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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
我有功於人,不可念,而過則不可不念.
아유공어인, 불가념, 이과즉불가불념
人有恩於我,不可忘,而怨則不可不忘.
인유은어아, 불가망, 이원즉불가불망
내가 남에게 베푼 공덕은 마음에 새겨 두지 말고,
내가 남에게 잘못한 것은 마음에 새겨 두라.
남이 나에게 베푼 은혜는 잊지 말고, 남이 나에게 끼친 원망은 잊어 버려라.
052.
施恩者,內不見己,外不見人,則斗粟可當萬鍾之惠.
시은자 내불현기 외불현인 즉두속가당만종지혜
利物者,計己之施,責人之報,則百鎰難成一文之功.
이물자 계기지시 책인지보 수백일난성일문지공
은혜를 베푼 사람이
안으로 자기 자신에게도 나타내지 않고 밖으로 남에게도 나타내지 않는다면
곡식 한 알이 뿌려져서 온 들판을 덮은 것과 같고,
남에게 베푸는 사람이 자기의 은혜 베푼 것을 계산하고 남에게 보답을 강요한다면
비록 수십 억의 재물을 베풀었다 할지라도 그것은 한 푼의 공로도 없는 것이다.
053.
人之際遇,有齊有不齊,而能使己獨齊乎?
인지제우 유제유부제 이능사기독제호
己之情理,有順有不順,而能使人皆順乎?
기지정리 유순유불순 이능사인개순호
以此相觀對治,亦是一方便法門.
이차상관대치 역시일방편법문
사람들의 형편을 보면 많이 가진 이도 있고 못 가진 이도 있는데,
어찌 나만 홀로 다 가지려고 할 수 있겠는가.
또 자기의 마음을 보더라도 도리에 맞는 것도 있고 맞지 않는 것도 있는데,
어찌 모든 사람이 다 도리에 맞기를 바랄 수 있겠는가.
이와 같이 자신과 남을 견주어 가면서 자신을 다스려 나간다면
이것도 세상을 살아가는 하나의 편리한 방편이 될 것이다.
054.
心地乾淨,方可讀書學古.
심지건정 방가독서학고
不然,見一善行,竊以濟私,聞一善言,假以覆短.
불연 견일선행 절이제사 문일선언 가이복단
是又藉寇兵而齎盜糧矣.
시우자구병이재도량의
마음 바탕을 깨끗이 한 다음에야 비로소 책을 읽고 옛 것을 배워야 한다.
만일 그렇지 않으면 한 가지 착한 행실을 보아도
이것을 훔쳐서 자기 욕심을 채우는 데 이용할 것이고,
한 마디 좋은 말을 들어도
이것을 빌어 자기의 잘못된 점을 덮는데 이용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바로 강도에게 무기를 빌려주고 도적에게 양식을 대주는 것과 같다.
055.
奢者,富而不足.何如儉者,貧而有餘?
사자 부이부족 하여검자 빈이유여
能者,勞而府怨.何如拙者,逸而全眞?
능자 노이부원 하여졸자 일이전진
사치스러운 사람은 아무리 부유해도 만족하지 못하고 늘 모자라니,
어찌 검소한 사람이 가난하면서도 여유 있는 것과 같을 수 있겠는가.
일에 능숙한 사람이 애써 일하고서도 원망을 불러들이니,
어찌 서투른 사람이 한가로우면서도 본래 성품을 지키는 것과 같을 수 있겠는가.
056.
讀書,不見聖賢,爲鉛■傭. 居官,不愛子民,爲衣冠盜.
독서, 불견성현, 위연참용. 거관, 불애자민, 위의관도
講學,不尙躬行,爲口頭禪. 立業,不思種德,爲眼前花.
강학, 불상궁행, 위구두선. 입업, 불사종덕, 위안전화
책을 읽어도 그 속에서 성현을 보지 못한다면
그는 글이나 베끼는 사람이 될 것이고,
벼슬자리에 있으면서도 백성을 자식같이 사랑하지 않는다면
그는 관복을 입은 도둑에 지나지 않는다.
학문을 가르치면서도 몸소 실천하지 않는다면 구두선(口頭禪)이 될 것이고,
사업을 하면서도 덕을 베풀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그 사업은 한때 눈앞에 피었다가 지는 꽃같이 되고 말 것이다.
057.
人心有一部眞文章,都被殘編斷簡封錮了.
인심유일부진문장, 도피잔편단간봉고료.
有一部眞鼓吹,都被妖歌艶舞湮沒了.
유일부진고취, 도피요가염무인몰료.
學者須掃除外物,直覓本來, 有個眞受用.
학자수소제외물, 직멱본래, 재유개진애용.
모든 사람의 마음속에는 저마다 하나의 참된 문장 즉 이성(理性)이 있으나
모두 옛사람들의 부스러기 글 때문에 갇혀 있고,
모든 사람의 마음속에는 저마다 한 가닥의 참된 음악 즉 감성(感性)이 있으나
모두 요사스런 노래와 요염한 춤 때문에 묻혀있다.
그러므로 배우는 사람은
마땅히 외부의 낡은 지식과 요염한 노래와 춤들을 쓸어내 버리고
묻혀있는 자기본래의 마음을 찾아야만 비로소 참된 보람을 얻게 될 것이다.
058.
苦心中,常得悅心之趣.
고심중. 상득열심지취
得意時,便生失意之悲.
득의시, 변생실의지비
힘들 때 오히려 마음을 기쁘게 하는 뜻을 얻고,
일을 이룬 때에 문득 실의의 슬픔이 생겨난다.
059.
富貴名譽,自道德來者,如山林中花,自是舒徐繁衍.
부귀명예, 자도덕래자, 여산림중화, 자시서서번연
自功業來者,如盆檻中花,便有遷徙廢興.
자공업래자, 여분함중화, 변유천사폐흥
若以權力得者, 如甁鉢中花,其根不植,其萎可立而待矣.
약이권력득자, 여병발중화, 기근불식, 기위가립이대의
부귀와 명예가 도덕으로부터 온 것이면
마치 숲 속의 꽃과 같아서 저절로 무럭무럭 잘 자라나 번성하고,
스스로가 공을 들여 이룬 그 대가로 온 것이라면
화분이나 화단 속에서 자란 꽃과 같아서 이리저리 옮겨지기도 하고
뽑히거나 피어나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이 만일 권력으로부터 얻어진 것이라면
마치 꽃병 속의 꽃과 같아서 뿌리가 없으므로,
그 시들어 가는 것을 기다려 지켜 볼 수 있을 것이다.
060.
春至時和,花尙鋪一段好色,鳥且■幾句好音.
춘지시화. 화상포일단호색, 조차전기구호음
士君子,幸列頭角,復遇溫飽,
사군자, 행렬두각, 부우온포
不思立好言行好事,雖是在世百年,恰似未生一日.
불사입호언행호사, 수시재세백년, 흡사미생일일.
봄이 와서 계절이 화창하면
꽃은 한층 더 아름답게 피어나고 새들도 몇 마디 고운 소리로 지저귄다.
공부하는 사람이 다행히 세상에 알려져서
따뜻하고 배부르게 살면서도 좋은 말과 생각으로 뜻을 세우고 좋은 일을 할 생각이 없다면,
비록 백 년을 살았더라도 하루도 살지 않은 것과 같다.
061.
學者要有段 兢業的心思,又要有段瀟灑的趣味.
학자요유단긍업적심사, 우요유단소쇄적취미
若一味斂束淸苦,是有秋殺 無春生,何以發育萬物?
약일미렴속청고, 시유추살무춘생, 하이발육만물
학문하는 사람은 조심스럽게 행동하고 삼가는 마음가짐을 가지되
한편으로는 서글서글하게 시원스러운 멋도 지녀야 한다.
만일 지나치게 결백하기만 하다면,
쌀쌀한 가을의 살기만 있고 따스한 봄의 생기가 없는 것과 같으니
무엇으로 만물을 자라게 할 수 있겠는가.
062.
眞廉,無廉名.立名者,正所以爲貪.
진렴 무렴명 입명자 정소이위탐
大巧,無巧術.用術者,乃所以爲拙 .
대교 무교술 용술자 내소이위졸
참으로 청렴한 것은 청렴하다는 이름조차 없다.
그러므로 청렴하다는 명성을 얻고자 함은 그 마음이 탐욕스럽기 때문이다.
큰 재주에는 교묘한 술책이 없다.
그러므로 잔재주를 부리려는 사람은 그 재주가 서툴기 때문이다.
063.
■器,以滿覆. 撲滿,以空全.
기기 이만복 박만 이공전
故君子寧居無,不居有.寧處缺,不處完.
고군자영거무 불거유 영처결 불처완
옛날 나라를 다스리는 임금이 자신을 경계하기 위해 만든,
가득 차면 엎어지는 그릇처럼 가득 차면 엎어지지 않기 위해,
또 가득차면 깨트리는 저금통이 비어 있을 때는 온전한 것처럼,
참된 사람은 욕심을 부려 가득한 상태에 있기보다
욕심을 없애고 부족한 상태에 머무르려고 한다.
064.
名根未拔者,縱輕千乘 甘一瓢,總墮塵情.
명근미발자 종경천승 감일표 총타진정
客氣未融者,雖澤四海 利萬世,終爲剩技.
객기미융자 수택사해 리만세 종위잉기
이름을 얻고자 하는 마음을 완전히 뿌리뽑지 못한 사람이
비록 높은 자리에 앉는 것을 가벼이 여기고
한 표주박의 마실 물을 달게 여길지라도
사실은 세속의 욕망에 물들어 있는 것이요,
쓸데없는 기운을 아직 다스리지 못한 사람은
비록 세상에 은덕을 베풀고 후대에 이익을 줄지라도
이것은 단지 자신의 야심을 위한 부질없는 재주에 그칠 뿐이다.
065.
心體光明,暗室中,有靑天.
심체광명 암실중 유청천
念頭暗昧,白日下,生■鬼.
염두암매 백일하 생려귀
마음 바탕이 밝으면 어두운 방 안에도 푸른 하늘이 있고,
마음속 생각이 어두우면 밝은 햇빛 아래에서도 악마가 나타난다.
066.
人知名位爲樂,不知無名無位之樂爲最眞.
인지명위위락, 부지무명무위지락위최진
人知饑寒爲憂,不知不饑不寒之憂爲更甚.
인지기한위우, 부지불기불한지우위갱심
세상사람들은 출세하여
높은 이름과 지위를 얻어 사는 것이 즐거운 것인 줄만 알고,
이름도 없고 지위가 없지만 홀가분하게 사는
진정한 즐거움이 무엇인지는 알지 못한다.
또 사람들은 춥고 배고픈 것만이 근심인 줄 알고,
배고프지는 않지만 잘 먹고 잘 사는 사람들이
재산을 지키기 위해 하는 걱정이 얼마나 심한 근심인지는 알지 못한다.
067.
爲惡而畏人知,惡中猶有善路.
위악이외인지, 악중유유선로
爲善而急人知,善處卽是惡根.
위선이급인지, 선처즉시악근
악한 일을 하면서도 남들이 알까 두려워하면
악한 중에도 오히려 착해지는 길이 있고,
착한 일을 하면서도 남들이 알아주기를 안달한다면
착함 속에 곧 악의 뿌리가 있으리라.
068.
天地機緘,不測.抑而伸,伸而抑.
천지기함, 불측. 억이신, 신이억
皆是播弄英雄 顚倒豪傑處.
개시파롱영웅, 전도호걸처.
君子只是逆來順受 居安思危,天亦無所用其伎倆矣.
군자지시역래순수, 거안사위, 천역무소용기기량의
하늘이 하는 일은 헤아릴 수가 없어,
억눌렀다가 펴기도 하고 폈다가는 억누르기도 하니
이 모든 것이 뛰어난 재주를 가진 사람들을 실패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참된 사람은 운명이 어긋나게 와도 다만 바른 이치로 맞이하며,
편안하게 살 때에 위험을 생각하니
하늘의 재주로도 그 사람이 하고자 하는 일을 어찌할 수 없는 것이다.
069.
燥性者,火熾,遇物則焚.
조성자, 화치, 우물즉분
寡恩者,氷淸,逢物必殺.
과은자, 빙청, 봉물필살
凝滯固執者,如死水腐木,生機已絶.
응체고집자, 여사수부목, 생기이절
俱難建功業而延福祉.
구난건공업이연복지
성급하고 괴팍한 사람은
타오르는 불길과 같아서 만나는 것마다 태워버리고,
인색하고 자기만 위하는 사람은 찬 얼음과 같아서
만나는 것마다 닥치는 대로 얼어죽게 만들며,
꽉 막혀 마음이 고집스럽고 융통성이 없는 사람은
고여있는 물이나 썩은 나무와 같아서 생명력이 단절되어 있다.
그러므로 이런 결점을 가진 사람들이
뜻 있는 일을 하고 보람차게 살아 갈 복을 누리기는 어렵다.
070.
福不可■.養喜神,以爲召福之本而已.
복불가요 양희신, 이위소복지본이이
禍不可避.去殺機,以爲遠禍之方而已.
화불가피. 거살기, 이위원화지방이이
복은 구한다고 마음대로 받을 수 없는 것이니
즐거운 마음을 길러 행복을 불러들이는 근본으로 삼아야 하고,
재앙은 피한다고 마음대로 피해지지 않는 것이니
남을 해치려는 마음을 버려 재앙을 멀리하는 방법으로 삼아야 한다.
071.
十語九中,未必稱奇.一語不中,則愆尤騈集.
십어구중, 미필칭기. 일어부중, 즉건우병집
十謀九成,未必歸功.一謀不成,則 議叢興.
십모구성, 미필귀공. 일모불성, 즉자의총흥
君子所以寧默 毋躁,寧拙 毋巧.
군자소이영묵, 무조, 영출. 무교
열 마디 말 가운데 아홉 마디가 맞아도 신기하다고 칭찬하지 않으면서,
한 마디 말이 어긋나면 탓하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오고,
열 가지 계획 가운데 아홉 가지가 성취되어도 공로는 돌아오지 않으면서,
한 가지 계획만 실패해도 헐뜯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온다.
그러므로 참된 사람은 차라리 침묵할지언정 떠들지 않고,
차라리 서툰 척할지언정 재주를 부리지 않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072.
天地之氣,暖則生,寒則殺.
천지지기. 난즉생, 한즉살
故性氣淸冷者, 受享亦凉薄.
고성기청냉자, 수향역량박
唯和氣熱心之人,其福亦厚,其澤亦長.
유화기열심지인, 기복역후, 기택역장.
하늘과 땅의 기운이 따뜻하면 만물을 자라게 하고 차가우면 죽게 한다.
그러므로 성품과 기질이 맑고 차가운 사람은 복을 받아 누림도 또한 차고 박하다.
오직 온화한 기질과 뜨거운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야
그 복도 또한 두텁고 받고 누리는 것도 오래간다.
073.
天理路上,甚寬.稍游心,胸中便覺廣大宏朗.
천리로상, 심관. 초유심, 흉중변각광대굉랑.
人欲路上,甚窄.■寄迹,眼前俱是荊棘泥塗.
인욕로상, 심착 재기적, 안전구시형극니도.
하늘의 이치에 따르는 길은 한없이 넓어,
조금이라도 여기에 마음을 두면 가슴속이 넓어지고 또한 즐거워지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러나 사람의 욕심에 따르는 길은 매우 좁아서,
여기에 조금만 발을 들여놓아도 눈앞이 모두 가시덤불 숲과 진흙탕으로 되어 버린다.
074.
一苦一樂,相磨練,練極而成福者,其福始久.
일고일락, 상마련, 연극이성복자, 기복시구.
一疑一信,相參勘,勘極而成知者,其知始眞.
일의일신, 상참감, 감극이성지자, 기지시진.
하나의 괴로움과 하나의 즐거움을 모두 겪은 후
이룬 행복이라야 그 행복이 오래 가고,
하나의 의심과 하나의 믿음을 서로 섞고 헤아린 후에
이룬 지식이라야 그 지식이 진실하다.
075.
心不可不虛.虛則義理來居.
심불가불허. 허즉의리래거.
心不可不實.實則物欲不入.
심불가불실. 실즉물욕불입.
사람의 마음은 언제나 비워 두어야 한다.
잡념없이 마음이 비어 있어야 정의와 진리가 와서 산다.
사람의 마음은 언제나 채워두지 않으면 안 된다.
마음이 정의와 진리로 꽉 차 있으면 욕심이 들어오지 못한다.
076.
地之穢者,多生物.水之淸者,常無魚.
지지예자, 다생물. 수지청자, 상무어.
故君子當存含垢納汚之量,不可持好潔獨行之操.
고군자당존함구납오지량, 불가지호결독행지조.
더러운 땅에는 많은 생물이 많이 자라지만, 너무 맑은 물에는 고기가 없다.
그러므로 참된 사람은 마땅히 때묻은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더러운 것을 너그러이 받아들이는 아량을 지녀야 하며,
너무 깨끗한 것만을 좋아하여 홀로 행하는 지조를 가져서는 안 된다.
077.
泛駕之馬,可就驅馳.躍冶之金,終歸型範.
봉가지마, 가취구치. 약야지금, 종귀형범.
只一優游不振,便終身無個進步.
지일우유부진, 변종신무개진보.
白沙 云,"爲人多病未足羞,一生無病是吾憂",眞確論也.
백사운, 위인다병미족수, 일생무병시오우, 진확론야.
수레를 뒤엎는 사나운 말도 길들이면 부릴 수 있고,
녹여 붓기 어려운 쇠도 잘 다루면 마침내 틀 속에 부어져 그릇이 된다.
그러므로 늘 우유부단하여 분발하지 않는다면 평생토록 아무런 발전도 없을 것이다.
옛 사람이 말하기를 "사람에게 병이 많은 것이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평생동안 아무런 병이 없는 것이 나의 근심걱정이다."라고 한것은
사람으로 태어나 정신적으로 아무런 고민도 없이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부끄럽다는 말이니 진실로 옳은 말이다.
078.
人只一念貪私,
인지일념탐사,
便銷剛爲柔,塞智爲昏,變恩爲慘,染潔爲汚,
변초강위유, 색지위혼, 변은위참, 염결위오,
壞了一生人品.故古人以不貪爲寶,所以度越一世.
괴료일생인품. 고고인이불탐위보, 소이도월일세.
사람이 한번 사사로운 이익을 탐내는 마음을 가지게되면
꿋꿋한 기상도 꺾여 나약해지고, 지혜는 막혀 어두워지며,
어진 마음이 변하여 사나워지고, 깨끗한 마음이 물들어 더러워져서
한평생 닦고 기른 인품을 망가뜨리고 만다.
그러므로 옛사람들은 탐내지 않는 것을 보배로 삼았으니
이것이 곧 세상을 초월하는 방법이다.
079.
耳目見聞爲外賊,情欲意識爲內賊.
이목견문위외적, 정욕의식위내적.
只是主人翁,惺惺不昧,獨坐中堂,賊便化爲家人矣.
지시주인옹, 성성불매, 독좌중당, 적변화위가인의.
귀와 눈으로 듣고 보는 것은 외부의 도둑이고
정욕(情慾)과 물욕(物慾)은 내부의 도둑이다.
다만 주인인 본심(本心)이 정신을 차리고 맑게 깨어 있어
흐려지지 않고 집의 안채에 홀로 앉아 있으면,
도둑들이 문득 변하여 집안 사람이 될 것이다.
080.
圖未就之功,不如保已成之業.
도미취지공, 불여보이성지업.
悔已往之失,不如防將來之非.
회기왕지실, 불여방장래지비.
새로운 공부를 시도하는 것은 이미 이룬 학업을 지키는 것만 못하고,
이미 지나간 허물을 후회하는 것은 앞으로 닥쳐올 잘못을 막는 것만 못하다.
081.
氣象要高曠,而不可疎狂.心思要縝密,而不可■屑.
천기요고광, 이불가소광. 심사요진밀, 이불가쇄설.
趣味要■淡,而不可偏枯. 操守要嚴明,而不可激烈.
취미요충담, 이불가편고. 조수요엄명, 이불가격렬
사람의 기상은 높고 넓어야 하지만
지나치게 세상일에 어두워 행동이 거칠어서는 안 되고,
마음은 치밀해야 하지만 자질구레하고 좀스러워서는 안 되며,
취미는 담백해야 하지만 치우쳐 너무 메말라서는 안 되고,
지조를 지킬 때는 엄정하고 밝아야 하지만 너무 과격해서 융통성이 없어서는 안 된다.
082.
風來疎竹,風過而竹不留聲.雁度寒潭,雁去而潭不留影.
풍래소죽, 풍과이죽불류성. 안도한담, 안거이담불류영.
故君子,事來而心始現,事去而心隨空.
고군자, 사래이심시현, 사거이심수공.
바람이 성긴 대숲에 불어와도
바람이 지나가고 나면 대숲은 소리를 남기지 않고,
기러기가 차가운 연못위로 날아 지나가도
기러기가 날아가고 나면 연못은 그림자를 남겨 두지 않는다.
그러므로 참된 사람은 일이 시작되면 비로소 마음에 나타나고,
일이 끝나면 마음도 따라서 빈다.
083.
淸能有容,仁能善斷,明不傷察,直不過矯,
천능유용, 인능선단, 명불상찰, 직불과교.
是謂 "蜜餞不甛,海味不■, ■是懿德.
시위밀전불첨, 해미불함, 재시의덕.
청렴결백하면서도 아량이 넓고, 어질고 인자하면서도 결단력이 강하며,
총명하면서도 남의 결점을 잘 들추어내지 않고, 정직하면서도 지나치게 따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이른바 꿀을 넣은 음식이면서도 달지 않고 해산물이면서도 짜지 않은 것과 같으니,
이것이야말로 아름다운 덕이다.
084.
貧家淨拂地,貧女淨梳頭,景色雖不艶麗,氣度自是風雅.
빈가정불지, 빈녀정소두, 경색수불열려, 기도자시풍아.
士君子一當窮愁寥落,奈何輒自廢弛裁?
사군자일당궁수료락, 내하첩자폐이재?
가난한 집일지라도 깨끗하게 방을 쓸고,
가난한 여인일지라도 깨끗하게 머리를 빗으면
그 모습이 비록 화려하게 아름답지는 않다 하더라도 풍기는 기품은 우아할 것이다.
그러므로 도를 공부하는 사람이 한 번 곤궁함과 쓸쓸함을 당하였다고 해서
어찌 문득 스스로 포기하고 해이해질 수 있으랴.
085.
閑中不放過,忙處有受用.
한중불방과, 망처유수용
靜中不落空,動處有受用.
정중불락공. 동처우수용
暗中不欺恩,明處有受用.
암중불기은, 명처유수용.
한가할 때에도 세월을 헛되이 흘려 보내지 않으면 바쁠 때에 쓸모가 있고,
고요할 때에도 마음을 공허한 곳에 두지 않으면 움직일 때에 쓸모가 있으며,
어둠 속에서도 숨기지 않으면 밝은 곳에서 쓸모가 있게 된다.
086.
念頭起處, 覺向欲路上去,便挽從理路上來.
염두기처, 재각향욕로상거, 변만종리로상래
一起便覺,一覺便轉.
일기변각, 일가변전
此是轉禍爲福 起死回生的關頭,切莫輕易放過.
차시전화위복, 기사회생적관두, 절막경이방과.
생각이 일어난 때에
그것이 조금이라도 욕망의 길로 향해 가는 것임을 스스로 깨닫게 되면
곧 도리에 맞는 길로 따라오게 인도하라.
생각이 일어나자마자 곧 깨닫고 깨닫자마자 바로 마음을 돌린다면,
이것이 바로 재앙을 행복으로 만들고 죽음에서 삶으로 돌아오게 하는 방법이다.
이것은 참으로 쉽게 흘려듣고 버려서는 안될 말이다.
087.
靜中念慮澄徹, 見心之眞體.
정중염려등철, 견불지진체
閑中氣象從容, 識心之眞機.
한중기상종용, 식심지진기
淡中意趣■夷, 得心之眞味.觀心證道,無如此三者.
담중의지충이, 득심지진미. 관심증도, 무여차삼자.
고요한 가운데 생각이 맑으면 마음의 참된 본 모습을 볼 수 있고,
한가한 가운데 기상이 조용하면 마음의 참된 기틀을 알 수 있으며,
담담한 가운데 취미가 깨끗하고 안정되어 있으면 마음의 참된 맛을 볼 수 있으니,
마음을 관찰하고 도를 터득하는 데는 이 세 가지 만한 것이 없다.
088.
靜中靜非眞靜.動處靜得來,■是性天之眞境.
정중정비진정. 동처정득래, 재시성천지진경.
樂處樂非眞樂.苦中樂得來,■見以體之眞機.
낙처락비진락. 고중낙득래. 재견이체지진기
고요한 가운데 고요함은 진정한 고요함이 아니다.
움직이는 곳에서 고요함을 얻을 수 있어야 하늘이 준 참다운 경지를 아는 것이다.
즐거운 곳에서의 즐거움은 진정한 즐거움이 아니다.
괴로움 가운데서 즐거움을 얻을 수 있어야 곧 마음의 참다운 기운을 보았다고 할 것이다.
089.
舍己,毋處其疑.處其疑,卽所舍之志多愧矣.
사기, 무처기의. 처기의, 즉소사지지다괴이.
施人,毋責其報.責其報,倂所施之心俱非矣.
시인, 무책기보, 책기보, 병소시지심구비의.
자기를 바쳐 일하기로 한 곳에는 그 의심을 두지 말라.
의심을 두게 되면 자신을 바친 마음에 부끄러움이 많아진다.
남에게 베풀었으면 그 보답을 헤아리지 말라.
보답을 헤아리게 되면 베풀어 준 마음까지 함께 그르치게 된다.
090.
天薄我以福,吾厚吾德,以■之.
천박아이복, 오후오덕, 이아지.
天勞我以形,吾逸吾心,以補之.
천로아이형, 오일오심, 이보지
天■我以遇,吾亨吾道,以通之.天且我奈何哉?
천액아이우, 오형오도, 이통지, 천차아내하재?
하늘이 나에게 복을 박하게 준다면 나는 내 덕을 두터이 하여 이를 맞이할 것이며,
하늘이 내 몸을 수고스럽게 한다면 나는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하여 이를 보충할 것이며,
하늘이 내 처지를 곤궁하게 한다면 나는 내 도를 깨우쳐 이를 통하게 할 것이다.
그러니 하늘인들 나를 어찌하겠는가.
091.
貞士無心■福, 天卽就無心處■其衷.
정사무심요복, 천즉취무심처유기충
■人著意避禍, 天卽就著意中奪其魄.
섬인착의피화, 천즉취착의중탈기백
可見天之機權最神.人之智巧何益?
가견천지귀권최신. 인지지교하익
지조가 곧은 사람은 복을 구하는 마음이 없으므로
하늘이 오히려 그 마음을 찾아가 복의 문을 열어주고,
간사한 사람은 재앙을 피하려고 애쓰지만
하늘이 오히려 그 피하려는 마음에 재앙을 내려 그의 넋을 빼앗는다.
보라, 이 하늘의 권능은 얼마나 신비로운가.
그러니 사람의 지혜와 잔꾀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092.
聲妓,晩景從良,一世之■花無碍.
성기, 만경종랑, 일세지연화무애.
貞婦,白頭失守,半生之情苦俱非.
정부, 백두실수, 반생지정고구비.
語云,"看人只看後半截",眞名言也.
어운, 간인지간후반절 진명언야.
비록 기생이었다 할지라도 늘그막에 만난 자신의 지아비만을 따른다면
한평생의 분 냄새가 허물이 될 것이 없고,
비록 열녀일지라도 머리가 센 뒤에 정조를 잃는다면 반평생의 수절이 모두 허사가 된다.
그러므로 옛말에 이르기를
"사람을 볼 때에는 다만 그 생의 후반을 보라"고 하였으니 참으로 명언이다.
093.
平民肯種德施惠,便是無位的公相.
평민긍종덕시혜, 변시무위적공상.
士夫徒貪權市寵,竟成有爵的乞人.
사부도탐권시총, 경성유작적걸인.
평범한 사람이라도 즐겨 덕을 심고 은혜를 베풀면 곧 도가 높은 사람이 되고,
도를 공부하는 사람이라도 헛되이 권력을 탐하고 부귀영화를 구걸한다면
마침내 공부하는 거지가 될 것이다.
094.
問祖宗之德澤! 吾身所享者是,當念其積累之難.
문조종지덕택! 오신소향자시, 당념기적루지난.
問子孫之福祉! 吾身所貽者是,要思其傾覆之易.
문자손지복지! 오신소이자시, 요사기경복지이.
조상의 은덕이란 무엇인가.
지금 내 몸이 누리고 있는 바로 그것이니,
마땅히 그 쌓기 어려움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자손들의 행복이란 무엇인가.
지금 내가 몸으로 행하고 있는 바로 그것이니,
마땅히 나의 행동이 기울어지고 잘못을 되풀이하고 있지 않는가를 늘 살펴야 할 것이다.
095.
君子而詐善,無異小人之肆惡.
군자이허선, 무이소인지사악.
君子而改節,不及小人之自新.
군자이개절, 불급소인지자신.
참된 사람이 거짓으로 착함을 위장한다면
소인배들이 마음대로 악한 일을 저지르는 것과 다를 바가 없고,
참된 사람이 한 번 먹은 마음을 바꾼다면 소인배들이 스스로 새로워짐만도 못하다.
096.
家人有過,不宜暴怒,不宜輕棄.
가인유과, 불의폭노, 불의경기
此事難言,借他事隱諷之.
차사난언, 차타사은풍지.
今日不悟,俟來日再警之.
금일불오, 사래왈재경지.
如春風解凍,如和氣消氷,■是家庭的型範.
여춘풍해동, 여화기소빙, 재시가정적형범
집안 식구가 잘못을 저지르면
지나치게 화를 내지도 말고 가볍게 여겨 내버려두지도 말라.
직접 그 일을 말하기 어려우면 다른 일을 빌어서 비유로 은근히 깨우쳐 주고,
그래도 깨닫지 못하면 서둘지 말고 기회를 봐서 다시 깨우쳐 주되,
마치 봄바람이 얼어붙은 것을 녹이듯 하고,
온화한 기운이 얼음을 녹이듯 은연중에 스스로 잘못을 깨달아 고치도록 하라.
이것이 가정을 다스리는 법도이다.
097.
此心常看得圓滿,天下自無缺陷之世界.
차심상간득원만, 천하자무결함지세계
此心常放得寬平,天下自無險側之人情.
차심상방득관평, 천하자무험즉지인정
내 마음을 살펴서 항상 원만함을 얻을 수 있다면
세상은 저절로 아무런 흠이 없는 세계가 될 것이고,
내 마음이 언제나 너그럽고 평화롭다면
세상사람들에게서 저절로 사나운 마음이 사라질 것이다.
098.
澹泊之士必爲濃艶者所疑.檢飭之人多爲放肆者所忌.
담박지사필위농염자소의. 검칙지인다위방사자소기
君子處此,固不可少變其操履,亦不可太露其鋒芒.
군자처차, 고불가소변기조리, 역불가태로기봉망.
청렴하고 검소한 사람은
반드시 호화로운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위선자라는 의심을 받게 되고,
엄격한 사람은 방종한 사람들에게서 융통성이 없다고 미움을 받게 된다.
그러므로 참된 사람은 이에 처하여서
자신의 소신과 지조를 조금이라도 바꾸지 말아야 하며,
또 자신의 주장을 너무 드러내지도 말아야 한다.
099.
居逆境中,周身皆鍼 藥石,砥節礪行而不覺.
거역경중, 주신개침폄약석, 지절려행이불각
處順境內,眼前盡兵刃戈矛,銷膏磨骨而不知.
처순경내, 안전진병인과모, 소고미골이부지.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는 내 몸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이
자신을 이롭게 하여 약이 되고 침(針)이 되어 나의 행실과 의지를 북돋우며
인격을 기르게 하지만 사람들은 미처 깨닫지 못하고,
일이 순조로울 때는 눈앞에 있는 모든 것이 안일과 사치와 방탕등 무서운 칼날이 되어
기름을 녹이고 뼈를 깎아 몸을 파멸시키지만 사람들은 이것을 깨닫지 못한다.
100.
生長富貴叢中的, 嗜欲如猛火,權勢似烈焰.
생장부귀총중적, 기욕여맹화, 권세사열염
若不帶些淸冷氣味,其火焰不至焚人,必將自■矣.
약불대사청랭기미, 기화염부지분인, 필장자삭이
부귀한 집안에서 자라난 사람의 재물에 대한 욕심은
사납게 타오르는 불과 같고 권세에 대한 욕심은 세찬 불꽃과 같다.
만약 조금이라도 맑고 서늘한 기운을 가지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그 불꽃이 남을 태우는데 이르지는 않더라도
장차 반드시 자기를 태워 버리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