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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wizz 원문보기 글쓴이: lily72f
Life is a box of Christmas gift 인생은 크리스마스 선물 상자 ……추위에 게으름을 피우던 몸이 이불 속에서 빠져 나오기도 전, 아직도 무거운 눈꺼풀을 밀어 올리며 두 팔을 뻗어 머리 위를 더듬어 본다. 무언가가 손에 잡힌다. 환호하며 일어나 보면 48색 크레파스 상자일 때도 있고 핑크 빛 인형 그림의 플라스틱 필통일 때도 있다. 일 년 동안 마음속으로 바라던 물건인 적도 있지만 가끔은 기대치에 못 미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엄마의 인자한 미소가 내 눈에 들어올 때쯤이면 선물이 뭐였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산타 할아버지에게 뭔가를 받았다고 자랑하고 싶은 마음에 하늘을 날아갈 듯 기분이 좋았다. 세월이 지나고 산타 할아버지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때쯤부터 크리스마스 선물은 더 이상 꿈이 아니라 현실이었던 것 같다. 아무리 졸라도 열리지 않는 엄마의 지갑처럼. 교회를 다니던 청소년기에는 학생들끼리 선물 교환이라는 걸 했었다. 비교적 싼 값의 선물들을 익명으로 준비해서 제비 뽑기로 선물을 차례대로 가져가는 거였는데, 그 준비하고 기다리는 과정이 받는 선물보다 몇 배는 더 흥미진진했던 것 같다. 그때도 유년 시절처럼 좀 더 좋은 선물을 받거나 맘에 두었던 사람으로부터의 선물이었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되면 더 기분 좋아했었지만, 선물 그 자체가 마냥 즐거웠고 성탄절이 지나고 그 흥분이 가라앉을 때쯤이면 선물의 크고 작음은 그다지 마음에 남지 않았던 것 같다. 인생은 그렇다, 크리스마스 선물 상자 같다. 좋은 부모님 밑에 유복하게 자라 큰 인물이 될 선물을 받을 수도 있지만, 평범한 가정에 평범한 소시민으로 살 선물을 받을 수도 있다. 어떤 이는 힘들고 고통스럽게 살 선물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크리스마스 선물 상자의 뚜껑을 미리 열어보고 선물을 고를 순 없었지 않던가. 선물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 산타 할아버지에게 반송을 시킬 수도 없었고 맘에 안 든다고 남의 선물과 바꿀 수도 없었다. 작은 선물을 받을 수도, 큰 선물을 받을 수도 있지만 처음 선물 상자를 받았을 때의 마음으로 내 선물에 감사하며 사는 게 이 땅에서 生을 사는 인간의 도리가 아닌가 한다. 감사하며 열심히 살다 보면 다음 해에는 좋은 선물을 받을 수도 있고 선물의 개수가 많아질 수도 있지 않을까. 큰 선물을 받은 이는 작은 선물을 받은 사람과 나눌 줄도 알고, 작은 선물을 받은 자는 선물을 받지 못한 사람에게 양보도 할 수 있는 그런 마음 씀씀이가 그리운 성탄절이다. 주어진 삶에 얼마나 감사하며 우리가 매일을 사는지 한번쯤은 생각해 봐야 할 계절이 돌아왔다. 그게 인간을 위해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란 분의 생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까. 연말 연시 정찬에서 디저트 와인으로 손꼽히는 소테른(Sauternes) 와인이 있다. 프랑스 보르도 그라브 지역의 소테른 마을에서 생산되는 와인이다. 곰팡이 균인 보트리티스(Botrytis cinerea) 에 의해 생기는 귀부 현상을 이용해 만드는 고가의 디저트 와인으로 포도 품종은 주로 Semillon, Sauvignon Blanc 그리고 Muscadelle 세가지를 이용하며 이 귀부 현상(noble rot) 은 포도를 부분적으로 건조하게 만들어 당도와 향이 뛰어난 와인을 만들 수 있게 한다. 귀하게 부패했다는 귀부 현상, 포도의 몸은 비록 균에 의해 병들었어도 그 액으로 빚어지는 와인은 최상이다. 가격이 비싸 귀한 것도 있겠지만 그 의미만으로도 귀한 자리에 어울리는 와인이 아닐 수 없다. 와인은 신이 내린 선물이라고도 한다. 그 중에서도 이 소테른 와인은 신에게 순응하는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선물이 아닌가 싶다. 나의 존재를 가능케 해 준 신과 이 우주에 감사하며, 인간의 교만함은 잠시라도 한 켠에 접어두는 성탄절이 되길 이 와인 속에 녹아 있는 포도 알들은 바라고 있지 않을까. Chateau Guiraud 2001 Sauternes, 1er Grand Cru Classe Grapes-Sauvignon Blanc/ Semillon, Alc 13.5% 밝은 황금빛 컬러를 갖고 있으며 농축된 오렌지, 감귤, 벌꿀, 스모크 향을 복합적으로 갖고 있다. 믿기지 않을 정도로 풍부한 집중도, 좋은 산도, 지속적인 피니쉬가 이어진다. 94/100 pts ( Robert Parker Wine Advocate 2004, 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