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오신날, 절에 와 하루를 보냅니다.
봉축날이라고 부러 찾은 것은 아니고
동네 재활용매장일을 하는지라
오고가는 사람들에게 옷판매를 하기 위해서지요.
아침 일찍부터 천왕문 바깥에 자리를 잡고
옷가지를 펼치고 장사를 하느라
절안에는 들어가 볼틈도 없습니다.
절마당에 연등이 화려하게 걸리고,
고운옷 차려입은 할머님들도,
가까운 산을 찾았던 등산객들도,
동네 주민들도 아이들을 끼고 즐거이 드나듭니다.
이날만큼은 절을 찾는 모든 사람들과 먹을것을 나누고
이날만큼은 복덕을 빌며 연등을 걸고
이날만큼은 절에서 마음껏 공연과 다양한 체험활동을 즐깁니다.
아예 돗자리를 펴고 앉아 나들이 삼아 지내다가는 이들도 있지요.
저녁때 아이 어린이집에서 축하공연을 하는지라
판매를 마치고 남은 시간동안
절 한구석 벤치에 앉아 바람을 즐기고 있습니다.
크게 틀었던 찬불가를 줄이고 연등접수를 정리하고
저녁을 먹는 잠깐의 고요한 시간입니다.
분주함이 사라진 절마당 한구석에서
늦봄 해질녘 햇살과 바람사이로 색색의 등이 예쁘다 느끼는 것,
이것이 부처님오신날 뜻 전부이네요.
'만생명 축복의 날'이라는데
어디 그 아닌 날이 있어야지요.
다만 도량안에서 느껴지는 한가로움이 좋은날입니다.
이제 저녁을 먹으러 가야 합니다.
아침 일찍부터 뜨거운 햇살 아래서 지냈던 하루덕에
몽롱한 피로감도 느낍니다.
온통 부처뿐인 가득한 날,
부처님 오신 날입니다.
오고가신 일 없는 부처님 여전하신 날입니다.
첫댓글 어쩜 좋아 !
넘 예쁘고 힘이있어요☆☆☆☆☆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