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중대 4소대 118번 김두영 훈련병에게
두영아! 나의 아들아!
한여름! 토요일인 오늘의 일과계획을 보니 제식훈련이 들어가 있네?
별것도 아닌 좌향좌, 우향우, 좌로 삼보 가, 우로 오보 가, 뒤로 돌아 가... 조금 더 익숙해지면 분열 연습도 할 것이다...
아빠때는 단체생활에 늘 있게 마련인 학습지진아들을 고문관이라 불렀는데... 너희들도 그리 부르냐?
혹시 네가 그 노릇하고 있는것은 아니겠지? 너는 아빠 보다는 훨씬 운동신경이 좋기 때문에 남들에게 쳐지진 않을것이다.
다행이 날씨가 예보 만큼은 덥지 않구나. 소나기도 살짝 뿌리고...
따땃한 날씨에 군대생활의 걸음마인 제식훈련을 통하여 오늘도 땀에 푹 빠졌으리라 생각된다.
인터넷에 올라온 베레모를 쓴 네 사진을 휴대폰에 담아서 온 가족과 할머니 고모들께 보여드렸다.
벌써 군인다운 모습이 보인다고 모두 안타까워 하면서도 흐뭇해 하신다.
아빠 때에는 공수특전단만 쓰던 베레모인데... 그래서 우러러보던 모자인데... 이젠 소나 개나 다 쓰네? ㅎㅎㅎ...
사진을 보니 여전히 뿌옇게 잘 생겼구나...
훈련시작한지 일주일 밖에 안되어서인지... 시커멓게 그을린 숯검댕이가 아니라서 약간은 서운한걸~ ㅋㅋㅋ
너도 아빠를 닮아서 땀이 무척 많고 더위에 약하지만 체력이 남 보다 우월하니 걱정하지 않는다.
단지 얼굴 피부가 약하여 여드름 또는 땀띠가 날까봐 걱정이다... 이 참에 체중을 줄이면 해결 되겠지만...
오늘 낯에 할머니 집에 고모들과 함께 모였었단다. 인중이형이 애기를 데리고 와서 아기를 보러 모였단다.
이제 5개월 짜리라서 재롱 부릴줄은 모르지만... 아빠에게는 3세대들이 하나둘 늘어나니 좋으면서도 서글프다.
하긴 둘째아들이 벌써 나라를 지키고 있으니... 그리 생각하면 아빠의 흰머리와 흰눈썹이 자연스럽고...
고모들과 할머니하고 온통 네 이야기만 했구나... 눈치코치 모르던 어린시절, 착하기만 하고 공부를 등한시한 학생시절...
네가 없는 허전함이란 당연한 것이지만, 강한 군대에 속한 강한 아들이 있기에 한편으론 엄마 아빠의 대견함은 크단다 ...
다음주부터 2주차 ...어때? 한숨 나오지?
분단국가에 태어난 대한민국의 젊은이는 모두 그렇게 꽃다운 시기를 나라를 위하여 봉사해야 한단다.
하지만 아빠의 생각엔... 잃는것 보다 얻는것이 훨씬 많다고 생각하며 지금의 경험이 네 인생의 초석이 될것을 확신한다.
아들 덕분에 아빠도 잔인했던 30년전의 군생활을 회상하곤 한단다.
30년전과 현재의 가장 큰 차이점은 현재는 공개된 군대라는 것이다. 그때는 사회와의 완벽한 격리를 목표로 한 군대였다.
격리할수록 사고가 적고 강인한 군대를 만든다고 정치인이나 높은 지휘관들이 생각했는지...
아니면 군대라는 열악한 환경을 국민들에게 보여주기 싫었던 것인지... 당시엔 외딴 섬에 던져진 군대사회 였단다.
두영아! 고통이 큰 추억일수록 아름답단다... 그런 의미에서 나의 아들은 제일 큰 추억을 만들어가고 있겠지?
아들아! 네가 겪고있는 고통보다도 훨씬 더 큰 고통을... 아빠를 포함한 네 선배들이 감내하면서 지켜온 대한민국이다.
지금의 네 고통... 피할 수 없으니 즐기길 바란다. 네 선배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입대할때 아빠가 한이야기 기억하지?
비겁하지 말고 당당하라고 했던 말... 솔선수범 하되 위험한 일 만큼은 앞장서지 말라고 했던 말...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오히려 즐기며... 시간이 나면 무엇이든지 닥치는대로 읽으라고 했던 말...
두영아! 용기(勇氣)와 만용(滿勇)을 잘 구분해야 한다.
용기는 '사나이 다움'을 이야기 하는 것이고, 만용은 주제 넘는 것이다.
육군 사병은 나라를 지킬수는 있으되 나라를 구할수는 없단다... 지금은 나라를 지키기만 해라!
나라를 구하는 일은 네가 학업을 모두 마치고, 그 때의 지식과 경륜으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 보는 것이다! 반드시...
인내는 군 생활을 통하여 저절로 커질것이고... 또한 몸도 많이 강인해지며 날씬하여질 것이고 ...
건강한 네 얼굴 빨리 볼수 있기를 고대하마!
사랑한다 아들아!
8월10일 오후에 아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