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허브 식물, 관상용 초화, 물소리 공간
입주민들 몸과 마음 건강한 공동주택 조성
최민정 나무의사
4월 5일은 식목일이자 24절기의 청명이다. 청명은 ‘하늘이 점자 맑아진다’는 것을 뜻하며 봄 농사의 시작을 알린다고 한다. 우리가 거주하는 공동주택에서도 청명의 뜻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바로 텃밭이다. 그런데 이 텃밭에 꼭 배추와 고추만 심어야 할까. 올해는 치유정원으로 꾸며보면 어떨까.
치유정원은 치유를 목적으로 다양한 활동을 통한 심신의 회복을 지향하는 기능성 정원이다. 치유정원에는 식용 채소를 기르는 텃밭도 들어가고, 향기로운 허브 식물, 관상용 초화나 관목을 심을 수도 있다. 물소리를 들을 수 있는 수(水) 공간으로 만들 수도 있다. 치유정원은 훨씬 더 다양한 모습을 갖고 있다.
텃밭은 이용자가 이용하기 쉽게 화분 형태로 높게 조성하는 것이 좋다. 40~50㎝가량 올리면 기존 토양과 구분돼 관리하기가 편하고, 재배나 수확도 더욱 수월하게 할 수 있다.
유채꽃
이것을 만들려면 우선 가까운 건축자재 판매하는 곳에서 2㎝ 두께의 판재를 구매한다. 철물로 ㅁ자 형식으로 고정, 설치한다. 목재의 부식을 막기 위해 안쪽에는 방수포를 덧대고, 외부에는 오일스테인을 칠해 보호한다. 설치한 텃밭에 전지하거나 풀을 벤 뒤 발생한 부산물과 낙엽을 넣고 위에 흙을 채우게 되면 폐기물 처리비용도 절감하고 흙 속에서 부산물이 퇴비로 변해 텃밭에 유기물을 제공해준다.
이 텃밭에 허브 식물과 관상용 초화를 식재하면 어떨까. 조경이 잘 돼 있는 아파트라면 단지 내에서 잘 자란 초화와 관목을 볼 수 있다. 만약 이 식물들이 너무 잘 자라서 과밀해 있거나 밀식돼 있다면 포기나누기 또는 부분 이식을 하면 좋다. 기존 초화의 원활한 생육을 도모하고, 포기나누기를 통해 새로운 공간에서도 초화를 감상할 수 있다. 덤으로 비용 절감도 할 수 있다.
캣닢
주변에 마땅한 초화가 없다면 허브 식물과 초화를 구매해서 심어본다. 요즘은 인터넷과 유통이 잘 발달해 하루 만에 아름다운 식물을 배송받을 수 있다. 초화를 얼마만큼 구매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초화의 초폭을 고려해 사면 된다. 초폭이 약 20㎝라면 1m에 5본 정도 구매하면 된다. 치유정원용 초화로 추천할만한 것은 개박하(캣닢), 배초향, 유채, 톱풀(야로우), 백리향이다.
수 공간은 꼭 거창하게 하지 않아도 무방하다. 물소리를 들을 수 있으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일전에 유치원에 세족장을 만들어준 적이 있다. 발이 들어갈 수 있는 20㎝ 폭에 농업용 호수를 둬 물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수 공간을 만드는 방법도 어렵지 않다. 먼저 집수정에 배수용 파이프를 빼고 배수 드레인을 연결해 배수시설을 구축한다. 원하는 크기의 땅을 다지고 골재를 포설한 후 시멘트벽돌과 모르타르를 이용해 미장, 마감 후 양생하면 된다. 거기에 알록달록한 타일을 덧붙이면 더욱더 멋진 공간이 된다.
급수는 설비업체의 도움을 받아 주변 상수도 배관에서 치유정원으로 수도꼭지를 가지고 올 수 있다. 이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물이 물소리를 만들어줘 심신 안정도 되고, 정원에 물 주기도 쉽게 한다.
텃밭과 수 공간 외에 사람이 접근하기 쉽도록 이동 통로와 휴식·관상 공간을 두면 좋다. 치유공간을 즐길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바닥 포장은 자갈, 판석이나 콘크리트 블록 등을 둬 보행에 편의성을 주고, 아니면 지주목을 제거해 깔아둔다. 우천시 땅의 질퍽거림을 없애면 이동이 편리해진다. 다만 목재의 특성상 비가 오면 미끄러울 수 있으니 이용자의 주의가 더 필요하다.
휴식·관상 공간에는 멋진 파고라를 둬도 좋다. 비용이 부담스럽다면 주변 가로등 기둥이나 건물 벽면에 철물을 달아 선쉐이드(차양, 차광막)를 설치해도 된다. 그곳에 간이의자나 캠핑용 의자를 두면 정원을 가꾸다가도 잠시 쉬며 숨을 돌릴 수도 있고, 멋지게 가꾼 정원을 바라볼 수 있다.
집이나 정원이나 모두 사람이 관리할 때와 관리하지 않을 때의 차이는 극명하게 나타난다. 아파트에 버려지고 소외된 공간은 없는가. 입주민이 함께하는 생산적이고 아름다운 공간을 만들고 싶지 않은가. 치유정원을 한번 도입해보면 공동주택이 육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해질 것이다.
최 민 정 l 조경기술사, 자연환경관리기술사, 나무의사 취득. 조경식재시설물공사 전문건설업 약 10년 근무. 민들레기술사사무소 소장, 나무병원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