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의 배후가 나를 웃게 만든다
자꾸 웃음이 나온다
밥 먹으면서 웃고 길 걸으며 웃는다
앉아서 웃고 서서 웃고 누워서 웃는다
수업 하다가 웃고 차 타면서 웃는다
잠자다 깨어 웃고
소리 내어 웃고 소리 죽여 웃는다
누가 보거나 말거나
몸에 난 사만팔천 개의 구멍을 열고
비어져 나오는 웃음의 가래떡
찡그리면서 웃고 이죽거리며 웃는다
웃는 내가 바보 같아 웃고
웃는 내가 한심해서 웃는다
이렇게 언제나 나는 가련한 놈
웃다가 웃다가 생활의 목에
웃음의 가시가 박힐 것이다
백지의 공포 앞에서 볼펜이 웃고
웃음의 인플루엔자에 전염된
꽃들이 웃고 새들이 웃고
애완견과 밤 고양이가 웃고
가로수가 웃고 도로가 웃고 육교가 웃고
지하철이 웃고 버스가 웃고 거리의
간판들이 웃고 티브이, 컴퓨터가 웃고
핸드폰, 다리미, 냉장고, 식탁,
강물, 들녘이 웃고 산과 하늘이 웃는다
동심원을 그리며 번져가는
웃음의 장판무늬들
그리다가 돌연 사방팔방 안팎에서
떼 지어 몰려와
두부 같은 삶 물었다 뱉는,
가공할 웃음의 저 허연 이빨들
웃음의 감옥에 갇혀 엉엉 웃는다
그 언제나 즐겁고 신나는
옛날 같은 새날이 와
눈치 보지 않고
눈물 콧물 흘리며 실컷 울 수 있을까
이 재무 님의 " 웃음의 배후 "
Yue Minjun (1962~)
"처음 내 그림을 보면 그림속의 주인공은 행복하게 웃고 있는 것 같지만,
당신이 내 그림을 좀 더 주의깊게 바라본다면
웃음 이외에 더 많은 것이 그림속에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중국의 화가 웨민쥔(Yue Minjun)의 그림에는 박장대소하는 얼굴들이 나온다.
그림속인물들의 웃음을 보면 처음에는 같이 웃게 되지만
보다보면 왠지모를 섬뜻함을 느끼게 된다.
과거 중국 사람들은 자연 스러운 행복과 웃음이 무엇인지도 모른채 국가로부터 행복을 강요받았다.
그는 상상력을 동원해 행복하지 않아도 행복한 척 웃어야하는 공허한 웃음을 화폭에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처음에 그가 이런 이미지를 그리게 된 것은 부조리한 현실 앞에서 미약해 보이는 자신이 한심해서였다고 한다.
그 자신을 복제한 클론과도 같은 개성없는 동일한 사람들이 자동적이고 기계적으로 반복되이 웃고 있다.
그림 속에서 웃고 있는 슬픈 얼굴들은 그의 자화상이자 자신의 패러디이기도 하며
또한 고유한 개성이 없는 , 서로의 차이점도 없는 현대의 대중들을 상징하기도한다.
광적인 웃음을 통해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는 슬픈 상황,
눈은 감고 있어 눈앞의 상황을 대면하지 않는다.
웃고는 있지만, 슬픔, 공허, 분노속에 있는 상태를 그린 그림이다.
불합리에 대해 던지는 농담같은 웃음이며 무력감을 감춘 가면같은 웃음이기도 하다.
웨민쥔은 그 웃음으로 중국의 역사와 중국 사회를 조명했으며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는 화가가 되었다
DJ Guts - And The Living Is Easy
첫댓글 활짝 입을 벌리며 웃는 모습을 한참 따라 내려가다 보니 웬일인지 맘이 씁쓸해지면서 제 입이 아파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