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브루타 방식에 기반한 초등과학수업의 실제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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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브루타 방식에 기반한 초등과학수업의 실제 사례
우리나라에서 2009개정교육과정은 2007개정교육과정을 일부 수정하여 2009년에 공포한 것으로서의 차원을 뛰어넘어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21세기 학교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실제로 구현한 핵심역량 교육과정의 실체로 볼 수 있다. 2009개정교육과정에서 창의·인성교육을 핵심키워드로 표방한 것은 20세기 학교교육 패러다임의 내면적 개념, 즉 ‘지식을 위한 지식에 의한 지식교육’이 21세기에 접어들면서 ‘핵심역량을 위한 지식에 의한 학생의 배움 중심 교육’으로 전환된 학교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의·인성교육으로 대변하였기 때문이다.
핵심역량 교육과정으로도 볼 수 있는 2015개정교육에서는 2009개정교육과정의 교육적 취지와 목표를 더욱 구체화함으로써,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교실수업 및 다양한 학생활동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에게 미래를 살아가는데 필요한 핵심역량을 각 교과별로 적절하게 설정하고, 이를 학교의 교과수업과 여러 교육활동을 통해 학습효과로 달성 하는 것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위 맥락에서 교과수업을 통해 창의성을 포함한 의사소통 능력 등 핵심역량을 학습목표의 수준에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학생중심의 하브루타 방식에 기반한 초등과학수업의 사례를 제시해보고자 한다. 본 수업을 진행한 초등교사는 창의교육 초등 남부권 거점센터의 연구원들과 수업협의회를 거치면서 당초의 수업지도안을 수정·보완하고 최종적으로 2016년 9월 27일에 여러 교사들 앞에서 공개수업으로 운영되었다.
창의교육 수업사례 (담양 동초, 이경원교사)
● 교사의 수업 취지 및 목표
가르침 시대의 종말! 공영방송인 KBS교육기획방송 21세기 교육혁명의 제목 중 하나이다. 가르침이 본분인 교사에겐 더욱 충격적인 제목이다. 가르침 시대가 끝났다면 학교의 존재 이유가 있을까? 이것을 다시 생각하면 국가수준 교육과정에 따라 국가가 요구하는 인간상을 길러내는 시대가 끝났다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지식의 공급자로 존중받던 교사상은 이미 사라졌다는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이 시대는 더 이상 한 사람이 지식을 독점할 수 없다. 모든 지식은 공개되어 공유되고, 추구하는 지성도 집단 지성, 집단 창의성이다. 학생들은 더 이상 학교에 배움을 목적으로 오지 않는다. 쉬러 오고, 놀러 오고, 관계를 맺으러 온다. 일방적인 지식의 전달과 전수를 거부한다. 이제 우리 교사들은 설 곳을 잃어야 할까? 학교라는 공간은 시대의 변화에 묻혀 사라져야 할 곳인가? 이 물음에서부터 하브루타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
● 수업에 임하는 교사의 생각 및 교수활동 목표
가. 교사가 먼저 끊임없이 질문하고 토론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하브루타를 잘 하려면 좋은 질문을 해야 한다. 그것은 연습으로 훈련될 수 있다. 질문 만들기에 익숙해진 학생들의 질문의 질이 훨씬 높아지지만 오히려 교사는 사고의 폭이 한정되기 쉽다. 그러므로 일상생활 속에서 익숙한 문제들에 대해, 또는 자기 자신의 수업에 대해 교사가 먼저 끊임없이 질문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나. 교사가 가르침 중독에서 벗어나야 한다. 하브루타 수업을 연구를 하면서 절실하게 깨달은 것은 내가 (우리 교사들이) 심각한 가르침 중독이라는 점이다. 자동적으로 무엇이든 가르치고 참견한다. 수업을 꽉 움켜쥐고 절대 놓지 못한다. 이 사실은 자신의 수업성찰을 통해 스스로 깨닫기보다는 함께 연구하는 다른 교사의 수업을 참관하며 발견한 충격적인 자기 모습이다. 학습은 학생이 하는 것이다. 학습 피라미드에 의하면 교사가 설명하고 전달하면 학생이 아닌 교사가 공부하게 된다. 학생들이 질문과 토론을 통해 직접 생각하고, 판단하고, 결정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학습권을 학생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다. 하브루타 수업모형 교과별 영역별 적용을 위한 연구, 교사수업시연 공동체가 만들어져야 한다. 하브루타 수업모형이 어떤 교과, 어떤 영역에 효과적인지에 대한 연구가 지속되어야 한다. 또한 이것을 함께 고민하며, 수업 시연을 통해 공유할 수 있는 교사 하브루타 연구 공동체가 필요하다.
라. 하브루타 수업에 대한 교사 자신의 흔들림 없는 교육관과 하브루타를 적용하면서 나타나는 짝의 수준차이 문제, 일상적인 토론 문화를 선호하지 않는 문제 등을 극복할 수 있는 용기와 끈질김이 필요하다.의견을 말하거나 토론하는 것이 건방짐으로 비춰지는 문화를 극복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하브루타 수업을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환영하기는커녕 빈정거리는 교육현장에서 끝까지 버티고 밀고 나갈 수 있는 교사 자신의 하브루타 교육에 대한 확고한 철학이 필요하다.
마. 교사의 교육철학을 존중하고 믿고 기다려 주는 교사에 대한 신뢰가 필요하다. 요즘의 교사는 누구든지 참견해도 괜찮은 존재로 여겨진다. 교사가 존중받지 못하면 바른 교육을 펼치지 어렵다. 하브루타 교육은 학생, 학부모, 학교지도자가 하브루타 수업을 실천하는 교사의 교육관의 올바름을 믿고 존중하며 기다려줄 때 내실 있게 펼쳐질 수 있다.
바. 교사의 하브루타 교육 전문성 신장을 위한 아낌없는 지원이 필요하다. 교사의 연수, 연구 활동 등에 대한 아낌없는 지원이 이루어진다면 하브루타 교육이 정착되어 실현되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다.
● 수업지도안 (3-2-2 지층과 화석, 4/11차시)
교수학습지도안.jpg교수학습지도안.jpg(1.73 MB)
평가 및 학습자료.jpg평가 및 학습자료.jpg(1.07 MB)
이 차시는 여러 가지 퇴적암의 특징이 설명된 읽기자료를 읽고, 특징에 따라 여러 가지 퇴적암을 이름을 짝 토론과 모둠토론을 통해 정해보는 활동을 한다. 도입 단계에서는 그림 없이 암석의 특징만 설명된 읽기자료를 읽고, 짝과 함께 자신이 읽은 암석에 대해 짝에게 설명해주는 활동을 한다. 전개 단계에서는 짝과 함께 의견을 조정하며 암석의 이름을 붙이도록 하고, 짝 활동이 끝나면 모둠 토론을 통해 의견 조정을 하며, 암석 이름을 정하고, 모둠별 입장과 근거를 발표하도록 한다. 정리 단계에서는 교사와 함께 올바른 암석과 이름을 알아보고, 암석의 이름을 바르게 찾은 모둠이 그 특징을 발표하도록 한다.
● 수업협의에서 동료교사 의견
●조○○ :암석표본을 가지고 자신이 암석에 이름을 붙이면서 암석의 특징을 짝끼리 모둠끼리 이야기 하면서 의견을 조정하는 시간이 가장 좋았다. 또한 과정중심 평가를 시행하면서 수업 중 교사가 관찰지(평가자료가 포함된)를 가지고, 학생들의 수행 과정을 평가하였다.
●이○○ :암석을 관찰하기 제재를 가지고 하브로타 수업을 어떻게 전개해나갈지 궁금점이 많았는데 학생들이 읽기자료를 읽고 자신의 생각이 이야기하며 토의․토론을 진행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깊었다. 과학이라는 교과에서 그것도 관찰을 목표로 하는 수업도 토론으로 수업을 이끌어 나갈 수 있다는 면에서 충분히 다른 선생님들과 수업방법에 대한 장점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읽기 자료를 읽고, 암석을 관찰할 때 관찰관점이 무엇인지 교사가 확인하는 과정이 있다면 수업목표에 도달하기 쉬울 것 같다.
●정○○ :하브루타의 기본 원리는 친구와 함께 공부를 하면서 학생들이 사물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분명히 하고 새로운 내용을 더 알아가는 것으로 친구에게서 배우는가 하면 친구를 가르치기도 하는 방법이라고 들었다. 이번 과학수업은 하르로타를 적용한 토론수업의 예시로 보고, 다른 교사들도 참고하여 적용하면 좋을 것 같다.
●백○○ :학생들이 활발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 인상깊었다. 생각보다 우리 학생들이 이렇게 자기이야기를 많이 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많이 놀랐다. 다만 수업 시작 전에 암석에 스티커나 네임팬으로 번호를 붙여서 구별하기 쉽도록 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 마지막에 조사한 내용을 발표할 때 학생들이 제자리에 일어나서 암석을 들고 발표를 하니 암석도 잘 안보여 구별이 안가고 발표한 내용을 듣기 어려웠다.
●이○○ :마지막으로 과정평가를 흔히 학교에서 적용할 때 수행평가지나 과제를 검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학생들의 학습목표에 대한 의식을 가지고 활동을 하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것이 지식위주가 아닌 과정평가의 바른 방향일 것 같다.
수업교사의 수업후기
2015개정 교육과정 홍보영상 속에서 학생들은‘공부 열심히 하죠. 그런데 수학 어디에 써먹어요?’라는 말을 주고받습니다. 학교에서 좋은 성적만 얻어 좋은 대학을 가면 좋은 직업을 가질 수 있다는 시대에서 이제는 좋은 대학만으로 미래사회에서 성공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미래사회에 필요한 역량을 기르기 위한 교육을 제공해야합니다. 이러한 시대의 변화를 수용한다면 하브루타 수업은 학생 중심 수업을 강조하는 21세기 학교 현장에 딱 맞는 수업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브루타는 예전에 파트너와 함께 서로 질문하며 함께 탈무드를 배우던 데서 기원한 유대인의 3500년의 역사가 담긴 전통 있는 교수법입니다. 뜻은 ‘짝을 지어 질문하고 대화하고 토론하고 논쟁하는 것’을 말합니다. 보통 2명이 짝을 지어 공부를 하고 거의 4명을 넘지 않습니다. 서로 짝을 지어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 앉아서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논쟁 수업 방식입니다. 하브루타 수업에서 학생들은 질문과 대답을 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이야기가 토론이 되고, 좀 더 고차원적인 논쟁으로 자연스럽게 발전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끼리 서로 상호작용하면서 배우고 가르치고 교사는 옆에서 돕는 학생 활동 중심의 수업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학생들은 스스로 깊이 있는 학습을 하게 됩니다. 질문, 토론, 논쟁을 통해 하브루타는 학생들이 치열하게 생각하고 고민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이 시간들은 학생들이 스스로 자신의 고차원적인 사고력을 발달시키고 창의적 미래 인재로 거듭나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러한 학생 중심 수업변화 속에 ‘과정 중심 평가’ 강화는 학생 참여 중심의 교실수업 개선을 지원하고, 학생들의 다양한 학습 능력과 역량을 평가할 수 있는 방향이라 생각합니다. 학교에서 ‘변화하고 있는 학교교육’을 통해 하브루타는 물론 토의·토론, 프로젝트수업, 거꾸로 수업 등 다양한 방법으로 공부하고 있기는 하지만,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창의력· 문제해결력 등의 역량 함양과는 다소 거리가 먼 지식 위주의 평가를 실시한다면 학생의 입장에서는 학교에서 공부한 내용이나 방법과 평가 방법이 불일치된 현상으로 많은 혼동이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과정 중심 평가 실시 이전에 학부모에게 평가에 대한 신뢰성 확보 문제, 수행평가 과제가 학부모 숙제로 전환되거나 그로 인한 사교육 활성이 되지 않도록 많은 교사들이 지혜를 모아 현명하게 문제점들을 해결하여 교육에 대한 밝은 미래를 제시해 주면 좋겠습니다.
글_ 문병찬 (광주교육대학교)
남부권 초등 창의교육 거점센터 (광주교대)
출처_ 크레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