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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요와 대중문화의 만남 - 새로운 민요 현상
민요의 새로운 현상 중에 대중문화권에서 활동하는 ‘가수들’이 있어서 관심을 모은다. 대표적인 사례 몇을 살펴보기로 한다. (양옥경, 「민요 대중화·현재화를 위한 연행자/연행집단의 행동양식과 경향성 연구』, 2018한국민요학회 춘계학술회의, 부산외대, 2018.3.9.)
씽씽밴드 https://youtu.be/S1Le2wmxRdk
아나야 http://blog.naver.com/yeon5853/220686293649
1. 씽씽밴드의 사례
씽씽밴드는 이희문, 추다혜, 신승태, 최애라 등의 경서도 민요 전공자들과 일렉기타, 드럼 등의 뮤지션이 연합해서 창단한 소규모 공연집단이다. 이들은 민요록밴드라는 부기명으로 자신들의 음악 성격을 소개하고 있고, 일부 평론가와 공연 관람자는 ‘글램락’이라는 용어로 이 밴드의 장르적 성격을 설명하는 글을 썼다. 이들은 국제 음악 축제에 참가한 것이 계기가 되어 출현하게 된 한 음악 프로그램(미국 공영방송사 NPR의 Tiny desk consert)에서의 공연영상이 유투브 채널에서 급속의 관심을 받으면서, 그 힘으로 가장 ‘핫(hot)’한 ‘힙스터(hipster)’ 중의 하나로 국내 대중문화권에 진입하였다. 이 지점에서 가수 싸이와 그의 노래 ‘강남스타일’이 공통된 경험 맥락을 가지고 있다.
화제가 된 공연 영상(2017년 9월에 출연한 미국 공영방송사 NPR의 ‘Tiny desk consert’)에서 씽씽밴드가 노래한 작품은 베틀가, 오봉산타령, 한강수타령, 개고리타령, 긴난봉가, 자진난봉가, 사설난봉가, 장기타령, 이상 8곡의 경서도민요를 원천으로 편곡된 음악이었다. 중간에 끊기는 부분이 없고, 반주음악과 독특한 추임새로 노래와 노래 사이를 연결하여 전곡을 한 번에 이어 부르는 형식이었다. 전주와 간주 그리고 후주는 두 대의 기타와 드럼만으로 멜로디를 구성하고, 노래 단락은 각 민요 단위로 분절되었다.
이들의 최근 공연은 2018년 2월 4일, 서울 홍익대학교 주변에 위치한 ‘무브홀’이란 곳에서 있었다. ‘새소년’이라는 이름의 현대음악 인디밴드가 약 30분 정도의 오프닝 무대를 채우고 난 뒤에 이어진 씽씽밴드의 공연은 앞서 미국 TV 공연에서와 거의 동일한 레파토리로 구성되었다.
씽씽밴드가 부르는 민요의 음악적, 문학적 구조를 포함하여 공연양식 면에서 전통과 어떻게 같고 다른가? 일단은 시각적인 요소에서 확연히 구분된다. ‘힙스터’라고 불릴 만큼 굉장히 이색적인 옷차림과 화장, 과장된 크기의 곱슬거리는 가발 등으로 치장하고서 모호한 성에너지를 발산하는 몸짓과 함께 노래를 부른다. 발성이나 음색, 시김새에 있어서는 경서도 민요의 지역성이 느껴지고, 가사도 별반 의미없는 차이 정도만 있는 것에 비해 리듬에 자율적으로 연출하는 몸짓은 전통적인 민요 가창집단의 공연에서 볼 수 있는 것들과 전혀 다른 느낌이다. 리듬패턴은 그 민요 본연의 것에서 상당히, 거의 멀어져 있기 때문이다. 리듬 면에서만 본다면 민요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재즈, 락재즈, 싸이키델릭과 같은 장르의 리듬 요소가 지배적이다.
완전히 다른 음악문화권의 외국인에게 씽씽밴드의 음악은 어떻게 들렸을까? 유투브에 올라 온 씽씽밴드의 공연에 남겨진 반응 중에 가장 많은 추천수를 받은 한 외국인의 의견은 아래와 같았다.
“This is so damn dope. Traditional korean shamanic tradition mixed with some funk/ska/reggae elements. Wow!”
같은 영상을 본 유투브 다수의 이용자들도 위와 비슷하게 “자꾸만 귀에 맴돈다”, “빠져든다” 등의 ‘중독성’이 있다는 의견과 함께 그들에게 익숙해져 있거나 경험치로 읽어낸 다양한 종의 현대음악적 요소들과의 조합을 거론한 의견이 많았다. 씽씽밴드 이희문도 한 언론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향유자들의 반응이 충분히 예상되는 이야기를 한 바 있다.
여하간 씽씽밴드와 그에 대한 사회적 반응은 ‘현재에 있어서 민요를 어떻게 정의해야 하는가?’· 사회적 정의에 따를 것인가? 아니면 음악적 분석과 해석으로 그 성격을 정의해야 하는가?의 화두와 숙제를 주고 있다.
이와 관련되어 참고할 만한 반응 하나를 아래 소개해 두려한다. 아래 인용한 글은 일반을 대표하는 의견은 아니지만, 불특정한 일반인 혹은 민요 주변인이 가진 전통민요에 대한 인식의 정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어서 옮겨왔다. 향유자 혹은 중간자 정도로 볼만한 관련인들의 인식과 태도는 민요 연행 환경, 더 적확하게는 민요의 대중화나 현재화를 위한 연행자/집단의 시도에서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현실이 어떤 상황인지를 적시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전략>……내가 그들(연구자주:씽씽밴드)의 공연을 보고 가장 놀랐던 것은 방울목이나 시김새 같은 한국의 민요 창법을 그대로 쓰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들이 불렀던 노래는 경기 민요나 서도 민요로 한국인들, 특히 젊은이들이 철저하게 외면하고 있는 음악이다. ‘국악 한마당’ 같은 TV 프로그램에 이런 민요를 부르는 사람들이 나오면 사람들은 바로 채널을 돌려버린다. 한복 입은 여인들이 나란히 서서 목소리를 꺾어대면서 노래하는 모습이 진부하다 못해 천박해 외면하는 것이다. 그런데 씽씽은 이들의 창법을 그대로 활용했다. 물론 장단이나 악기는 서양 것을 빌려왔다. 우리 민요는 3박자인데 이들은 록이나 힙합, 레게 등의 4박자 ‘장단’을 사용했다. 이들이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만일 우리의 전통 악기와 3박자를 고수했다면 서양인이 중심이 된 세계시장에 먹히기 힘들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들이 우리 한국인들이 철저하게 등 돌린 전통 창법을 그대로 사용한 것은 참신하다 못해 눈물이 날 지경이다. …… <중략> ……민요는 그 기원을 캐다 보면 무속(巫俗)으로 귀결되는 것이 적지 않다. 무당들이 굿을 할 때 하던 노래들이 민간에 퍼지면서 민요가 된 것이다. 이것은 이 민요들의 장단을 ‘굿거리’ 장단이라고 하는 데에서도 익히 알 수 있다. 나는 그동안 항상 우리의 무속은 민속 문화의 뿌리이고 우리는 이것을 잘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런데 한국인들은 제 뿌리를 미신이라고 하면서 감추기에 급급했다. 씽씽은 자랑스럽게 우리의 무속을 내세워 대단한 찬사를 받았다. 게다가 밴드에서 여장을 한 남자 가수는 박수무당에게서 그 콘셉트를 빌려 왔다고 하지 않는가. 이 밴드의 음악은 이처럼 철저하게 우리의 무속에 기원을 두고 있다.”
2. 아리수의 사례
‘아리수’는 여성민요그룹이라는 부기명을 쓰는 팀이다. 아리수는 2005년에 경기, 서도, 남도 등의 민요를 전공한 세 명이 규합해 창단하였고, 2009년 문화관광체육부가 주최한 ‘천차만별콘서트’를 통해 데뷔했다. 2018년 현재는 4명의 연행자가 활동하고 있다. 2011년 전문예술법인 , 2013년 사회적 기업 인증받아 유지 중이다.
이들이 대중과 접촉하는 방식은 ‘음반’과 ‘공연’ 두 가지 경로 외에 다양한 사회적 사업과의 연계 활동이 있다. 한국메세나지원사업 활용, 문화복지 기획사업에 연계한 공연 등이 그것이다.
아리수는 결성 이후부터 지금까지 ‘아리랑나무를 심다(2007)’, ‘아리랑나무에 꽃피다(2010)’, ‘여성, 아리랑나무에 흩날리다(2014)’, ‘아리랑나무 뿌리를 노래하다(2015)’, ‘아리랑 나무랑 놀자(2016)’ 등 총 5편의 음반과 음원을 발매했다. 이들의 공식적 활동 초기의 작품은 전통민요를 편곡하는 방식의 노래들이 다수였지만 최근에 가까워져서는 노랫말과 선율을 새로 창작한 작품의 비율을 높여가고 있다.
이들의 음반에 수록된 음악들은 대체로 창법과 음색, 시김새 면에서 남도민요의 특성이 살아있고, 편곡도 원 선율과 장단구조를 바꾸지 않는 범위에서 이뤄져 큰 이색요소 발견이나 이질감없어 누가 들어도 ‘민요’로 인지하고 듣게 한다. 반면에 창작곡 <사랑은 나의 힘> 같은 경우는 피리와 해금이 주 반주 선율을 연주해서 사운드 자체에서 ‘국악적’이란 느낌은 일단 전달된다. 가창자의 창법은 피리 소리나 해금가 아니라면 ‘민요적’이라는 점을 알아차리기 힘들다. 이들의 반주음악은 국악기와 서양악기, 기타 등을 노래 작품마다 적절하게 배합하여 쓴다.
또, 이들은 처음부터 무대용과 행사용 작품을 창작, 개발하여 적극적으로 ‘세일즈(sales)’를 하고 있다. 이들이 개발한 무대공연용 작품은 지금까지 총 네 편으로 퓨전민요콘서트 ‘아리랑꽃’, B-Boy와 함께 하는 ‘춤추는 아리랑꽃’, 창작민요극 ‘세여자의 아리랑꽃’, “이야기꾼 전기수가 들려주는 민요창작극-제주로 간 사나이”(2017년작)가 있다.
최근의 이들 공연은 전문 연극 연출가와의 콜라보로 이뤄지고 있다. 최근작인 “세 여자의 아리랑 꽃”은 20,30,40대의 세 여성을 주인공으로 하여 이 땅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는 문제를 노래와 극의 결합 형태로 화두로 던지는 형식의 창작노래와 연기로 연출된 작품이다. 이 작품은 ‘민요창작극’이란 갈래로 명시해서 홍보되었다.
3. 아나야의 사례
‘아나야’는 민요, 대금, 전통 타악 등의 국악 전공자와 대중가요, 베이스 기타, 어쿠스틱 기타, 랩 등의 대중음악 전공 및 연주자 7인이 모여 결성한 단체다. 아나야는 국악 및 국악 창작 활성화와 음악인/집단을 발굴할 목적으로 2007년에 시작된 경연대회 형태의 ‘21세기한국음악프로젝트’를 통해 데뷔했다. 다음 해인 2008년에 <송인>이라는 타이틀의 앨범을 발표하고, 2009년에는 다큐멘터리 영화로 크게 각광을 받은 <워낭소리>의 OST 작업으로 대중적인 인지도와 활동공간의 폭을 동시에 넓혔다. 2011년에는 미국 SXSW 뮤직페스티벌 ‘Womex Stage’ 공식 쇼케이스 공연을 통해 국제적인 음악 공간에도 진출하였다.
2007년에 열린 음악경연대회에 참가 당시의 이 음악단체 소개란에는 당사자들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노래방에서 우리 노래가 불려지기를 희망하는, 대중들과 가깝게 호흡하는 음악을 지향하는 보컬그룹… …하지만 대중성이라는 방패 뒤의 저급함과 비겁함은 항상 경계한다.”라는 문구가 등장한다. 이는 이 집단이 가지고 있는 음악적 가치관과 지향이라고 해석되는 바라고 여겨진다. 대표를 맡고 있는 민소윤의 한 대담 내용에도 동일한 인식을 볼 수 있다. 그에 따르면 자신들은 ‘창작 작업을 위해’ 결성한 집단이며, 음악적 배경은 “한국 전통 가요인 민요에서 출발”하였고, “이(연구자주:한국 전통 민요)를 새롭게 해석해 만든 아나야의 노래들이 이 시대의 신선한 민요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활동하고 있는 연행집단이다. 그들의 앨범 수록곡 목록에서 ‘영산홍’, ‘보성아리랑’, ‘큰애기놀아난다’, ‘따북네’ 등을 보아도 그들의 음악관련한 자의식에 전통민요가 깊숙이 작용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곁들여서, “현대 대중음악계에서는 한 음악이 얼마나 노출되느냐가 중요하지만 우리 팀이 열정을 갖고 나아가는 방향은 전통음악을 접목한 창작곡” 라는 대담내용에서 한번 더 이들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아나야의 창작 작업은 통속민요보다 토속민요에 더 착근하고 있다는 점에서 민요를 소재로 한 창작 활동 중에서도 주목할 만한 대상이다.
이제 이들의 직접적인 표현을 통해 살펴 본 연행집단의 정신작용이 외면(外面)화 되었을 때, 즉 구체적으로 작품 속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를 짧게라도 살펴보자. 이들의 데뷔작이자 대표작이기도 한 <따북네>는 “따북 따북 따북네야 너 어디루 울고가나 울 어머니 몸진 골로 젖줄 바래 울고간다 느어머니 오마던가 어느 천년 오마든가 뒷동산에 말뼉다구 살 궂거든 오마던가”라는 가사를 서도 창법으로 1절 부르고 간주 뒤에 대중가요 창법으로 현대 어법의 가삿말로 부르는 부분, 이어서 다시 민요 후렴이 붙는 음악구조이다. 후주는 매우 몽환적인 멜로디가 이어지고, 다시 서도 창법의 아리아와 재즈의 스캣과 유사한 입타령이 함께 병창을 이룬다.
4. ‘절대歌인’, ‘다올소리’ 등의 사례
위에 소개한 대중문화권역의 민요 연행집단 외에도 ‘절대歌인’, ‘다올소리’ 등이 현재 다양한 공간에서 대중과 접촉하며 활동 중에 있다. 절대歌인은 경서도민요, 남도민요, 피아노 전공자들이 규합한 노래단체로서, 2011년 21세기한국음악프로젝트에서 <떡 먹고 엿 먹고>라는 민요 형식의 창작작품으로 데뷔하였고, 화순 지역에서 전래되는 떡타령과 진도의 엿장수타령을 원천으로 삼은 작품이라고 소개한 이 노래는 이후에도 이들의 대표작이 되었다. 이 노래는 장구를 대신해서 건반악기가 장단의 액세트를 살려서 화성 코드와 함께 짚어주고, 노래는 여러 창자가 서로 다른 창법으로 번갈아 부르는 교창방식과 제창방식 모두 활용된다. 이 노래 노랫말은 ‘나무타령’, ‘언문풀이’와 같은 말풀이·말엮기·말잇기 노래와 같은 방식으로 끝 음절을 —떡과 —엿으로 맞추는 각운(脚韻)의 짜임을 보이고 있다. 또 강강술래와 같은 놀이집합요처럼 여러 유형의 리듬을 순차적으로 구성해서 마치 소리로 하는 놀이처럼 들리도록 민요의 교창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또, 중간 중간 판소리의 아니리 기법을 활용해서 전혀 다른 느낌의 음악적 변화와 분위기 전환을 꾀하다가 다시 앞의 민요 선율과 장단으로 돌아와 통일성을 확보하는 형식감도 있다.
‘다올소리’는 2014년 한국음악프로젝트에서 <숨비소리>라는 작품으로 데뷔하였다. 국악 성악과 기악 전공자 외에 서양음악 작곡과 기악 연주자들이 함께 규성한 음악집단으로 공연 레파토리는 주로 제주도 향토민요와 통속민요로 구성한다. 2017년 10월 서울 남산골 한옥마을 야외무대에서 이들이 부른 <용천검> <비바리> <오돌또기>와 같은 노래는 반주음악의 구성과 형식구조에서 변화를 주었지만 노래의 선율과 시김새, 창법, 음색 등의 요소에서는 제주도 민요의 음악적 특징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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