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야기, 한혜경
1995
년 10월, 고3 재학 중일 때 혜경 씨는 삼성전자 기흥공장에 생산직으로 들어갔습니다. 입사 당시 혜경 씨는 매우 건강했다고
합니다. 혜경 씨는 6년 동안 LCD 모듈과에서 인쇄회로기판 납땜을 하는 업무를 맡았습니다. 주야 교대근무를 했고 하루
8~12시간씩 일했습니다. 건강했던 혜경 씨 몸에 이상이 생겼습니다. 입사한 지 3년이 지나자 생리가 완전히 없어진 것입니다.
주변 동료들도 혜경 씨와 같은 고통을 호소했다고 합니다. 몸이 점점 안 좋아진 혜경 씨는 결국, 2001년 8월에 일을
그만두었습니다. 쉬는 동안 몸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걸음걸이가 부자연스러워졌습니다. 시력도 점점 나빠졌습니다. 2005년
10월, 의식을 잃고 쓰러져서야 몸에 뇌종양을 키우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바로 종양제거 수술을 받았지만 시력과 보행,
언어에 장해가 생겼습니다. 장해1급 판정을 받았습니다. 그해 혜경 씨의 나이는 겨우 스물여덟이었습니다. 혜경 씨는 지금
원진재단부설 녹색병원에서 재활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혜경 씨는 자신의 병이
삼성전자에서 일하다가 생긴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납, 플럭스, 유기용제 등 당시에는 전혀 알지 못했던 유해물질을 보호구도 없이
다뤘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기억합니다. 혜경 씨가 주로 했던 일은 솔더크림을 회로기판 표면에 바르는 것이었습니다. 화학약품 때문에 늘
냄새가 지독했다고 합니다. 특별한 보호장구 없이 얇은 비닐장갑을 끼고 일했습니다. 솔더크림에는 납 성분이 들어있었지만 누구도
납이 위험하다는 얘기를 해주지 않았습니다.
2009년 3월 24일. 혜경 씨는
근로복지공단 평택지사에 산업재해보상보험 최초요양급여신청을 접수했습니다. 8개월이 흐른 2010년 1월 15일, 혜경 씨에게 결과가
통지되었습니다. ‘불. 승. 인’ 사물이 둘로 보이는 복시증세를 가진 혜경 씨에게도 ‘불승인’ 세 글자는 선명했습니다.
근로복지공단의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가 혜경 씨 병은 작업환경과 관련성이 없다고 판단해서입니다. 혜경 씨는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건강했던 자신을 기억하고, 일하면서 조금씩 몸이 망가졌던 과정을 기억하는 혜경 씨는 불승인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고민
끝에 그해 4월14일 심사청구를 제기했습니다. 4개월 뒤 또 불승인 통지가 날아왔습니다. 10월에는 노동부 산재보험재심사위원회에
재심사를 청구했습니다. 이번에는 그리 오래지 않아 불승인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대로
주저 앉아야할지, 혜경 씨는 고민이었습니다. “퇴사 뒤의 발병은 일하다 걸렸다고 말할 수 없다”는 삼성의 주장에 고개를
저었습니다. 자신이 입은 피해를 세상에 알리지 못한다면 또 다른 혜경이가 나타날 것 같았습니다. 2011년 4월 혜경 씨는
서울행정법원에 “근로복지공단의 산재보험 부지급 결정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오래 싸워야할지
모르지만 희망을 갖기로 했습니다. 작년 6월에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려 사망한 고 황유미, 고 이숙영 씨가
행정소송에서 이긴 사실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혜경 씨는 혼자 밥을 먹을 수
없습니다. 움직이기도 힘이 듭니다. 그런 혜경 씨를 늘 옆에서 지켜주는 가장 든든한 버팀목은 바로 어머니입니다. 어머니와 혜경
씨, 이렇게 두 사람만이 의지하며 사는 형편이라 어머니가 생활비를 벌어야 합니다. 어머니가 생계를 위해 돈을 벌러 나가면 혜경 씨
옆에는 하루 7만원이 드는 간병인이 있어야 합니다. 어머니는 생활비 벌고 간병비를 대는 대신 혜경 씨 옆에 붙어있기로 했습니다.
하루 7만원의 간병비를 내는 일이 버거운 일이기도 하지만 녹색병원에서 재활치료를 받은 뒤부터 혜경 씨 몸 상태가 너무 좋아졌기
때문입니다. 혜경 씨 문제를 알리고 삼성의 못된 행동에 맞서는 일도 놓을 수 없는 일이라 결국 경제문제 해결은 뒤로 밀렸습니다.
“혜경이랑 걸어서 이 병원을 나가고 싶어요.”
혜
경 씨 어머니가 주문처럼 되뇐 말입니다. 그리고 변화가 시작됐습니다. 한 걸음도 못 떼었던 혜경 씨가 이제는 어머니와 팔짱을 끼고
조금씩 걸음 수를 늘리고 있습니다. 이런 혜경 씨 가족에게 가장 큰 어려움은 역시 생활고 입니다. 지금까지 두 사람을 버티게 한
반올림 피해자 통장의 후원금도 거의 바닥이 났습니다. 다행히 2011년 6월부터 녹색병원에서 재활치료를 무료로 받게 해주어
그나마 치료비 걱정은 덜었습니다.
혜경 씨와 걸어서 녹색병원 문을 나서고 싶은
어머니, 이 두 사람에게 우리는 ‘희망’을 선물하고 싶습니다. 삼성이라는 거대 자본권력으로부터 고통 받는 혜경 씨와 어머니가
생활고 때문에 ‘희망’이란 단어를 놓지 않기를 바랍니다. 혜경 씨가 계속해서 사람이 더불어 산다는 것의 힘을 느꼈으면 합니다.
혜경 씨는 몸의 고통에 좌절하지 않고 세상을 향해 외치고 있습니다. 삼성의 잘못을 보라고. 근로복지공단을 향해 말하고 있습니다.
피해 노동자를 외면하지 말라고. 우리에게 말합니다. 내 삶의 행복은 바로 우리들의, 당신들의 행복이 될 것이라고.
힘든 싸움과 치료에도 항상 밝은 얼굴을 하는 혜경 씨를 후원해주세요.
2. 후원방법
- 아래 계좌로 후원금을 보내주세요. 후원금은 한혜경 씨와 어머니가 재활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생계비 지원과 그 외 한혜경 씨에게 필요한 지원금으로 쓰입니다.
예금주: 한혜경
계좌번호: 1000-2081-5160 (신한은행)
3. 동네방네 소문내 주세요.
- 4월 27일(금) 18시30분 원진재단부설 녹색병원(서울, 사가정역 1번 출구) 로비에서 한혜경 씨 후원 음악회가 열립니다. 음악회 참여와 후원방법을 동네방네 소문내 주세요.
출처 : 일과건강 홈페이지 http://safedu.org/special/13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