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박 4일 백암온천과 경주여행 2010. 11. 29(월). - 12. 2(목).
누나가 백암온천에 가 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들은 후 여행계획을 하게 되어 이번에 누나 부부와 우리 부부가 함께 여행길에 올랐다. 자형이 나이가 많아 약간 염려가 되었으나 여행을 즐거워하고 건강한 편이기에 그런대로 좋았다.
첫날은 백암온천까지 가는 것이었다. 서울을 출발하여, 한강변을 지날 때에는 간밤에 내린 눈으로 좌측에는 눈이 보이고 우측에는 밝은 햇살을 받은 한강이 깨끗하게 보이는 기분 좋은 날씨를 보였다. 하지만 가는 길에 산들은 어느새 푸르름도, 단풍도 모두 사라지고 앙상한 나뭇가지들만 남은 삭막함을 보이고 있었다. 가는 길 내내 눈이 많이 보였고, 어떤 고개 길에는 미끄럼방지로 모래를 뿌린 흔적도 있었다. 고속도로로 이천, 여주, 원주, 제천, 영주 지역을 지날 때에는 산간지역이라도 도로가 좋았으나, 풍기에서 고속도로를 벗어나면서 구불구불한 산골 2차선 도로를 주로 갔가에 다소 답답하기도 했다. 다만 울진의 불영사계곡 길은 하천과 산이 어울리는 보기 드문 아름다운 경치가 펼쳐졌기에 눈이 번쩍 뜨이기도 했고, 곧 이어 동해의 시원한 바다가 나타나서 목적지에 가까워진 마지막 길이 좋았다. 동서울터미널에서 오전 11시 10분에 출발한 버스가 쉬지 않고 계속 갔는데 오후 4시 20분에 도착했다. 예정 시간보다 20분 빨리 도착 했다고 했다. 5시간 10분간 지루한 여행이었다.
백암온천지역은 썰렁했다. 사람이 별로 없고 많은 상가는 문이 닫혀 있으며 커다란 건물의 숙박시설들이 을씨년스럽게 보였다.
큰 글씨를 새겨놓은 커다란 바위들만이 지역의 상징같이 여기저기에 선명하게 보였다. 저녁식사로 대게를 먹을 수 있는 식당을
겨우 한 군데 찾을 수 있었다. 호텔 대중탕의 온천욕은 우리의 독차지였다. 예부터 온천수가 좋다는 것으로 유명한 곳이지만 지금은 온천이 많고 교통이 불편해서 찾는 사람이 적은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온천 주변의 얕은 산이 공원으로 잘 조성되어 있고 산책로도 좋아 아침산책을 잠시 즐기기도 했다. 좀더 시간 여유가 있으면 휴양지로 오래 머물러도 아주 좋은 곳이 될 것 같았다. 백암산, 응봉산 등 좋은 산도 있기에 산행도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둘째날 우리는 백암온천을 출발하여 경주로 향했다. 후포에 잠시 들려 어시장 구경도 하고, 새해 첫날 해맞이 지역으로도 유명해서 어느 해에 찾아 간적이 있는 추억도 되새기고, 넓은 바다를 둘러보기도 했다.
경주에 도착하여 보문단지에 있는, 숙소로 예약된 KT수련관으로 바로 갔다. 보문관광단지는 주로 호텔이 많은 휴양지였다. 평일이어서인지 사람이 별로 없고 모든 유락시설이 휴식중인듯 조용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였다. 숙소 밖으로 나와 주변을 산책해 보았다. ‘신라밀레니엄파크’의 홍보가 요란해서 가까이 가 보았더니 드라마 ‘선덕여왕’의 촬영지를 더 크게 확장하여 보존하면서 관광지로 만들어 놓은 곳이었다. 입장료가 비싸 입구만 구경하고 돌아섰다. 경주세계문화 엑스포공원의 사각기둥모양의 높은 탑이 잘 보였으며, 하늘에는 열기구가 떠다니기도 했으나 우리는 모두 눈으로만 구경했다. 숙소에서의 저녁식사와 온천수 사우나가 좋아 만족스러웠다. 지인의 덕택으로 무료로 이틀 밤을 지낼 수 있는 숙소였다.
12월의 첫날을 경주에서 맞이하면서, 씨티투어(City Tour)로 하루 종일 경주의 관광지를 돌아보았다. 첫 방문지로 수학여행의 추억을 되살린다는 불국사에 갔다. 새로운 것이 없었다. 주변의 나무들이 싱싱해서 좋았다.
다음에 신라역사과학관에 갔다. 새로운 곳이었다. 석굴암을 과학적으로 분석하여 자세하게 진열해 놓은 곳이다. 그래서 제 2석굴암이라는 간판이 있었다. 석굴암의 구조가 얼마나 과학적이었는가를 설명하고 있어서 석굴암에 대해 박사가 된 기분을 가질 수 있는 곳이었다. 석굴암과 함께 첨성대와 오대산 상왕사의 종에 대해서도 과학적인 분석을 함께 해 놓았다. 공예전문가인 어떤 분이 개인 사재로 이루어 놓은 사업체로 신라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는 과학관임을 알 수 있었다. 과학관 주변은 민속공예촌으로 장인들이 집단으로 거주하며 작업하는 곳으로 출입할 수 없다고 하며 지나치면서 보는 곳이었다.
분황사에 갔을 때 삼층탑은 보수 공사로 엉망의 모습이었고, 김유신장군묘는 돌 울타리가 만들어진 커다란 묘 하나가 있었다. 가장 좋은 명당자리라는 설명과 주변의 숲이 좋았다. 삼국통일의 공신이지만, 신라보다는 고구려가 삼국을 통일했더라면 더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을 잠시 하게 했다.
천마총에 갔다. 역시 새로운 것이 없었다. 커다란 묘들과 잔디, 나무들의 모습이 밝은 햇살을 받으며 조용히 놓여있었다. 시내 중심지에 커다란 봉분이 함께 공존하는 경주는 시민들의 자부심을 키워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이드의 설명에서도 느낄 수 있었고, 통일신라의 수도로써 왕족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후손들이고, 지도층의 번영을 누렸던 곳에 살고 있는 자부심 같은 것이 있을 것 같았다.
다음에 박물관과 첨성대를 돌아보는 것으로 투어를 마감했다. 경주는 관광지여서인지 투어비도 비쌌다. 서울, 부산, 대구 등과 비교해서 훨씬 비싸다. 그러면서 안내지역은 간단했다. 첨성대 옆으로 반월성이 있었다. 그 근처에 관광지들이 많이 있었다. 그럼에도 첨성대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안내를 하지 않았다. 나는 일행 중 몇 사람과 투어 버스와 작별하고, 도보로 반월성을 걸었다. 숲이 좋고 산책로도 잘 되어 있으며, 지역민들의 산책코스인 것도 알 수 있었다. 계림, 석빙고를 보고 안압지에 갔다. 모두 가까운 거리였다. 안압지의 경관이 좋았다. 호수에 비치는 건물과 나무의 모습이 평화로운 느낌을 갖게 했다. 건물은 모두 자료를 토대로 복원한 것이어서 깨끗했다.
관광지 경주는 오래 있고 싶은 곳이 아니었다. 가 본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는 새로운 것도 별로 없고, 물가도, 교통비도 비싸고, 사람들은 겉으로만 친절한척 했다.
12월 2일 아침식사를 하고, 나 혼자만 안압지에 다녀왔기에, 다른 일행을 위해 다시 안압지에 잠시 들린 후, 신경주역으로 이동했다. 택시비가 35,000원이었다. Ktx를 탈 수 있는 신경주역이 시내에서 너무 먼 곳에 있는 것이 불만스러웠다. 10시 39분 출발 Ktx로 귀가 길에 오르니 오후 1시경에 수원에 도착 했다. 신경주역에서 수원까지 2시간 20분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교통의 발달은 갈수록 편리한 시대를 만들어 줄 것 같아 여행의 기대는 더 커진다.
수원에 도착하니 빗방울이 떨어졌다. 여행기간에는 날씨가 좋았던 것이 다행이었다. 집에 들어오니 천둥소리도 들렸다.
다행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