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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는 길의 모습을 황홀(恍惚) 하다고 했다.
그분이야 큰 깨달음을 터득한 분으로 한걸음 한걸음 화엄의 세게로 나아가신 분이기에 그럴수도 있겠다 싶지만, 속세에서 미천한 처지로 살아가면서 이곳저곳 사방으로 길이랍시고 들쑤시고 다니는 나에게 있어서 (황홀)이란 표현은 쉽게 납득이 가질 않는다.
하긴 길을 쏘다니다 보면 이따금씩은 (황홀)한 느낌을 맛보기도 한다. 하지만 어디 그 뿐이겠는가? 황홀하지 않은때가 더 많은것이 현실인것을....
그렇다면 (황홀)하지 않은 순간들은 무엇이라 해야할까?
(황홀)의 반대말은 무엇일까?
나에겐 차라리 '줄리엣 비노쉬'가 영화 속에서 혼자 읊조리던 대사가 훨씬 가슴에 젖어온다.
'창 밖을 봐. 바람이 불고 있어. 하루는 북쪽에서 하루는 서쪽에서........ 그리고 우린 그 속에 있다고. 그런게 인생이야........'라고.
바람이 불고있는 호이안의 밤거리로 나선다. 예사 바람이 아니라는 느낌이 진하게 느껴진다.
아주 이따금씩 뚝 뚝 빗방울이 떨어진다.
밤거리는 인파로 넘쳐나고 있다. 그럭저럭 나름 호젓한 호이안여행이었는데 갑자기 이 많은 인파가 어디서 쏟아져나온것인지 모르겠다.
우리는 올드타운에서 다리를 건너 카페와 레스토랑이 늘어 선 야자수가로수가 길게 늘어선 거리로 나아갔다.
형형색색의 꽃등이 휘앙찬란하게 밝혀진 호이안의 밤풍경이 정말 아름답다. 배를 타고 야경을 즐기는 사람, 유등에 소망을 담아 강물위로 띄워보내는 사람, 노점에서 야시장먹거리를 맘껏 즐기는 사람..... 사방 곳곳에서 연실 플래시가 터진다. 그야말로 인산인해다.
우리도 야시장의 풍물과 야경을 즐겨본다.
우리가 어제 그제 점찍어 두었던 해산물을 샤브샤브 해서 먹는(쿠알라룸푸의 명물 스팀보트 같은) 음식점 중에서 고르고 있을 때....... '때 아닌 날벼락'이라는 표현이 실로 적절할것 같은 엄청난 폭우가 쏟아졌다. 정말 삽시간이었고 엄청나게 세차게 불어오는 광풍에 우산도 소용이 없었다. 길에 내어 놓은 파라솔들이 쓰러지고....... 그야말로 삽시간에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
정말 삽시간에 벌어진 사태에....... 순식간에 그 많던 여행자들이 어디론가 죄 다 사라졌다. 한마디로 써프라이즈 였다.
우리는 식당안으로 쫓기듯 들어갔다. 애초 이곳의 이층 테라스를 염두에 두고 온 터였다. 2층에 올라갔다. 비바람에 쫓겨들어온 사람들도 붐볐다.
테라스는 물론 안쪽의 첫번째 테이블까지 비가 들이쳤다. 우리는 두번째 테이블을 겨우 차지하고 앉았다.
점 찍어 두었던 음식을 주문했다. 세세하게 확인까지 해서 말이다. 좀 기다려야 한단다. 그렇게 하기로 했다.
그때 비바람이 거짓말처럼 멈췄다.
그리고 언제 그랫냐듯 듯이 거리는 다시 여행객들로 넘쳐났다.
그 잠깐 사이에 테이블과 테라스도 정리가 되었고, 어느새 해맑은 일본아가씨들과 중국아가씨들이 테라스를 차지하고 앉아 연실 사진찍어대개에 여념이 없다. 여기까지도 정말 정말 써프라이즈 였다.
그런데.......
여행을 떠나면 현지에서 현지인들이 가장 즐기는 로컬음식들을 주로 먹어보려고 한다. 길거리에서 서서 먹거나 목욕탕의자에 앉아서 먹는 음식들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곳에 갔으니 그들의 실제 생활속에서 그들이 먹는 음식을 함께 먹어보는것 또한 그들의 환경과 문화를 접해보는 한 방편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유럽에서는 아니다. 폼나는 레스토랑에 복장 갖추고 들어가서 혼자 큰 테이블을 차지하고 앉기도 그렇거니와, 더더욱 코스로 나오는 유럽식 식사스타일을 몰라서 망설이게 된다. 밥 한끼 먹는데 포크가 서너개요 나이프가 서너개에 유리잔이 몇개씩 놓이는 저들의 식사에절을 나는 전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카페나 바를 다닐때는 좀 에외다.
클래시컬이나 모던까지는 아니더라도 앤티크한 분위기라면 일부러라도 찾아가고 싶어한다. 지역적 특색이 배어있는 빈티지스타일로 장식되어도 좋겠다. 거기에 푸르른 식물들이 가득하다면 더 좋겠다. 그런곳을 일부러 찾아다닌다.
그냥 발품팔며 돌아다니다 이거다 싶으면 빨려들어가듯 들어가 자리를 차지하고 앉게되는 것이다. 대부분이 그렇다. 여행자책자에서 사진빨 앞세워 과하게 칭찬하는 곳, 한국인 일본인 중국인 여행자들이 학원교재처럼 여행책자에 밑줄까지 그어가면서 찾아다니는 곳은 어떤 선입견처럼 절대 배재하는 타입이다.
아마도 내가 로컬체질이라서 그런것 같다.
샤브샤브 스타일 음식을 주문했는데 이미 모두 한꺼번에 집어놓고 끓여서 나오는 잡탕찌개 같은 음식으로 나왔다. 내용도 씨푸드라고는 민물새우 몇마리 밖에 보이지 않았다. 주문했던 직원을 불러서 물어보니 아까 주문한 음식이 바로 이 음식이란다. 메튜판 사진까지 찾아서 샤브샤브를 주문하지 않았느냐니까 그것을 미리 끓여서 내왔다고 대답한다. 너무 어처구니가 없었다. 매니저를 불러달랬더니...... 한번 가면 함흥차사다. 기다리다 지쳐서 다른직원에게 요청하니..... 이번에도 아래층으로 내려가면 오리무중이다. 슬슬 짜증이 났다. 챠밍여사가 극구 말리기에 애써 참으면서 한그릇을 떠서 맛을 보았다. 이건 정말 아니다! 식탐을 하지는 않지만 장기간 세상 어디를 떠돌아다녀도 음식타령을 해 본적이 없는 나인데 정말 정말 이건 아니다. 내가 여행을 시작하고 나서 접해 본 음식중에 정말로 최악이었다.
이미 맥주를 마셨기에 아래층 카운터로 가서 셈을 치르며 항의를 하는데....... 망쪼가 든 퉁퉁한 주인아줌마 딴청만 부리고 있다. 망할놈의 음식값은 이 식당에서 가장 비싼 씨푸드 음식류에 속한다. 이건 바가지가 아니다. 완전 사기다.
- 이런식으로 장사하면 안망하나 두고보자. 너가 안망하면 저 앞의 강물이 빠짝 말라버리리라.
다리 건너면서 왼쪽으로 세번째..........
본토로 건너와 다시 맛있는 저녁에 도전했다.
이번에는 올드타운의 요지 한복판에 있는 씨푸드 뷔페를 찾았다. 물론 일단 씨푸드가 들어가면 가격대가 확 높아진다.
그런데 또 아뿔싸.........
분위기는 엄청나게 폼나는 레스토랑인데......... 막상 대하고 보니 음식이 별로다. 씨푸드라는게 새우랑 허접한 가리비랑........ 헐.
순간 무이네가 떠오른다. 아니나 다를까 챠밍여사의 입에서 터져나오는 탄식소리.........
'무이네 코코넛 가리비 먹고싶다.'
우리는 '맛나고 폼나는 저녁'을 포기하기로 했다.
이럴땐 우짤까나?
마음속까지 니글니글 거릴때는.......... 딱 한가지가 있지. 적어도 우리에게는........
무언인고 하면...........
술 마시는것..........
가자 가자. 폼나는 카페나 와인바나 호프집도 좋다. 꿀꿀한 마음 달래면서 까짓껏 한껏 마셔보자.
그날 좀 마셨다.
어찌나 부드럽게 잘 넘어가던지......
폭우가 지나가고 태풍이 예고되고 밤이 깊어가니 호젓한것이....... 분위기 있는 카페를 독차지하고 맘껏 마셨다. 써비스도 끝내준다.
밤새 바람은 거세게 불고 비는 오락가락하고........
티비에서는 기상특보가 시간대 마다 계속 방송된다.
내일 오후에 태풍이 상륙한다고.......
우리 남은 스케줄은 어떻게 하지?
어떻하긴........ 마트가서 장 봐다가 술 파티나 하는거지......... 자유여행이니까....... 우리 맘대로니까.......
그렇게 호이안의 밤은 깊어만 갔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우리는 로컬버스(시내버스)에 올랐다.
기상이변만 아니었다면 오늘은 약간의 무리를 해서라도 후에(훼)를 다녀올 생각이었다.
쿠스타프 에펠이 설계한 쨩띠엔교를 건너 웅우엔왕조의 왕궁이었던 올드타운을 산책해 볼 계획이었다. 후에 또한 고즈넉한 옛향취가 그대로 남아있는 도시라 비록 호불호가 갈리는 여행지이기는 하지만, 외곽의 황제들 능 까지는 아니더래도 좀 무리를 해서라도 하루를 기꺼이 투자해 볼만한 아름다운 유적의 도시가 아닌가. 호이안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경험해 볼수 있는 좋은 기회였는데 말이다. 당일치기로는 다분히 무리이지만.......
호이안에서 후에를 가는 가장 좋은 방법은 오픈투어버스(여행자버스)이다. 시간은 양쪽 종점에서 오전 8시와 오후 2시 두차례 출발한다. 하여 편리하고 좋기는 하나 여행자버스로 후에를 당일치기 하는것은 절대로 불가능하다. 1박2일이 딱 적당하다고 하겠다.
호이안에서 후에까지는 여행자버스로 대략 5시간(다낭에서 4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고로 목적지에 내려서 식사하고 다시 돌아오는 여정밖에 허락되지 않는다. 하여 내가 선택한 방법은 여행자버스를 타고 후에에 간 다음, 걸어서 후에를 돌아보고 저녁에 일반버스로 다낭까지 돌아오는 방법을 선택할 생각이었다. 다낭과 후에는 저녁때까지 1시간마다 버스가 오고가기 때문이다. 그러고나서는 다낭에서 호이안까지 약 20만동(1만원)을 주고 자가용 택시를 탈 예정이었다. 사전에 자가용택시 연락쳐까지 확보를 했었는데.......
하지만...... 다가오고 있는 태풍 앞에서는 어쩔 도리가 없다.
마땅히 중간중간에 비를 피할곳도 마땅찮은 후에 투어를 태풍속에서 감행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언제 이곳에 다시 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모처럼 여기까지 왔으니 꼭 보여주고 싶었는데..........
하여 지난해 이곳 여행에서 내가 걸어다니며 보고 느끼고 사진에 옮겨담았던 몇장을 계재함으로 아쉬움을 달래보기로 한다.(후에 사진은 작년것)
결국 챠밍여사와 나는 기상이변으로 인한 여행스케줄을 약간 수정하기로 했다.
아침에 일어나니 태풍은 낌새조차 보이질 않고 언제나 처럼 날씨가 오락가락하고 있었다.
서둘러 호텔조식을 마치고 우리는 호이안 외곽에 있는 로컬버스(시내버스)터미널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행산(마블 마운틴)과 다낭 시내를 다녀오기로 새로운 스케줄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터미널이라곤 어느 시골 재래장터 뒷골목 너른마당 같은 분위기에 허름한 노란색 차량이 에어컨도 없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다낭과 호이안을 오가는 행선지 번호는 1번이다.
그런데 이 버스 시간약속이 없는 듯 하다. 무조건 손님이 다 찰때까지 마냥 기다리는 분위기다. 아예 에어콘이 없는 무더위 속에서 손님이 차기를 한참이나 더 기다렸다. 한참뒤에야 손님이 어느정도 차고 버스는 출발했다. 위의 버스 실내표정 아래사진의 모자쓴 아줌니가 차장인데....... 이 양반 뽄떼가 여간내기가 아니다. 그래서 낯선 타국에 찾아간 이방인 처지이면서도 기어코 이 아줌니랑 한바탕 붙었다.
지난해 여행때도 시내버스를 이용했었는데..... 다낭과 호이안 버스요금이 18.000동(900원)인데 외국촌놈이라고 4만동(2천원)을 내라고 바가지를 씌우려는걸 따져서 해결했었는데......... 무슨 여행객을 봉(호구)로 아는 모양이다......... 이번엔 1사람당 3만동씩 도합 6만동(3천원)을 내 놓으라고 노골적으로 강요한다. 그래서 사전에 잔돈으로 준비한 3만6천동을 내밀었다. 안된단다. 꼭 6만동을 내 놓으란다. 인상을 벅벅 쓰면서 고함을 치듯 덤벼든다. 나는 더 낼수가 없다고 외쳤다. 버스안에 가득찬 사람들이 일제히 숨을 죽이고 우리를 쳐다본다. 아줌니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고 숨소리 조차 거칠어 졌다. 씩씩 성난 코뿔소 같다.
나도 당당하게 따지고 들었다. '다른사람들이 내는 차비의 액수와 거스름 돈을 확인했다. 베트남에서는 현지인의 차비외 여행자의 차비를 차등해서 징수하느냐? 그렇다면 그 차등설명서를 보여달라. 내가 알고있고 내가 주장하는 것이 정당하다면 나는 더 이상 당신의 무리한 요구를 들어줄 수가 없다. 모든 사람이 똑 같이 내는 비용을 나는 정당하게 낼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기꺼이 당신의 회사로 가거나 경찰서로 가서 정당한 해결을 요구하겠다.' 라고 열변을 토하는데............. ㅋㅋㅋㅋㅋ
이 아줌니 영어를 전혀 못한다. 오로지 베트남어로 '6만동을 내던지 아니면 여기서 내려!' 라는 고함소리 뿐이었다.
급기야 버스가 멈추어 서고 모든 승객들이 긴장속에 우리를 주시하고 있다. 내 가슴속에서도 핏발이 쭈빗뿌빗 솟구치고 있다.
의지의 한국인인 나는 당당하게 버티고 서 있고....... 태산만한 내 덩치에 눌린 아줌니는 뻔히 쳐다보면서 거친 숨소리만 연발한다. 내 기세에 어떤 승객도 감히 끼어들지 못한다. 차는 출발할 기미조차 없다.
헐.
그때였다.
우리 바로 뒷좌석에 있던 대학생쯤으로 보이는 아주 작은 아가씨가 대치하고 있는 우리 사이로 끼어들며 내게 말을 걸어왔다.
또렷또렷한 영어였다.
'아저씨 말씀이 맞는 말씀이예요. 여행자 차등운임 같은것은 베트남 어디에도 없어요. 그리고 잘못 알고 게신것도 있어요. 요금이 올랐거든요. 2만동으로 올랐으니 4만동을 게산하시면 될것 같아요.'
그리고는 고개를 돌려 이번에는 그 차장 아줌니와 베트남어로 많은 말을 주고받는 것이었다.
잠시 뒤, 아가씨는 자리로 돌아갔고 나는 차장 아줌니에게 지갑에서 4만동을 꺼내 내밀었다.
손을 부르르 떨면서 돈을 받아쥐고는 뭐라고 연실 꿍시렁 꿍시렁 거리면서 차량 앞쪽으로 도망치듯 걸아갔다. 꽥 하고 소리치자 그제서야 버스가 다시 출발했다. 여전히 사방에서 따가운 시선이 내 몸에 쏟아지듯 박혀왔다.
베트남 로컬버스에선 차장이 왕이다. 모든것을 차장이 마음대로 좌지우지하단다.
아마도 여유있는 아줌마가 중고버스를 구입해서 버스회사로 지분처럼 소유하고 지입을 들어간것 같다. 자기가 기사도 골라서 뽑아 월급을 주며 운전을 시키고, 현금이 오가는 운임(차비)는 자기가 직접 수금 관리하는 방식이다. 심지어는 손님들 좌석도 차장이 마음대로 저기로 가라 여기 앉아라 막무가내로 지시한다. 그렇다고 어느 승객하나 이의제기 못하고 순순히 차장 지시에 따른다.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씨추에이션이 아니겠는가?
다낭으로 행차하던 중에 중간인 오행산(마블 마운틴) 입구에서 하차했다.
뒷통수에 느껴오는 차장아줌니의 살기충만한 시선을 느끼면서 우리는 내리기 전에, 도움을 주었던 그 아름다운 마음씨를 가진 베트남 아가씨에게 참으로 감사했다는 작별의 인사를 했다. 아가씨도 해맑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 준다. 그 뒤로 채 아직도 분을 삭이지 못한 차장아줌니의 옆모습이 보였다. '이 양반아 왕차장이면 다인줄 알아? 친절한 안내양 소양교육부터 배우셔........... ㅎㅎㅎ'
오행산(五行山)은 현지언어로는 (응우한썬) 이라 부르고 영문표기로는 대러석이 많이 난다하여 (마블 마운틴)고 부른다.
다낭과 호이안을 오가는 중간쯤 국도변에 앙증맞은 다섯개의 뾰쭉 튀어나온 봉우리를 일컷는 말이다. 한변과 접한 평야지역에 뽈록 뽈록 솟아있는 독특한 풍경이 매우 이채롭다.
웅우한썬은 고대시대로 부터 대리석의 산지로 유명하였으며 특히 무덤에 쓰는 석비를 제작하는 곳으로 역사가 매우 깊었다고 한다.
일개 대리석 산지에서 문화유적으로 대접받게된 계기는 그렇게 오래되지 않은 이야기로서, 19세기에 이르러 최초로 베트남을 통일하고 응우엔왕조를 창시한 자룽황제가 이곳을 지나다가 이곳의 독특하고 빼어난 풍광에 반하여 오행산(五行山)이라 명명하면서 부터 시작되었다고 전한다.
우주를 구성하는 다섯가지 근본에서 착안하여 각 봉우리마다 불(火). 물(水). 나무(木). 쇠(金). 흙(土)의 의미를 담아 이름지었다고 한다.
대리석을 파낸 동굴들을 이용하여 사방에 탑들이 세워졌고 사원들이 들어섰다.
그 중 가장크고 유명한 땀타이사원앞 전망대에 서면 시원스레 펼쳐진 논느억 해변이 시야가득 가슴속으로 파고든다. 실로 멋진 풍광이다.
또한 이곳 응우한썬을 더욱 세상에 알려지게 한 사건으로는 바로 (베트남 통일전쟁)을 꼽지 않을 수 없겠다.
이곳 웅우한썬은 바로 북베남군(베트콩)의 아주 중요한 거점이었던 것이다.
이곳 다섯개의 봉우리중 가장 높은 봉우리는 투아썬(해발 108m)으로 내부에는 이곳에서 가장 큰 후엔콩 동굴을 품고 있다. 이 동굴에 무기와 군수물자를 보관하였으며, 투아썬 봉우리에서는 멀리 다낭 시내의 전경까지가 한 눈에 들여다보이는 전망대의 구실을 하였다. 베트콩들은 이곳에 은거하며 다낭에 주둔한 남주군의 동태를 살피고 밤이되면 게릴라 기습작전을 펼치곤 하였던 것이다. 하여 미군은 이곳을 비행기를 동원하여 무차별 폭격을 가했다. 그리고 그 폭격의 결과로 동굴의 천장에 아주 커다란 구멍이 뻥 뜷렸던 것이다.
이러한 우연의 결과로 응우한썬은 기묘하고도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국도에서 내린 우리는 전망대로 오르는 엘레베이터를 타기로 했다.
매표소에서 티켓팅을 하고 엘레베이터를 타고 올라 전망대에서 논느억 해변을 바라보면 사진 몇장을 찍고나자마자......... 우르릉 쾅.
뇌성벽력과 함께 또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냥 폭우가 아니었다. 실로 엄청나게 비가 내리 퍼붓기 시작했다. 세찬 바라마에 우산도 소용 없었다. 접었다 폈다 뒤집어지고 또.......
태풍이 상륙한걸까?
오후에 상륙한다고 했는데.......... ?
비가 쏟아지던 말던........
태풍이 불어 오던 몰려가던 상관없이.........
우리는 함께 잘 논다. 잘 돌아다닌다.
몰아치는 바람과 퍼붓는 빗줄기 속에서 응우한썬의 이곳저곳을 세세하게 제대로 둘러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그래서 비를 피하려 이리뛰고 저리뛰는 모양새로 후다닥 응우한썬의 구경을 대충 마쳤다. 아쉬워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동굴에서 나와 마을 상점에서 쓰어다 커피를 한잔 주문해서 마시고 났는데도 비는 여전했다. 이 비바람속에 큰길까지 걸어나가서 아무때고 버스 오기를 기다린다는 것이 어디 가당키나 한 일이겠는가.
마침 손님태우고 들어온 택시와 밀고당기기를 한 끝에 택시를 타고 다낭 한시장으로 향했다.
이 쎈스쟁이 기사양반 국도로 가지않고 우리를 해변도로로 태우고 간다.
성난파도가 하얗게 부서지는 스산한 열대의 해변가를 달린다.
다앙에서 호이안까지는 30km에 걸쳐 길고 긴 해변으로 연결되어 있다.
통일전쟁당디 다낭에 주둔한 미군들은 이 길고 긴 해변을 그냥 남중국에 연한 바다라 해서 (차이나 비치)라 불렀다. 하지만 실제로는 해변들도 구석구석 나름의 이름을 가지고 있다.
호이안을 투본강이 가로질러 바다와 만나는 지점에 해변이 발달했는데 길이 약 3km의 (끄어다이 해변)이 자리잡고 있다. 이 끄어다이 해변을 지나 다낭쪽으로 해변을 따라가다 보면 응우한썬이 보이고 그 앞의 바다가 바로 논느억 해변이다. 논느억 해변에서부터 거대하고 아름다운 리조트들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데 그 정점에 박미안 해변이 있다. 리조트 천국이 바로 막미안에 있다. 그리고 여기 박미안을 지나 해변을 달리다 보면 베트남에서 나짱 해변과 함께 쌍벽을 이루는 미케 해변이 모습을 드러낸다.
해변도로를 내달리던 택시는 다낭 시내에 들어서면서 드래곤 브릿지(용다리)를 건너 강변공원을 따라 내려가다가 조각공원이 있는 (한시장) 앞에서 위를 내려주었다.
조각공원을 둘러 본 뒤에는 내가 베트남에서 가장 편하게 머물러 쉬었다가는 아끼는 장소 (하이랜드 커피)로 향한다. 바로 인근에 한국여행객들에게 너무도 유명한 콩카페도 있다. 지나치면서 보아도 콩카페는 이미 한국여행객들로만 꽉 꽉 차고 넘친다. 참 아이러니가 아닌가?
난 점잖은 베트남 사람들로 가득한 여기 하이랜드 커피가 참 좋다. 그냥 푸근해 지는 기분이다. 커피도 정말 맛있다.
여기 하이랜드 커피점 바로 코 앞에 제법 근사한 레스토랑이 있었는데...... 지나나해 내가 정말 맛난 식사와 시원한 생맥주를 즐겼던 와인바를 겸한 레스토랑이었는데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새로운 건물 기초공사중이었다. 좀 아쉬웠다. 저녁을 거기서 할 생각이었는데......
비를 쫄닥 맞아가면서 (다낭성당)에도 들렀다.
지난해 나를 안내해 친절하게 성당 내부까지 구경시켜준 수사님을 만나볼 요량이었는데...... 예배당도 집무실도 유치원가지 모두 굳게 문이 잠겨 있었다.
여행객 몇명을 제외하고는 성당 전체가 썰렁하게 방치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나선 (한시장)에 들렸다.
어차피 모레 귀국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시장에 들러 쇼핑과 선물을 구매할 계획이었는데 비 때문에 어디 더 (참박물관 등등) 돌아다닐 여건이 허락되지 않아서 한시장에서 좀 시간을 보내다가 다시 호이안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런데 이 할망구 챠밍여사가 그만........ '디스카운트' 하는 쇼핑의 재미에 푹 빠져버리고 말았다.
귀국하는 그날은 그날이고...... 오늘 눈에 들어오는것은 일단 현실이고........
오.마.이.갓.
쇼핑을 끝내고 저녁무렵이 되어서야 호이안으로 돌아가는 로컬버스를 다시 타려고 다낭성당 옆 버스정류장에서 1번 버스를 기다리면서.......
'우리 또 아침 그 아줌마 버스 타게 되는거 아니야? 이번엔 4만동을 주더라도 아침일은 다 잊어버리고 웃으면서 친절하게 드려라.......' 하는 챠밍여사의 말에 박장대소를 하면서........ '설마 그런 일이.......' 하고 있는데 미니버스자가용(봉고차)가 하나 우리 앞에 멈추어 선다.
창문이 열리더니 운전기사가 손짓으로 나를 연실 부르며 '호이안. 호이안' 외친다. 뒷자석을 살피니 젊은 여자여행객 2명이 이미 타고 있었다.
'오호라. 이제 알겠다.'
처음부터 쉐어(합승)이 아니라 여자 승객 2명에게 호이안까지 가는 요금은 이미 다 받아 놓고 가면서 호이안가는 여행객 낌새가 보이면 양해를 구하고 합승시켜서 덤으로 이득을 보려는 속셈이다. 이럴땐 밀당을 잘해야 한다.
나는 일단 뒷자석의 아가씨들에게 정중하게 양해를 구한 뒤, 젊은 녀석과 밀당을 시작했다. 비가 오는 날씨 때문에 내가 몸이 달을거라 생각하겠지만....... ㅎㅎㅎ..... 우리를 지나고 나면 더 이상은 호이안 가려는 일반 여행객을 만나기가 불가능해질거라는 것을 나는 이미 파악하고 있다. 담배값 정도는 선뜻 줄 수 있지만 와인값을 내게서 받아내기는 힘들 껄............ 결국 우리는 거의 거저나 진배없이 타고 갔다. 호텔 정문 앞까지.......
호텔로 돌아오니 제법 밤이 깊었다.
옷을 갈아입고 저녁을 해결하러 밖으로 나가려니 도저히 엄두가 나질 않는다.
한마디로 폭풍우가 몰아치고 있다.
호텔과 붙어있는 이웃 식당으로 가서 간단한 음식으로 저녁을 해결했다.
챠밍여사를 방으로 올려보내고 빗속을 달려 먹거리와 안주를 사러 쫓아다니는데....... 주변에 그 흔한 통닭집 하나 없다. 노점들도 철수하고 나니 피자가 아니면 문 연 가계가 없다. 결국 슈퍼에서 이것저것 과자부스러기에 맥주 서너병과 와인 한병을 샀다.
오늘 멀리까지 싸돌아다니느라 피곤할법도 하건만 우리는 둘 다 쌩쌩한채로 기상특보 방송이나 보면서 맥주를 마시고 있다. 테라스를 통해 내다보는 호이안 위로는 세찬 폭풍우만이 몰아치고 있다.
아! 어쩌란 말이냐?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가 바로 내일인데........
챠밍여사의 화보촬영을 위해 여기까지 왔던것을.........
뷰. 나이스 뷰.......
그넘의 나이스 뷰를 찾아서 여기까지 왔는데 느닷없이 태풍이라니...........
(바나힐)이라는 곳은 화창한 날씨에도 삽시간에 구름이 끼거나 안개가 몰려오면 만사가 도루아미타불이 되기 십상인데.......
이건 시작도 전에 태풍이라니.........
바나힐이고 뭐고 다 날라갔다.
아! 깨어진 꿈이여..... 날라간 바나힐이여..........
이 허망함을 어쩌란 말이냐? 야속한 태풍아.............
그렇게 그렇게 야속한 밤은 태풍과 함께 오래오래 우리 곁을 떠나지 않았다. 이제 하루 남은 이번 여행은........... 피안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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