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대선때 대학 선배가 후배들에게 문자를 보냈다.
'노무현을 찍어주라. 부탁이다'
정몽준이 쑈를하고 당황한 노사모들이 자구책으로 선택한 방법이 문자메시지 보내기였다.
그 절박함에 흔들리지 않을 후배들은 없었을테다.
그 선배는 아마 혼자서 20표는 만들었을 성 싶다.
대부분 투표 안할려고 하는 녀석들이랑 '민주노동당 찍어야 하는거 아닌가?'라고 생각하고
있던 녀석들이 그 대상이었을테다.
나는 그 선배 멋있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그렇게 절박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 자체를 존중한다.
그래서 나도 이번 선거때는 그 선배의 절박함을 표절해 볼 생각이다.
선거 전날이랑 선거 당일 새벽이랑 아는 사람에게
'흔들리지 마라. 민주노동당이다'라는 내용의 문자를 보내고
가족 닥달하고, 친지에게 애원하고, 친구들에게 협박해서
누구 말대로 화염병을 들고 거리로 나서는 심정으로
십수년간 좀처럼 깨질려고 하지 않고
습관처럼 반복된 비판적 지지랑 한번 싸워볼 생각이다.
이야기하다보면 내 주변에 참 과격한 사람들 많이 본다.
열사 이야기하다가 울고, 철거촌 이야기하면서 소주 들이키면서,
노동자 탄압하는 대통령 지지하는 노사모 우습게 본다.
근데 노사모는 정권을 창출해냈고 우리는 의석하나 없는 소수정당이다.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세상을 위해 화염병 던지는 용기를 가졌지만, 선거때 주변사람들에게
표달라는 얘기를 안한다.
노사모는 화염병 던지는 용기는 없지만, 그들이 원하는 세상을 위해 선거 당일날까지
표달라고 문자날린다.
예전에 데모할때마다 사수대 나오라고 하는데 버티는 녀석들 치사하다고 생각했다.
왜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가장 능동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이런저런 핑계대면서
회피하냐며 투덜대면서 그 녀석들을 뒤로하고 거리로 나섰었다.
좀 있으면 선거다.
이제는 선거때 주변사람들에게 표달라고 하지 않는 당원들을 치사하게 생각할 것 같다.
왜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가장 능동적으로 표현 할 수 있는 기회를 이런저런 핑계대면서
회피하냐며 투덜될 것 같다.
좀 어떻게 들릴지 몰라도 민주노동당을 지지하든 말든 상관없다.
일단 표를 만들자.
주변 사람들 중에 투표 안할 인간들 때를 쓰든, 애원을 하든 해서
쌍끌이해가지고 투표장 끌고가서 민주노동당 후보 찍고 나오라고 채근하자.
그리고 보수정당 지지하는 친구들 있으면 '그래~사람마다 다 다르니까~'라며
이해해주지 말자. 경험상 그런 인간들 그냥 내버려두면 또 다른놈들도 같이
보수정당으로 빠져나간다.
당선가능성이 없지 않느냐고 되물으면 "새꺄! 너는 당선 가능성 있으면
도둑놈도 찍어줄래?
너 같은 놈들땜에 국회에 도둑놈들만 모여있잖아. 민주노동당 찍어서 설령 당선이
안되더라도 니가 도둑놈 국회로 보내는데 공범은 안되는거 아니냐"라며 혼내주자.
부정선거 하자는 얘기 아니다.
선거를 앞두고는 순수한 마음은 가슴에만 품고
표 앞에서 자존심이고 개똥이고 다 버릴 수 있는 철저한 선거꾼으로
탈바꿈해보자는 뜻이다.
표!
진짜 중요한거다.
요게 있어야 뭐든 좀 해볼 수 있다.
지구당 위원장 아무리 날고 기어도 한 사람이다.
선거기간에 아무리 아둥바둥 악수하고 다녀도,
우리가 얼굴에 철판깔고 주변사람들에게 회유하고, 협박하고, 애원해서
얻어내는 표를 따라 잡을 수 없다.
나는 이번달에 월세 낼때 집주인 아줌마한테 찾아가서 신장식 찍을거 약속받고
돈 드릴 생각이다. 슈퍼에서 살거 모아뒀다가 한 5만원어치 한꺼번에 사면서 슈퍼아줌마한테
신장식 찍어달라고 부탁할 생각이다. 이불빨래랑 양복빨래랑 한꺼번에 모아서 세탁해달라고
하면서 세탁소 주인아저씨한테 신장식 뽑아달라고 할 생각이다. 이런식으로라도 표를 만들자.
치사해도 상관없다. 아무튼 표를 만들면 된다.
선거때는 표가 진짜 중요하다.
자나깨나 표! 표! 표!
선거때 당원이 할 수 있는 가장 애국적 행위는 표를 만드는 거다.
아까운 표가 쓰레기장(보수정당)에 버려지는걸 내버려둘건가?
아님 "아저씨 그거 버릴꺼면 저 주세요"라고 구걸할껀가?
설득을 하든, 구걸을 하든 암튼 표를 만들자!
우리도 요번 선거부터는 문자보내자.
"흔들리지 마라. 민주노동당이다!"
추신. 군데군데 맘에 안드는 말들이 좀 있더라도 이해해 주세요.
그냥 제가 전체적으로 하고싶어하는 말만 알아서 정리해서 들어주세요.^^
카페 게시글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
"흔들리지 마라-민주노동당이다"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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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1.25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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