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 시에서 이국 땅 낯선 고장에서 겨우 좁은 방 하나 얻어서 사는 식민지 출신 사내의 쓸쓸한 모습을 쉽게 떠올릴 수 있다.
흰 바람벽에 둘러싸인 그 방에서 이런저런 상념에 시달리다 떠오르게 된 고향의 어머니, 그리고 잊을 수 없는 애인……. 그 애인은 지금쯤 남의 아내가 되어 아이까지 낳았을 것이고 …… 그들 가족들이 도란거리며 저녁을 먹고 있고…… 지금 혼자 멀리 떨어져 나온 사람으로서는 전혀 어쩌지 못하는 꿈과 환상의 세계가 흰 바람벽에 펼쳐져 있는 셈이다. 그는 스스로 자위하기를, 하늘이 “가장 귀해하고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가난하고 외롭고 쓸쓸하니 그리고 언제나 넘치는 사랑과 슬픔 속에 살도록 만드신 것이다”라고 생각해 본다. 이처럼 그의 시에는 세상에 대해 과거에 대해 자신의 감정을 직정적으로 토로하는 시인이 거의 맨얼굴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그런 때문에 이 시들에서 짙은 허무주의자의 면모가 느껴지면서도, 동시에 그만큼의 절절함의 감동이 생겨날 틈이 보이게 되었다. 한편으로 이시를 읽다 보면 윤동주의 시 「별 헤는 밤」을 연상하게 되는데, 특히 마지막 시행 부분이 그러하다. 『사슴』을 필사해서 읽던 윤동주였으니, 1941년 4월에 『문장』에 발표한 이 시를 읽고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 시인열전 / 박덕규 지음 / 청동거울 / 2002
현실의 어려움에 대해 체념하고 긍정하는 순간 운명에 대한 따뜻한 사랑이 생겨난다. 이 시를 읽으면 가난과 외로움, 쓸쓸함 그리고 슬픔들이 비참하고 고통스러운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고귀하고 아름다운 것으로 변한다. 주어진 운명을 능동적으로 인식하는 위대한 힘…. 백석 시가 우리에게 주는 비장한 아름다움이다.
이 시가 발표된 1941년 연희 전문학교 졸업반에 재학 중이었던 윤동주는 이 시 ‘흰바람벽이 있어’가 주는 운명애(運命愛,Amorfati)에 매료되어 고독한 시인의 길을 꿋꿋이 걸어갔다. 윤동주가 남긴 대표작 ‘별헤는 밤’에는 백석이 사랑했던 ‘프랑시스 잼’ 과 ‘라이너 마리아 릴케’가 인용되어있다.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잼’,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들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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