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어원에서 2006년3월23일 보내온 글입니다.
국립국어원(원장 이상규)은 ‘모두가 함께하는 우리말 다듬기(www.malteo.net)’ 사이트를 개설, 일반 국민을 참여케 하여 함부로 쓰이고 있는 외래어, 외국어를 대신할 우리말을 매주 하나씩 공모하여 결정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에는 ‘방송 장면이나 비디오 이미지를 손쉽게 편집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디지털 영상 데이터로 따로 담아내는 일’을 뜻하는 외래어 ‘캡처(capture)’와 ‘캡처링(capturing)’의 다듬은 말로 ‘장면갈무리’를 최종 선정하였습니다.
요즘 인터넷 공간에서는 유명 연예인들이 출연한 방송 장면 가운데 인상적인 순간을 포착하여 사진 파일 형식으로 만들어 널리 퍼뜨리는 일이 한창 유행입니다. 대개 우습거나 선정적인 장면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아서 연예인 대부분은 방송에서 하는 행동 하나하나에 무척이나 고심한다고 합니다. 얼마 전에는 미국의 유명한 여배우들이 하품하는 사진을 캡처해서 한데 모아 놓은 사진이 크게 인기를 끌기도 하였습니다. 이처럼 ‘원래의 영상 정보에서 필요한 데이터를 따로 담아내는 일’을 가리켜 ‘캡처(capture)’ 또는 ‘캡처링(capturing)’이라 합니다. 일반적으론 아날로그 영상 신호를 디지털 영상 데이터로 바꾸는 일을 가리키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된 행위를 가리키는 동사로는 ‘캡처하다’ 또는 ‘캡처링하다’가 쓰입니다.
이런 흐름에 발맞추어 이른바 ‘캡처 기능’을 갖추거나 강화한 각종 디지털 제품들이 많이 선보이고 있습니다. 그만큼 일반인도 손쉽게 방송 장면이나 비디오 이미지를 캡처해서 보기 좋게 편집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본래 ‘캡처(capture)’는 ‘붙잡다’, ‘포획하다’, ‘사진 등으로 기록하다’ 등의 뜻을 갖는 말인데, 컴퓨터 용어로는 ‘자료를 검색하여 포착하는 일’을 가리킵니다. 이런 뜻을 두루 고려하여 국립국어원에서는 이전에 컴퓨터 용어 ‘캡처’를 ‘갈무리’로 다듬은 바 있습니다. 이때 ‘갈무리’는 ‘물건 따위를 잘 정리하거나 간수하는 일’을 가리키는 ‘저장(貯藏)’의 의미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은 영어 ‘save’의 다듬은 말로 더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요즘 ‘캡처’는 ‘저장(貯藏)’의 의미보다는 방송 장면이나 비디오 이미지를 손쉽게 편집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디지털 영상 데이터로 따로 담아내는 일을 뜻하는 말로 널리 쓰입니다. 특히, 동영상으로 나오는 장면의 한 순간을 정지 화면으로 포착하여 사진 파일 형식으로 담아내는 뜻으로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달리 ‘모션 캡처(motion capture)’라 하기도 합니다. ‘캡처’는 그 의미가 쉽게 와 닿는 우리말이 아닙니다. 그런데 어린 학생이나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이 말이 널리 쓰이고 있어서 무척이나 안타깝습니다. 이번 기회에 ‘캡처’ 또는 ‘캡처링’를 쉬운 우리말로 바꾸어 쓰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국립국어원이 2006년 3월 9일부터 3월 14일까지 ‘캡처’를 대신할 우리말을 공모한 결과 총 469건의 제안이 들어왔습니다. 국립국어원은 이 가운데 외래어 ‘캡처’와 ‘캡처링’이 방송 장면이나 비디오 이미지를 디지털 영상 데이터로 따로 저장하는 일이라는 점을 중시하여 ‘따내기’, ‘따오기’, ‘장면뜨기’, ‘장면갈무리’, ‘갈피담기’ 등 다섯을 투표 후보로 선정하여 지난주(2006.3.16.~3.21.) 투표를 벌였습니다.
그 결과 총 1,136명이 투표에 참여하여 ‘따내기’는 64명(5%), ‘따오기’는 155명(13%), ‘장면뜨기’는 337명(29%), ‘장면갈무리’는 458명(40%), ‘갈피담기’는 122명(10%)이 지지하였습니다. 따라서 가장 많은 지지를 얻은 ‘장면갈무리’가 ‘캡처(capture)’와 ‘캡처링(capturing)’의 다듬은 말로 결정되었습니다. ‘캡처’와 ‘캡처링’이 기본적으로 방송 장면 가운데 일부를 따로 떼어 내어 저장하는 일이므로 ‘장면갈무리’로 바꿔 쓰더라도 큰 무리는 없을 듯합니다. 회원님께서도 ‘장면갈무리’가 ‘캡처’를 대신하는 우리말로 완전히 정착될 수 있도록 널리 써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