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필름카메라를 좋아하는 편이었다. 이십 여년 동안 수집도 하고 '클래식카메라 딜러'로서 거래도 꽤 했다.
물론 사진도 적지잖게 찍었지만, 아무래도 수집과 딜링 쪽에 기운 측면이 많다.
그러나 지금은 필름카메라 시대가 아니다. 디지털이라는 시대의 추세를 무시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스마트폰을 포함해 디지털 카메라로서 사진도 찍었다.
지금까지 써던 디지털 카메라는 라이카 D-Lux 4 였다. 콤팩트한 카메라로 렌즈는 즈미크론(Summicron).
이 카메라를 2015년에 구입해 5, 6년 간 잘 썼다. 사진이 좋았다.
하지만 역시 오래 쓰면 지겨움이 생긴다.
그리고 무엇보다 라이카의 다른 디지털 카메라에 대한 호기심을 어쩔 수 없었다.
결국 D-Lux 4를 처분했다. 이즈음 '당근시장'이나 '번개장터'에서는 거래가 잘 된다.
특히 라이카 카메라는 인기가 좋다. 내 놓은지 사흘 만에 후딱 팔렸다.
D-Lux 4를 방출한 후 허탈감을 어쩔 수 없었다. 다른 라이카 디지털을 구하기로 작정한 것이다.
구하는 방법은 역시 이베이(eBay)다. 10여 일 정도를 서핑을 하며 내게 맞는 라이카 디지털을 구하려 했다.
카메라 사양에 대해서는 대략 좀 알지만, 좀 차원이 높은 디지털 카메라 스펙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결국 잘 알려진, 그리고 라이카 매니아들의 입소문에 의지하는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라이카는 역시 가격이다. 라이카 브랜드에 반드시 달라붙는 전제조건이다.
D-Lux 4 같은 콤팩트한 카메라를 구하기로 생각하고 있었으나, 마음에 맞는 아이템이 잘 나타나질 않았다.
게다가 D-Lux 4 이상의 카메라는 아무리 이베이라 하더라도 가격이 셌다.
좀 좋은 걸로 장만하려면 최소한 8-9백 달러 정도의 가격이었다.
M타입이나 DSLR은 가격 때문에 엄두도 못 낼 지경이었고.
며칠 전 '번개장터'를 서핑하고 있었다. V-Lux 4가 하나 매물로 나왔다.
이 카메라에 대해서는 사전에 어느 정도의 지식은 있었다.
연조가 꽤 된 구닥다리라는 것도 알고있고, 디지털 라이카로서는 일종의 클래식 라이카에 속하는 기종이다.
하지만 렌즈 일체형의 '하이엔드' 카메라이고 동영상이 좋은 관계로 유튜버들에게 인기가 있다는 정도는 알고 있었다.
나는 유튜브를 하지 않기 때문에 스틸사진의 질을 중시하고 있는 터였다.
그러다 인터넷 어느 사진 전문 사이트를 통해 V-Lux 4로 찍은 사진을 봤다. 사진들이 좋았다.
특히 흑백에 마음이 쏠렸다.
'번개장터'에 올라 온 D-Lux 4는 생각보다 가격이 쌌다.
아무리 연조가 꽤 된 라이카지만, 일반 싯가의 절반 정도에 불과했다.
지난 토요일 새벽에 결심을 하고 구매 신청을 해 샀다.
라이카 D-Lux 4를 어제 받았다. 판매자는 대학생이었는데, 그 카메라는 아버님이 쓰시던 것이었다.
카메라는 깨끗했다. 어제 오후 카메라를 받고서 두어 시간 가량 만지작거리며 매뉴얼을 통해 카메라를 익혔다.
작동은 같은 라이카이기 때문에 D-Lux 4와 비슷했다. 어제 몇 컷의 테스트 사진을 찍어 보았다.
그리 큰 기대는 접었던 것이기에 결과물에 대한 생각은 지금으로서는 담담하다.
솔직히 말하자면 D-Lux 4 보다는 사진의 질이 떨어진다.
하지만 매뉴얼 상으로는 촬영과 관련해 D-Lux 4 보다는 기능이 많다.
천천히 하나 하나 공부해 가며 찍어 볼 예정이다.
나는 컬러보다는 흑백사진을 좋아한다. 테스트 사진 결과물로 흑백사진이 좀 매끈하지 못해 보이는 게 마음에 걸린다.
그와 관련해서는 내가 잘 모르는 뭔가 어떤 다른 기능이 있을 것이다. 우선 그것부터 알아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