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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일 청마폐교 아자학교에서 열린 전래놀이 캠프에서 참가한 학생들이 칠교놀이를 통해 2009년 소망을 만들고 있다. |
방학하는 아이들은 어떻게 놀까? 요즘 같은 시대에는 공부하기보다 제대로 놀기가 더 어렵다. PC방과 TV말고, 무엇으로 우리 아이들과 같이 어울릴 수 있을까? 고작해야 영화관과 놀이동산 나들이가 전부일 경우가 허다하다.
전봇대만 서 있어도 술래잡기, 나이먹기 등 할게 무궁무진했고, 돌멩이만 있어도 비석치기 등 각종 놀이를 자연스레 창작했던 그 옛날과는 사뭇 다르다. '공부해라!'라는 말 이외에는 '나가 놀아!' 이 두 마디 외에는 뾰족히 할 말이 없는 지역의 학부모들에게 눈에 띄일만한 반가운 놀이터가 바로 우리 고장 인근에 있다는 것은 많이 모를 것이다. 바로 청마폐교에 자리잡은 아자학교(대표 고갑준)이다. 이 학교에서는 시간가는 줄 모르고 즐길 수 있는 놀이가 무궁무진하다.
지난 3일에도 하루일정의 전래놀이 캠프가 열려 인근 대전과 우리 고장에서 50여 명의 가족들이 모여 신나게 같이 놀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운동장에서 비석치기도 하고, 선을 그려놓고 진치기 놀이도 하고, 안에서는 방구들 뜨거운지도 모르고, 칠교놀이에 흠뻑 빠져 칠교로 2009년 소를 만들고, 방패연 만들기에 이내 몰입한다.
어찌보면 초라한 폐교에 스산한 찬 바람만 불지만, 아이들의 흥미진진한 눈빛과 활기찬 몸짓에는 초라함과 스산함이 머물 공간이 없다. 민아, 민주네 가족(옥천읍 문정리)은 조카들까지 5명이 엄마 이정훈씨를 따라 아자학교에 왔다.
"서울에서 조카 아이들 2명이 왔는데, 옥천에서도 뭐 달리 놀이거리가 마땅치 않더라구요. 서울과 다른 놀이를 시골에서 보여주고 싶었는데, 그래서 주저없이 전래놀이 캠프가 있다길래 아이들 끌고 왔어요! 아이들 정말 좋아해요!"
아이들이 만일 집에 있었더라면 TV리모콘과 컴퓨터 자판 쟁탈전이 신나게 벌어지면서 온통 군것질 거리로 집안이 어지럽혀 있을 것이다. 그런 아이들이 밖에 나와 산과 강이 둘러쌓인 마을에서 전래놀이를 하니 잠잠해졌다. 다른 생각할 겨를 없이 주위의 모든 것이 놀잇 거리다.
나무를 가져와 불을 지피고 군고구마를 굽기 시작했다. 한참 강가에서 연을 날리던 아이들 배고픈 것은 인지상정, 노릇노릇한 고구마는 식기도 전에 입안에 쏘옥 뱃속을 든든하게 채운다. 불이 있으니 불놀이도 빠질 수 없다. 깡통 준비됐으니 나무 쪼가리 몇 개 넣고 빙빙 돌리니 바로 쥐불놀이다.
아이들만 있는 것도 아니다. 대전 신탄진동에서 오복세(70)씨와 염흥균(75)씨는 전래놀이를 배우고자, 먼 길 마다않고 와서 열심히 같이 배운다. 영실애육원 꼬마 아이들도 9명이나 같이 참가했다.
"우리 옛 놀이에는 자연과 사람이 살아 숨쉽니다. 먹거리와 볼거리가 있고, 순환과 살림이 들어있습니다. 네모난 모니터 안에 갇혀진 눈망울을 다시 자연으로 사람으로 되돌리고 싶고, 다양한 놀이를 통해 나와 우리, 그리고 우리가 딛고 있는 이 땅에 대해 알았으면 해요. 오래 전 이 땅에서 태어난 정순철 선생이 동요운동을 했듯이 저는 이 전래놀이가 어린이 문화운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옥천군이 얼마나 생각을 갖고, 이런 움직임들을 포착하는지 지켜보고 있지요. 이 곳은 자의든타의든 전국 전래놀이의 메카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고갑준씨의 오래된 외침이 청마폐교에서 아직도 아이처럼 쩌렁쩌렁 울리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