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 충북 괴산을 향하여...
성수를
고향에 가서 증조할아버지 할머니께 인사시켜야 한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그러나
토요일이지만 출근.. 할수 없다. 눈치보며 도망가는 수밖에 그런데
웬걸..부서 후배 거래처에서 서류 보내 달라고 난리를 친다.
그
후배는 낚시터로 도망가고.. 일찍
도망가는 꿈은 진작에 버리고 후배
일까지 덤으로 했다.
고향
갈려고
회사를 막 나갈려는 찰나
그
거래처 전화를 받은 것이다. 내가 받지 말았어야 했는데.... 후배
일까지 하면서 얼마나 이를 갈았는지.. '너
월요일에 출근하면 죽었어'.
이래저래
정신없이 돌아다니다가 1시가
돼서야 서울을 벗어났다. 역시
여행 짠밥이 있어서인지. 날은
잘 선택했어. 원래
명절 다음주가 가장 한가하단 말이야.
청명한
날씨만큼 뻥
뚫린 고속도로를 130킬까지 밟아본다. 아이고
신난다.
가을
들녁을 너무나 황홀하다. 코스모스에 금빛 물결이 넘실거린다. 하늘은
어찌나 파란지..
호산죽염된장
농장
금강산도
식후경..지난번 속리산 답사때 우연히 찾은 '호산 죽염된장 농장' 증평에서
속리산 가는 길은 말 그대로 속세를 떠난 가파른 고개 '질마재'를 넘어야 한다. 차도
힘이 겨운지 휴식처를 찾고 있는데 좌측에 커다란 한옥집 '죽염된장집'이 지친 우리를
맞이한다..
"어서오세요."
반바지에 검정 고무신을 신고 넉스럽게 환영인사를 던져준 주인장 '이정임' 님의 말 한마디가
된장만큼이나 구수한다..
주인장은
사업에 실패하고 전국을 떠돌다가 개암죽염을 재현해낸 인간문화재 '효산'스님을 만나게
된다. 그 밑에서 죽염된장의 비법을 전수받게 된다. 그리고 단돈 7만원을
들고 이곳 첩첩산중에 터를 잡고 그 고생을 다해가며 오늘의 농장을 일구어낸다.
무려
4천개가 나란히 정열하고 있는 된장독들이 탐승객의 눈을 휘둥굴게 한다. 예로부터
된장 맛은 그 집안의 품격과 아녀자의 심성을 보여준다. 그만큼 된장 맛이 중요함보여준다.
이 집 된장맛의 비결은 역시 죽염, 토종 콩, 맑은 물, 그리고 좋은 독이 어우러진
것이다. 죽염은 불순물을 걸러내 해독작용을 하고, 콩은 원산지가 증명된 토종콩만을
쓴다.
물
역시 중요한데..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옻샘이 자리잡고 있다. 이 동네 물 맛이
워낙 좋은데..초정약수가 근처에 있는 것만으로 그 맛을 알 것이다.
4천원짜리
된장정식을 시키면 20여가지 반찬이 상다리가 휘어지게 한다. 밥도 쌀밥이 아니라 오곡밥이다.
한 그릇 뚝딱.. 햄버거에 길들여진 도시인들은 어쩌면 담백한 맛에 고개를 저을 수가
있다. 함께 동행한 어머님도 된장색깔이 검다느둥.. 좀 짜다는둥 그리
후한 점수를 주지 않지만 시골에서 유년생활을 보낸 아버님은 그렇게 맛있게 드실
수 없다. 물론 나는 아버님의 자식이니까...입맛도 같지.
"어렸을
때 먹었던 그 된장 맛이야."
'운곡주'
작은 것(3천원)을 시켰더니..1리터가 넘는 투병한 병에 담아 내온다. 아니 그럼 큰 것은
얼마나 큰 병에 나올길래.....정성을 다해 걸러냈기에 술 색깔이 맑다. 운곡주
한잔 들이부으니 아까 힘겹게 넘었던 질마재의 구름이 생각난다. 둥둥 날아보자.
이렇게
푸짐하게 해서 음식을 내 놓으면돈이 남을까? 주인장은 돈이 목적이 아니다. 우리
된장 맛을 많은 사람들에게 맛보게 하고 싶은 소박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반찬마다
정성이 배어있다. 사업실패로 어려움을 겪은 아픔 때문인가? 아님 보은때문인가? 요즘에도
소년소녀 가장과 혼자 사는 노인 1천명에게 된장을 퍼주고 있다.
이런
따뜻한 심성이 음식에 배어서인지..된장맛이 더욱 진하게 느껴진다.
죽염된장
3킬로(3만원)을 사면 2명분 밥값을 빼준다. 우린 감식초(2만원)와 물엿을 넣지 않는 고추장을
구입했다.워낙 신문에 보도가 많이 되어 일부로 이곳을 찾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그런지 주말엔 차댈 곳도 마땅치 않다. 9시에 문을 열고 6시에 문을 닫는다.
찾아가는
길
중부고속도로에서
증평 ic를 거쳐 증평읍내를 지난다. 거기서 592번 국도를 타고 간다. 질마재를 넘으면 좌측에 '호산 죽염된장'집이
나온다. 버스는 증평에서 '청천'가는 시내버스를 타고 운곡 된장공장 앞에서 하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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