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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기보전과 지방 단체
습지의 중요성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알려진 것은 사실 최근이다. 96년 3월에 호주의 브리스번에서 열린 국제습지회의에 환경처 공무원이 참석하면서부터 습지를 어떻게 보전할 것인가를 정부 차원에서 논의하기 시작했다.
국제습지회의란 일명 '람사협약'이라고 불리는, 1971년 2월 이란의 람사회의에서 채택하여 75년 이후 발효된 국제습지보호조약을 보완하는 정부간 회의이다. 매 3년마다 열리는 이 회의에서는 각 국가별로 습지를 어떻게 보호하고 있는가를 보고하고, 또 새로운 국가가 가입하기도 하여 전세계적으로 습지를 보전하는 정책을 마련한다. 우리나라는 올초에 이 협약에 가입했다. 협약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보호할 습지를 지정하고 그 보호방법을 제시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강원도 대암산용늪을 보전습지로 지정하여 그 협약의 이행을 약속했다. 그러나 습지보전과 관련한 법률의 제정이라든가 보전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행정사항이 보완되지 않은 상태이다. 앞으로 더 많은 습지를 보전지역으로 지정해야 하고 보전방법 또한 강도높게 규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습지, 왜 보호해야 하는가
그러면 왜 세계의 대부분 국가가 국제적으로 협약을 맺어가며 습지를 보호하려 하는가에 대해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답하려면 우선 람사협약의 출발부터 살펴보아야 한다. 람사협약은 철새를 보호하려는 민간단체들의 압력에 의해 만들어진 협약이다. 철새는 습지에서 먹이를 취하고, 또 휴식을 취하고 그 다음 서식지로 날아가는 새이다.
예를 들면 호주에서 날아온 철새는 우리나라 갯벌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살을 찌운 후 다시 시베리아로 날아간다. 철새들이 이렇게 국경을 넘나들며 이동하므로 국가들간에 협력을 맺는다면 이들 철새를 보호하는 것은 훨씬 효율적일 것이다.
철새들의 쉼터가 습지이므로 습지를 국제적으로 보호하면 철새도 자연히 보호된다고 생각하여 만들어진 것이 람사협약이 세계 1백여개국이 협약에 가입할 정도로 철새보호가 그렇게 중요한가에 다시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생물이나 자연의 귀중함을 느끼는 정도는 선진국 국민일수록 일반적으로 강하다. 이는 어릴 때부터 자연에 대한 교육을 실제 현장에서 체계적으로 받았던 경험 때문이다. 따라서 람사협약을 주도하던 호주와 유럽국가들은 최초 협약이 만들어지기 이전부터 철새 보호 운동을 해왔고 이러한 정신을 주변 국가에서 높이 사고 인정했기 때문에 협약이 만들어졌다.
철새보호가 얼마나 중요한가는 자연의 귀중함을 충분히 교육 받지 못한 우리들에게는 지금 우리가 가진 감각을 뛰어넘는 문제인지도 모른다. 그저 국제협약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에서 어렴풋이 그 중요성을 인정하면서 다음의 생각들을 연결해도 괜찮을 듯하다.
철새보호협약이라는 말 대신에 습지보전협약이라는 말을 사용한 것도 우리로 하여금 몇가지를 더 생각하게 한다.
습지는 철새보호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그밖에 습지가 가진 여러 가지 자연기능을 보전해야 할 필요가 있는 땅이다.
우선 습지란 어떤 땅인가를 살펴보자.
습지란 말 그대로 축축한 땅이다. 람사협약에서는 습지를 '물이 있는 땅으로, 그 땅이 인공적으로 만들어졌든, 자연적으로 만들어졌든, 또 그 물이 강물이든 바닷물이든, 때때로 또는 항상 물이 덮여 있기만 하면 이 땅을 습지'라 했다.
물론 물의 깊이가 최대 6m를 넘지 않는 곳임을 강조했다. 강이나 저수지, 바다는 습지가 아니며 작은 연못, 늪지, 갯벌은 습지임을 뜻하고자 함이다. 말하자면 갈대와 부들이 자라고 새가 날아와 휴식 을 취하는, 물로 질척거리는 지역을 습지라고 할 수 있다.
잠시 생각해야 할 것은 그 물이 바닷물일 수도 있다는 사실 과 게다가 수미터 깊이까지를 포함한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 '갯벌'을 아주 중요한 습지의 하나로 드러내고자 한다 면 이 사실을 강조할 수 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후반부에 다시 다루겠다. 철새를 중심에 놓고, 철새도래지인 습지를 보전하자는 생각은 주로 람사협약의 출발 당시에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철새도래지로서의 중요성 이외에도 습지가 가진 여러 가지 생태적 역할이 밝혀지면서 습지보전협약의 목적을 지금은 보다 폭넓게 규정하고 있다. 지금까지 밝혀진 습지의 중요성을 우선 몇가지 나열해 보자.
미국의 국립연구처(National research Council)에서 제시한 습지의 중요성은 크게 세가지이다.
첫째, 수리학적 기능으로 물의 관리와 관계있다.
즉 습지는 물을 보유하는 지역이므로 단기적으로 또는 장기적으로 물을 흡수, 방출, 보관하는 기능을 가진다는 것이 다. 따라서 홍수시에는 넘치는 물을 받아 넓게 퍼지게 하여 홍수 피해를 줄여주고, 또 가뭄시에는 주변의 물을 이곳으 로 모아 물을 근거로 살아가는 모든 물고기와 수서생물을 지탱해 주는 역할을 한다. 물이 이곳에 몰려 있으므로 지하 수의 수면을 일정하게 유지시키는 역할도 자연히 하게 된다.
둘째로는 습지에서 일어나는 생화학작용이 가지는 중요성이다.
습지는 낙엽이나 썩은 나무와 같은 유기물이 모이는 곳이므로 이곳에서 분해가 일어나 주변 생태계에 필요한 영양분 을 공급하여 나무와 풀을 자라게 해준다.
유기물로부터 영양염을 유리해 내어 이를 다시 식물에게 공급하는 과정은 바로 수질을 정화하는 과정과 유사하다. 영양염을 분해하는 속도와 식물이 흡수하는 속도가 매우 빠르므로 많은 유기 물이 들어오더라도 빠른 시간 안에 식물의 형태로 변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습지의 수질은 깨끗한 상태로 유지된 다. 습지로 들어가기 전의 물과 습지를 빠져나온 물을 화학적으로 분석해 보면 빠져나온 물의 수질이 훨씬 깨끗함을 알 수 있다. 식물을 심어 정화지를 조성하여 수질을 개선하는 방법은 산업적으로도 흔히 이용되고 있다.
셋째는 풍부한 식물상 때문에 만들어지는 서식처로서의 기능이다.
습지는 영양염을 공급하므로 식물이 무성하게 자랄 수 있고 이에 주변에는 새를 포함한 여러 동물들이 모여들 수 있 다. 습지가 철새의 서식지로 기능한다는 사실은 바로 습지에서 다양한 식물이 자라고 그래서 다양한 동물이 모여든다 는 사실에서 연유한다. 새들에게는 먹이가 풍부하고 숨을 곳, 쉴 곳이 많은 곳이 습지이다.
그밖에 습지의 풍경이 아름답다는 사실도 아주 중요하다.
더구나 습지의 풍경은 산과 바다에서 흔히 접하는 풍경이 아니다. 말하자면 습지에 가야만 볼 수 있는 독특한 경관이 있고 그래서 생태관광이니 생태 학습지니 하며 그 이용을 논하고 있기도 하다.
우리나라 갯벌은 세계적인 넓이
이런 기능을 가진 습지는 구체적으로 어떤 곳을 지칭하는가를 잠시 알아보자. 우선 담수와 해수지역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강 언저리 또는 냇가는 대표적인 습지지역이다. 비가 많이 오는 계절이면 물이 차지만 그렇지 않으면 드러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흐르고 있는 물이 지하로 공급되므로 축축하고, 그래서 습기를 좋아하는 식물이 자란다. 가끔은 호소가 만들어지는 곳도 있다. 강물이 물줄기를 달리하며 흐르면 어떤 곳이 막히게 되는데 이곳은 곧 호소로 변한다.
또 그밖에 전형적인 소택지가 있다. 대암산 용늪은 고산에 있는 소택지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소택지는 논이 나 밭 주변에 발달한다. 해수가 간간히 잠기면서 만들어지는 습지로서 대표적인 곳은 갯벌이다.
갯벌이 육지와 맞닿 은 곳에는 염생식물이 자라고 있어 염습지라고 한다. 염생식물이 자라지 않더라도 갯벌로 드러나는 육지부의 가장자 리는 모두 습지로 취급한다. 해수가 잠기는 습지로는 강하구 습지를 꼽기도 한다. 낙동강 하구, 금강 하구, 등이 모두 철새도래지로 알려져 있다. 이들 모두가 강하구 습지의 하나이다.
습지가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이유로는 우리가 가진 습지의 크기가 매우 작다는 사실을 들 수 있다. 전세계적으로 보면 수백km씩 이어지는 습지를 가진 나라가 많다. 미국만 하더라도 미시시피강 유역 대부분이 습지이 고 플로리다주 북부에서 노스캐롤라이나주까지 수백km에 달하는 지역이 자연습지이다.
캐나다는 온타리오호 지역이 습지이다. 유럽과 소련 모두 습지가 발달해 있는 국가이다. 해안가 쪽으로 평평한 지형을 가진 나라들이며 마지막 빙 하기 때 해수면이 낮아지면서 드러난 땅들이 지금도 가끔은 물로 차 있기에 드넓은 습지를 가지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습지는 크게 산과 강, 호수에 연해 있는 내륙습지와 육지와 바다의 경계선에 발달한 해안습지로 나뉜다. 우리나라는 지진, 화산, 습곡, 단층 활동이 적고 또 빙하에 덮였던 지역이 적어 내륙습지가 덜 발달했다.
내륙습지는 보통 산악습지, 배후습지 (늪과 호수), 석호, 강하구 습지로 구별한다. 산악습지란 강원도 양구군 대암산의 용늪, 경상 남도 울산시 웅촌면 정족산의 무체지늪, 그리고 최근에 발견된 지리산 조개골늪 등을 가리킨다.
한라산의 '오름' 꼭대기에 파인 호수들도 비록 말라버렸지만 산악습지의 하나로 취급할 수 있다. 배후습지란 영어의 back marsh 또는 back swamp를 번역한 말로서 강과 호수의 가장자리 또는 뒤쪽이라는 의미에서 배후라는 뜻으로 사용한 말이다. 강이 흐르던 중 그 물길이 막혀 습지로 변한 곳을 뜻한다.
배후습지로는 낙동강 중류지역의 서대구 달 성늪지, 대평질날, 유전늪지 등이 있다. 석호는 동해안을 따라 함경도, 강원도, 경상북도에 걸쳐 있는 화진포, 송지호, 청초호, 경포호 등을 가리킨다. 제주도 성산포 해안가에 발달한 갈대늪도 석호의 하나이다.
환경부에서 세계자연기금, 국제자연보호연합 등에 통고해 놓은 우리나라 습지는 모두 21개로서 그 면적을 10만 헥타 르로 어림한다. 위에 나열한 내륙습지는 크기가 작은 습지들이다. 면적이 1만 헥타르가 넘는 습지는 대부분이 해안습 지이다.
강화도와 영종도 갯벌, 남양만 갯벌, 아산만 갯벌, 천수만, 금강하구, 만경-동진강 하구, 낙동강 하구가 모두 1만 헥타르가 넘는, 환경부 목록에 올라 있는 습지이다. 그러나 이 환경부 목록에서 해안습지의 대부분은 제외되어 있 다. 습지의 의미를 매우 좁게 해석하여 염생식물이 자라는 해안지역으로 한정했기 때문이다. 독일과 같은 국가에서는 북해연안에 발달한 갯벌 모두를 습지로 취급하고 있다. 이 개념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매우 넓은 습지를 가진 국가 이 다. 갯벌의 넓이가 남한만 하더라도 총 2,880㎢이다. 북한의 3,200㎢를 합치면 모두 6,000㎢이므로 세계적으로도 몇 안가는 넓은 습지를 우리가 가지고 있는 셈이다.
갯벌이란 바다이긴 하지만 썰물때에는 육지로 드러나는 지역을 말한다.
습지라고 하면 보통은 수심 6m까지 지역을 가리키므로 이 규정에 따르면 6,000㎢보다 더 큰 해안습지를 우리가 보유 하고 있는 셈이다. 흔히들 갈대가 자라야만 습지로 생각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강하구지역만을 습지로 취급하지 않았 는가 여겨진다.
우리나라 갯벌 어디를 가더라도 지금은 갈대숲을 찾아보기 어렵다. 갯벌은 보통 육지와 가장 가까운 곳에 염생식물지대를 가진다. 그러나 이 염생식물지대는 일제시대에 이미 모두 간척이 되어 지금은 거의 없어졌다.
염생식물지대가 발달하지 않았다고 하여, 그것도 간척해서 없애버렸다고 해서 갯벌이 습지가 아니라고 하는 것은 잘 못된 생각이다. 조개와 갯지렁이를 먹이로 하는 철새들이 지금도 갯벌로 찾아오고 있음을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다. 철새보호라는 차원이라면 갯벌만큼 중요한 곳이 우리나라에는 없다.
내륙습지와 해안습지, 지금도 대대적인 파괴 진행중 우리가 가진 습지가 훼손되는 원인은 여러 가지이다.
우선 세월이 지나면 자연히 없어지는 습지가 있다. 보통의 자연늪은 수심이 얕고 수생식물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으므 로 이들 주변식물이 쌓여 수심이 얕아지면 수십년이 지나면서 점차 육지로 변한다. 호수나 못이 소택지나 늪으로 변 하고 늪이 다시 육지로 변하는데 이러한 과정을 천이라고 한다. 자연현상 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인위적인 개발로 없어지는 늪지도 많다. 논으로 사용하기 위해 메우거나 쓰레기 처리장, 폐기물 처리장으로 쓰려고 메우거나 아예 흙을 돋워 아파트를 짓기도 한다. 우포늪, 함안늪이 이렇게 메워져 그 규모가 작아지고 있는 대 표적인 늪이다. 경남 창녕군 유어면 일대에 걸쳐 발달한 우포늪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자연늪이다. 크기가 약 70만 평인 우포, 목포, 사지호의 3개 늪과 작은 소택지가 발달해 있다. 그러나 60년대 이후 늪 주변을 주민들이 매립하여 논 이나 밭으로 개간하기 시작하면서 파괴되었다.
1973년에는 농업진흥공사에서 32헥타르를 논으로 개발하기도 했다. 79년에는 농업진흥공사가 높이 6m, 길이 4km의 제방을 쌓아 논을 개간하려 양수장과 배수장을 설치했다. 이 공사가 배용 때문에 높이 1m, 길이 600m의 제방만을 쌓은 채 중단되었지만 인근 늪이 가지는 생태적 특성이 이 과정에서 많 이 변했다. 우포늪은 지금도 주민들이 논우렁이를 채취하여 수입을 올리고 있는 곳이다.
강원도 양구군과 인제군에 걸쳐 있는 대암산의 북서 사면에는 1,200m고지에 분지형 습원이 발달해 있다. 큰 용늪과 작은 용늪으로 2개의 늪이 있었으나 작은 용늪은 이미 없어진지 오래이고 큰 용늪은 그래도 보전상태가 양호하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잘 보전 되었던 용늪은 사람들에게 알려지면서 많이 훼손되었고 더구나 이 늪에 스케이트장을 만들어 파괴를 가속화시켰다. 환경부에서 시급히 그 보전을 약속한 습지이다.
내륙습지의 이러한 훼손도 문제지만 해안습지의 대대적인 파괴는 더욱 큰 문제이다.
경기도 인근 연안만 하더라도 김포군의 수도권매립지가 갯벌을 없애고 만든 쓰레기매립장이다. 그앞쪽 해안에는 신 공항 건설을 위해 영종도 일대 모두가 매립되었으며 아래쪽으로는 송도 신도시 건설을 위해 매립이 진행중이다.
남동공단, 환경재앙지역으로 잘 알려진 시화지구가 모두 갯벌을 매립한 곳이다. 시화지구 아래쪽 남양만 갯벌은 지금 도 간척공사가 한창이다. 아산만 역시 예외가 아니다. 삽교, 아산만 방조제가 모두 갯벌을 막은 곳이다. 대호 방조제, 대산 석유화학단지 역시 갯벌 위에 세워졌다. 아산만 북쪽의 한보철강이나 기아자동차 등 모두가 갯벌을 매립하여 건 설한 공단지역에 들어서 있다.
천수만 A, B지구로 알려진 서산지구는 정주영씨가 80년대 초반 매립하여 지금은 정주 영 개인의 땅이 되어 버렸다. 전라도 역시 예외는 아니다. 우리나라 최대의 간척공사라는 새만금지구 간척공사에서는 근 40km에 이르는 제방공사가 절반 이상 진척되었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대규모 간척공사이다. 전남지역의 영 산강 하구역에서 역시 몇단계를 거치며 간척공사가 진행되어 지금은 대부분의 갯벌이 없어졌다.
농사 이상의 수입을 올려주는 땅, 갯벌습지는 이렇게 없애도 좋은 곳인가, 아니면 습지를 잘 보전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피치 못할 사정이 있는가. 만일 그 렇지 않다면 왜 습지를 점점 없애고 있는가를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습지를 없애도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옛날식 학교교육에서는 환경교육, 자연교육 부분이 부실했고 또 '습지의 생태적 기능'이라는 특수한 지식이 우리에게 전달된 것이 요즘 들어서이니 '자연에 대한 무지'를 그대로 드러 내며 살아감을 비난할 수 는 없다.
동네사람들이 쓰레기를 부어 연못을 메우거나 논밭을 만들어버리는 것 모두가 교 육 부족의 탓이다. 그러나 이 부분은 정보를 더 적극적으로 제공한다면 앞으로 극복할 수 있으리라 여겨진다. 습지를 보전해야 하는 당위성은 대부분 사람들이 인정할 것이라는 가정에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
그러면 습지를 보전하지 못하는 피치 못할 사정이 있는가, 아니면 다른 이유는 무엇인가. 아마도 습지를 없애고 있는 당사자의 주장을 들어보고 이것이 피치 못할 사정인가, 그렇지 않다면 왜 자꾸 습지를 없애는가를 살펴보면 습지보전 의 가능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해안습지부터 살펴보자. 해안습지, 즉 갯벌을 파괴하는 당사자로는 우선 건설부 또는 농림부 산하 준국가기관을 들 수 있다. 농어촌진흥공사, 수자원공사, 또 토지개발공사가 그 예이다. 수자원공사는 시화지구에 8km에 달하는 둑 을 막아 환경재앙을 낳은 바 있다.
갯벌을 메우는 사업은 주로 농어촌진흥공사에서 담당해 왔다. 갯벌을 농사 짓는 땅 으로 전환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요즘에는 농업용 토지 이외에 공업용 토지도 확보하여 분양키 위해 농공복합설계에 치중하고 있다. 새만금지구 역시 시화지구와 마찬가지로 농공복합단지로 계획했다.
갯벌을 농사 짓는 땅으로 전환하는 공사가 피치 못할 것이라는 이유는 정부 정책에서 찾을 수 있다. 정부는 절대농지 확보라는 정책을 세워 놓고 이를 법적으로, 행정적으로 지원한다. 전답면적이 도시화, 공업화로 줄어들면, 줄어든 만 큼의 면적을 어디에서건 대체하도록 했다. 농림부의 지원 아래 이 사업을 농어촌진흥공사가 떠맡고 있다. 농어촌진흥공사는 대체면적을 갯벌에서 찾아왔다. 그 결과 우리나라 전체 갯벌의 절반 정도가 이미 없어지고 있다.
대체 농지를 갯벌에서 찾는 것이 피치 못하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우선 갯벌은 그 자체가 농 사 짓는 것 이상의 수입을 올려주는 땅이다. 조개양식, 김양식이 모두 갯벌에서 이루어진다. 환경부에서 갯벌을 농사 짓는 땅으로 전환하는 것보다 지금 있는 그대로 이용하는 것이 몇배 유리하다는 평가를 내리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 다.
갯벌은 연안해역에 서식하는 어류의 산란장·보육장 역할도 한다. 연안어업자원을 유지하기 위해 없어서는 안될 땅임이 분명하다. 갯벌의 정화작용 역시 잘 알려진 사실이다. 육지로부터 강을 따라 바다로 흘러들어 온 오염물질은 갯벌에서 넓게 퍼지고 또 분해되어 해롭지 않은 물질로 변한다. 또 갯벌은 아주 독특한 경관을 가지고 있어 후세대에 서는 이것이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다. 갯벌을 가진 나라가 극히 적고, 그래서 갯벌은 산이나 바다처럼 친숙한 경관이 아니다. 보기드문 경치라는 뜻이다.
자치단체, 습지보전 입장 분명히 밝혀야
우리나라에서는 갯벌을 메워 없애버리는 정책을 펼치고 있으나 독일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갯벌을 공원화하는 정책을 펼쳤다. 80년대 말에 이미 모든 갯벌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한 상태이다. 농어촌진흥공사에서 95년에 발행한 '한국의 간척'이라는 책자에 소개된 대로 우리나라 갯벌이 2000년대 초에는 모두 간척이 되어 없어질 운명에 처한 것과는 대 조를 이룬다.
지방자치단체에 의한 갯벌 매립도 많이 이루어졌고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인천직할시에서는 송도갯벌을 이미 모두 메웠고 이렇게 얻은 토지를 분양할 계획에 있다. 한때 섬을 팔아 재정을 확보하겠다고 나섰던 경기도 옹진 군에서는 영종도와 장봉도를 잇는 갯벌을 화옹지구라 이름붙이고 이를 메우려 계획했다.
지방자치단체가 갯벌을 메 우려는 계획은 그밖에 수없이 많다. 서해 바다를 끼고 있는 군청에 가면 흔히 매립계획도를 볼 수 있다. 법적으로도 일 정면적 이하의 매립은 환경영향평가를 받지 않고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작은 면적을 계속 허가를 받아가며 이어붙여 매립해 가는 지역도 있다. 물론 육지부에 발달한 내륙습지를 어떻게 보전하는가도 문제이다.
내륙습지는 주 변에 주민이 살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들 주민은 당연히 주변에 아파트라도 짓기를 원하고 그래서 소유한 토지값이 올라가기를 바란다. 이런 상황에서 늪을 보전하자는 주장이 주민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람사협약에 가입하기 위해 환경부가 지정한 습지가 주민이 없는 대암산 용늪이었던 이유도 이러한 마찰을 피하기 위 함이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중앙정부 차원에서는 갯벌매립정책을 앞으로 반드시 수정해야 한다. 매립정책에서 보전정책으로 급선회가 요구되는 부문이다. 지방자치단체는 두가지 방향에서 접근할 수 있으리라 여겨진다.
전남도와 목포시에서는 영산강 하구역 갯 벌매립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무안지구 간척공사에 반대의사를 분명히 표시했다. 갯벌매립의 경제적 분석을 철저히 하여 구체적인 보전정책을 펼친 것이다. 이는 지방자치단체가 갯벌보전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중앙정부보 다 앞서가는 대단한 지방정책이다. 지방자치제가 습지보전정책을 수립하는 데 하나의 길잡이가 될 것이다.
둘째로 지방자치제가 직접 나서서 간척공사를 수행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도 한 접근법이다. 송도 신도시 건설이라 는 매립사업에서처럼 갯벌을 매립하고 여기서 토지를 얻어 분양하는 방법으로 지방재정을 확보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
매립원가는 싸고 토지분양가는 비싸므로 그 이윤을 챙겨 가지겠다는 발상은 중앙정부건 지방자치단체건 국가 기구가 할 일이 아니다.
내용출처 : [기타]
http://kin.naver.com/open100/db_detail.php?d1id=11&dir_id=110101&eid=XC2hXDBwH2OvB7bVelB8wtpHg9WgcPC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