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부터 매트릭스를 한번 본 다음에 키아누리브스에 미쳐서 말이죠.
리브스의 출연작들을 있는거 없는거 몽창 쓸어다가 보고 있습니다.
하루에 거의 두편씩 봤나봐요.-_-;
정신이 왔다갔다 하네요.
그게 거의 막바지에 이르러서 그의 최근작인 리플레이스먼트를 보았습니다.
유쾌한 스포츠 코믹영화랄까요, 리브스가 주인공이긴 하지만 오히려 조연들이 빛나는 그런 영화였습니다.
하지만 리플레이스먼트 보고 울었습니다.
...
변태냐고?=0=;
부정은 못하지만-_-; 이건 그런 맥락에서 울었다는게 아니란 말입니돠.
(물론 울고싶을만큼 키아누 리브스 아름다웠습니다-_-;;;)
B급 인생들.
한번도 생의 주인공이 되본적이 없는 사람들.
그것도 대부분 한번씩은 그 주인공역에 근접했다가 밀려난, 한물간 사람들.
그런 사람들에게 다시 기회가 주어지는 것을 소재로 하고 있지요 이 영화는.
언제나와 같은 스포츠영화의 틀입니다.
그러나 리플레이스먼트가 가슴을 울리는 까닭은, 영화 중간중간에 삽입되는 씬들과 음악과 결정적으로 이야기의 끝이 이런류의 영화로는 해피엔딩이라고 할 수 없기때문이겠지요.
첫번째 게임을 지고 팔코(키아누리브스)와 그의 팀 동료들은 낙심하고 술집에 갑니다.
그곳에 마텔(정규 쿼터백)과 정규팀원들이 시비를 걸어 옵니다.
두 팀은 싸움을 하고, 결과적으로 팔코와 친구들만 유치장에 갇히게 되지요.
그때 글로리아의 I will Survive와 함께 나오는 감옥안에서 댄스파티를 여는 장면은, 그들의 낙천성을 보여주면서도 지독한 애수를 담고 있습니다.
B급 인생들의 낙천성이란, 자신이 처한 궁색한 현실을 알면서도 '어떻게 되겠지, 죽기밖에 더하겠어'라며 어깨를 으쓱할 수 있는, 그런 절망적 낙천성이기에 화면에서는 그런 애수가 배어나올 수 있었던 겁니다.
그리고 그 애수는 어떤 슬픈 스토리보다도 더 가슴을 울립니다.
그와 동일한 음악과 필드에서의 댄스파티가 벌어지는 엔딩장면 역시 가슴을 묵직하게 합니다.
그위로 덧씌워져 흐르는 맥긴티 감독(진해크먼)의 나레이션이, 주인공들의 현실을 관객들로 하여금 직시하게 하며 깊이를 더하지요.
어쩌면, 영화 중간에 나오는 마텔의 대사와 같이, 그들에게 가장 가혹한 것은 [희망]인지도 모릅니다.
그것도 시한부의 희망이었지요.
가시고기나 그외 비슷한 슬프다고 하는 이야기들에는 한번도 슬퍼본적이 없습니다.-_-;
무섭다는 영화에도 마찬가지 였구요.
하지만 리플레이스먼트는 슬프고도 무서운 영화였습니다.
시종일관 유쾌한 질주로 관객들을 부풀려놓고서 현실을 직시하니까요.
제일 무서운 이야기는 그것입니다.
어느날 멋진 일이 나를 찾아왔다가 떠났다, 그리고 나는 일상으로 돌아왔다.
일상에서 벗어나 비일상으로 뛰어들었다가 잠시후에 일상으로 돌아와야 한다면.
게다가 그것이 언제 [끝나야만 하는지]를 내가 알고 있다면.
나 자신은 매우 일상적인 인간입니다.
손톱만큼의 비일상적인 일도 현실에서는 꿈꾸지 않습니다.
하지만 현실이 아니라면, 나는 언제나 영원한 비일상을 꿈꿉니다.
만화나, 영화나, 소설이나 모든 것 안에서.
그런 면에서 [드래곤 라자]를 읽고 난 후엔 판타지 소설도 손에서 놓은 모양입니다.
리플레이스먼트는 그런 나에게 영원한 비일상의 비현실성을 긁어놓았습니다.
비일상은 언제까지나 그대로일 수 없다.
언젠가, 그것도 빠른 시일내에 너는 일상으로 돌아와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비일상은 언젠가 일상으로 변할 것이다, 라는 사실을.
정작 절망적인 낙천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나 자신인지도 모르겠군요.
첫댓글 헉 넘 글이 많아서 벅차요.
맞아염;; 눈아파염. 줄좀 띄어 쓰시지.ㅋ 그ㅐ도 끝까지 볼꼐염
엔터를 사랑하세요 제발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