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난달 7일 부산 앞바다에서 열린‘대한민국 해군 국제 관함식’에서 군함들이‘세종대 왕함(이지스급)’을 선두로 해상 사열하고 있다.조선일보 DB
고속정은 개개의 함정에 함번(艦番)만 있을 뿐 고유 이름은 없다. 그러나 참수리급 고속정보다 큰 미사일 고속함(450t급) 1번함에는 2002년 제2 연평해전 때 북한군의 기습에 맞서 싸우다 전사한 고 윤영하 소령을 기리기 위해 '윤영하'함이라는 명칭이 붙여졌다. 상륙함은 고준봉, 비로봉, 향로봉, 성인봉처럼 고지 탈환의 의미를 지닌 산봉우리 이름과 우리나라 최외곽 도서인 독도를 함명으로 쓰고 있다. 고준봉은 백두산에서 두 번째(2712m)로 높은 봉우리다. 아시아 최대의 상륙함(1만4000t급)인 독도함은 일본의 독도 도발에 대해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다는 차원에서 명명됐다. 바다의 지뢰인 기뢰전과 관련된 함에는 6·25전쟁 당시 많은 기뢰가 부설됐던 북한 원산과 해군기지에 인접한 강경·양양 등의 이름이 붙었다. 군수지원함에는 천지, 대청 등 호수 이름을 쓴다. 해양정보함에는 창조·개척의 의미를 갖는 신천지, 신세기 등의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미국은 대통령, 정치인, 해군·해병대의 유명인 등 사람 이름과 유명한 전투, 도시, 산, 물고기 이름 등을 주로 쓰고 있다. 항공모함의 경우 니미츠, 아이젠하워, 에이브러햄 링컨 등 대통령이나 제독, 정치인 이름이 붙는다. 대표적인 게 미국의 이지스 구축함 1번함에 명명된 '알레이 버크'다. 2차 대전 참전 영웅인 알레이 버크 제독은 대전이 끝난 직후 미국 내에서 항공모함 무용론이 일어났을 때 국방장관에게 항명을 하며 항모 건조사업을 지켜낸 '제독의 반란'의 주인공이다. 2000년 4월엔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살아있는 사람으로 항공모함에 이름이 붙여지는 영광을 누렸다.
일본은 산, 강, 동물, 기후현상, 나무 이름 등 다양한 명칭의 함명을 사용하고 있다. 잠수함에는 하루시오 등 조류현상이나 도쿄의 구(區) 이름을, 이지스 구축함에는 콘고, 아타고 등 산 이름을, 상륙수송함에는 오오쓰미 같은 반도 이름을 쓴다. 러시아는 함 유형에 따라 태풍, 동물, 해군제독, 역사적 인물 등의 명칭을 붙인다. 항공모함에는 쿠즈네초프처럼 해군제독 이름을, 잠수함에는 태풍, 수중동물 이름을 자주 붙인다.
조선일보 2008.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