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수 시인의 시집 [海女노래]가
2010년 9월 도서출판고요아침에서 나왔다.
정인수 시인은
1940년 제주도에서 출생하여
1974년 월간{한국문학} 신인상 시조부문 당선으로 등단하였다.
시집 [三多島]를 낸 바 있다.
다음은 '시인의 말'의 일부이다.
"제목이 '해녀노래'이지 실상은 '제주 해녀의 추억'이다. 그것도
1970년대 이전의 향수로 거슬러 올라가본 셈이다.
생소한 소재들인 듯하나, 나이 든 제주도민이라면 누구에게나
기억 속에 아련히 남아 있는 것들이다.
내 할머니, 어머니, 누나들이 목메어 부르던 노래로 들어주었으면 한다."
해설 '제주 해녀의 애환과 강인함을 적시한 감동어린 보고서'는
이지엽 시인이 썼다.
다음은 해설의 일부이다.
" ... 이 시집이 갖는 의미는 크다. 해녀들의 애환과 강인한 정신력을 새롭게 조명한
본격적인 시조집이라는 점에서 그러하고 ...... 근대의 아픈 상처로
기록되어 어느 정도 시대적 공감을 얻어가고 있는 4.3이 아닌 소재에서
지역적이면서도 가장 세계적인 정서에 호흡할 수 있는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
해녀노래 / 정인수
칠성판 등에 지고
명정포 머리에 이고*
오락가락 저승길에
온 몸을 내던지는,
함부로 흉내낼 수 없는
저 바다의 숨비소리 ...
* 제주민요 '해녀노래'에서.
******************
배선이 / 정인수
길에서 난 아이는
'질둥이'라 불렀었고,
축항에서 난 아이는
'축항둥이'라 불렀었다.
배에서 난 여자아이라서
'배선이'라 불렀구나!
****************
물질맛 2 / 정인수
바다 속에 들어가면
세상만사 지워진다.
살림살이 구차해서
물질하는 저 사람아!
처음엔 돈벌이라 해도
세월 가면 맛을 안다.
***********************
인연 / 정인수
나에겐 앙증맞은
외손녀 둘이 있네.
없으면 보고 싶고,
찾아오면 귀찮아라.
내 머리 꼭대기까지
올라타서 까부네.
사람의 한평생을
일세로 셈한다면,
옷깃 한번 스치는데
오백세의 인연이라.
딸 건너 딸로 안기니
몇 천세나 닦았을까?
******************
할망바당 1 / 정인수
밭일 없는 마라도엔
할망바당 따로 있다.
늙어서 힘 빠지면
상군도 기진하여,
오로지 먹고 살 길은
물질뿐인 좁은 섬 ...
*************************
제주도 시인이 제주도를 노래할 때
육지 시인이 몇 번 들른 제주도를 노래하는 것과는 다르다.
몸과 혼을 먹이고 키워주는 땅심이 시인들의 노래에도 스며들기 때문이다.
이 시집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앞의 1, 2부가 독특한 제주 언어의 묘미를 살리고 있어서
시집을 읽는 재미가 남다르다.
숨비소리, 빗창, 소중의, 물질마당, 난바르, 불턱, 애기상군,
메역, 물찌, 게석, 큰눈, 할망해녀, 질구덕, 지드림, 요왕지, 몸지,
드렴수다, 조친떡, 상희떡, 늙은이바당, 씨드림, 검질, 어멍, 어시, 코시롱...
많은 말들 가운데서 골라본 제주말이다.
정감 있는 향토어를 살려쓴 시집에 바다의 풍미가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