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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보고싶고 만들고 싶은 영화는 매번 짜릿한 영화적 순간들로부터 시작된다.
웨스턴의 그 순간들은, 삭풍이 부는 황야, 홀로 걸어오는 총잡이, 순간적으로 불을 뿜는 총구처럼
익숙한 클리세임에도 볼 때마다 넋을 잃게 만든다.
<달콤한 인생>을 마치고 간 여행에서 만주의 광활한 땅과 탁 트인 하늘을 맞닥뜨렸다. 분단으로 대
륙과 단절되기 이전, 우리보다 앞서 살아간 이들은 어떤 식으로 그 땅을 밟았을까? 일제 강점기, 자
의든 타의든 고향을 떠나 만주로 갈 수 밖에 없었던 사람들에게만 주는 기회의 땅이자 개척의 공간
이었을 것이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은 마음은 고향에 있지만 몸은 반대로 황야의 끝까지 가고자 하는 세
남자의 이야기다. 일확천금이든 최고가 되고 싶은 욕망 이든 각자의 꿈과 이상을 쫓는 이들의 필사적
인 움직임을 통해 삶에 대한 강렬한 욕구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인간의 끊임 없는 욕망은 무엇인가를
쫓아 질주하게 만든다. 그리고 또 누군가는 그 사람을 쫓는다. 그런 것들을 형상화해서 표현하고자 했
고 방법적으로 웨스턴, 질주하는 영화를 만들게 됐다. 만주벌판을 달리는 것은 어쩌면 민족적인 환타
지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캐릭터를 고정시키려는 의도는 없다. 국면에 따라 캐릭터가 옮겨 간다. 다 좋은 놈일 수도 나쁜 놈일
수도 이상한 놈 일수도 있다. 1930년대 만주는 열강의 각축장으로 여러 문화가 충돌, 공존하고 있었을
뿐 아니라 무정부 상태에 가까운 카오스적 공간으로 힘이 곧 정의이던 무법 천지였다. 이 풍부한 영화
적 시공간에서, 당대의 최고를 가리려는 세 남자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 장의 지도가 던진 꿈을 따라
쫓고 쫓기는 놈들의 대추격전을 통해 웨스턴 장르를 비틀고 교란시켜 새로운 영화를 보는 재미와 즐거
움을 함께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