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산일지 [지리산 뱀사골]
○ 일자 : 2010. 6. 19(토)-20(일).
○ 장소 : 지리산(뱀사골, 노고단)
○ 찹석 : 강기완 부부, 윤상호 부부, 이점관 부부, 이철환 부부, 이상용.
◯ 청아
靑我, 1971년 대학 1학년 때 11명의 사회과학도가 의기투합하여 만든 토론모임이다. 사회현실에 대한 토론의식은 식어도 밤낮을 함께 했던 친구들이다. 졸업과 동시에 한명의 친구를 잃었지만, 10명의 친구들이 아직껏 제 역할을 하면서 40년째 우정을 나누고 있다. 2년 전에 윤상호 군이 회장을 하면서 더욱 돈독한 모임으로 빛을 발하고 있다. 작년 초여름 고창 선운사에서 정기회를 갖은 후 그새 윤상호, 최용식 회원의 자녀 결혼 때 임시모임이 있었고, 정기모임은 1년 만에 지리산 뱀사골로 통보받았다.
◯ 지리산
“지리산에 스무 번쯤 가게 되면 이 산을 죄다 아는 것처럼 우쭐해지지요. 그러나 50번, 60번으로 점차 등정횟수가 늘어날수록 ‘지리산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는 깨달음을 갖게 됩니다.” 지난 1955년 여름부터 무려 200회 이상의 지리산 등정 기록을 세운 부산의 산악계 지도자 성산씨의 말이다(최화수 지음, 지리산 365일 제1권 중에서). 지리산 도면에 노정(路程)을 색칠해 가며 흐뭇해하는 난 아직도 ‘우쭐해지는 초보자’다. 지리산, 간다는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들뜬다.
6월 19일(토요일) 12:00에 뱀사골 민박집에 모이라는 회장님 전화를 받자옵고 미리미리 싸모님을 서울에서 불러내어, 토요일 아침 서둘러 광주를 출발하여 뱀사골에 정오경에 도착하다. 민박집은 지리산 산골다운 촌티 나는 집인데, 회장님이 무척 난감해 하더니 주인의 승낙을 얻고 숙소를 타처에 정하다. 산채비빔밥을 먹으면서 민박집을 둘러보니 대체나 잠자리가 좀 편치 않을 성 싶다.
점심 후에 도착한 숙소는 반선 뱀사골 탐방안내소 바로 옆에 있는 ‘지리산 파크호텔’이란 간판의 콘도미니엄이다(남원시 산내면 부운리 239-2, 예약전화 063-626-2114). 일단 깨끗하고 널찍해서 안심이다. 모두들 회장님의 노고에 감사드리다.
◯ 뱀사골 계곡
6월 19일 14시 정각. 간단히 짐을 풀고 뱀사골 계곡 산책을 시작하다. 뱀사골 계곡은 반선(半仙)에서 화개(花開)재까지 12km, 30리에 걸쳐 천상(天上)의 물줄기가 굽이치는 곳이다. 화개재까지 갈 수 있으면 좋으련만 시간이 부족하다. 뱀소까지 목표를 단축하고 출발한다. 오늘의 코스는 울창한 숲속에 완만한 나무계단과 오솔길로 정말 잘 단장되어있다. 계곡을 따라 오르는 산책로가 너무 아름답다. 뱀사골의 계곡 암반은 오랜 세월에 걸쳐 갖가지 모양으로 매끄럽게 다듬어지고 파여서 기기묘묘한 소(沼)와 담(潭)을 빚어놓았다. 계곡물은 무색투명하다. 아담한 소들은 옅은 남색의 신비한 색깔이다. 아줌마 4인조는 뒤도 안보고 앞장서 간다. 회장님과 이 사람만 배낭을 메었는데, 회장님 배낭에서만 과일들이 나오니 좀 미안하다.
오르다 보니 병소(甁沼) 간판이 나온다. 병 모양의 거대한 연못이다. 계곡물에 얼마나 정신을 팔았던지 목적지 뱀소를 지나쳐버렸다. 뱀소는 용이 못된 이무기가 살았던 곳이란다.
내일 또 산행이 있어 오늘은 그곳에서 U턴하기로 하다.
하산길 자리 잡은 얕은 소에서는 일행 누구도 일어나자고 독촉하는 사람이 없다. 장성에서 출발한 유 군수가 6시에 도착한다니 한없이 노닥거릴 수도 없다. 88고속도로 인월 나들목에 들었다는 유 군수는 산길을 헤매다 7시가 다되어 숙소에 도착한다. 6․2 선거에서의 피로가 아직도 얼굴에 역력하다. 위로주라고 마신 술에 나 혼자만 취하다.
◯ 노고단
토요일 밤 유 군수는 귀가하고, 우리 일행은 일요일 아침 성삼재를 향한다. 성삼재는 즐겁지만, 운전은 불안하다.
10시에 성삼재 주차장에 도착한다. 이른 시간이라서 주차장이 한산하다. 옅은 운무에 햇빛이 없으니 걷기에 좋은 날씨이다. 관리소 차량이 다니는 도로를 따라 오른다. 노고단까지 4km의 길지 않은 거리임에도 어제 서너 시간의 산책 때문에 발걸음이 가볍지는 않다. 중간 쯤 도로상에서 귀한 손님을 만나다. 갓 태어난 아기 노루가 길을 잃고 도로상에 서성거리다 사람들 눈총에 놀라 숲속으로 들어가 버린다. 배낭 속에서 사진기를 꺼냈지만 길가 수로에 들어간 아기 노루는 당황해 나오질 않는다.
노고단 대피소는 언제나처럼 인파에 정신없다. 노고단 정상에는 운무가 가득하다. 전에는 예약한 일부 인원만으로 노고단 정상 출입이 제한되었는데, 오늘 보니 자유출입이다. 반갑고 고맙다. 땡큐를 외치면서 정상으로 향하는 나무계단을 달린다. 이슬비라도 내릴 듯 운무가 너무 짙어 시야가 없다. “노고단 운해”가 지리산 10경 중 하나임을 알고 있는데, 오늘은 운해(雲海)가 아니고 운무(雲霧)다. 전망대를 갖춰 놓았지만, 날씨가 협조를 하지 않는다.
노고단의 또 다른 절경은 국내 최대의 원추리꽃 군락이다. 원추리꽃은 매년 7-8월 한여름철에 황금색으로 장관을 연출하는데, 오늘은 시가상조로 아쉽다.
◯ 섬진강
하산 후 목적지는 구례구 역(驛) 대교를 건너기 전 우회전하여 섬진강 변 구례군에 위치한 매운탕 집이다. 참게탕이 유명하다고 곡성 출신 회장님이 안내한 집이다. 입구에 방송에 소개되었다는 간판이 7개나 붙어있는 ‘나름대로 유명한 집’인가 보다. 참게 매운탕은 좋았는데, 물수건에서 나온 유리조각에 예쁜이 사모님 청이 모친께서 손가락을 다쳐 피를 본 것이 옥에 티였다.
회장님 내외와 이 시장 싸모님, 이상용 본부장이 한 차로 서울행 출발하고, 광주 팀도 뒤따라 섬진강을 따라 물놀이로 유명한 압록 쪽을 향해 달린다. 지리산 10경의 마지막이 바로 이곳 “섬진강 청류”다.
(*지리산 10경 : 제1경 천왕봉 일출, 제2경 연하선경, 제3경 칠선계곡, 제4경 벽소야경, 제5경 피아골 단풍, 제6경 반야봉 낙조, 제7경 노고단 운해, 제8경 세석 철쭉, 제9경 불일폭포, 제10경 섬진청류).
2010. 6. 21. 월요일 밤에 이 철 환
첫댓글 역시 친구들과 우정은 명산찾아 이마에 땀흘리며서 정담酒 한잔 나눌때가 제일 아름답고 잊줄수없는 추억생각이 더 나지요 그날따라 노고단 표석앞에 상춘객님들이 별로없어나봐 요 한가롭게 노고단 표석앞에서 기념촬영했군요 고생했네 뱀사골에서 성삼재 노고단으로 좀 많이다닌편일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