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적인 부촌(富村)-동부이촌동
서울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동네는? 의례 “강남 어느 한군데겠지..”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어디 좋은 곳이 강남에만 있으랴. 강남 말고도 쾌적한 주거환경, 사통팔달의 교통, 뛰어난 커뮤니티, 높은 교육열, 거기에 투자가치까지 더해져 한 번 들어가면 다시는 나오지 못한다는 곳이 있다. 명당 중에 명당, 동부이촌동이 바로 그 주인공. 어느 지역도 부러울 것 없다는 콧대 높은 동부이촌동을 둘러본다.
쾌적한 주거환경에 전형적인 부촌(富村) 이뤄
동부이촌동의 가장 큰 자랑은 앞으로는 돈줄인 한강이, 뒤로는 엄마 품과 같은 푸르른 공원이 자리잡은 쾌적한 자연환경에 있다.
특히 거실에서 시원스레 내려다보이는 한강은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프리미엄. 강남권 단지들이 주방이나 후면발코니를 통해 보는 한강과는 비할 바가 아니라는 게 인근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강 바람을 맞으며 1km 가량의 이촌지구 한강시민공원을 산책하는 것과 9,000여 평 규모의 용산가족공원을 둘러 보는 것 역시 색다른 즐거움이다.
물이 내려오는 방향에 집이 있으면 재물이 모인다는 속설에 들어맞게 점잖은 부자들만 모인 것도 동부이촌동 강점 중에 하나다. M공인 손 대표는 “GS자이 펜트하우스에 GS건설 및 이수건설 회장이 사는 것을 제외하고는 큰 부자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정치인, 교수, 고위공무원, 중견기업 사장 등 부유층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구성원 분위기에 맞춰 23개 단지가 빽빽이 들어선 아파트촌임에도 전원주택지와 같은 평화로움을 유지하고 있다. 위해시설이나 중심상업시설이 일체 없다는 점도 평화스런 느낌이 드는데 한 몫 한다. 같은 한강변에 있더라도 주변에 상업시설이 위치한 잠원 한신, 압구정 현대아파트 등이 활기차고 복잡해 보이는 것과는 정반대이다.
꽉 막힌 ‘섬’ 이미지는 편견, 사방으로 교통 뚫려
동부이촌동에 와보지 않은 사람들의 가장 큰 편견은 교통이 좋지 못하다는 것이다. 실제 대중교통만 따지면 강남보다 한 수 아래인 게 사실이다.
대부분 단지들은 지하철 4호선·중앙선 환승역인 이촌역 역세권인데, 4호선 이용자는 불편을 느낄 이유가 없다. 문제는 중앙선 이촌역, 서빙고역에서 열차를 타야 하는 경우. 10분에서 최대 20분이 넘는 배차 간격 때문에 열차를 한 대 놓쳤다가는 본인의 운을 탓해야 하는 일이 생기곤 한다. 버스 역시 지선·간선·광역버스 모두 합쳐 6개 뿐인데 그나마 노선도 다양한 편이 아니다.
한편, 자가용 이용자라면 이만한 곳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사통팔달의 교통을 자랑한다. 강변북로를 통해 강서·강동 어디든 가기 쉽고, 동작대교·한강대교만 건너면 강남이 코 앞이다. 그뿐 아니다. 5분이면 진입 가능한 한강로를 통해 서울역, 시청 등도 손쉽게 다닐 수 있다. G공인 관계자는 “고속터미널, 압구정 등을 가는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10~20분이면 충분해 정작 강남 대치동, 도곡동 등에 사는 사람들보다 접근성이 좋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단지 동서를 가로지르는 이촌동길에 주민들의 만족도가 높다. 동부이촌동 끝자락인 신동아 아파트까지만 뚫려 있어서인데, 그 이상은 막혀 있어 다른 지역으로 가기 위한 차량이 거의 진입하지 않는다. 동부이촌동 주민만을 위한 도로인 셈이다.
학군, 편의시설은 “글쎄..?”
동부이촌동에 들어가고 싶은 사람이 가장 망설이는 부분은 학군과 편의시설이다. 사실 5학군에 속해 있는 용산구는 목동 7학군, 강남 8학군과 같이 명문이라 볼 수는 없다. 동부이촌동 전체에 초·중·고 하나씩 밖에 없는 것도 교육시설은 별로라고 생각할 수 있는 부분.
하지만 이 지역에서 학교의 개수가 교육여건의 좋고 나쁨을 결정하지는 않는다. 교육열 만큼은 강남 8학군 못지 않기 때문이다. 신용산초는 거의 사랍초등학교나 마찬가지 수준이며, 용강중·중경고 역시 8학군만 못할 뿐 다른 곳과 비교해 손색이 없다는 게 인근 중개업소의 공통된 의견이다. M공인 손 대표는 “학군이 나쁘지는 않지만 마음에 안 드는 사람들은 자녀들을 유학 보내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이어 “학원가가 없어 대치동에서 오는 사람들은 의아해 하기도 하지만 이 곳 주민들은 개인 과외를 더 선호한다”고 덧붙였다.
편의시설 역시 단지 상가 말고는 전무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용산역 E-마트, 고속터미널 신세계백화점, 압구정 현대백화점 등이 지척이라 큰 불편함은 없다. 오히려 동부이촌동 내 대형 상가가 없어 복잡함이 덜 하다는 평이다. 또 위락시설 등이 없어 너무 조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지만, 자녀 키우기에는 최상의 조건이 아닌지 반문해볼 수 있다.
또 외국 물품을 사기에는 서울 시내 이 곳만한 곳도 없다. 외국인 많은 덕분에 동네 슈퍼마켓에만 들어가도 각양각색의 외제 제품들이 즐비해 있다. 특히 한강쇼핑 지하상가는 백화점에도 없는 다양한 외국 물건을 만날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한 번 들어오면 안 나가는 탓에 매물도 안 나와
주거지로서 이 보다 좋을 수 없는 동부이촌동은 마치 ‘블랙홀’과 같다. 우연히라도 이 곳에 들어오게 되면 도저히 다른 지역으로 옮길 수가 없다는 것. 한가람 아파트에 살고 있다는 한 주민은 “강남에 살다 이사를 왔는데, 다시 강남으로 가라면 못 살 것 같다”고 말했다.
이렇듯 동부이촌동을 사랑하는 주민들로 인해 거래는 뜸한 편이다. 이사하는 사람이 많지 않고, 옮기더라도 지역 내 다른 단지 혹은 같은 아파트로 평수만 넓혀 가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잦지 않은 거래는 집 주인조차 정확한 시세를 모를 정도다. 한강푸르지오, 한가람, 강촌, 하늘채 등 이촌동 뒤쪽 라인 아파트의 경우 평당 2,000만~3,000만 원 선은 받아야 할 것 같다는 게 주민들의 주장이다. 한강 조망이 가능한 앞쪽 라인 GS한강자이, 한강맨션, 삼성리버스위트, 왕궁, 렉스, 신동아 등은 일부 단지를 제외하고 재건축 호재까지 겹쳐 평당 3,000만~5,000만 원의 가치는 지녔을 거라는 설명. 하지만 워낙 매물이 없고 거래가 뜸해 부동산도 정확한 시세를 제시 못하는 형국이다.
한편, 서빙고길 너머 짓고 있는 시티파크, 파크타워는 용산의 입지를 바꿀만한 초대형 호재로 꼽힌다. 또 U-턴 프로젝트, 최근 서울 시장 후보가 앞다퉈 내놓고 있는 용산 개발 공약 역시 이 지역을 재평가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들 실어주고 있다.
한강변 한강맨션, 왕궁, 렉스, 반도, 현대, 그 외 작은 맨션들도 용산 개발과 발맞춰 재건축 및 리모델링을 준비 중이다. G공인 관계자는 “일대 낡은 아파트가 삼성, GS, 대림, 현대 등 각 대형 건설사 새 아파트로 거듭날 것”이라며 “그때쯤 동부이촌동의 진가가 드러나지 않겠냐”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부동산뱅크 박선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