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 드라마 / 스릴러
감독 라스 폰 트리에
출연 니콜 키드먼 / 해리엣 안데르손 / 로렌 바콜 / 장 마크 바
각본 라스 폰 트리에
제작 비베케 빈델로프
음악 안토니오 비발디
촬영 안소니 도드 맨틀
초대받지 않은 손님, 온 마을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록키 산맥에 자리한 작은 마을 ‘도그빌’.
이 평온한 곳에 어느 날 밤 총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한 미모의 여자가 마을로 숨어 들어온다.
창백한 얼굴에 왠지 모를 불안감을 드리우고 있는 이 비밀스러운 여자의 이름은
‘그레이스’. 그녀를 처음 발견한 ‘톰’은 다만 그녀가 갱들에게 쫓기는
신세라는 사실만 알 수 있을 뿐이다.
첫눈에 그녀에게 반한 그는 그레이스를 마을 사람들에게 인도하는데…
그녀에게 주어진 2주의 시간…
갑작스런 이방인의 등장에 경계심을 거두지 못하는 마을 사람들.
하지만 톰의 설득으로 그레이스에겐 마을에서 머물 수 있는 2주의 시간이 주어진다.
그리고 2주의 시간이 지난 뒤, 도그빌 사람들은 천사 같은 그녀를 받아 들이기로 결정한다.
고단한 방랑에 지친 그레이스에게 도그빌은 그렇게 행복한 마을이 되어가고,
그레이스는 자신을 보살펴주는 톰에게 호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그레이스, 그녀가 수. 상. 하. 다…!
어느 날 마을에 경찰이 들이닥치고, 곳곳마다 그레이스를 찾는 현상 포스터가 나붙는다.
소박하고 착해 보이기만 하던 도그빌 사람들은 점점 그녀를 의심하면서 변하기 시작하고,
숨겨준다는 대가로 그레이스를 견딜 수 없는 노동과 성적 학대 속으로 몰아넣는다.
결국 그레이스는 마을을 탈출하기로 결심하지만 그녀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고,
마을 사람들은 그녀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개목걸이를 채우기까지 한다.
하지만 그들은 아직 모른다. 그레이스가 숨겨온 단 하나의 비밀을…
덴마크 출신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은 우리 시대 최고의 테크니션이며
스타일리스트답게 [도그빌]에서도 독창적인 실험을 멈추지 않는다.
쉴새없이 흔들리는 헨드 헬드 카메라 기법으로, 시험받는 지고지순한
사랑을 표현한 [브레이킹 더 웨이브]와, 전쟁을 배경으로 파괴되어 가는
인간성을 직시한 [유로파]로 칸느 심사위원 대상을, 그리고 뮤지컬 스타일을
한 차원 높게 응용, 존재의 방식에 질문을 던진 [어둠 속의 댄서]로 칸느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바 있다
그의 영화는 항상 논란을 불러 일으킨다. 그것은 당대의 대중들을 자극하려는
그의 도발적 자세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현재적 명성에 안주하지 않고
모험적 시도를 거듭하는 예술적 새로움에 기인한다.
[도그빌]은 의심할 바 없는 우리 시대 최고의 영화 중 하나이다.
아무도 흉내낼 수 없는 창의적 상상력으로 가득차 있다.
연극적 스타일을 영화로 차용, 제한된 무대공간을 오히려
장점으로 변용하며 인간심리에 대한 깊은 통찰을 이끌어낸다.
[도그빌]의 카메라는 핸드 헬드로 쉴새없이 움직인다.
인물의 캐릭터를 드러내는 극단적 클로즈업 쇼트에서 인물 사이의 거리를
보여주며 갈등을 심화시키는 롱쇼트에 이르기까지 프레임은 적절하게 사용되고 있다.
카메라는 인물에서 인물로 빠르게 패닝을 하고, 극단적인 줌인/ 줌아웃 쇼트를
사용함으로써 제한된 무대공간의 답답함을 가볍게 벗어난다.
[도그빌]에서 주목할 것은 조명의 움직임이다.
기본적으로 낮과 밤을 구분하는 조명은 보통 때 극히 제한된 공간과 인물만 비춘다.
주변은 암흑으로 뒤덮여 있다. 우리들의 시선은 카메라 프레임으로 제한되기 이전,
의도적 조명에 의해 한곳으로 집중된다.
주위가 캄캄한 암흑 속일 때, 대부분 인간의 어두운 면이 노출된다.
주민회의 경우에도, 처음 그레이스를 받아들이는 씬은 주위의
하얀 벽면이 드러나는 낮씬으로 찍혀져 있다.
그러나 마을에 수배자 전단이 붙고 그레이스의 처지가 점점 궁핍해졌을 때,
그레이스의 처지를 이용하려는 이기적 욕망이 마을 사람들에게 싹트는 씬은 어둠 속에서 일어난다.
낮이 되면 무대 주위가 하얀 벽으로 드러나서 바닥의 어둠과 뚜렷하게 대비된다.
도그빌이 갇힌 공간이라는 것을, 그레이스는 더 이상 빠져나갈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면서도,
지금 우리는 실제가 아니라 한 편의 드라마를 보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게 해준다.
라스 폰 트리에는 영화의 순수함을 되찾기 위한 운동으로 [도그마 선언]을 발표했고
많은 동료들과 함께 상업성에 오염되어 가는 영화예술의 순수함을 되찾기 위해 노력했다.
[도그빌] 역시 인간의 내면에 잠복해 있는 이중성과 야만성을 무섭도록 섬찟하게 폭로한 작품이다.
특히 결말부분의 충격적 반전은 인간 본성과 함께 권력의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게 만든다.
[제가 사람들을 용서하기 때문에 거만하다는 말씀인가요?]라는
그레이사의 대사는 이 영화의 터닝 포인트이다.
[도그빌]의 주제는 인간성의 본질에 대한 것이다.
과연 인간의 선한 의지는 어디까지 지속될 수 있는가.
인간들은 자기들의 이기적 욕망을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가.
선과 악의 경계는 무엇인가.
이런 본질적 질문들이 영화를 보고난 뒤에도 끊임없이 이어지는 것은,
이 영화가 비록 우화적 형식을 채택하고는 있지만,
삶의 깊은 곳을 응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찰라적이고 일회적인 가벼운 주제가 범람하는 소비적 영화풍토 속에서
라스폰 트리에의 이런 형이상학적 시선은 우리를 오래도록 붙잡는다
World - Zucchero & Angg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