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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천년그리움이 흐르는 강 원문보기 글쓴이: 그도세상김용호
이효녕 시 모음 65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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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들길에 서서
이효녕
붉게 물든 낮은 산하나 가슴에 바치고
하얀 구름 가슴에 안고 살 듯
일이 끝나 저물어 강물로 흐르는
머리 위로 활짝 열린 푸른 하늘
들길 걸어 마을로 들어가는 길섶 코스모스
가을날 마지막 잎들이 익어가는 과일 몇개 감싸
햇살이 웃으며 드나들며 재잘거린다
바라보면 익어간 이파리들이 아주 많다
하늘 한번 못 보고 고개 숙인 벼 이삭
그 사이를 누비는 메뚜기 몇 마리
논둑길 너머 서서 웃는 허수아비
수수대 위에 앉은 고추잠자리 몇 마리
들국화 몇 송이 향기 내면서
혼자 기다린 세월이 거기 모여 있어
어차피 세상은 모두 익어야 한다고
들길 위로 걸어가는 바람이 소리 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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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비 내리는 날이면
이효녕
찬바람 안고 비가 내려
조용히 젖어가는 내 가슴 위로
눈물 없이 속으로 울던 추억 안고
돌아서던 뒷모습도 젖어들어
보이지 않게 어딘가 흘러가는
안개 사이로 떨어지는 빗소리
발끝에 걸린 가을이 지나가네
내 마음 그리 흔들면서
같이 흘러온 우리 사랑
긴 시름 끝의 부는 바람결 따라
한 잎 한 잎 떨어지는 낙엽
슬픈 마음 풀어낸 가을비에 젖어
우리 사랑도 시린 강물로 흘러
그리움이 물결의 띠를 남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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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빛 그리움
이효녕
우리 사랑해서 붉어진 마음은
단풍 든 이파리에 물든
가을 햇살 같습니다
기억에서 잊힌 벌레소리 때문에
밤잠 이루지 못하는 마지막 숲
이제 나는 귀뚜라미로 울 수 있어
상심傷心한 가슴에 무늬 새기고
떠나 갈 곳이 어디에도 없음에도
무작정 낙엽 깔린 길을 걷습니다
그토록 한없이 길을 걸으면
가을 하늘 위 잠자리 날개로 다시 만나
붉어진 추억 하나씩 떠올린
내 가슴 위로 수없이 떠도는 그리움
이파리 소리 없이 물들이는
가을 햇살로 만날 수 있습니다
아직도 당신을 사랑하는 내 마음은
사랑하기에 떠날 수 없어 몸부림치는
달이 뜬 내 가슴 언덕 위에 억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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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둑에 앉아 기다리는 사람
이효녕
내가 강둑에 앉아 지난 억새 바라보며
물떼새처럼 사는 것은
그리움이 벅차 눈을 감는 것이 아니라
반짝 반짝 날아오르는 순간을 아는
물새의 그림자가 되기 위해서다
강물에 돌을 던지면 물결의 파문이 생겨서
가슴이 일렁이는 것은
푸른 발자국 남기는 새들이 아니라
강둑 억새꽃 사이에서 바람을 밟고 가는
아련한 마음 지우기 위해서다
목이 긴 그리움의 그림자 바라보며
강물 속에 내려앉아 흐르는 것은
강물이 흘러 넘치듯 내 마음 겉돌아
더 깊이 흐를 수 없는
더 가까이 갈 수 없는 만남이 아니라
너의 이름 불러보기엔
강기슭 저 쪽 물새로 날아가는 시간이
내 곁 가까이 오기에는 너무 짧은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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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그리움
이효녕
세월이 아주 가볍게 날아가는데
내 사랑조차 그러하다면
눈꽃이 날아가 앉은 꽃밭은
원죄(原罪)의 어느 자리인가
잎사귀 없이 피어난 하얀 꽃이며
찬란한 빛깔이 사라진 다음
내 마음 어느 깊이에서
발자국으로 남겨지는 외로움
시간의 종을 얼마나 울리는가
사랑도 바람결에 젖어간다면
훗날에 다가오는 그리움은
간절한 사랑의 그림자인가
모든 사랑이 끝난 다음
미끄러운 눈길로 걸어오다가
몇 번이나 넘어진 그리움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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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사랑하면 할수록
이효녕
내 사랑의 불이 보고 싶어라
그대 기쁨의 눈물 보고 싶어라
사랑을 하면 할수록
더 아파야 사랑이 되는
더 외로워야 사랑이 되는
내 잠시 길을 잃으면
그대가 언제나 내 곁에 있다
내 어둠에 촛불 켜면
붉은 하트 안에 박힌 채
천사처럼 웃음 보이는 그대 얼굴
바라보면 볼수록
내 가슴은 어째서
이리도 울렁거리며 떨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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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에게
이효녕
그대는 내게 다가오면서
꿈으로 피어나다가
꽃이 아름답게 핀 언덕이다가
사랑의 영혼이 되어 가슴에 안기다가
오늘은 내 가슴에 문 활짝 열어
행복한 마음 풀어놓지요
이런 날 나는 그대에게
사랑의 나무를 심어
이 세상에서 가장 싱싱한 숲 만듭니다
꽃이 피고 나비와 새가 날아드는
아름다운 낙원 이루어지면
정원에 달린 달콤한 과일 모두 따서
아담과 이브 생각하며
그대에게 내어 줍니다
우리도 아담과 이브가 되어
오랜 세월 살면서
꿀처럼 달콤한 사랑의 열매 맺어
오직 가난한 사랑의 영혼 앞에
모두 내어 주는 기쁨으로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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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의 가을 집
이효녕
가을 햇살을 따라가니
단풍이 물든 세상뿐이네
거기서 도토리 알 줍는 다람쥐 만났네
살면서 겨울에 배가 고프면
언제나 찾아오라고 말하였네
어느 날 고추잠자리 따라 들녘에 가보았네
노랗게 익은 호박 줄기로 감긴 옥수수 대
바람결 따라 춤사위를 펼치고 있었네
실개천 흐르고 해가 지는
들국화 피는 작은 흙 길에서
억새가 손짓하며 말하였네
코스모스 활짝 핀 그리로 가보게
안마당 붉은 고추 가득 널린
아주 작은 오두막
그대의 가을 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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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 안고 오는 사람
이효녕
내 가슴에서 떠나지 않는 한 사람은
추억의 간이역으로 가는 건널목
차단기 내려 멈추어 선
타종 소리로 오는 그대입니다
저녁햇살에 눈부시게 반짝이는 추억
애타 우며 몸속깊이 불타던 지난 사랑
거기에 둥지 틀어 살다가 떠나가는 새 한 마리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아쉬움뿐인데
초승달 아래 짙은 그림자로 떠돌다가
어디선가 그리움으로 오는 그대입니다
지나온 길 뒤돌아보면 후회할 것 같아
철로가 몇 송이에 꽃으로 피어나면
지나는 기차에 그토록 마음 흔들며
불러보는 이름 위로 떠도는 추억
차단기 내린 타종소리로 다가오는
그대의 모두가 그리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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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이 흐르는 시간
이효녕
한적한 풀밭에 길게 누워
파란 하늘 떠도는 하얀 구름 바라보며
하늘처럼 눈부시게 오는 당신을 생각한다
햇살은 마냥 내리고 계곡 물은 흐르며
여름 숲 속으로 떠날 때
산아래 연한 달빛 번져
내 가슴 위로 가볍게 닿는다
달빛 없으면 하얀 꽃도 어둠에 젖는 것을
사무쳐 오는 그리움이 얼굴 들어
넓은 벌판에 들꽃으로 피어나면
강변의 달빛은 쓸쓸하게 사라지고
꽃 같은 웃음 그림자로 떠돌 때
간절하게 돋아나는 보고 싶던 긴 세월
그리움 가슴에 단단하게 뭉쳤다가
강물에 흘러 멀리 사라지는 것
우리는 시린 강물에 얼비친 눈물
바람결에 서서히 말리며
언제까지 그윽하게 바라보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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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는 마음
이효녕
아무도 가지 않은 눈길 위로
너의 발자국 찍혀 있기에
얼마를 따라가면
날이 가고 날이 오는 세월 어디쯤
밤마다 머리 풀어 하얀 숲이 되더니
내 가슴속에 떠도는 안개
누가 거기서 보이지 않게 나를 기다리는가
이 세상 보이지 않는 어디쯤에서
누가 나를 이토록 사랑하려는가
기다리는 마음 간절할수록
밤이면 잠결마다 찾아와서 떠도는 별
누가 별이 되어 바라보라 하는가
기다림이 바람으로 부는 별들은
왜 저리도 반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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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가 지나가는 풍경
이효녕
기차가 역전에 들어가 쉬려는
저 기나긴 안식의 마음으로 늘여진
철길은 누구의 가슴인가
이리저리 엉킨
미로가 머문 가슴
머나먼 길 달려온 시간이
그림자로 잠시 흘러 햇볕에 녹는다
어느 때인가
슬플 때마다 기적 울리며
어느 시간으로 달려올 때는
내 그리움이 앞서 마음 위로 왔었지
그때마다 빈들에 풀은 자라
바람에 쓸리고 스쳐
녹슨 그림자 차창밖에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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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피는 날
이효녕
하도 많은 세월의 바람 불어
조금도 움직이지 못하고
그리움을 향기로 풀어내어
당신에게 보내주었지요
그런 어느 날
당신도 향기를 찾아
한 마리 새로 훨훨 날아와서
하얀 실
노란 실
붉은 실
내 몸 여기 저기 동여매
여러 색깔 다양한 꽃빛 물들여
황홀한 꿈 밤새 수놓아 주었지요
사랑도 누군가 찾아와
황홀한 꽃으로 피어나면
이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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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슴에 너를 새겨
이효녕
사랑하면 할수록 붉게 익어 가는 내 가슴
사랑의 두 팔로 너를 안은 채
불씨 한 점 내 가슴에 불을 붙이면
한겨울에도 너무나 뜨거워지지
붉은 피가 돌아가는 순간
혀끝에 맺히는 달콤한 불꽃
사랑의 희열로 눈을 감으면
내가 누구인지 나도 분간 못하겠어
너와 나 어느 중심의 궤도를 돌며
불꽃으로 타오르는 내 가슴
내 육신의 어느 지점이 발화점이라
추운 날 눈꽃 같은 너를 만나면
마음의 난로가 벌겋게 달구어져
너에게 뜨거운 사랑을 줄 수 있는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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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를 사랑하는 이유는
이효녕
내가 너를 사랑하는 이유는
내 가슴 눈처럼 내려 덮으려 하는 사랑
우리 앞에는 이별이 조금도 없어
안개 낀 정거장이 보이지 않는 사랑
어떠한 조그마한 삶도 뒤지지 않고
너를 가슴에 묻고 싶어서이다
서로에게 고무풍선으로 불어나는 사랑
조금도 한 마음으로 흔들림 없는 사랑
언젠가 외로움의 나날이 오더라도
내가 너를 사랑하는 것은 이유가 없다
그래도 너를 사랑하는 이유를 묻는다면
가늘은 현악기의 현 끝에 아리게 떨리는
고독한 혼 따라 사랑이 시릴 것 같아서이고
정열로 피어난 붉은 아네모네의 이름 지니고
너의 고운 미소 활짝 피었다 순간 스러질 것이
너무도 걱정되기 때문이다
나는 노을지는 꽃길 위를 걸어
삶의 외로움 나누는 목마른 길목에서 만나
종종 걸음으로 너에게 그렇게 다가가니
훗날 추억이 아프지 않기 위해서
우리 사랑이 무엇인지 말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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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 위에 남긴 사랑
이효녕
아무런 욕망도 매달리지 않을 듯이
아주 해맑은 사슴 눈을 닮은 그대
끝없이 야생의 하얀 눈꽃 피어나는 날
서로 손을 잡고 골목길 거닐다가
사랑의 마음을 바칠 신전을 꾸미면서
발자국 그리도 곱게 새겨 넣었는데
둘이 나란히 찍어 놓은 그 발자국
지금은 어디에 남아 추억이 될까
온 세상에 깨어져 나오는
햇살의 유리 조각 주우러 다니다가
시린 손 비비며 들어선 골목 길 찻집
애틋한 사랑은 커피향이 되어
눈이 내리는 거리 어딘가 사라지고
오늘같이 추억이 눈으로 내리는 날이면
아무 빛깔도 없는 하얀 이 세상
바람 하나가 적막의 새를 날린다
날아가는 새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감춰 둔 마음 하나씩 걷어내 걷다가
눈길 위에 두고 온 가슴 치는 사랑
추억만 눈길 위에 찍히는 발자국
얼마간 그리도 따라 오다가
그마져 지쳐 하늘색을 모두 지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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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내리는데
이효녕
바람결 따라 춤추며
하얀 눈이 펄펄 내리는데
이 세상 모두가 눈에 덮여 있기에
너는 다시 걸어올 수 없는 것 알아도
금방이라도 네가 찾아올 것 같아서
문 밖에 눈사람 되어 기다리면서
문고리 풀어 쪽문을 열어 놓지만
그토록 너무도 사랑한 내게
머무를 수 없는 것을 알면서도
단지 내 곁에 네가 있음하고
가슴 안에 모습 채워 바라는 마음뿐인데
아득하지만 이토록 기다리는 이 마음
어둠에 물든 영원을 향한 하얀 그리움
이 밤이 지새도록 눈으로 내리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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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길에 거미의 집
이효녕
사람도 둥근 빵을 얻기 위해 살듯
모두 먹고사는 것으로 생각하여
들에 걸어놓은 하얀 투망
스치는 바람에도 떨리어
가슴이 내려앉는 그 시간이면
언제 살던 집에서 쫓겨날지 모른다
집이 없으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
눈앞에 펼쳐진 고층 아파트
해가 기울 때처럼
하늘이 얼마나 눈물겨운지 모르지만
마음이 허물어지는 기분을 어찌 견뎌야 할지
그래, 마음 닿는 풀잎으로 기둥 세우고
생을 위한 하얀 투망 던져
바라보면 해와 달이 뜬 강물이 보이니
깨어 흐느끼는 시간 아래
들길 위로 날던 나비가 결려들어
은빛 꿈이 흘러가면 갈수록
즐거운 타인으로 살아가는 마음
바람이 스칠수록 빵은 부풀어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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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가는 달 바라보면
이효녕
목이 길어진 나뭇가지 사이
둥근 달이 보이면
마음 안에 물결 출렁이고
애증의 교차로 밝히는 푸른 가로등 불빛
마음 위에 뜬 몸 속까지 환할까
아직도 봄은 먼 거리에 남아 있지만
내 가슴에 빈자리 찾아오려는
부드러운 언어만으로도 눈부시다
어느 빈민굴에서 빠져나온 사람이 있어
거기에 남긴 여자의 둥근 얼굴
복사꽃으로 피어나는 시간 속에서
사막을 가로질러 어디로 가고 있는 저 달
그런 너를 바라보는데 봄은 얼마나 짧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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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보내는 시간
이효녕
사람 하나 먼저 지나간
아주 가파른 삶의 길지나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다시는 뒤돌아보지 않을 듯
등 돌려 가는 낙조에 몸을 묻는 해
어느 세월 바다에 잠들려
물결처럼 저리도 빠르게 흘러가며
이리도 발길 재촉하는 것일까
우리가 어느 계절에 인연 따라 만나
봄에 핀 꽃도 서로 바라보고
여름에 우거진 숲이 되기도 하고
가을에 수북한 낙엽을 밟기도 하고
겨울에 눈길 걸어 여기서 헤어지는데
이제 가슴에 남긴 것 모두 훌훌 버리고
미련 없이 떠나가는 이 시간
올해 아픔으로 쌓인 기억도
올해 즐거운 미소로 오던 기억도
모두 떠나보내면 추억으로 잊힐까
그래, 이 세상사는 것은 모두 그런 거야
언제 다시 어떠한 모습으로 만날지 모르지만
별이 가득한 추운 밤 모두 풀어내는 이 시간
마지막 달력 찢어내는 손길에 쌓이는
마음 깊이 울리는 제야의 종소리 들으며
한 해 동안 가슴속에서 기른 새를 날려보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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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면 더 그리운 사람
이효녕
처음 만나 서로 바라본 순간
사랑하는 마음을 지니고
아름다운 낙원을 함께 걸어갈
그대와 내가 될 것을 믿습니다
곁에 있어도 그리운 사람
내 마음의 호수 같은 웃음 띠어
내 곁으로 언제나 다가오는 사람
잠시만 떨어져도 보고픈 마음
내 가슴에 행복이 그려진
사랑의 우표 한 장 붙입니다
가슴을 시리게 하는 사람
내 마음 그대로 전해진
아름다운 사랑 추억으로 엮어
행복한 사연이 가슴에 가득한 사람
이 세상 모두를 주어도
바꿀 수 없는 내 한 사람
서로가 목숨 다하는 날까지
오직 너와 내가 만들어
사랑의 영혼이 되기까지
평생 서로가 그리워하는
그대와 내가 될 것을 믿습니다
☆★☆★☆★☆★☆★☆★☆★☆★☆★☆★☆★☆★
매화꽃이 피어나지만
이효녕
봄눈이
잎사귀도 없는
매화꽃 필 듯 말 듯 한
꽃 봉우리 사이에 분분히 내려
하얀 꽃이 피어나는가 싶더니
그 순간, 꽃의 열림을 알고
새가 둥지 지우려 날아오르는
힘겨운 날갯짓 아래
오래도록 열린 적 없는 대문 앞
그러나 내게 보이는 건
겨우내 추위에 상처받고
묶이고 갇힌 뿌연 하늘뿐
어떤 사랑이 저리도
분홍빛깔로 그토록 유혹해
봄을 자꾸만 불러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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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탁새 우는 소리
이효녕
산 속에서 길을 잃고 살면서
숲 속 울리는 목탁새 울음소리
저토록 산도 따라 같이 울다니
우는 것만큼 시원한 것이
이 세상 그 어디 있으랴
큰 산 울리는 저 위대한 완창
어느 산사를 지날 때마다
길 잃은 몸 속에 날아들어 우는
보이지 않는 저 목탁새 울음소리
인생의 길을 잃은 나와 같이 그리 울다가
바람결 타고 내 마음속으로 문득 들어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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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에게도 그리움이 있다
이효녕
지난 사랑 아름다워
언제나 그리움이 꽃으로 활짝 피어
너로만 가득 부풀어 떠도는 하늘
우리가 남겨 나누어 가진 추억은
오직 둘뿐인데
이제는 하나가 별이 되어 떠돌기에
혼자 이 세상에 새 한 마리로 남은
내가 밤 새워 하늘 바라보면
넓은 하늘 위에 별빛만 남아
바람의 길 위로 걸어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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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
이효녕
하늘 높이 올라
이 세상 하나 적실 때
잠시 길을 잃고
거리에 뒹구는 바람을 따라
허공 끝에 실려 가는
남몰래 흘리는 눈물 빛 무지개
지상의 햇빛 머리에 이고
얼마나 솟구쳐 오를까
혼자서 속마음 앓던 아픔의 눈물
이리도 찬란하게 쏟아낼까
떠나가는 시간 위에 놓인 길 끝
허공이 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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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향기가 흐르는 밤
이효녕
귀뚜라미 울면서 세상이 단풍들어
잠 못 이루는 달빛이 흘러가는 밤
외로운 생각에 기대면서 내린
잎사귀에 방울방울 맺힌
이슬에 뼈를 말게 씻고
다시 깨어나 바라보면
세상 속에 세상이 찬란하다
마지막 떠나면서 남긴
바람의 숨소리 듣고
자꾸만 붉어지는 얼굴 표정
고운 눈시울로 들여다보면
저 영혼의 눈썹에 맺히는 달빛 사이
어둠이 다시 저문다
잎사귀와 마주 앉아 있다가
한 마리 나비가 되어
마지막 빈 몸으로 날아가는
단풍든 세상은 무궁한 신비다
이 세상 모두가 붉어진 향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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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에 편지
이효녕
비가 내리면 빗길을 걸어
줄기차게 내 그리움 삼키면서
물의 길이었던 초록색 잎사귀에다
하얗게 불어터진 사랑의 기억 새겨
마음의 편지를 부치네
수면 위 둥둥 떠도는 몸이다가
마음 깊이 그리움 돋는 물 비늘이다가
동그랗게 밀려 빗방울 되는 날
어디쯤 강물로 만나
가슴과 가슴 사이
서로 스미며
사랑으로 흐르고 싶었던 마음
언제나 전하고 싶었네
고여 있던 사랑의 말들이
몸 속에는 알 수 없는
수로를 타고 돌면서
실핏줄 타고 오르내리는
구름처럼 아득한 마음
내 이제 빗길을 걸으며
우산대신 그리움 펼쳐 쓰고
버린 세월 다시 주워 모으네
멀리서 혼자 걸어오는 사랑
빗방울 속으로 빨려든 시간들이
그대 생각하면 할수록
저녁 창가를 적시며
내 가슴에 방울방울 맺혀
검은 강물이 되어 흐를 뿐이네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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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린 자리
이효녕
해가 보이지 않아 어두워진
잠든 세상 밖으로 나오려는 빗줄기
소리내어 거리마다 악보를 옮긴다
외로운 사람들이 우산을 쓰고
어디론가 떠나가는 동안
가슴에 내리는 비
지난 시간에 남긴 마음의 현을 고른다
꽃들은 입을 내밀어
지상에 향기로 떠돌 무렵이면
빗방울은 너의 가슴을 비집고
얼마나 깊숙이 젖어들 수 있을까
내 가슴은 사랑에 흠뻑 젖고 싶지만
숨어서 흔들리는 마음의 우산 쓰고
멀리 걸어간 너를 위해
반주하는 빗소리 그치고 남긴 그 자리
조금 외로우면 어때요
모두가 씻긴 마음 하나가 별꽃으로 활짝 피어
이리도 아름답게 창가로 떠오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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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물에 실린 사랑
이효녕
하룻밤 모두 씻어내고
다시 너를 가슴에 넣고 싶어
허공의 한편을 떠다니며
너의 추억으로 젖어들어
씻긴 마음속에 그리움이 오면
디시 너를 내 가슴에 넣어
통째로 흐르게 하고 싶었지
심장 깊숙이 박힌 용서 못한 사랑
너의 모습이 보일 때까지
우산에 달이 걸리는 마음으로
너의 가슴에서 마냥 떠돌겠어
하루쯤 비의 잠 속으로 오는
그리움의 눈물로 얼룩진 것들을
슬픔만큼 하얗게 씻어내고 싶어
아주 하얗게 아주 하얗게
바람 한 점으로 오더라도
너를 내 가슴에 살게 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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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물에 실린 사랑
이효녕
하룻밤 모두 씻어내고
다시 너를 가슴에 넣고 싶어
허공의 한편을 떠다니며
너의 추억으로 젖어들어
씻긴 마음속에 그리움이 오면
디시 너를 내 가슴에 넣어
통째로 흐르게 하고 싶었지
심장 깊숙이 박힌 용서 못한 사랑
너의 모습이 보일 때까지
우산에 달이 걸리는 마음으로
너의 가슴에서 마냥 떠돌겠어
하루쯤 비의 잠 속으로 오는
그리움의 눈물로 얼룩진 것들을
슬픔만큼 하얗게 씻어내고 싶어
아주 하얗게 아주 하얗게
바람 한 점으로 오더라도
너를 내 가슴에 살게 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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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별로 떠도는 마음
이효녕
내 어둠 위로 유성으로 떠도는 별들
당신을 위해 밤새 노래하고 있어요
당신이 밤이면 너무 아름답게 보여요
내 사랑 당신은 내 곁에 같이하며
저 별을 같이 바라보아 주어요
어둠이 드리운 침대 위에 창문 열고
희망의 꿈들이 마구 속삭이고 있어요
당신이 밤에 요정으로 찾아들면
오늘같이 별을 따서 손에 쥐어주고 싶어요
우주와 같은 크기의 마음의 노래가 있다면
내 당신을 위해 춤을 추겠어요
당신에게 줄 수 있는 사랑이 있다면
꽃의 향기 같은 마음의 향기를 드리고
당신을 위해 아름다운 꿈을 꿀 수 있다면
별빛이 그윽하게 빛나는 마음을 가지겠어요
당신이 내 기분을 항상 들뜨게 하듯
오늘밤도 내 곁으로 찾아오는 별빛이
내 마음 다시 들뜨게 하는 밤이 오면
사랑이 미몽 속에서 피어나는 별꽃보다
당신의 가슴에서 반짝이는 사랑의 별이 되겠어요
☆★☆★☆★☆★☆★☆★☆★☆★☆★☆★☆★☆★
사랑의 빛
이효녕
한 사람만 사랑하면서
영원하다고 말하기는 쉽지만
돌 속에 숨은 내 사랑 찾아
빛나는 보석을 만드는 것이
내 사랑의 전부라 할지라도
그대를 사랑하는 일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인지라
캄캄한 마지막 골목길 홀로 빛나는 외등
어둠 속에 서서 오래도록 너를 기다렸던 인연
마음에 자리 하나 만들어놓고서야
이제 사랑을 아는 나이가 되고 보니
마음이 가벼워지기 위해
몸이 무거워진 그림자 속으로
하염없이 들어오는 달빛
그렇게 은근히 빛나는 것이
사랑의 빛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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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향기
이효녕
그대 만나면 만날수록 불꽃으로 피어나
실바람 타고 가슴깊이 잠기는
그윽한 사랑의 언어
사랑이 우물처럼 아주 깊어져
어느 밤 열정으로 몸을 적시고 나면
내 마음 위로 떠도는 사랑의 향기
한걸음에 달려가는 꿈속일까
풀잎에 기대선 추억 꽃으로 피어
아름다운 자리 찾아 언제나 돌아오는
영원히 변하지 않는 사랑의 약속
낮고 아득하고 뜨거운 곳으로 머릿결 향한
꽃대를 맴도는 사랑의 향기
서로 마주 보는 시간이면
황홀하게 부는 바람에 실려올까
날이 저물면 창가에 넘치는 불빛
내 영혼의 일부가 그 불빛 속에서 자라
차가워진 적이 없는 사람은
사랑으로 뜨거워지지 못한다고 하는데
어째서 밤이면 사랑의 향기로
내 몸은 이리도 뜨거워지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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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무언지 모르는 사람
이효녕
이 세상 아름다운 꿈 하나 안고
그대의 불같이 뜨거운 가슴이 되려는
난 진정 누구인가
나와 어떤 인연으로 서로 만나
사랑의 달콤한 맛에 녹아들어
잠시도 떨어지기 싫어하고
서로 죽을 만큼 무척 사랑하면서
영원히 같이할 사람 기다리는
난 진정 누구인가
그토록 원하는 사랑은
그 누군가에게 그 무엇이 되고 싶어
잔잔하게 흐르는 강물 같이
가장 큰 기쁨을 줄 수도 있지만
때로는 어느 날 갑자기 서로 헤어져
돌아오는 추억조차 상처를 너무 받아
고통에 짓눌려 신음하는 그리움 안고
비애의 그림자 깔고 잠드는
사랑이 슬픔의 독약인지 모르는
난 진정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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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아
이효녕
그대 사랑은
꽃잎에 스치는 바람
사랑하는 사람아
우리 둘이서 마련한 정원에 꽃이 피고
벌 나비 날아드는 날이면
어느 꽃 위로 스치는 바람되어
향기로 날리는 사랑이게 하자
사랑하는 사람아
눈을 감으면
가슴 위로 뜨겁게 떠오르는 얼굴
우리 서로 어느 밤 달빛이 되어
어둠없는 사랑이게 하자
사랑하는 사람아
잠시 들판에 피는 들꽃이 되어
외로움이 오더라도
우리 서로 감동시킬 시간이 많듯이
마음으로 입 맞추며
사랑의 순정을 띄우며 흘러가는
가슴 위에 하얀 구름이게 하자
그대 사랑은
꽃잎에 스치는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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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려보니
이효녕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려보니
햇살의 미소 안고 그대 항상 서 있는 듯
그리움이 마음의 테두리로 스며들어
절망만한 희망이 가까이 다가옵니다
사랑하는 마음
더 가까이 곁에 두기 위하여
그리움은 더 아파야 하고
정겨운 목소리 들으려 숨죽이는 것도
어제의 화려했던 추억으로 앓아 누운
그리움을 신음으로 듣는 것입니다
따스한 햇살 아래
작은 방 하나 예쁘게 꾸며 놓고
촛불처럼 마음이 흔들리는 밤
그리움이 쉼 없이 새들로 날아들어
기다림에 지친 메마른 고사목
밤새 가슴 한가운데로
외로움 달래줄 사슴이 건너오면
지쳐 가는 사랑이라도 아름답습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구멍 뚫린 가슴을 누빈 그림자 같아
때로는 헐벗은 나그네가 되기도 하지만
그리움 안고 그토록 기다려 보면
오래도록 그대 향하여 아껴온 사랑
당신은 언젠가 내 마음 알게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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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날의 아침
이효녕
하루 한 알의 씨앗을 뿌려
삼백예순다섯 꽃잎 피우려
깨끗한 두 손으로 심장을 갈러
거기서 나온 꿈으로 거름 주고
아담한 꽃밭을 일구어 놓습니다
꽃씨 한 알 한 알 깨어나는 아침
우리들 이름을 꽃잎에 새기는 일
우리들 사랑을 가슴 위에 새기는 일
우리의 몫으로 남겨 주었으니
해가 찬란하게 떠오르는 새날의 아침
마음의 꽃을 활짝 피우려
별이 오기까지 들판을 건너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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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 올리는 기도
이효녕
한 세월은 말없이 보냈지만
다시 둥글게 솟은 대망의 해
모든 이들의 꿈으로 떠오르게 하소서
세상사는 모든 것이
흘러 넘치는 사랑이게 하소서
어려움이 닥치면
강물에 띄어 보내
평탄한 한 해가 되게 하소서
모든 이들이 마음의 풍요를 빚어
넉넉한 한 해가 되게 하소서
마음의 지닌 밝은 소망
가슴에 새길 때마다
아름다운 영혼이 깃들게 하소서
평범한 사람들 가슴마다
하늘에서 별을 따서 담아
어려운 이웃들의 그리움이 되고
서로가 서로를 마음에 안아
언제나 사랑의 빛으로 남게 하소서
아픔보다는 힘찬 건강한 육체를
슬픔보다는 기쁨의 미소가
가슴의 샘으로 철철 넘치게 하소서
하루하루 알뜰한 시간이 되어
마음의 행복이 넘치는 한 해가 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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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의 기도
이효녕
갈무리해둔 마음의 페이지
한 장 한 장 삼백예순날 넘기며
추억 듬뿍 안겨 노을 속으로 떠내 보낸 해
바다에서 깊이 잠들었다가
지난 해 묻은 떼 모두 씻고 희망 한 아름 안고
깨끗한 몸으로 다시 돌아오는 날
이 세상 모두가 좋은 일로 웃음 활짝 핀
아름다운 꿈이 가득 넘치게 하소서
이 세상 모든 복 철철 넘치게 하소서
그믐달에 실려 떠나보낸 지난 아픔
모두가 낡고 해진 추억으로만 알고
슬프고 외로운 가슴에 안겨 영원히 떠나게
제야의 종소리 여울에 깊이 묻게 하소서
설상 넘어져 울고 싶은 일이 일어나도
성큼 다가서는 손을 잡고 일어서도록
힘이 넘치는 많은 용기를 지니게 하소서
아무 아픔 없는 한 해가 되게 하소서
새롭게 불타오르듯 떠오르는 해 바라보며
희망을 꿈꾸는 낙원 안에 들어도
헐벗고 가난한 이웃에 따뜻한 손이 되어
마음의 깨끗한 영혼이게 하소서
이 세상 모두가 평화의 요람이게 하소서
새해의 마음으로 올리는 이 기도가
이 땅 모두의 진정한 기도이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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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화 피는 밤
이효녕
이 세상에 소풍 나와
우주 속에 미아로 떠돌다가
세상 제대로 알지 못하고
내 마음 알아주는 그림자 따라와서
별이 뜬 밤하늘 아래
냇물소리 들으며
홀로 핀 꿈처럼
노랗게 피어나는 얼굴
잠든 세상이 편안하다
향기를 숨기는 듯
천상의 수많은 별들이 내려앉아
하늘은 저리도 어두운데
밤을 새워 눈물로 기도하는 마음
이 세상 영혼이 그리도 아름다운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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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의 마지막 밤에 너를 보내고 싶다
이효녕
한동안 마음으로 남아
사랑으로 익어간 단풍잎
바람에 날리다가 어디로 떠날 시간
가야할 길이 너무도 멀지만
이제는 어딘가 떠나보내야 하는
바람 앞에 나뭇잎 고운
시월의 마지막 밤
눈물 앞세우고 너를 보내고 싶다
기러기도 날아간 지 오래인데
가로등 불빛 아래 남긴 텅빈 벤치 위에
낙엽이 한 잎 한 잎 쌓이지만
밀어로 나눈 언약은 그대로 흐르고
어둠 사이로 뜬 별 몇 개
가슴 위에 떠다니는
시월의 마지막 밤
잊어줄 것은 잊기 위해 너를 보내고 싶다
돌아보면 볼수록
사랑의 수북한 추억뿐인데
그 추억이 열매로 달려 별이 뜨는
시월의 마지막 밤
눈물을 바람에 말리며 너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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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사랑
이효녕
아무리 바람 불고
세찬 비가 내리더라도
잎사귀에 몸을 숨기고
피어나는 꽃이라면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어둠의 가장 고요한 시간
영혼의 심지 태우는 별이 깨어나
사랑을 태우는 불꽃도
어둠의 꽃으로 아름답지만
들녘에 혼자 피어
스스로 향기를 내는
들꽃의 사랑이고 싶습니다
세상의 꽃에는 향기가 넘치고
인간의 사랑에도
언제나 향기가 넘쳐야 합니다
서로 같이 하나가 되어 살다가
마지막 하늘까지 같이 가서
서로 별꽃이 되어
그리움으로 반짝이는 사랑
이 만큼 아름다운 사랑이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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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사랑을 위하여
이효녕
꽃바람 너무 부셔
눈을 감으면 가슴이 울컥 치밀며
마음 끝에 맺히는
꽃봉오리 같은 당신 얼굴
가벼운 속삭임 허공에 머문 채
행복한 목마름이 돋아나
수놓았던 사랑의 여정
생각할수록 온갖 기쁨입니다
지난 시간에 걸어온 그늘
맑은 사랑의 영혼이 되어
하얀 뒤안길로 스미는 당신
햇볕이 넘치는 내 가슴의 언덕
마음으로 마련된 자리에 앉아
가냘픈 인연의 끈으로 묶인
아름다운 사랑을 위하여
목이 길어진 당신을 향해
마음의 기도를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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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시아 꽃 핀 밤
이효녕
꽃잎은 어둠에서 별이다
꽃향기는 어둠에서 하얗다
따라주는 이 없이 향기로 잔을 채우면
저 멀리서 스며드는 별이 되어
내 가슴에 그윽한 향기로 떠다닌다
가슴에 품고 싶은 그 이름
푸른 신경은 마구 떨리다가
저마다 추억을 견디려 꽃잎 씹어
오래된 허물 벗기면
향기는 어둠을 비집고 날아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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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같은 사람에게
이효녕
산을 떠난 바람 따라가면
신록에 가슴 내민 나뭇잎 보이고
느닷없이 비를 맞은 사람과
생생한 시간을 감추는 사람
능선에 안개와 어울려 떠나네
심장이 된 손을 잡고 잠들려는 사람과
비가 너무 많이 내릴 것을 걱정하는 사람
나는 그들을 따라가
아주 부드러운 안개 깔고 사랑하고 싶었네
안개가 길을 잃고
어딘가에 자신이 떠날 길 만들고
산을 헤매다가 바람 따라가면
비밀의 베일이 깔린 길을 일러주네
마주보는데 익숙한 사랑을
안개 속으로 숨어서 하는 사람과
느낌으로 기쁨을 주는 사람
안개 속에서 보이지 않는 꿈을 붙들려는 사람
따뜻한 마음 풀어내어
그렇게 잠들려고 산능선 휘돌아
빗길을 걸어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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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심
이효녕
사랑하는 사람의 가슴속에 든
무지개를 바라보려
만채 된 하늘의 다리를
그대와 손잡고 건너
가슴의 문을 들어서면
별빛이 비치는 곳에는
떠나며 흘린 눈물방울이
아롱져 고였으니
이제 그것이
사랑임을 알았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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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여름
이효녕
하얀 구름
푸른 하늘 안아
푸른빛에 같이 젖어들고
꽃은 잎사귀 사이 숨어
몰래 웃으며
향기를 뿜어내고
아침 이슬 마른 자국
놓아주지 않는 나무그늘 아래
바람이 나그네 되어
세상의 꽃물을 드리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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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이별에게
이효녕
내 눈물이 빗물로 내리는가
아무도 없는 빈들 걸어가면
봄이면 꽃으로 피어나는 사람
여름이면 녹음이 우거진 사람
가을이면 낙엽 되어 떠나는 사람
사랑하면서 이별이 없는 줄 알았더니
내 눈물이 빗물로 내리는가
사랑하던 아름다운 시절이 있었으니
이별이여
이제 내 눈물이 비로 내리지 않기 바란다
이제 내 눈물이 이별의 비가 아니기를 바란다
가로등 불빛에 길게 그림자를 남기며 떠나간
정류장에서 더는 서성거리지 않기를 바란다
사랑하는 것은 그리움을 만드는 일
사랑하면서 찌꺼기가 쌓이면 눈물로 씻는 일
눈물이 비로 내려 추억을 아름답게 꽃 피는 일
아무도 없는 빈들 걸어가는 사람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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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설날
이효녕
유년의 세월 앞에 두고 떠나온 고향
귀향 열차 기적소리 들길 걸어오면
마음으로 타오르는 그리움 불길 지펴
객지로 떠나보낸 자식 기다리시는 어머니
이마의 주름은 세월의 강입니다
삶의 변방에서 자식들 돌아온다는
설레는 마음에 며칠 밤 지새우며
세월로 스쳐간 기억만큼 풍성하게 차린
자식들 많이 먹이려 마련한 설날음식
돌아보는 기쁨이 마음을 흔들던 어제의 설날
그러나 이제는 숨쉬는 것마저 힘든
어머니 몸에 엉킨 매듭입니다
가벼워진 몸 이불자락에 의지하면서
물끄러미 물밑 내려다보시는 어머니
자식들 얼굴조차 희미하기에
이제 바깥 거동은 조금도 못하시지만
내 사랑의 자리는 삶의 강물로 흐르다가
설 차림 상위에 올라앉아 계시는 어머니
아직 생전에 계신 얼굴 들어
앞으로 떠나가실 하늘 바라보는 모습
빨래하시던 강을 건너려
강가의 매어 놓은 작은 나릇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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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는 떠나보내며 운다
이효녕
바람 따라 온몸 살그머니 흔들며
산기슭에서 서로 만나 눈 맞아 살다가
허리 꺾어 몸 누운 채
떠나는 시간 가까워도 차마 말 못하고
지난 눈물 말린 꽃잎 반짝이며
허공의 머리 풀어낸 시간 뒤에서
몸을 비워가며 그리 우는가
파장의 적막이 내어준 그리움 깊어
기도 속에 영혼을 불러들이려는
마음 위로 맴도는 사초(莎草)도 시들어
아쉬운 작별 나누기도 서러운데
슬프도록 아름답게 떠나가는 사람아
이 세상 어딘가 사라진다 해도
풀벌레 울음소리로 물든 잎사귀 날리며
이 밤 이별의 손 그리도 흔들어
정든 누구를 떠나보내며 우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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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하늘은
이효녕
푸른 하늘은
꿈이 널린 광장이다
하얀 구름 사이
꽃이 마구 피어나는 듯
나비로 날아 살며시 꿈이 오는 듯
슬픔은 이미 비로 내려
별이 떠오를 세상은 맑다
눈을 감고
이름을 두고 간
그리운 사람 불러보니
어둠에서 별이 되어
여기저기 반짝이는 미소
내 가슴은 어느새 하얀 꿈 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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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날의 추억
이효녕
팽팽히 조여진 비명을 노래하는
매미소리가 들려오고 나서야
장마로 떠내려간 나무 한 그루
그것이 슬픔인지 알았습니다
나뭇잎에 걸린 수많은 말들
만장(輓章)처럼 돋아난 나뭇잎 보고
산 위에 앉아 한 백년 살아갈
여름날 추억이 아름다울 거라고 여기다가
장맛비 잠깐 개인 사이 울던 매미
높은 허공에서 울어줄 추억만 남겼지요
푸른 나무 아래 무성히 돋아난 풀잎
바람결에 멀리 흘러간 시간까지
무엇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기에
이름조차 기억되지 않는 그늘이 그리워
추억을 허공의 바람결로 남긴 다는 것
올 여름 추억이 기나 긴 장맛비로 젖었다는 것
그 뒤에 찾아온 비애로 하여
매미 울음소리가 부러진 가지를 슬퍼한다는 것
비를 많이 맞은 추억은 갈 길을 잃어
무아(無我)의 시간에서 떠돌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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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랑이 아름답도록
이효녕
우리 사랑이 아름답도록
사랑하는 마음 가슴 깊이 지니고
지난 시간은 모두 용서하여라
사랑은 조금의 잘못이 있더라도
그게 바로 행복이라 생각하면
마음에도 찬란한 꽃이 피어나니
마음이 상하여 떠나간
사랑하는 사람이여
가슴에 눈꽃 몇 송이 피어놓고
겨울에 떠나간 사람이여
우리 사랑 다시 오기까지
아름다운 추억은 가슴에 안아라
추위에 떨던 사랑은 가고
봄볕같이 따스한 사랑이 오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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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없는 한 사람 만났습니다
이효녕
눈이 내려 깊은 겨울밤
인연을 떨칠 수 없어
아무리 외롭더라도 혼자 남아
한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고
밤새도록 내 곁을 지키는
이름 없는 한 사람 만났습니다
이 세상 하얀 눈 위에서 태어나
바람 불고 아무리 추워도
헤어지면 금방이라도 눈물이 나서
금방 녹아버릴 것 같아
이별을 아예 생각하지 못하고
못 채운 가슴을 지닌 한 사람
가슴이 따뜻한 한 사람 만났습니다
내 사랑이 아무리 춥고 외롭더라도
모든 걸 참고 견디는 눈사람
그대가 내 곁에서 영원히 아주 영원이
떠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위로
바라보는 눈가에 어리는 사람
밤새 얼어버린 사랑의 영혼을 지키는
가장 위대한 문지기를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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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가을에 누군가 만나더라도
이효녕
이제 가을에 누군가 만나더라도
진실한 사랑이 무언지 아는 사람을 만나라
아주 낯선 인생의 길을 가면서
어둠에 붉은 달이 지더라도
창밖에 따스한 불빛 그리워할 줄 아는
마음이 아주 따뜻한 사람을 만나라
한 잎 낙엽이 떨어지는 것을 보더라도
어느 아궁이의 뜨거운 불이 되어
가슴이 따듯해진다는 마음지녀
한 세월 보내는 영원한 사랑을 위해
처음만난 마음 그대로 지닐 사람을 만나라
마음의 언덕 위에 눈보라 몰아쳐
몸이 쓰러져도 결코 흔들리지 않는
마지막 남은 갈대 같은 사랑의 고통
힘겨운 무게를 견딜 줄 아는 사람을 만나라
기다리기 전에 이미 사랑하고
사랑하기 전에 이미 기다리며
낙엽이 낮은 데로 떨어지는지를 알아도
절벽 위에 올라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을 만나라
그리고 갈잎에 젖은 눈물이 떨어지더라도
감사의 기도로 같이 울 수 있는
진실로 아름다운 마음 지닌 사람을 만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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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당신을 사랑하겠습니다
이효녕
우리가 서로 마주보며
정답게 불러야 할 이름이라면
당신의 이름만 부르며
사랑을 속삭이겠습니다
당신은 신이 내게 내려주신
가장 큰사랑의 선물이라면
그대의 아름다움 혼자 지니고
신비로움 아주 오래도록 간직하겠습니다
당신이 내게 주신 사랑을 자랑하지도 않겠습니다
당신이 내게 주신 사랑을 성형하지도 않겠습니다
스스로 햇빛 내리는 가슴에 안아
사랑의 향기를 무한대로 피어내겠습니다
우리 만남이 인연의 사랑이라면
열정적인 눈으로 내일의 숲을 향해
사랑의 화살을 당기는 황홀한 마음 지니고
사랑의 영혼까지 가슴에 영원히 담는
당신의 모두를 사랑하겠습니다
☆★☆★☆★☆★☆★☆★☆★☆★☆★☆★☆★☆★
있을 때 잘해 후회하지 말고
이효녕
때로는 주고 남은 정
마음 하나씩 덮고 싶어
창을 반쯤 열고
하늘 바라보면
어느 날부터 인가
눈이 내리는 사랑의 순간부터
내 작은 가슴에 살던 사람이
아무 말 없이 두고 간 그대의 별
혼자만 어둠의 숲에서 반짝인다
아무리 생각해도 되살아나는
있을 때 잘해 후회하지 말고
유행가 가사로 돌아오는 때늦은 후회
그러나 이미 저 멀리 떠나간 뒤
다시 이름 부를 수 없는 안타까운 마음에
다시 창을 활짝 열고 문득 서 있으면
어디선가 들려오는 밤새우는 소리
바람결에 실려 사방 적막 깨우면
아마도 주었던 정이 비참해지기 싫어
그리움에 한밤 잠 못 이루는
내가 혼자 우는 소리로 들리는가?
☆★☆★☆★☆★☆★☆★☆★☆★☆★☆★☆★☆★
잎사귀 위에 맺힌 이슬방울
이효녕
나무의 꿈 펼친 것 보시겠습니까
시간은 언제나 해가 뜰 무렵
하늘이 비취의 물 밤새 얼려
맑은 꿈만 땅위로 내린 이슬방울
햇살 피해 천천히 굴러다니고 있습니다
아침이면 하늘에서 떨어진
별들의 눈물인지도 모르는
막막한 사랑의 갈증
새벽에 숨길 수 없는 비밀 하나 고백하듯
바람 앞에 마르기 전 굴러다닙니다
바람이 흔드는 부드러운 잎사귀
거기에 앉아 씻긴 햇맑은 얼굴
마르지 못한 사연 위에
또 다른 눈물이 떨어져 맴도는
작은 창(窓) 앞에 마음을 열어 놓을 때
별들이 스친 흔적 더듬는 시간이
작은 방울 같은 꽃 끝에 매달려
약속하지 않아도 찾아오는
그 빈자리에 젖은 꿈 기다리는 일
새벽의 꿈은 그리도 아름답습니다
돌아보면 밤새 추억의 휜 등을 켜고
잠들고 싶은 지상의 작은 꿈을 찾아
내 생애 가장 깨끗한 눈물 적시던
추억 저쪽에서도 시간이 씻긴
돌아온 아침이 아주 맑게 빛납니다
☆★☆★☆★☆★☆★☆★☆★☆★☆★☆★☆★☆★
주님의 사랑 가득 넘치게 하소서
이효녕
은은한 성탄의 종소리 들려오는
밤이면 별빛이 머무는 창가
작은 소나무 크리스마스트리 위에
예쁘게 반짝이는 은색별 금색별
동방박사 세 사람 성자 아기 예수
베들레헴 말구유 오시는 것 알고
경배 드리러 가는 길 위에 뜬 별들인가
어두운 길 못 찾는 이 세상사람 위해
주께서 소리 없는 거룩한 빛이 되어
이 땅에 모든 사랑 주시러 처음 오신 날
이제 우리 천사가 된 하나의 마음으로 맞는
아기 예수 탄생하신 축복의 크리스마스
손에 성스런 촛불 하나씩 들고
하늘의 별이 되어 들려오는 성가대 합창소리
온 누리 순결한 축복의 하얀 눈 펄펄 내리는
행복이 넘치는 화이트 크리스마스
사랑이 넘치는 메리 크리스마스
고난의 십자가 짊어지시고
어려운 이웃 속에서 오신 예수님
우리 작은 가슴에서 다시 만나
주님의 사랑 가득 넘치게 하소서.
☆★☆★☆★☆★☆★☆★☆★☆★☆★☆★☆★☆★
찔레꽃 피는 계절
이효녕
창문 두드려 돌아온 계절
너의 따뜻한 마음의 문 활짝 열어
모든 꽃잎이 흩어져 떨어진
산비탈 언덕 위에 하얀 찔레꽃 향기
너의 가슴에 듬뿍 넣어주고 싶다
풀잎 사이 튼튼하게 뿌리 뻗은
팔 없는 팔로 너를 껴안고 맴도는 나비
피어나는 꽃의 마음을 아는 사람
따가운 가시 잎사귀 사이 감추던 시간마다
한 무더기 하얀 별 쏟아 놓고
별똥별 밤새 바라보고 나서
어린 나뭇가지들에 달린 바람 털며
하얀 향기에 눈을 감고
아주 오래도록 너와 같이하고 싶다
창문 활짝 열어 별을 노래하는 동안
뾰족한 가시에 찔린 상처
밤이면 밤마다 이슬에 젖는 날이 많았다
오늘은 그 아픔의 상처마다
꽃잎 속에 활짝 펼쳐놓고
향기를 내어주는 이 시간
고요한 향기로 너의 곁을 항상 맴도는
한 마리 나비가 되어 어딘가 날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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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사랑한 여자
이효녕
내가 여기까지 오는 동안
안아도 주고 엎어도 주면서
아주 부드러운 살을 맞댄
처음으로 사랑한 여자가 있었다
어엿하게 생긴 아내가 두 눈을 뜨고
내 곁에 그리도 버티고 있기에
나를 끔찍하게 사랑하는 것은 불륜이지만
눈 하나 깜박이지 않고 사랑한 여자
시도 때도 아무 조건 없이
언제나 네게로 마냥 흘러들어 환희가 되기에
나도 언제나 그녀에게 흘러들어 스민다
어쩌다 이리 긴 밤 오래도록 서로 사랑하면서
몸에 도는 붉은 피를 받아들이고
붉은 꽃망울 벌어지는 소리 같이
서로가 낱낱이 뼈가 녹아든
그 사랑 받아들인 내 영혼에 흘러드는 뇌수
몸이 너무 아파 움직이지 못할 때도
같이 사랑하다가 따라 죽겠다는
그 지독하게 달라붙어 사랑한 여자
오늘 그 이름 나직하게 불러본다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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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 꽃은 피지만
이효녕
먼 길을 가기 위해
무거운 어깨를 털고
물결 위에 새긴 그리움 안고
바다로 나섰으니
너를 향하여 바라보며
바람이 피워놓은 파도 꽃
허공만을 맴도는 시간 찾아
바람의 높낮이로 흔들리는 마음
너를 바라보는 것도
그리워하는 것도 너무 지쳐
이제 파도 꽃으로 피어
너의 가슴을 넘나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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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잎사귀
이효녕
멀리 흘러가는 바람 앞에서
마음속에 누군가를 위해 잎사귀 다는 것이
푸른 사랑인 줄 알았다
머리 위에 저리도 많은 별이 살더니
그를 따라 밀어가 나비로 날아
작은 숨구멍 하나하나에 젖어들고
시간이 내는 발자국 앞에
마침내 자신을 당당하게 드러내는 잎사귀
약속하지 않아도 언젠가 꽃은 피어나니
어쩌면 돌아온 내 사랑 같다
사랑, 그 아름다운 자리를 찾아오는
영원히 변하지 않는 그 푸른 약속
이제 내 사랑도 피어나 영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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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기다림이 긴 것은
이효녕
이 지상에 살면서 오가는 계절
사는 것이 허무해질 때가 있을수록
더 사랑을 하면서 추억을 남기고 싶은 것은
빈 추억을 사는 인생의 염려 때문일까
아무도 없이 혼자 있는 날이면
사랑하는 사람 곁에 두고 위로 받고 싶은데
길지도 짧지도 않게 걸어온 계절마다 오는
마음의 공허 위로 떠오른 별
오늘 밤 하루만 눈을 꼭 감고
그리움으로 찍혀진 발자국 만들까
그래, 사랑하는 사람 하루의 기다림이 긴 것은
그렇게 한 세월 살아가는 종착역이
눈앞에 가까운 몸부림일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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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이슬
이효녕
물 비늘에서 떨어져 나온 별
밤새 꿈으로 돌아와
가슴에 안기는 아침
여름을 건너가는 풀잎 위에
떨어진 영롱한 눈물 한 점
아침 해 눈 부비고 나면
어젯밤 돌아간 사람의 이름
기억에서 지워서 영영 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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