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툰편지7(041126:이라크현지아르빌자이툰사단)
충성!!! 자이툰의 이재은 목사입니다.
주님의 이름으로 문안 인사 올립니다.
지금으로부터 384년 전인 1620년 102명의 청교도들이 대서양을 건너 북미대륙 폴리모스에 메이플라호를 타고 입성한 이래 오늘의 세계강국 미국을 일군 것처럼 인류문명의 시작지요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이곳 이라크의 아르빌에 인도양을 건너 이라크 남단에서 북단에 이르는 대장정의 파발마작전 성공을 통해 입성한 자이툰부대가 대한민국을 세계 역사 가운데 우뚝 서도록 할 것이라는 기대와 소망을 가져 봅니다. 더욱이 청교도들이 폴리모스 한 가운데에 교회를 세운 것처럼 한반도 땅을 연상케하는 자이툰부대 한 중심부에 30여개 동맹군 중 가장 큰 자이툰교회를 갖게 하신 특별하신 은혜가 있을 줄 알고 102명이 일궈낸 오늘의 미국을 3천여 명의 장병이라면 10여년 안에 이루어 낼 것이라는 확신을 또한 가져보게 됩니다.
몸이 피곤함을 느낄 정도로 날마다 이어지는 여러 공사에 임하는 장병들과 점점 더 추워지는 날씨에 밤과 낮의 경계선을 넘어 근무를 서는 초소 장병들과 도처에 도사리고 있는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작전에 임하는 장병들과 그리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문서작업에 자신을 돌볼 틈을 얻지 못하고 지쳐있는 장병들이 오늘도 파병임무에 최선을 다하는 빛나는 눈동자를 바라볼 때 우리를 향하신 하나님의 사랑하심과 경륜하심에 감사를 드립니다. 뿐만 아니라 화려한 외적인 자이툰부대 이면에 숨겨진 아픔의 뿌리들을 분노와 울분으로 토로하지 않고 파병의 성공적 임무완수를 위한 자양분으로 발판으로 초석으로 승화시키고자 노력하는 우리 장병 한 명 한명을 생각할 때 가슴 뿌듯함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됩니다.
지난 자이툰 편지6 이후 11월 10일부터 있었던 군종참모부 일정을 대략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지난 11월 10일 우리 부대 종교센터 개원식과 관련해서 아르빌 앙카와 지역에 있는 천주교 대표를 방문했습니다. 아르빌 라쉬킨 지역에 있는 자이툰부대 옆 앙카와 지역은 천주교 신자 거주 지역으로서 한 분의 주교님과 두 분의 신부님이 계십니다. 이곳 이라크의 특징은 종교가 정치와 분리되어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천주교 대표란 천주교 정당의 대표를 의미합니다. 정당에는 TV와 라디오 방송국, 그리고 신문사가 함께 있습니다. 특징적인 것은 쿠르드족이 거주하는 북부지역에는 정당을 넘어서는 민족주의적 열망에 바탕을 둔 상호공존의 틀이 존재하고 있고, 따라서 정당은 있으되 쿠르드민족이라는 깃발아래 하나가 되어 협력과 존중의 파트너십이 주요한 덕목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입니다. 천주교당 지도부와의 만남은 참으로 뜻 깊은 것이었고 오찬을 겸한 만남에서 나눈 대화 속에서 이 지역민들의 사상과 이념의 뿌리에 대한 깊은 이해와 통찰을 할 수 있었습니다.
같은 날 우리 자이툰사단의 상급부대인 동맹군단(MNC-I) 군종참모 대령 파울러 목사님과 그 위 상급부대인 동맹군사령부(MNF-I) 군종참모 대령 밀러 목사님 등 4명의 군종지도방문단이 부대를 방문했습니다. 이번 이라크전의 별칭인 OIF(Operation Iraq Freedom)의 30여개 동맹군 군종병과 총 책임자인 두 분의 방문은 자이툰부대 군종부의 역할과 위상을 새롭게 재정립하는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방문 첫날 저녁 한국전통차를 마시면서 나눈 대화를 통해 상호 이해와 협력의 길을 모색했습니다. 특히 두 분 다 3년간 주한미군에서 근무했었고 한국군에 대한 좋은 인상을 갖고 있었기에 밤이 깊은 줄도 모르고 한국에 대한 향수를 달래며 이야기꽃을 피웠고 자정이 다 되어서야 첫날 모임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11월 11일은 매우 바쁜 일정을 보내야만 했습니다. 아침식사 후 바로 사단장 면담을 겸한 부대소개 시간을 가졌고, 아르빌 공항에서 사단 주관으로 진행된 차량 50여대를 비롯한 민사물자 공여 행사에 참여 했으며 오후엔 민사작전 지역인 사비란마을을 방문했습니다. 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신발도 없이 거리에 나와 방문단을 따라다니는 아이들과 책상하나 칠판하나 제대로 없이 공부해야만 하는 사비란 마을 여자중학교와 유치원을 둘러 본 두 분의 목사님은 너무도 가슴이 아프다며 즉석에서 기도를 제안했고 앞으로 이들을 위한 구체적인 도움의 방법을 찾아 실제적인 도움을 주도록 하자며 이슬람권 마을 한 귀퉁이에서 종교를 초월한 감동적이며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오는 간절한 기도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날 저녁도 한국전통차를 마시며 장병들의 전인건강과 효과적인 군종활동을 주제로 전날과 마찬가지로 밤이 맞도록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11월 12일은 MCF 새벽 조찬모임과 두 번의 예배를 드린 후 자이툰 군종부 4명의 성직자와 군종방문단 4명 등 총 8명은 MNF/C-I이 본부가 있는 바그다드 캠프 빅토리아를 향했습니다. 캠프 빅토리아는 크고 작은 후세인 궁전들이 있는 곳으로 군사적으로나 전략적으로나 바그다드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헬기를 타고 키르쿠크를 경유해서 바그다드에 도착했는데 우리가 도착한 후 20분 만에 헬기 한 대가 공격을 받아 떨어지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 소식을 접한 후 우리가 바로 전쟁터에 왔구나하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저녁엔 바그다드에서 가장 높은 지역에 있는 후세인 궁에서 있었던 러셀 리 콘서트에 참석했습니다. 2년 전만해도 후세인 궁전의 하나였을 그 곳에서 펼쳐진 복음성가 가수의 음악회는 참으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습니다.
11월 13일엔 캠프 빅토리아 내 군종참모부와 그 밖의 건물을 방문했고 몇 명의 주요 인사들과 면담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들로부터 이 번 OIF 동맹군의 일원으로 참여한 한국군에 대한 신뢰와 감사의 말을 들었을 때 기쁘지 않을 수 없었고 동방의 작은 나라 대한민국이 한 때 세계를 지배했던 대영제국의 영국군과 로마의 이탈리아군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자부심과 긍지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저녁엔 아르빌에서 시작된 한국전통차를 통한 만남의 시간이 바그다드에서도 계속되었고 이곳 군종부의 새로운 분들로 인해 모임은 한 층 더 의미 있는 시간으로 승화 되었습니다.
11월 14일 캠프 빅토리아 채플에서 예배를 드렸습니다. 캠프 빅토리아내에 계속되는 정체불명의 박격포 공격으로 전날 한명의 사상자와 4명의 부상자가 발생했기에 예배는 시종 무거운 분위기로 진행되었습니다. 최근에 세례를 받은 루마니아계 미군으로서 3주전에 미국시민권을 갖게 되었고 그날 상병에서 병장으로 진급했기에 그의 죽음은 많은 이들에게 안타까움을 더해 주었습니다. 죽지 않고 살아있다는 것에 대한 감사와 더불어 언제인가 자신에게 닥칠지 모르는 폭탄공격에 대한 불안감이 교차하는 묘한 분위기가 우리 일행의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이러한 전장 현장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우리 연락장교에 대한 4명의 성직자들의 방문은 조금이나마 위로와 격려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11월 15일 오전엔 캠프 내에 있는 동맹군 지역을 돌아보고 캠프 빅토리아 옆에 있는 캠프 리버티를 방문하여 바그다드 시내 전경을 살피고 오후에 회의 차 바그다드를 방문한 지휘부와 함께 캠프 아나콘다와 키르쿠크를 경유해서 3박 4일간의 바그다드방문을 무사히 마치고 부대로 복귀했습니다.
11월 16일엔 19일 있을 예정이었던 종교센터 개원식을 병원 개원식과 병행 실시하는 것으로 인해 11월 27일로 연기했습니다. 그에 따른 후속조치로 평소보다 긴 하루를 보냈습니다.
11월 22일과 23일 양일간 본격적인 이라크 평화 재건을 위한 민사작전 전개를 앞두고 지휘관과의 만남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한국전쟁 당시 유엔 16개국 중의 하나로 터키가 우리나라에 파병한 5만여 명의 장병 중 1천여 명이 사망했고, 사망자 전원이 죽어서도 한국의 평화와 독립을 지키겠다고 해서 그대로 한국에 묻히게 되었는데 그 중 80%가 터키계 쿠르드 민족이었다는 사실은 이곳 쿠르드 자치지역인 아르빌에서 우리가 펼칠 민사작전의 의의와 뜻을 한 층 깊게 한다는 지휘관의 교육 내용은 참으로 인상 깊은 것이었습니다.
“광개토대왕이 만주벌판을 정벌하고 한민족의 기상을 드높인 것처럼 그러한 패기와 열망과 도전의식이 우리 장병들의 가슴속에 용솟음치도록 하옵소서! 우리 모두가 제2의 광개토왕이 되어 한반도 역사 중심에 서있다는 자의식을 한순간도 잊어버리지 않도록 하옵소서. 비록 고난과 시련이 있을지라도 죽음이 눈앞에 닥쳐올지라도 역사와 조국 앞에 조금도 부끄러움이 없는 생이 되도록 장병들의 가슴 가슴에 힘과 용기를 날마다 더하여 주옵소서!” 오늘도 마음으로부터 되뇌는 부족한 종의 기도가 여러분 모두의 기도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종교센터 개원식을 비롯한 더 좋은 소식으로 다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2004년 11월 26일
군종참모 중령 이재은 목사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