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도산(吾道山 1,133.7m)은 뜨거운 여름이 돼야 오히려 빛을 내는 산이다. 이 산 아래에 펼쳐진 광활한 운해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아마추어 사진작가들이 새벽마다 정상부의 KT통신중계소까지 연결된 임도를 따라 차를 몰아 오른 뒤 그 유명한 '오도산 운해'와 일출 촬영에 도전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해발 1000m가 넘는, 경남에서 면적이 가장 넓은 군이라는 합천에서도 국립공원인 가야산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오도산을 차를 타고 오른다는 것은 산꾼들에게는 영 탐탁찮은 일이다. 골짜기를 따르는 계곡산행은 물론이고 그보다 더 시원하다는 영남 최고의 조망미를 자랑하고 있어 여름 산행지로는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할 만하다.
오도산 산행은 여름 산행답게 '짧고 굵게' 엮었다. 들머리도 합천 방면이 아닌 거창군 가조면 도리 대학동 마을에 자리잡은 유서깊은 계곡인 수포대(水瀑臺)에서 시작해서 다시 들머리로 돌아오는 원점회귀산행이다.
합천군 봉산면 압곡리의 오도산자연휴양림 쪽에서 올라도 어느정도 계곡에 발을 담글 수는 있겠지만 아무래도 휴양림을 찾은 피서객들의 인파가 북적이기 때문에 호젓한 산행을 하기에는 무리라고 판단했다. 반면 거창 수포대에서 오르는 계곡의 경우 등산로는 뚜렷하게 잘 나 있으면서도 인적이 드물어 조용하고 여유있으며 시원하기까지 한 여름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산행들머리 찾기는 어렵지 않다. 거창군 가조면 소재지에서 합천군 가야면 해인사 방면으로 1084번 지방도를 타고 가다보면 화곡마을을 만나는데 이곳에서 수포대 이정표를 보고 우회전해서 계곡쪽으로 들어가면 된다. '모현정(慕賢亭)'이라는 2층 누각을 지나 좀 더 계곡으로 올라가면 수포대다.
직진하면 두무산, 오른쪽으로 계곡을 건너면 오도산과 미녀봉 등산로가 시작됨을 알리는 이정표 앞이 들머리다. 이곳이 수포대임을 알리는 한자(漢字)가 새겨진 너럭바위에서 떨어지는 계곡물의 하얀 포말이 더위를 날려 준다. 계곡을 건너자 마자 나오는 갈림길에서 왼쪽 한적한 임도를 따른다.
곧 만나는 흥해 최씨 가족묘 앞을 통과, 쭉쭉 뻗은 키큰 소나무 숲이 우거진 한적한 임도를 20분가량 걸어 만난 이정표에서 오른쪽 2시 방향으로 오도산 등산로를 따르는데, 폭이 넓지 않은 계곡길이다. 이 때부터 계곡을 이리 건너고 저리 건너는 진정한 계곡 산행.
최근에는 인적이 뜸했던지 한적하기 비할 데 없지만 길은 확실하다. 15분 후에는 널따란 반석을 타고 물이 흘러내리는 작은 폭포. 이곳에서 성급한 세수를 하며 한 차례 땀을 씻고는 가파른 로프구간을 오르는데 끝날 것 같던 계곡은 그 위로도 계속된다.
일부 구간에서는 낮은포복을 하다시피 하며 아기자기한 계곡을 따라 30분가량 오르면 비로소 계곡이 끝나는가 싶더니 오도재(사거리)다. 이 고개를 넘어서면 자연휴양림쪽으로 내려가는 길, 오른쪽 능선은 미녀봉으로 향하는 길이지만 왼쪽의 우뚝 솟은 오도산 정상을 보며 좌회전한다.
희한한 모양으로 뒤틀린 소나무를 신기해 한 것도 잠시, 이때부터는 40분 동안 이 악물고 올라야 하는 된비알. 일단 급경사 오르막은 정상 바로 아래 임도에 도착해야만 끝난다. 임도에서는 왼쪽의 정상을 보면서 좌회전, 150m가량 걷다가 임도를 버리고 곧바로 꽤 급한 오르막 숲길을 택해 들어선다.
리본이 많아 길을 놓칠 염려는 없다. 10분 정도 가볍게 오르면 어느덧 오도산 정상 통신중계소 정문에서 50m 못 미친 임도에 닿는다. 이 곳에서 뒤돌아 본 남서쪽의 합천호와 인근의 악견산 금성산 봉래산 황매산, 그 너머 지리산 주능선의 풍광이 비할데 없는 장관을 연출한다.
정상 통신중계소 정문으로 향하며 바라본 북서쪽의 가조들판과 이를 둘러싸고 있는 비계산, 장군봉, 의상봉, 보해산, 금귀봉, 박유산 등 거창의 명산들이 파노라마를 연출하고 보해산 너머 크게 가로지른 덕유산 능선 또한 손에 잡힐 듯하다.
정문을 통과해 들어 선 중계소 마당에서는 북쪽으로 가깝게는 같은 수도지맥에 속하는 두무산이 보이고 시선을 조금 더 들면 가야산과 남산제일봉, 매화산 등 합천 땅의 수려한 명산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한 곳에서 지리산과 덕유산 가야산 등 남부지방의 3대 산악국립공원을 모두 조망할 수 있는 산은 흔히 찾기 힘들다.
오도산을 영남 최고의 조망미를 자랑하는 산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납득이 간다. 오도산 정상에 통신중계시설이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합천군 묘산면이나 거창군 가조면 등 남북 어느 쪽에서 보더라도 하늘을 찌를 듯 날카롭게 솟은 봉우리의 모습을 보여주는데는 일조하고 있다.
하산길은 정문으로 다시 나오자 마자 오른쪽(정문을 바라볼 때는 왼쪽)의 도로 턱을 넘어 가파른 사면을 타야 한다. 철조망 옆으로 리본들이 많다. 보기엔 위태로워 보여도 실제 걷기에는 크게 힘들지 않다. 오히려 급사면을 통과한 뒤 급한 내리막으로 이어지는데 이 구간이 상당히 미끄럽다. 20분만에 작은 안부 갈림길에 닿는데 직진하지 말고 왼쪽 내리막을 타야한다.
다시 15분을 진행하면 또 한 차례 갈림길에 닿는다. 직진하면 두산지음재를 거쳐 두무산으로 향하는 길. 수포대를 기점으로 오도산~두무산 종주를 할 때 택해야 하는 길이다. 하지만 취재팀은 왼쪽 내리막 능선을 탄다. 이후부터는 길이 거의 외길이어서 쉽다.
중간에 송이버섯 채취의 흔적이 있는 곳을 통과하는 등 40분가량 신나게 내려서면 흥해 최씨 묘가 있고 곧바로 임도에 닿는다. 왼쪽 내리막으로 10분 정도 걸으면 들머리다. 가조IC 부근에서 오도산을 바라볼 때 오른쪽 앞에 있는 능선이 임신한 미녀가 누워 있는 모습으로 유명한 미녀봉이다.
※ 산행코스• 수포대 암반 등산로이정표→지계곡→오도재→오도산→두무산 갈림길→흥해 최씨 묘→수포대 계곡 상단 임도→수포대(7㎞, 약 3시간)
※ 교통정보• 남해고속도로 칠원분기점에서 중부내륙고속도로로 옮겨탄 후 현풍분기점에서 옛 구마고속도로 구간에서 벗어나 고령 방향으로 가다가 성산분기점에서 다시 광주 거창 방면 88고속도로를 타면 가조IC에서 내릴 수 있다. 해인사 가야 방면으로 1084번 지방도를 타고 10분쯤 가면 도리 화곡마을에 수포대 입구 간판이 있다. 오른쪽 계곡을 따라 깊숙이 들어가면 수포대가 나온다. 2시간이면 충분하다.
• 남해고속도로~구마고속도로~현풍IC~5번 국도 이용(이정표는 광주 방향 또는 성산IC 방향)~88고속도로 성산IC서 진입~해인사IC~좌회전 합천 방향~고령 18㎞, 묘산 8㎞~분기삼거리서 거창 26번 국도~오도산 자연휴양림
• 88고속도로에서 가조 IC에서 빠지거나 고속도로상의 가조휴게소에 차를 세워둔 채 양지마을로 걸어 가는 길이 있으나 이 경우 두무산 정상까지 올랐다가 왔던 방향으로 다시 내려와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묘산초등학교를 하산지점으로 할 경우는 합천 거창 고령 등지로 나가는 차편이 수시로 있기 때문에 걱정 안해도 된다.
• 거창행 직행버스는 서울 남부터미널(02-521-8550, 08:40~17:50·1일 13회, 3시간30분 소요, 요금 17,100원)
• 전주 공용버스터미널(063-270-1700, 06:10~17:20·1일 11회 운행, 3시간 소요, 요금 9,900원)
• 광주 종합터미널(062-360-8114, 06:55~18:35·1일 4회 운행, 3시간20분 소요, 요금 10,600원) 등지에서 운행한다.
• 대구 서부시외버스터미널(053-656-2824)에서 가조 경유 거창행 버스가 1일 7회(08:20, 10:60, 12:45, 16:0, 16:50, 19:20, 20:20) 운행한다. 가조 약 1시간 소요, 요금 4,600원.
• 거창 시외버스터미널에서 가조행 버스는 20~30분 간격(06:50~19:30, 약 30분 간격, 요금 1,150원), 가북행은 1시간 간격(07:10~18:30), 가조 경유 합천행은 1일 5회(06:50, 08:00. 11:30, 14:00. 16:00) 운행. 문의 서흥여객 전화 055-944-3720.
• 거창휴게소 위쪽 1084번 지방도를 따라 거창~합천 간 노선버스가 1일 5회 운행하지만 시간을 맞추기 어려우므로 가조 택시를 이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가조면에서 고견사 주차장, 병산 마을 소림사, 하산기점(거창휴게소 위 지방도로)까지는 5,000원 이내 거리다. 가조온천은 1,800원. 신택시 055-942-1231~2, 943-1231.
• 가조면소재지 내에는 하얏트모텔(942-7119), 온천장여관(942-8009), 제일파크(943-6776) 등의 숙박시설이 있다. 면소재지 내의 쌍쌍식육식당(943-2428)은 양념돼지고기 구이, 가남보리밥집(942-3203)은 보리밥, 대명식당(942-1005)은 추어탕으로 이름난 음식점들이다. 고견사 주차장 위 고견산장(942-3636)에서는 약닭(30,000원), 묵·도토리·파전(각 5,000원) 등의 음식을 내놓고, 10명 안팎에 한해 민박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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