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나 약사 그리고 판사나 검사는 여전히 가장 희망하는 직업에 꼽힌다. 사회적으로 부와 명예를 보장하는 지름길이 이들 직종이다. 더불어 왠만하면 억대 연봉을 버는 애널리스트, 변호사, 세무사 등도 최고의 인기 직업군에 속한다. 하지만 현직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직업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고소득층인 세무사가 18위에 머문 것을 비롯해 판사 22위, 관세사 30위, 노무사 35위 등이었다. 의사와 변호사는 각각 44위와 57위에 그쳤다. 또 변리사, 검사, 약사는 각각 133위, 142위, 149위에 머물렀다. 반면 ‘직업 만족도 1위’에는 초등학교 교장이 꼽혔다. 응답자들은 교장선생님이 존경과 시간적 여유 및 정년보장 등 3박자가 두루 갖춰져 최고의 직업이라는 만족도를 보였다. 사회인들이 진짜 하고 싶은 일은 이처럼 현실과 판이하게 다른 현상을 보여주고 있어 달라진 직업관과 그 세태를 실감케 했다. 스카이데일리가 한국고용정보원이 직업 종사자 2만618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내용들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편집자 주>
▲ 부와 명예를 동시 거머쥘 수 있는 인기직업군이 직업 만족도는 의외로 높지 않았다.
▲ 자료:SBS 화면 캡쳐 ⓒ스카이데일리
‘초등학교 교장’ 직업 만족도 1위
직업 만족도가 가장 높은 직업은 ‘초등학교 교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고용정보원(원장 정철균)은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우리나라의 759개 직업 현직 종사자 2만6181명을 대상으로 직업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초등학교 교장이 21점 만점에 17.867점으로 가장 높았다고 20일 밝혔다.
▲ 자료:한국고용정보원 ⓒ스카이데일리
▲ 자료:한국고용정보원
만족도 점수는 직업별 최소 30명을 대상으로 ▲직무 만족도 분야(5점) ▲사회적 기여도(4점) ▲직업의 지속성(4점) ▲발전 가능성(4점) ▲업무 환경과 시간적 여유(4점) 등 5개 항목을 평가해 합산한 수치다.
한국고용정보원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만족도가 가장 높은 직업 20개 가운데 초등학교 교장, 대학교수, 특수학교 교사 등 교육 분야 직업이 5개로 가장 많았고, 문화예술 분야에서 작곡가, 국악인 등 4개의 직업이 상위 20개에 들었다.
또한 만족도 상위 20위 안에는 상담 전문가, 놀이 치료사, 웃음 치료사 같은 행동∙심리컨설팅 분야 직업과 성우, 아나운서처럼 방송 분야의 직업들도 포함됐다.
직무 만족도, 초등학교 교장∙국회의원 ∙목사 순
해당 직업의 직무 만족도는 초등학교 교장이 가장 높았고 국회의원, 목사 등이 뒤를 이었다.
또한 해당 직업에서 하는 일이 사회에 기여하고 타인의 인정을 받는지에 대한 응답자의 인식을 묻는 ‘사회적 기여도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보인 직업은 도선사, 장학사, 신부순으로 나타났다.
나이가 들어도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는 ‘직업의 지속성’ 항목에서는 시인, 작곡가, 한의사 등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일을 통해 전문성을 높이고 발전할 수 있는지는 평가하는 ‘발전 가능성’ 항목에서는 학예사, 토목 구조 설계 기술자, 장학사 등이 상위에 올랐다.
쾌적한 근무 조건과 시간적 여유가 있는지를 묻는 ‘업무 환경과 시간적 여유’ 항목에서는 시인, 초등학교 교장, 대학교 총장 등이 높은 점수를 줬다.
반면 759개 직업 중 가장 만족도가 낮은 직업으로는 노점 및 이동판매원, 주차관리 안내원, 선박 갑판원, 고무 플라스틱제품 조립원으로 나타났다.
‘직업 만족도 1위’에 초등학교 교장이 선정된 것에 대해 누리꾼들은 “존경 받고, 시간적 여유 있고, 정년도 보장되고 일석삼조의 직업”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여성 직업 만족도(14.87), 남성(14.63) 보다 높아
여성 직업인의 만족도(14.87)가 남성(14.63) 보다 다소 높았다. 또 근무하는 기업체의 규모가 크고, 임금수준이 높을수록, 해당 직업에서 요구하는 학력 수준이 높으면 만족도가 높게 나왔다.
▲ 자료:한국고용정보원
이번에 만족도 조사결과는 워크넷의 ‘한국직업정보시스템’에 접속하면 확인할 수 있다.
한국직업정보시스템에서는 직업별 만족도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759개 직업의 수행 업무, 임금 수준, 관련 자격 및 교육, 향후 전망, 필요로 하는 능력∙지식∙흥미∙성격∙가치관∙업무 환경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시스템에 접속하면 직업에 대한 상세 정보뿐만 아니라 133개 학과 정보,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이색 직업, 직업 동영상 등을 다운로드해 열람할 수 있다. 아울러 진로 및 직업과 관련한 고민에 대해 전문가로부터 온라인 상담도 받을 수 있다.
직업 선택 요인, 수입>안정성>발전 가능성>자아성취
‘자아성취’나 ‘장래성’보다는 ‘수입’을 이유로 직업을 선택하는 청년층 비중이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15세 이상 인구 중 직업 선택의 이유로 수입을 꼽은 비율은 지난해 조사에서 38.3%였다. 10년 전인 2002년에는 21.5%에 그쳤다.
▲ 자료:통계청 ⓒ스카이데일리
직업선택 항목은 다르지만 관련 조사가 시작된 1998년(18.2%)과 비교하면 두 배 수준이다. 1998년 조사에서는 안정성이 41.5%로 2위인 발전성·장래성(20.7%)의 두 배였다. 수입은 3위였다.
직업선택 요인에 적성·흥미가 추가된 2002년에도 안정성이 34.4%로 가장 높았고 수입은 21.5%, 적성·흥미는 16.4%였다. 그러나 이때부터 발전성·장래성은 물론 안정성을 고려하는 비율은 점차 줄어든 반면 수입을 선택하는 비중이 계속 증가했다.
방하남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입은 외재적 가치이고 보람이나 발전성 등은 내재적 가치에 해당한다”면서 “특히 젊은 층에서 직업 선택의 기준이 장기적 가능성보다 단기적 가치를 중요시하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직업 만족도, 연봉과 ‘무관’
억대 연봉의 금융 전문직인 간판급 애널리스트는 연봉이 적어도 1~2억원대, 많게는 수억 원에 달한다. 하지만 젊은 나이에 억대 연봉이라지만 직업 만족도는 연봉과 비례하지 않고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애널리스트 이모씨는 “경쟁이 너무나 치열하다. 자기 이름을 걸고 살아남느냐, 살아남지 못하느냐 싸움이기 때문에 ‘기회이자 위기’ 속에서 살고 있다”라고 밝혔다.
변호사와 의사 역시 치열한 경쟁이 직업 만족도를 떨어뜨린 주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정원 대한변협 이사(변호사)는 “향후 5년 내에 변호사 숫자가 2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이 된다. 이에 비해 현재 소송 사건 수는 증가하고 있지 않다. 사무실을 제대로 유지하지 못하는 변호사들도 제법 많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균 한국고용정보원 직업연구센터 부연구위원은 “시간적인 여유가 적거나 혹은 과중한 업무, 혹은 반복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에 전반적으로 직업 만족도가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고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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