 서석면의 들녘을 구경하고는 922m봉의 안부로 내려가고 있는데 응봉산 너머로 가리산의 암봉이 눈에 들어온다. 휴양림이 들어서기 전, 혼자 가리산에 올라갔다가 바위에서 미끄러져 혼이 난 적이 있다. 싸락눈이 쌓이면서 바위지대가 얼어붙어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는데, 제동이 되지 않았으면 절벽 아래로 떨어져 크게 다칠 뻔했다. 그 때만 생각하면 오금이 저려 온다. 하지만 멀리서 보는 가리산의 암봉은 그저 작은 돌멩이에 불과하다.
그 때를 생각하면 쓴웃음이 나오지만 그래도 추억이라고 다시 오르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홀로 산행을 즐기다 보니 이런 일은 자주 있다. 조심해서 산행을 하긴 하지만 위험을 다 막을 수는 없는 모양이다. 한번은 제천에 있는 대학산의 바위 지대를 올라가다가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그 때도 홀로 대학산을 찾아 나섰다가 정상 직전의 바위를 타고 있는데 핸드폰이 울리는 것이었다. 위험한 상황이라 전화를 받는 다는 것은 언감생심, 해서 무시하고 확보물 찾기에만 전념을 하고 있는데, 이 놈의 전화벨이 끊어지지를 않는다. 겨우 두 손이 필요 없는 곳까지 올라가서는 한 손은 홀더를 잡고 두 발은 바위에 밀착을 시켜 엉거주춤한 자세로 전화를 받았더니 제자 놈이 하는 말 " 선생님, 숨소리가 왜 그러세요? " " 이놈아! 지금 바위 붙잡고 있다. 나중에 전화하자. " " 무거운데 왜 잡고 있어요. 그냥 놓으세요 "....
가리산 촬영을 끝내고 잠시 더 진행을 하다가 삼밭떼기 마을이 보여 다시 카메라를 끄집어내서 사진을 찍고 있는데 주변이 소란스럽더니 노루 - 처음에는 노루라고 생각을 했으나 두 놈 모두 뿔이 없어 고라니 같기도 하다. 그러나 크기와 고지대라는 특성상 고라니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 두 마리가 922m봉 쪽으로 도망을 친다. 사진 찍을 욕심에 힘든 줄도 모르고 달려가서는 잽싸게 세터를 눌렀다. 하지만 이상한 문구만 뜰 뿐, 찍히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지난밤에 밧데리를 충전시켰는데, 요놈이 벌써 방전이 되어 버린 모양이다. 밧데리를 바꾸고는 노루가 도망간 곳으로 쫓아가 보았지만 녀석들은 벌써 사라지고 없다. 아쉽기는 하지만 도리가 없다.
카메라를 다시 집어넣고 922m봉을 향해 발길을 돌렸으나 노루를 찍겠다고 뛰어다닌 탓에 장딴지가 뻐근하다. 허기까지 겹치니 걷는 것이 부담스럽다. 해서 사과 한 개를 꺼내 한 입 베물었다. 베물었던 사과를 막 목구멍으로 넘기려고 하는데 이디선가 개가 짖는 소리가 들여왔다. 근처 마을에서 나는 소리라 지레 짐작을 하고는 애써 무시해버렸는데, 다시금 처절하게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때서야 지도를 펼쳐 놓고는 개가 우는 방향의 마을을 찾았더니 그 쪽에는 민가가 없다. 그 순간 다시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고, 야생짐승의 아우성이 치는 소리가 들려 일순 긴장감이 전신을 타고 흐른다. 근처에 사냥꾼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치면서...
지난 겨울 금북의 마루금을 지나가다가 사냥꾼이 쏘는 총소리와 사냥개가 짖는 소리에 놀라 혼이 난 적이 있는데, 그 때 당한 그 꼴을 다시 한번 더 당해야 할 모양이다. 하지만 도망갈 곳이 없다. 안부에 갇혀 있으니 양쪽이 모두 오르막길이다. 진퇴양난, 이럴 때를 두고 하는 말인가...이제는 정말 개가 싫다. 소리조차 지겹다.
스틱을 움켜지고는 소리나는 곳을 향해 한참을 응시했지만 정적만이 흐를 뿐, 작은 움직임조차 없다. 그러니 더 긴장이 된다. 산행을 하면서 이럴 때가 가장 싫다. 이런 분위기가 너무 싫다. 하지만 도리는 없다. 웬만큼 시간이 지나자 슬슬 짜증까지 났다. 그래서 내가 먼저 움직이기로 마음을 바꿨다.
달리 방법이 없어 움직이기는 했지만 긴장감은 사라지지를 않는다. 긴장을 하고 걸었던 탓에 922m봉은 어떻게 넘어갔는지 기억조차 없다. 그런데 그 긴박한 순간에도 습관적으로 기록을 남겼다. 들고 있던 사과도 다 먹어 버렸다. 도대체 뭐가 뭔지...
922m봉을 지나자 청산아터 마을이 보이기 시작했다. 마을이 보이자 다소 긴장이 풀린다. 긴장이 풀리니 졸음이 몰려오고... 안부를 지나 나타난 굴곡 능선도 제법 지루하다. 지루함이 느껴지는 것을 보니 긴장이 풀리기는 풀린 모양이다. 황정골에서 청산아터로 이어지는 안부를 지나 다시 오르막 능선을 타고 있는데 좌측 사면에 노루 한 마리가 보였다. 순간적으로 사진기를 끄집어내서 한 컷 찰칵...하지만 확인을 해 보니 사진 속에 있어야 할 노루가 없다. 도대체 뭘 보고 찍은 것인지 원...
사진을 찍고 막 고개를 돌리려는데 개 짖는 소리가 다시 들려 온다. 그런데 웬걸, 소리가 들리는 곳에 있는 놈들은 개가 아니라 노루 두 마리다. 이럴 수가...그러면 지금까지 나를 놀라게 한 놈들이 바로 저놈들???
개 짖는 소리와 노루가 울부짖는 소리가 같을 수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가 않았으나 바로 앞에서 노루 두 놈이 싸우면서 개 짖는 소리를 내고 있으니 믿지 않을 수도 없다. 그동안 산행을 다니면서 수십 마리가 넘는 노루를 보았었는데, 그 때까지도 노루가 싸우면서 내는 소리를 듣지 못했으니...
하도 어이가 없어 잠시동안 그 놈들 싸우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러다 문득 화가 나서 냅다 고함을 질렀더니 이 놈들이 '걸음아 날 살려라' 도망을 쳐버린다. 손에 카메라가 있다는 것은 노루를 보내고 난 뒤에 알았다. 아쉬웠다. 모처럼 좋은 장면을 카메라에 담을 수가 있었는데, 노루 싸우는 것을 보느라고 정신이 없었으니...
노루라는 것을 알자 긴장이 완전히 풀려 버리고, 머릿속이 몽롱해진다. 햇살마저도 나른하게 내리쬐고 있고...그래서 수리봉으로 이어지는 오르막길이 더 지겹다. 정상에 도착했을 때는 모든 것이 귀찮다는 생각이 들어 한동안 휴식을 취했다. 발교산과 서석면을 조망하고, 운무산에서 덕고산을 거쳐 오대산과 태기산으로 이어지는 능선도 조망을 하였다. 더불어 사진도 몇 장을 찍고...
수리봉을 지나면서부터 등로 위에 작은 바위들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782m봉을 지나 705m봉으로 이어지는 등로 상에는 제법 덩치가 큰 바위들이 버티고 있다. 705m봉의 정상에도 덩치가 큰 바위가 있어 올라가는 것이 예사롭지가 않다. 바위와 바위 사이에 있는 안부를 이용하여 올라가기는 했으나 긴장을 한 탓에 근육이 굳어 온다.
705m봉의 정상에 있는 바위 위에서 수리봉과 발교산을 조망하고는 먼드리재를 향해 내려가자 내려가는 이곳에도 제법 가파른 내리막길이 다리품을 팔게 한다. 다락골 쪽에서는 또 다시 노루 싸우는 소리가 들려 오고...비탈길이 많고 바위지대가 자주 나타나다 보니 산행하는 것이 상당히 조심스러워 진다. 안전을 생각하다 보니 진행하는 속도도 점점 느려지고...
568.6m봉을 지나 먼드리재에 내려서자 잠시나마 산행을 중단하고 싶다는 충동이 생긴다. 노루에 쫓기고(?), 바위 때문에 긴장을 하다보니 산행을 지속시킬 힘이 없다. 이래저래 고민스럽다. 하지만 여기서 중단을 해버리면 다음 산행 때 또 고생을 해야 할 것 같아 본능적으로 절개지를 타고 오른다.
절개지를 지나 완만하게 이어지는 능선에 진입을 하자 도대체 이런 산행을 왜 지속해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 하지만 굴곡 능선을 지나 세대기와 상근암이 보이는 전망바위에 도착을 하자 가을 햇살에 반사된 운무산의 치마바위가 너무 멋지다. 유혹의 손길이 너무 뜨겁다. 상근암의 밭에서는 일하는 아낙의 손놀림이 바쁘게 움직이고...
지난번 산행 때도 이곳에 앉아 서석면 일대를 구경한 적이 있어 낯설지가 않다. 낯설지가 않으니 친근감이 돌고, 친근감이 도니 산행할 맛이 새로이 솟는다. 전망바위를 지나 다시 바위를 타고 돌자 횡성군에서 세운 팻말이 이정표 역할을 톡톡히 해준다.
헬기장으로 오르는 길이나 운무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등로가 허리를 휘게 하지만 단풍과 어울린 바위산은 언제나 즐겁다. 차시간이 빠듯하여 서둘러야 했지만 단풍구경에 넋이 나가 생각할 겨를이 없다. 단풍과 어우러진 운무산의 바위지대는 가을 서정이라는 말을 실감나게 한다.
치마바위 갈림길에 도착을 하자 신대리에서 왔다는 산행객들이 반가운 인사를 보낸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사람들을 만나자 너무 반갑다. 혼자 왔다는 말에 외계인 취급을 하기는 했지만 이웃을 만난 것처럼 반갑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차시간이 마땅하지 않아 고민을 하고 있다고 하니 흔쾌히 봉복능선을 지나 계곡공터로 하산을 하란다. 자기들 차량이 그곳에 주차되어 있으니 태워 주겠다고 하면서...
인심 좋은 분들을 만난 후라 이어지는 산행은 마냥 즐겁다. 송암 부근을 지나서는 다시 전망 좋은 바위지대가 나왔다. 사진을 찍고는 주막거리로 이어지는 계곡을 구경하며 여유를 부려봤다.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는 것이 이렇게 좋다. 산행은 이래야 하는 것인데...
송암을 지나 가파른 내리막길을 따라 조심스럽게 내려가자 봉복 능선이 나왔다. 이곳을 봉복 능선이라고 부르는 까닭은 알 수가 없었으나 횡성군에서 세운 등산로 안내판에 그렇게 쓰여 있으니 그렇게 부를 수밖에 없다.
봉복능선에서 삼년대로 이어지는 등로는 흐릿하였지만 계곡공터로 이어지는 등로는 상당히 뚜렷하였다. 잣나무와 사이로 이어지던 등로가 계곡을 따라 이어지고, 곳곳에 횡성군에서 세운 이정표가 있어 등로를 이탈할 염려가 전혀 없다. 한강기맥을 종주하면서 이렇게 이정표가 잘 되어 있는 곳은 처음이다. 계곡 공터에 도착을 하자 이른 시간인데도 그늘이 짙다. 그만큼 오지라는 뜻이고, 그만큼 깊이가 있다는 뜻이다. 그래도 짐을 풀고 몸을 씻는 기분은 유쾌하기만 하다.
오랜 기다림 끝에 헤어졌던 분들을 다시 만났다. 그분들의 순박함은 도심의 건조함에 찌들어 있던 나에게 감로수와 같은 상쾌함을 던져 준다. 가슴이 '뻥'하고 뚫리는 시원함이 느껴진다. 해서 오랜만에 대간이 어떻고, 정맥이 어떻고, 기맥이 어떻고 하면서 주제 넘는 강의(?)를 하였다.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한 번 말을 끄집어내면 끝낼 줄을 모른다. 눈치는 '꽝'이다. 그래도 열심히 들어 주는 그 분들이 고맙다.
도솔천 선생을 비롯한 신대리 분들의 도움으로 불목재까지는 너무나 수월하게 도착을 하였다. 오는 도중 서로의 관심사에 대한 작은 토론회까지 열려 모처럼 귀한 시간을 보냈다. 그래서 헤어짐이 아쉽다. 낯선 타지 인을 위해 자신의 시간을 쉽게 내주는 그들의 씀씀이에 갈채를 보내고 싶다. 내가 배워야 할 귀중한 것들이다.
헤어지면서 그분들이 해주었던 이야기는 아직도 귓전을 맴돈다. " 강원도에 관광지가 많고, 볼거리가 많지만 사람들이 강원도를 찾는 까닭은 놀이 시설이 있어서도 아니요, 숙박시설이 편해서도 아니며, 편안하게 쉴 수 있어서도 아니다. 사람들이 강원도를 찾는 이유는 불편하지만 그곳에 가면 순박함이 살아 있어서다. 그곳에 가면 포근함을 느낄 수가 있어서다. " " 그런데 요사이 사람들이 하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다. 강원도를 다른 관광지처럼 그저 그런 곳으로 꾸미려고 한다. 자연 그대로, 있는 모습 그대로 그냥 두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생명력이 있다.... "
● 주요 기점별(基點別) 산행 안내
* 불목재 → 대학산 안부(47분)
. 임도를 따라 40분 정도를 걸어간 다음, 163번 낙엽송(낙엽송에 163번 번호표가 매달려 있음)이 있는 곳에서 계곡 좌측으로 이어지는 오르막길을 따라 올라가면 대학산 안부가 나온다.
* 대학산 안부 → 808m봉(12분)
. 좌측으로 방향을 틀어 흐릿하게 이어지는 오르막길(가을철에는 낙엽이 많이 떨어져 있어 등로가 잘 보이지 않음)을 따라 올라가면 작은 봉우리 하나를 지나 가파른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10분 정도를 이 오르막길을 따라 제법 가파르게 치고 올라가면 작은 바위가 있는 완만한 오르막길이 이어지다가 808m봉의 정상이 나온다.
* 808m봉 → 헬기장(23분)
. 안부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가면(등로는 계속해서 흐릿하고 낙엽이 많이 쌓여 있으며 완만한 오르막길이 이어짐) 등로가 봉우리 좌측 사면을 따라 안부로 이어지다가 다시 오르막길이 나타난다. 이 오르막길을 따라 올라가면 T자 모양의 능선 갈림길이 나타나는데, 여기서는 좌측의 임도로 내려가는 내리막길을 무시하고 우측의 오르막길을 따라 올라가도록 한다. 올라가면 전망이 트여 있는 헬기장이 나온다.
* 헬기장 → 961m봉(11분)
. 직진하여 임도로 내려가는 등로를 무시하고 우측(리본이 있음)으로 방향을 틀어 살짝 내려가면 약간의 굴곡이 있는 능선 길(등로는 계속해서 흐릿함)이 이어지다가 안부(좌측의 임도로 내려가는 흐릿한 하산로가 있고 하산로 주변에 굵은 낙엽송 숲이 있음)가 나온다. 안부를 지나 면 다시 오르막길이 이어지다가 T자 모양의 갈림길이 나오는데, 여기서도 좌측에 보이는 등로를 무시하고 우측에 보이는 등로를 따라 올라가도록 한다. 올라가면 약간의 돌무더기가 있는 961m봉의 정상이 나온다.
* 961m봉 → 935.1m봉(22분)
. 돌무더기를 지나 20m쯤 걸어가면 등로가 우측(주의 : 직진하는 등로 버릴 것)으로 방향을 틀어 가파른 내리막길로 이어진다. 등로가 흐릿하여 자칫하면 등로를 이탈할 염려가 있으므로 조심하도록 한다. 내려가서 굴곡 능선의 좌측 사면을 따라 이어지는 등로를 따라가면 잡목과 잡초가 더러 보이다가 펑퍼짐한 안부가 나오는데, 이곳을 지나면 다시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이 오르막길을 따라 올라간 곳이 발교산과 935.1m봉이 갈라지는 능선 분기점이다. 여기서는 우측 능선(발교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임)으로 이어지는 등로를 무시하고 좌측 능선 길을 따라 올라가도록 한다. 올라가면 철쭉이 있고 약간의 굴곡이 있는 935.1m봉의 정상부가 나타난다. 지도상의 삼각점은 없다.
* 935.1m봉 → 922m봉(24분)
. 직진하여 잠시 내려갔다가 안부를 지나 다시 올라가면 철쭉이 있는 완능 수준의 완만한 오르막길(등로는 계속해서 흐릿함)이 이어지다가 정점이 나타나는데, 여기서 좌측으로 방향을 틀어 살짝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가면 등로가 좌측으로 방향을 틀어 내리막길로 이어진다. 내려가면 철쭉 등 약간의 잡목이 있고 참나무 숲이 계속되는 굴곡 능선이 이어진다. 굴곡 능선을 지나 가파르게 올라간 정상이 922m봉이다.
* 922m봉 → 수리봉(60분)
. 922m봉의 정상에서는 직진하는 등로를 버리고 우측에 보이는 가파른 내리막길을 따라 내려갔다가 다시 가파르게 이어지는 오르막길을 따라 올라가도록 한다. 올라간 다음에는 직진하여 살짝 내려갔다가 완만하게 이어지는 능선 길을 따라가도록 하는데, 가다가 능선이 꺼지는 곳이 나오면 좌측 능선으로 이어지는 등로(주의할 것)를 무시하고 직진하여 내려가도록 한다.
내려가면 등로가 서서히 좌측으로 방향을 틀어 안부까지 이어지다가 다시 오르막길로 이어진다. 등로는 계속해서 흔적만 보인다. 이어지는 오르막길을 따라 올라가면 등로가 약간의 굴곡을 이루면서 짧은 내리막길과 긴 오르막길로 연이어지는데, 정점까지 힘겹게 올라가면 갈림길이 나타난다. 여기서는 직진하는 등로를 버리고 우측으로 방향을 틀어 살짝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가도록 한다.
올라가면 완만한 오르막길과 가파른 오르막길이 연이어지다가 수리봉 정상이 나타난다. 이곳에서는 발교산과 서석면 소재지 및 동막산과 응봉산이 보이고 운무산에서 덕고산으로 이어지는 한강기맥의 마루금이 보인다. 날씨가 좋은 날은 태기산과 오대산도 보인다. 하지만 지도상의 삼각점은 없다.
* 수리봉 → 782m봉(31분)
. 직진하여 굴곡 능선(약간의 바위와 잡목이 있음)을 따라 서서히 내려가면 작은 바위로 이루어진 봉우리가 나온다. 바위 봉우리를 지난 20m전방에서는 등로를 따라 좌측으로 방향을 틀어 내려가야 하는데, 내려가면 바위와 잡목이 있는 내리막길(등로가 거의 보이지 않으므로 날등을 벗어나지 말 것)이 계속된다. 내려가는 도중에 나타나는 바위지대(절벽임)는 바위 좌측을 이용하여 진행을 하도록 한다. 계속해서 가파르게 이어지는 내리막길을 따라 조심스럽게 내려가면 잠시 굴곡 능선이 이어지다가 다시 오르막길이 나타난다. 올라간 정점이 782m봉이다.
* 782m봉 → 황정골에서 청산아터로 이어지는 고개(23분)
. 805m봉으로 이어지는 등로(직진하는 등로임)를 버리고 우측으로 방향을 틀어 내려가면 바위 봉우리가 나온다. 이 봉우리를 지나 다시 내려가면 곧게 뻗은 참나무 숲이 이어지다가 바위가 있는 능선 길이 나오는데, 여기서는 바위 능선의 좌측 사면을 따라 진행을 하도록 한다. 이곳을 지나면 소나무 숲이 보이기 시작한다. 바위 능선을 지나고 소나무와 참나무가 계속되는 내리막길을 지나면 굴곡 능선이 제법 길게 이어지다가 황정골에서 청산아터로 이어지는 흐릿한 고개가 나온다.
* 황정골에서 청산아터로 이어지는 고개 → 705m봉(30분)
. 고개를 지나(계속해서 등로가 흐릿하고 소나무와 약간의 바위가 있음) 올라가다가 다시 바위지대가 나오면 바위지대를 우측으로 우회하여 올라가도록 한다. 정점까지 올라간 다음에는 좌측으로 방향을 틀어 내려갔다가 안부를 지나 다시 올라가도록 하는데, 올라가면 또 다시 바위지대가 나온다. 여기서는 바위지대를 그대로 치고 올라가도록 한다. 바위지대를 지나면 낙엽송과 참나무가 있는 가파른 오르막길이 이어지다가 마지막 바위지대가 나타난다. 이곳에서는 바위지대 좌측을 이용하여 바위와 바위 사이에 있는 안부로 올라가도록 한다. 경사가 가파르고 마땅한 홀더가 없으므로 눈이나 비가 올 때는 조심해서 진행을 하도록 한다. 올라간 안부 우측에 있는 봉우리가 705m봉의 정상이다.
* 705m봉 → 568.6m봉 어깨(32분)
. 좌측으로 방향을 틀어 걸어가다가 다시 바위지대가 나오면 바위 좌측(미끄러우므로 조심할 것)을 이용하여 내려가도록 한다. 바위지대를 지난 다음에는 바위와 연결되는 능선(바위 위에서 보면 직진하는 능선 길)을 무시하고 내려간 곳에서 직.좌측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 내려가도록 한다. 내려가다가 등로를 따라 직.우측으로 방향을 틀어 진행을 하면 능선 우측에 낙엽송 숲이 보이고 약간의 굴곡이 있는 능선 길이 몇 차례 반복이 된다. 굴곡 능선을 지나 잡목이 있는 오르막길을 따라 올라가면 능선 우측에 무선 송신탑 2개가 보이는데, 송신탑과 연결이 되는 능선 의 끝(568.6m봉 직전에 있음)이 568.6m봉의 어깨이다.
* 568.6m봉 어깨 → 먼드리재(5분)
. 우측(무선 송신탑과 연결이 되는 능선 끝의 봉우리에서 우측)으로 방향을 틀어 흐릿하게 이어지는 내리막길을 따라 내려가면 무선 송신탑 2개(011과 016)가 나온다. 이곳에서 송신탑 우측으로 이어지는 내리막길을 따라 계속해서 내려가면 컨테이너 박스와 청일면 표지판이 보이는 먼드리재(2차선 아스팔트 도로)가 나온다.
* 먼드리재 → 717.6m봉 어깨(50분)
. 컨테이너 박스가 있는 곳에서 도로를 건너간 다음, 절개지의 정점으로 이어지는 등로(흐릿함)를 따라 정점까지 올라가면 우측 능선으로 이어지는 흐릿한 등로가 보인다. 잡목이 있고 등로가 흐릿한 이 곳(완능 수준의 완만한 오르막길)을 지나면 약간의 굴곡이 있는 능선 길이 이어지다가 등로가 좌측(정점에서 좌측)으로 방향을 틀어 완만한 오르막길(굵은 소나무와 약간의 잡목이 있으며 능선 좌측으로 낙엽송 숲이 보임)과 가파른 오르막길로 이어진다.
가파른 오르막길을 지나고 완만한 오르막길을 지나 정점에 오르면 등로가 또 한번 좌측으로 방향을 틀어 약간의 굴곡이 있는 능선(등로는 계속해서 흐릿함)으로 이어지고, 이곳을 지나면 제법 펑퍼짐한 능선과 봉우리가 나타난다. 이곳이 610m봉의 정상이다. 여기서는 610m봉의 우측 사면을 따라 우측 능선으로 진행을 해야 한다. 우측으로 방향을 틀어 계속되는 굴곡 능선을 따라가면 완만한 오르막길과 능선 길을 지나 다시 가파른 오르막길이 나타난다. 이 오르막길을 따라 올라가면 710m봉의 좌측 사면을 지나 717.6m봉과 운무산이 갈라지는 갈림길이 나온다. 이곳이 717.6m봉의 어깨이다.
* 717.6m봉의 어깨 → 능현사 하산로(10분)
. 717.6m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길(좌측)을 버리고 우측으로 방향을 틀어 굴곡 능선(약간의 잡초가 있고 다소 지저분하며 흐릿함)을 따라가면 팻말(운무봉 2.1km 3시간 30분 소요, 먼드리재)이 있는 안부가 나온다. 이곳이 능현사로 내려가는 하산로이다. 여기서 우측으로 내려가면 능현사가 나오고 내촌부락이 나온다. 횡성군에서 매달아 놓은 표식이 있으나 등로가 흐릿하다.
* 능현사 하산로 → 869m팻말(42분)
. 팻말을 지나 가파르게 이어지는 오르막길을 따라 올라가면 잠시 완만한 능선 길이 이어지다가 약간의 바위와 굴곡이 있는 가파른 오르막길이 나타난다. 이 오르막길을 따라 올라가면 상근암과 세대기 및 운무산과 동막산 등이 보이는 전망 바위가 나오고, 이곳을 지나 우측으로 방향을 틀면 제법 덩치가 큰 바위지대가 연이어진다.
첫 번째 바위지대는 좌측으로 우회하여 통과하고, 두 번째 바위지대는 바위와 바위 사이에 있는 안부를 이용하여 우측으로 살짝 내려갔다가 암봉의 우측면을 이용하여 올라가도록 한다. 바위지대를 지나면 팻말(운무산 980m, 총 산행거리 6.4km, 등산 1.88km, 하산 4.52km, 현재 하산위치 4.52km 중 2.18km, 고도 806m)이 있는 내촌 하산로가 나온다.
팻말을 지나면 계속해서 바위가 있는 능선 길이 연이어지는데, 바위지대의 좌측과 우측을 이용하여 올라가면 '등산로'라고 적혀 있는 표지판이 연이어지다가 등로가 좌측으로 방향(두 번째 '등산로' 표지판을 지나 방향을 틈)을 틀게 된다. 방향을 틀어 잠시 더 진행을 하면 또 다시 팻말(운무산 980m, 총 산행거리 6.4km, 등산 1.88km, 하산 4.52km, 현재 하산 위치 4.52km 중 1.56km 고도 869m)이 나온다. 이곳이 869m 팻말이다.
* 869m팻말 → 875m봉 헬기장(18분)
. 좌측으로 방향을 틀어 가파르게 이어지는 내리막길(미끄러우므로 조심할 것)을 따라 조심스럽게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가면 작은 바위가 있는 가파른 오르막길이 이어지다가 875m봉의 헬기장이 나온다.
* 875m봉 헬기장 → 운무산(22분)
. 우측으로 방향을 틀어 잡목지대를 지나가면 잠시 완만한 능선 길이 이어지다가 팻말(운무봉 0.4km, 먼드리재)이 나온다. 팻말을 지나면 다시 가파른 오르막길이 이어지고, 올라가면 치마바위와 운무산 정상이 갈리지는 갈림길이 나타난다. 이곳에도 팻말(치마바위 0.6km 15분 소요, 운무봉 0.2km 10분 소요)이 있다. 팻말을 지나고 허름한 헬기장을 지나면 팻말(운무봉 980.3m, 하산길 - 내촌방향 4.52km 약 2시간)과 삼각점(1989 복구)이 있는 운무산 정상이 나온다.
* 운무산 → 봉복능선(25분)
. 직진하여 바위 능선을 타고 내려가면 갈림길이 나타난다. 여기서는 바위를 타고 내려가도 되고 바위 좌측으로 이어지는 등로를 따라 내려가도 된다. 갈림길을 지나면 다시 팻말(직진 송암, 현재 등산 위치 1.88km 중 1.6km, 고도 864m)이 있는 송암 갈림길이 나타난다. 이곳에서는 송암으로 이어지는 등로(직진하는 등로임)를 버리고 우측으로 이어지는 가파른 내리막길을 따라 내려가도록 한다. 내려가면 잠시 완만한 능선 길이 이어지다가 팻말(등산 1.88km, 하산 4.52km, 현재 하산 위치 1.88km 중 1.36km, 고도 698m)이 있는 봉복 능선(고개)이 나타난다.
* 봉복 능선 → 계곡공터(22분)
. 고개에서는 삼년대로 이어지는 좌측 하산로를 이용하여 내려가도 되고, 계곡 공터를 지나 내촌으로 이어지는 우측 하산로를 이용하여 내려가도 된다. 좌측 하산로는 등로가 흐릿하고 표식이 없으나 우측 하산로는 횡성군에서 매달아 놓은 표지판이 많이 있어 내려가기가 수월하다. 내려가면 잣나무 지대를 따라 제법 뚜렷한 하산로가 이어지다가 계곡 공터가 나온다. 계곡공터에는 간이 화장실과 컨테이너 박스가 있고 횡성군에서 세워 놓은 운무산 등산로 안내판이 있다.
* 계곡공터 → 주막거리
. 계곡 공터에서 주막거리로 나가는 비포장 임도는 승용차도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정비가 잘 되어 있다. 운무산 산장을 지나고 오대산 샘물 공장(가동하지 않음)을 지나면 민가(계곡공터에서 10분 정도 거리에 있음)가 나온다. 민가가 있는 곳부터는 주막거리로 나가는 차량을 볼 수가 있다.
* 종주일자 : 2003년 9월 28일
* 종주구간 : 노천리→개고개→522m봉→630.6m봉→덕구산(656m)→450m봉→475m봉 안부→화방이재(장승재, 406번지방도)→626m봉→진지리 고개(임도)→대학산(876.4m)→대학산 안부(고개)→임도→불목재(444지방도)
* 전체 능선 (등로)상태
개고개에서 화방이재까지는 잡목과 잡초 및 쓰러진 나무가 있고 굴곡이 약간 있는 능선 길이 이어지며, 화방이재에서 대학산 안부까지는 잡목과 잡초가 별로 없으나 굴곡이 제법 심한 능선 길이 이어진다. 갑자기 방향을 전환해야 하는 곳도 더러 나온다.
● 산행 후기
운두령에서 두로봉으로 이어지는 한강기맥의 마지막 구간에 규홍이와 원기란 녀석을 동참 시켰더니 같은 반의 창식가 부러웠던지 같이 가고 싶다는 이메일을 보내왔다. 해서 이번 구간에는 집안 일이 있어 참석할 수가 없다는 규홍이와 원기를 대신해서 창식와 형래를 동참시켰다. 하지만 산행이라고는 동네 뒷산 밖에 간 적이 없는 두 녀석이라 내심 걱정이 앞선다.
약속한 새벽 3시에 집을 나서서 여주휴게소에 들러 이른 아침을 먹고는 개고개 입구의 외딴 가옥에 도착을 했지만 기대와는 달리 날씨가 화창하지 못해 걱정스럽다. 초보 산꾼(?)에게는 보이는 것이 화려해야 산행하는 맛이 나는 법인데, 날씨가 이 모양이니 실망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그러나 걱정과는 달리 첫 산행에 대한 기대감으로 녀석들의 입에서는 벌써부터 콧노래가 흘러나온다. 짐을 챙기고, 등산화를 갈아 신기고, 출발하자는 신호를 보내자마자 체력장 하듯이 앞서가는 녀석들의 뒷모습이 우스꽝스럽다. 하지만 녀석들의 기분을 깨트리고 싶지 않아 묵묵히 지켜만 볼뿐이다.
새벽 산책을 나왔다는 노천리 사람들과 어울려 외딴 집으로 올라가자 이방인의 몰골에 놀란 개들이 사정없이 짖어대고, 그 소리에 놀란 주인 아저씨는 반가움 반, 의심 반으로 이방인을 맞이한다. 시골 인심은 시골 인심이라 올라가는 등로까지 상세하게 일러주면서 조심해서 산행을 하란다. 지난번에는 그 집의 개들을 피해 계곡을 따라 내려갔는데, 이번에는 주인의 도움으로 편안하게 개고개까지 오를 수가 있었다.
개고개에 올라 잠시 기록을 남긴 다음, 기맥의 마루금에 붙어 능선을 타고 가자 입에서는 벌써부터 단내가 나고 윗도리는 땀으로 젖어버린다. 하지만 초보 산꾼들의 입에서는 콧노래가 그치지를 않는다. 그것이 그저 고맙다. 개고개를 지난 지 8분만에 522m봉의 산불감시 초소가 눈앞에 나타났다.
522m봉을 지나면서 능선의 굴곡이 한결 완만해져 잠시 긴장을 풀고는 녀석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면서 걸어가고 있는데 능선 왼쪽에 있는 산봉우리 하나가 계속해서 눈에 거슬린다. 아무리 지도를 펼쳐 놓고 살펴보아도 지도상에는 없는 산봉우리라 이상스럽기는 했지만 522m봉을 지난 후로 능선 분기점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별다른 의심은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것이 탈이었다. 지도에 없는 산봉우리라 의심하고 의심만 했지 막상 나침반으로 지도정치 할 생각을 못했는데 결국에는 그 때문에 아까운 체력과 시간을 낭비하고 말았다. 무작정 등로를 따라 걷다가 낯이 익은 들녘이 나타나, 나침반을 꺼내 방향을 살펴보았더니...아뿔싸!!! 보이는 들녘은 노천리였다.
겨우 사태를 수습하여 갈림길로 되돌아가자 수많은 리본들이 조롱하듯이 쳐다보고 있다. 리본을 쳐다보는 순간 ' 제발 이 길로 가달라고 그렇게 애원했는데, 나를 버리더니 요 녀석들 쌤통이다.'라고 놀리는 듯 하여 여간 민망하지가 않다. 녀석들은 내가 최고의 산꾼인 줄 아는데 면목이 없다. 시작하자마자 등로를 이탈하여 고생이나 시키고 있으니...'쿼바디스 도미네'요, '쿼바디스 도미네'다...
창피는 하지만 그나마 산허리쯤에서 되돌아 온 것을 위안 삼으며 마루금을 찾아 걸어가자 그동안 잠잠하던 잡목과 잡초가 나타나 새삼 긴장이 된다. 이슬을 털어 내며 걸어가기는 했지만 촉촉이 젖어 오는 바지가랑이는 어쩔 수가 없다. 미리 예상을 하고 녀석들에게는 스패츠를 착용시켰지만 그래도 걱정스럽다. 방화선처럼 생긴 임도를 따라 한동안 잡초지대가 계속된다.
잡목과 잡초가 사라지면서 걷는 것이 한결 수월해진다 싶더니 다시 칡넝쿨지대가 나타나 진로를 방해한다. 하지만 칡넝쿨지대를 지나자마자 산불감시초소가 나타나고 잠시 후에는 제법 넓은 헬기장까지 보인다. 이곳이 630.6m봉의 정상인 모양이다. 위치 확인을 위해 삼각점을 찾아보았으나 잡초에 묻혀 있는지 삼각점은 보이지 않았다.
630.6m봉을 지나 덕구산으로 향하는 등로에도 굵은 소나무 숲이 이어지고 있어 걷는 맛이 난다. 하지만 능선의 굴곡이 점차 심해지고 산행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한동안 계속되던 녀석들의 콧노래가 차츰 줄어든다. 두 녀석 모두 지치지 시작하는지 말이 없다. 형래란 녀석은 얼굴색까지 변한다.
그런 녀석들을 달래가며 힘들게 도착을 했지만 덕구산 정상에는 그저 몇 개의 리본과 잡초만 보일 뿐 별다른 표식이 없다. 나무가 많아 조망도 별로다. 그래도 정상이라 힘들게 올라온 녀석들에게 잠시나마 휴식의 시간을 주었다. 쉬자는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누워버리는 녀석들에게 '한탄바이러스'가 어떻고 '쯔쯔가무시' 병이 어떻고 떠들어 봐야 소귀에 경 읽기... 푹 쉬고 싶다는데...
덕구산 정상을 지난 내리막길에서는 잠시 조망이 트여 935.1m봉에서 발교산과 병무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바라 볼 수가 있었다. 병무산을 지나 한참을 더 내려가면 태기왕의 전설이 남아있는 어답산이 나오는데, 몇 해 전 겨울, 작심하고 전설을 찾아 어답산으로 들어간 적이 있다. 딱히 전설을 간직하고 있는 사람이 없어 산만 타다가 내려왔지만 한동안 긴 여운이 남아 그 다음 해에는 다시 태기왕의 전설을 찾아 태기산을 찾아갔었다. 그곳에서도 태기왕의 전설은 찾지 못하고 화전민의 흔적만 확인하고 말았다. 그래서 아직도 긴 아쉬움이 남는다.
450m봉을 지나자 낙엽송 숲이 멋들어지게 서있다. 한동안은 소나무 및 참나무와 어우러진 낙엽송을 구경하느라 피곤함을 잊었지만 화방이재로 내려가는 등로를 모두 답사한답시고 뛰어 다닌 탓에 화방이재에 도착을 했을 때는 다리가 저려왔다. 지나다니는 차량의 행렬이 예사롭지가 않다. 이곳에서 한 구간을 끊으면 노천리까지 이동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겠다.
화방이재를 지나 626m봉으로 올라가는 초입에도 잡목과 잡초가 엄청나고 등로가 없어 제법 다리품을 팔게 한다. 녀석들의 투덜대는 소리가 귓전을 스치지만 무시할 수밖에 도리가 없다. 잡초지대를 지나자 경사가 다소 완만해지면서 소나무 숲을 감상하는 맛이 그만이다. 정상을 지나고 667.9m봉과 기맥의 능선이 갈라지는 곳을 지나자 능선이 갈라지는 분기점이 수시로 나타난다.
제법 가파르게 이어지는 내리막길을 따라 어렵게 내려가자 진지리 고개라고 부르는 임도가 나왔다. 물골 사람들은 이 고개를 이용하여 화방이에 있는 학교까지 통학을 했다고 한다. 모두가 지나간 추억일 뿐이다. 626m봉의 오르막길에서 기력을 다 써버린 탓인지 녀석들이 너무 힘들어한다. 갈 길이 멀어 고민스럽다.
녀석들에게 쉴 기회도 주고 주변을 둘러보기 위해서 배낭을 풀었다. 얼마쯤 시간이 흘렀을까. '산지정화'라고 적힌 트럭이 불목재 쪽에서 다가왔다. 경계하는 눈초리가 달갑지는 않았으나 시비를 걸어봐야 좋을 것이 없어 웃음을 보이자 경계를 늦춰준다. 물골 쪽에서는 한 무리의 MTB 동호인들이 힘겨운 사투를 벌이며 올라오고 있고...
이것저것 물어 오는 MTB 동호인들에게 여분의 지도를 전해 주고는 힘들어하는 녀석들을 앞세워 대학산으로 향했다. 물골로 내려간다는 트럭에 녀석들을 태워 보낼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으나 그러기에는 녀석들이 너무 여리다. 붙임성이라도 좋아야 노천리 가는 승용차를 얻어 탈수가 있는데, 녀석들의 성격으로 봐서는 무리다. 해서 다소 힘들어도 대학산까지는 가보기로 했다.
하지만 대학산으로 이어지는 오르막길의 경사가 너무 가팔라 쉬는 횟수가 늘어난다. 재촉한다고 해서 빨리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여간 고민스럽지가 않다. 어느 정도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와서는 녀석들의 짐을 받아 올라가고, 어느 정도 앞장서서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가기를 반복하자 내 무릎에서도 그만 하자는 신호음이 울린다.
덕구산을 지날 때까지만 해도 별로 지친 기색을 보이지 않던 창식이는 아예 네 발로 기다시피 올라가고...초반에 힘들어하던 형래가 오히려 잘 걷는다. 별 수 없이 대학산을 지나자마자 탈출을 실행해야 할 모양이다. 그러나 대학산에서 불목재까지도 만만하지 않는 거리라 탈출을 해도 다음에 접근할 일이 걱정스럽다. 하지만 녀석들이 너무 힘들어 하니 도리가 없다.
힘들게 올라갔지만 대학산 정상에도 정상을 알리는 표식이 없다. 지도상의 삼각점조차 찾을 수가 없었다. 정상 부근의 암릉만이 대학산임을 가리키고 있을 뿐이다. 녀석들보다 먼저 올라가서는 사진을 찍어 두고, 다시 암릉의 초입까지 내려가서 녀석들을 불렀지만 대답이 없다. 너무 지쳐 있어 대답할 힘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거리가 멀어서 내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덕분에 목까지 쉬어 버렸다.
고산을 등정 할 때, 고소 적응을 위해 올라갔다가 내려가기를 몇 차례는 반복해야 한다고 하는데, 녀석들과 함께 하는 산행이 마치 고소 적응을 위해 하는 행위와 흡사하다. 끌다시피 해서 정상에 올려놓았더니 나까지 지쳐 버린다. 하지만 정상을 지나 바위지대가 나오자 녀석들은 언제 그랬냐 싶게 화색이 돈다. 바위 타는 맛이 그런 대로 괜찮은 모양이다. 대학산 안부로 내려가는 등로에서 다시 지친 기색을 보이기는 했으나 고갯마루에 도착을 하여 산행을 중단한다고 하자 다시 화색이 돌면서 콧노래까지 부른다.
산행을 중단하고 임도로 내려간 다음에는 임도를 따라 불목재까지 걸어갔다. 마음 같아서는 등로가 있을 만한 곳을 찾아 물골로 내려가고 싶었지만 녀석들의 몸 상태로 흐릿한 등로를 찾아 내려간다는 것이 내키지가 않았다. 그래서 별 수 없이 임도를 따라 불목재로 향한 것인데...녀석들은 신이 났다. 등로가 좋아진 탓에 흥이 난 것인지, 산행을 끝냈다는 기분에 들떠 있는 것인지, 화색이 돌다 못해 장난까지 친다.
임도는 예상보다 훨씬 길고 시간도 많이 걸렸다. 겨우 불목재에 도착을 했지만 이번에는 지나가는 차를 얻어 타기가 하늘에 별 따기다. 혼자 같으면 그런 대로 부탁을 해 볼텐데 3명이 같이 서 있으니 부탁하기도 민망하다. 지나다니는 차량도 5분에 한 대 꼴이다. 1시간 정도를 그렇게 기다리다 도저히 더 기다릴 수가 없어 녀석들을 종용하여 임도를 지나면서 보아 둔 물골로 내려갔다.
내려간 물골 산장에서는 반가운 산꾼 한 분을 만났다. 인도 희말라야 원정대장과 코오롱등산학교 동문들의 모임인 하이얀산악회 회장을 지냈으며 한강기맥을 최초로 개척하신 최정식 선생이 산장 주인이었다. 서울 부근에 사시다가 4년 전에 물골로 내려 왔다고 하시는데, 원래 고향이 이곳 노천리라고 하신다. 한강기맥이라고 하는 명칭도 이 분이 명명하신 것이다.
96년 겨울, 고향 주변의 산세가 옹골차 두로봉에서 산행을 시작하여 세 번만에 운두령에 도착하였고, 이 후 구간 종주를 이어가다가 용문산 부근에서 동국대 산악부에게 선두를 양보했다고 하시는데, 그곳 토박이답게 홍천의 산세나 설악산에 대해서는 모르는 곳이 없다. 설악산만 300회 이상 산행을 하셨다고 하시니... 설악산의 암벽 하나하나에 선생의 숨결이 묻어 있을 법하다.
선생은 '월간 산'이나 '사람과 산'이라는 잡지에 수시로 홍천 주변의 산세를 소개하고 있다. 나 같은 타지 사람에게는 그저 고마울 뿐이다. 물골 산장은 주메뉴가 아구찜과 꽂게탕이다. 그러나 막국수 맛도 기가 막히다. 그 근방을 지나갈 기회가 있으면 한 번 들러 보기를 권하고 싶다. 홍천 부근의 산세에 대해서 궁금한 것이 있으면 선생에게 전화(033 - 443 - 5987)를 하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산꾼은 산꾼을 보면 그저 반가운 모양인지 설악산 암장에서 다친 손가락이 채 아물지 않아 운전하기가 불편하실 텐데 굳이 개고개까지 바래다주신다. 공작산 남쪽의 지왕동골 농장으로 일하러 가시는 길이라고 둘러대지만 마음 씀씀이가 천상 시골 농군이다. 이런 분이 있어 산에 갈맛이 난다. 재삼 감사의 인사를 올리며 건강하시기를 기원 드린다.
최선생님 덕분에 쉽게 귀가를 할 수가 있었지만 만종분기점부터는 고속도로의 정체가 심하다. 녀석들은 세상 모르고 자고 있다. 행여 잠에서 깰세라 브레이크 밟는 것조차 조심스럽다. 서서히 석양은 저물어 가고 행락객들의 차량은 쉴새 없이 스쳐간다. 아쉬움이 남는 산행이었지만 두 명의 산 친구를 만든 보람은 있다.
● 주요 기점별(基點別) 산행 안내
* 노천리 → 개고개(20분)
. 노천리 입구의 다리를 지난 다음, 우측에 보이는 마을 길(콘크리트 도로)을 따라가다가 직진하는 마을길을 버리고 좌측으로 올라가는 마을길을 따라가면 비포장 도로가 나오고, 축사가 나오다가 개고개 직전의 마지막 민가가 나온다. 이 민가의 우측을 이용하면 고개(흐릿한 등로가 이어짐)까지 올라갈 수가 있다.
* 개고개 → 522m봉(8분)
. 좌측(리본이 있음)으로 방향을 틀어 올라가면 비교적 등로가 뚜렷한 오르막길(소나무 숲이 이어짐)이 이어지다가 산불감시 초소가 나온다. 쓰레기로 인해 주변이 다소 지저분한 이곳이 522m봉의 정상이다. 초소 직.우측에 무덤 1기가 있다.
* 522m봉 → 630.6m봉(37분)
. 직진(리본이 있음)하여 완능 수준의 완만한 내리막길을 따라가면 쓰러진 나무와 굵은 소나무 숲이 계속되는 완만한 능선 길과 완만한 오르막길이 이어지다가 정점(뚜렷하지 않음)을 지나 갈림길이 나온다. 여기서는 직.좌측으로 이어지는 등로를 무시하고 우측(리본이 있음)에 보이는 내리막길을 따라 내려가도록 한다.
내려갔다가 살짝 올라간 다음, 완만하게 이어지는 능선 길(굵은 소나무 숲이 계속되고 쓰러진 나무가 더러 있음)을 지나 오르막길(완만함)을 따라가면 T자 모양의 능선 분기점이 나오는데, 여기서는 좌측에 보이는 내리막길을 버리고 우측에 보이는 오르막길을 따라 올라가도록 한다. 약간의 잡목과 쓰러진 나무 및 소나무가 있는 이 오르막길을 따라가면 봉우리(좌측 사면)를 지나고 잡초 능선을 지나 좁은 임도에 도착을 할 수가 있다.
임도에서는 임도를 따라 계속해서 진행을 해도 되고, 임도를 벗어나 능선 길(임도 우측에 보이는 능선 길로 잡초와 칡넝쿨 및 잡목이 우거져 있음)로 진행을 해도 된다. 잠시 후에는 두 길이 합류하게 된다. 두 길이 합류한 후에는 방화선처럼 보이는 등로를 따라가면 되는데, 잡초가 더러 있으나 등로가 비교적 뚜렷하다. 계속해서 약간의 굴곡이 있는 능선 길(등로 주변에 굵은 소나무 숲이 계속됨)을 따라가면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630.6m봉의 정상이 나타난다. 정상 주변에는 칡넝쿨과 잡초가 많이 있고 지도상에 표시된 삼각점은 없다.
* 630.6m봉 → 덕구산(29분)
. 산불감시 초소를 지나면 잠시 잡목과 잡초가 사라졌다가 칡넝쿨지대가 이어지면서 비교적 넓고 깨끗한 헬기장이 나온다. 직진(리본이 있음)하여 내려가면 등로가 우측으로 방향을 틀어 잡목과 잡초가 약간 있는 내리막길(등로 흐릿함)과 완만한 능선 길 및 내리막길로 연이어지는데, 안부를 지나면 다시 가파른 오르막길이 나타난다.
정점을 지나 살짝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가면 정상부 초입에 쓰러진 나무가 보이고, 지나면 짧은 내리막길과 완만한 능선 길(등로 보이는 정도) 및 쓰러진 나무(초입에 있음)가 있는 가파른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이 오르막길을 따라 올라가다가 T자 모양의 능선 분기점이 나오면, 여기서는 우측에 보이는 능선 길을 무시하고 좌측(리본이 있음)에 보이는 등로를 따라가도록 한다.
좌측으로 방향을 틀면 진달래 및 참나무와 소나무가 있는 완만한 능선 길이 이어지다가 안부를 지나 다시 완만한 오르막길이 덕구산 정상까지 이어진다. 등로는 계속해서 보이는 정도고 등로 주변에 굵은 소나무와 진달래가 보인다. 덕구산 정상에는 선답자들의 리본만 있을 뿐 아무 표식도 없다.
* 덕구산 → 450m봉(24분)
. 정상에서는 좌측으로 이어지는 등로를 무시하고 우측(리본이 있음)으로 방향을 틀어 내리막길(짧음)을 따라 내려가도록 한다. 내려가면 완만한 오르막길과 완만한 능선 길(모두 짧음)이 이어지다가 등로가 좌측(외길임)으로 방향을 틀어 가파른 내리막길로 이어진다. 내려가면 경사가 완만해지면서 등로가 다시 좌측(외길임)으로 방향을 틀어 계속해서 내리막길(굵은 소나무가 계속되고 참나무와 낙엽송이 보임)로 이어지는데, 도중에 ' ┤'자 모양의 갈림길이 나온다.
여기서는 직진하는 흐릿한 등로를 무시하고 좌측으로 방향을 틀어 가파르게 이어지는 내리막길을 따라 내려가도록 한다. 내려가면 낙엽송지대가 이어지다가 좌우가 흐릿한 고개가 나온다. 고개를 지나 직진하면 완만한 능선 길(좌측에는 낙엽송지대가 있고, 우측에는 소나무 숲이 이어짐)과 짧은 오르막길이 연이어 나오고, 지나가면 다시 완만한 능선 길이 이어지다가 450m봉의 정상이 나온다.
* 450m봉 → 475m봉 안부(16분)
. 좌측에 보이는 등로를 무시하고 우측(리본이 있음)에 보이는 등로를 따라 내려가면 좌우가 비교적 뚜렷한 화방이에서 새목이로 넘어가는 고개가 나온다. 고개를 지나 직진하여 살짝 올라간 다음, 진달래가 있는 완만한 능선 길을 따라가면 오르막길(경사가 서서히 가팔라짐)이 이어지다가 정점이 나오는데, 여기서는 좌측으로 내려가는 등로를 무시하고 직진하여 10m정도 진행을 한 다음, 우측(리본이 있으며 외길임)으로 방향을 틀어 내려가도록 한다. 내려가면 진달래가 있는 완만한 능선 길(등로 보임)이 이어지다가 갈림길이 나온다. 이곳이 475m봉의 안부이다.
* 475m봉 안부 → 화방이재(11분 - 정상을 다녀온 시간임)
. 475m봉의 안부에서는 좌측 사면으로 이어지는 등로(고갯마루로 곧장 이어짐)를 따라 화방이재까지 내려가도 되고, 직진하여 정상까지 간 다음, 정점 직전에 보이는 좌측으로 내려가는 등로를 따라 내려가도 된다. 그러나 정상까지 갔다가 내려가는 길은 등로가 흐릿하고 경사가 가파르며 고갯마루에서 살짝 벗어나 있어 별 의미가 없다.
정상을 지나 직진하다가 직진하는 등로를 버리고 좌측으로 이어지는 등로를 따라가도 되는데, 이곳 역시 경사가 가파르고 등로가 흐릿하며 고갯마루에서 벗어나 있어 가지 않는 것이 좋다. 406번 지방도(2차선 아스팔트 도로)가 지나가는 화방이(장승)재에는 SK 송신탑이 있다.
* 화방이재 → 626m봉(38분)
. SK무선송신탑 좌측에 보이는 농로를 따라 걸어간 다음, 농로를 버리고 밭(농로 우측)을 이용하여 안동 김씨와 김해 김씨 무덤이 있는 곳으로 가면 무덤을 지나 밭이 끝나는 곳에 좌측으로 올라가는 능선 길이 보인다. 올라가면 또 다른 무덤 1기를 지나 잡목과 잡초가 무성한 가파른 오르막길이 이어지는데, 초입에는 리본이 있으나 등로가 없으므로 날등을 따라 무조건 치고 올라가야 한다. 올라가면 경사가 점차 완만해지면서 흐릿하지만 등로가 보이기 시작한다.
소나무와 낙엽송(등로 우측에 보임) 및 약간의 잡목이 있는 이 등로를 따라가면 잠시 완만한 능선 길이 이어지다가 다시 굵은 소나무가 있는 오르막길(도중에 보이는 좌측으로 내려가는 등로 무시함)이 이어지고, 지나가면 굵은 소나무와 진달래가 있는 완만한 능선 길이 이어진다. 이곳을 지나면 다시 오르막길이 이어지다가 갈림길(정상 직전에 있음)이 나온다. 여기서는 좌측 사면으로 이어지는 등로를 따라가도 되고, 능선으로 이어지는 등로를 따라가도 된다. 어느 길로 가던지 나중에 만나게 된다.
능선 길을 따라갔으면 정점에서 우측으로 이어지는 등로를 무시하고 좌측으로 이어지는 등로를 따라가도록 한다. 내려가면 좌측 사면으로 이어지는 등로와 합쳐지면서 완만한 능선 길이 이어지다가 낙엽송(능선 우측)이 있는 오르막길(올라갈수록 경사가 가팔라짐)이 정상까지 이어진다. 정상에서는 좌측으로 내려가는 등로를 무시하고 우측에 보이는 등로를 따라 살짝 내려갔다가 다시 오르막길을 따라 올라가도록 한다. 올라가면 등로가 봉우리 좌측 사면을 따라 무덤 1기가 있는 626m봉의 정상까지 이어진다.
* 626m봉 → 진지리 고개(27분)
. 무덤 좌측으로 이어지는 완만한 능선 길을 따라가면 등로가 우측(외길임)으로 방향을 틀어 내리막길로 이어지다가 완만한 능선 길과 짧은 오르막길을 지나 667.9m봉과 마루금이 갈라지는 능선 분기점이 나오는데, 여기서는 우측(외길임)으로 방향을 틀어 내려가도록 한다. 내려가면 다시 능선이 갈라지는 분기점이 나온다. 여기서는 좌측 능선으로 내려가도록 한다. 내려가다가 다시 Y자 모양의 갈림길이 나오면 여기서는 직진하는 능선 길을 버리고 우측으로 이어지는 능선 길을 따라 내려가도록 한다.
내려가면 완만한 능선 길(등로 흐릿함)을 지나 다시 능선이 갈라지는 분기점이 나온다. 여기서는 우측으로 이어지는 능선 길을 무시하고 좌측으로 이어지는 능선 길을 따라 내려가도록 한다. 내려가면 진지리 고개가 있는 임도 4거리가 나온다. 여기서 전방에 보이는 좌측 임도를 따라가면 불목재가 나오고, 우측 임도를 따라가면 가랫골이 나오며, 후방에 보이는 좌측 임도를 따라가면 물골이 나오고, 우측 임도를 따라가면 화방이재가 나온다.
* 진지리 고개 → 대학산(1시간 9분)
. 임도를 따라 좌측으로 30m정도 진행을 한 다음, 임도를 버리고 우측에 보이는 능선(능선 좌측 사면을 따라 흐릿한 등로가 보임)으로 진입을 하면 쓰러진 나무와 잡목이 있는 가파른 오르막길이 이어지다가 등로가 좌측으로 방향을 틀게 된다. 방향을 틀면 등로는 다소 뚜렷해지지만 오르막길(굵은 소나무 숲이 이어지며 계속해서 경사가 가파른 오르막길이 이어짐)이 계속된다.
정점을 지나면 쓰러진 나무가 있는 내리막길이 이어지다가 좌우가 흐릿한 고개가 나오고, 이곳을 지나면 다시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올라가면 굴곡이 있는 능선 길(쓰러진 나무가 있음)이 이어지다가 가파른 오르막길이 다시 나타나는데, 이곳을 지나면 T자 모양의 능선 분기점이 나온다. 여기서는 좌측으로 내려가는 등로를 무시하고 우측으로 방향을 틀어 올라가도록 한다.
올라가면 계속해서 경사가 가파른 오르막길(등로 보이는 정도 임)이 이어지다가 잠시 경사가 완만해지면서 약간의 공터가 있는 정상이 나타난다. 여기서는 직.좌측(외길임)으로 이어지는 내리막길을 따라 살짝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가도록 하는데, 능선에 바위(위험하지는 않음)가 더러 있어 눈이나 비가 올 때는 조심하도록 한다. 바위지대를 지나면 약간의 공터가 있는 정상이 나타난다.
* 대학산 → 대학산 안부(23분)
. 정상을 지나 직진하여 내려가면 또 다시 바위지대가 나온다. 여기서는 바위지대를 좌측으로 돌아서 지나가면 된다. 지나가다가 나오는 하산로(좌측)는 무시하도록 한다. 바위지대를 지나 살짝 올라간 정점에서는 좌측 능선으로 이어지는 등로를 버리고, 우측에 보이는 능선 길을 따라 내려가도록 한다. 내려가면 작은 바위가 있는 등로(흐릿함)를 지나 낙엽송지대가 나오고, 이어서 물골에서 가랫골로 이어지는 고개(좌우가 비교적 뚜렷함)가 나온다. 이곳이 대학산 안부이다.
* 대학산 안부 → 불목재(54분)
. 좌측으로 방향을 틀어 내려가면 제법 뚜렷한 등로가 이어지다가 등로가 사라지면서 잡목과 잡초가 있는 계곡(물은 거의 없음)이 나타난다. 여기서는 잡목이나 잡초가 없는 적당한 곳을 골라 내려가도록 한다. 잡목이 적어 진행을 할 만 하다. 이런 길을 따라 10분 정도 내려가면 진지리 고개에서 불목재로 이어지는 임도가 나타난다. 여기서는 우측 임도를 따라 500m정도 진행을 한 다음, 임도를 버리고 좌측에 보이는 계곡 길(등로 흐릿하거나 없음)을 따라 물골로 내려가도 되고, 임도를 따라 불목재로 진행을 해도 된다.
첫댓글 허니와향기님 많은 자료를 구입하너라 수고하셨습니다 좋은 참고로 뜻있는 사람들과 언제한번 이루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