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청소년 자원봉사 실태와 문제점, 모범사례
풀뿌리 민주주의의 밑거름 자원봉사가 청소년들의 새로운 인성교육
활동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세계자원봉사자의 해와 지난 4월 21일
세계청소년자원봉사자의 날을 계기로 "배움을 실천하는 체험활동"으
로써 청소년들의 다양한 자원봉사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한 사회적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청소년 자원봉사는 95년초 문화체육부(현 문화관광부)가 바른 청소
년육성운동으로 추진하다가 대통령자문기구인 교육개혁위원회에서
교육개혁방안을 발표하면서 청소년정책으로 수립되었다. 현재 중앙의
한국청소년자원봉사센터와 16개 시-도에 청소년자원봉사센터가 운영
되고 있다. 또 제7차교육과정에도 특별활동 영역으로 봉사활동이
설정되어 있어 청소년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장려하고 있다. 하지만
자원봉사활동 도입 초기에는 활동내용과 시간이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되고 상급학교 진학시에 반영되면서 시간 채우기식 봉사활동이나
학부모들의 대리활동 등 일부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이에 대해 서울
시 청소년자원봉사센터 오재법 운영팀장은 "아직도 시간 때우기식의
봉사활동을 하는 학생들이 있지만 전반적으로 자원봉사에 대한 개념
이 올바르게 인식되고 있다"면서 "실제로 봉사활동을 하면서 봉사의
진정한 의미와 보람을 느끼고,스스로 할 수 있는 활동거리를 찾아나
서는 청소년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청소년자원봉사 실태=한국청소년개발원(원장 최충옥)이 지난해
전국 중고등학생 3,000여명과 104개교 봉사활동 담당교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중고생의 71%가 봉사활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봉사활동 참여율도 87.1%로 이르렀다. 그러나 교육
부에서 권장하는 20시간 이상 봉사활동에 참여한 학생은 37.3%에
머물렀으며 대부분의 학생들은 아무런 준비없이 무작정 참여(66.2%)
하거나 사전 교육을 받지않고 참여(65.0%)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
다. 또 학생들은 봉사활동을 할 곳을 찾는 것(64.3%)이 가장 어렵다
고 응답했으며, 현행 자원봉사활동의 문제점으로 "시간 채우기식
운영"(53.7%)과 "봉사활동을 점수화해 내신에 반영하기 때문에 억지
로 참여"(34.8%)하는 것을 꼽았다. 이처럼 상당수의 청소년들이 내신
을 위해 마지못해 하는 자원봉사에 대해 부담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한 학생들은 봉사활동을 통해
"책임의식"을 배우거나(55.1%) "어려운 이웃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생겼다(54.1%)고 답해 자원봉사를 하면서 청소년 스스로 깨우치는
교육적 효과를 읽을 수 있다.
◇청소년 봉사활동 모범 사례=서울시내 9개교 연합동아리 "빛과 소
금"은 2년째 장애인돕기를 실천하고 있다. 정기적으로 장애인시설을
찾는 학생들은 정신지체장애인들의 학습을 거들면서 말벗도 되고 놀
이친구도 되어준다. 처음엔 "ㄱ"자도 제대로 쓰지 못하던 장애인친구
가 수료식날 편지를 건네서 눈시울이 뜨거웠다는 경험담을 소개하는
유혜란(18.백암고3)단장은 "우린 지식을 나눠주지만 그 친구들은 더
큰 보람과 사랑을 준다"고 말했다. 유양은 "봉사활동을 하다보면
조금씩 스스로가 달라져 가는 것을 깨닫게 되고,그런 경험을 친구들
과 공유하고 싶어 동아리를 만들게 되었다"며 "대학교에 들어가서도
계속해서 봉사활동을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주)푸르덴셜 보험회사가 주최한 전국 중고등학생 봉사활동
대회에서 금상을 차지한 서울 한영고등학교의 송호제(17)군은 평소
자신의 취미인 비디오찍기와 춤을 봉사활동에 접목한 케이스. 봉사시
간이 무려 973시간에 이를 정도로 봉사활동에 열심인 송군은 장애아
입양기관에서 식사,놀이 보조활동을 했다. 송군은 캠코더를 이용,
고등학생들의 학교생활을 찍은 뮤직비디오를 만들어 장애자들에게
제공하기도 하고 축제때는 장애인들을 위한 춤을 직접 안무해 무대에
올려 박수갈채를 받기도 했다. 이런 경험을 살려 송군은 자원봉사자
들과 장애인들이 함께 하는 "사랑나눔의 콘서트"를 기획하는 등 자신
의 특기와 취미를 봉사활동에서 십분 발휘했다. 불우이웃에 반찬을
나르는 사랑의 배달부도 있다. 대구 덕원중학교의 학생들이 만든
"작은 마음 봉사단"은 영구임대아파트에 살고 있는 저소득 실직자
가정과 독거 노인 등 80여 가구에 주부봉사단이 만든 반찬을 배달했
다. 추석이나 설 등 명절에는 후원품을 전달하고 겨울이면 무거운
김장김치를 나르는 것도 봉사단의 몫. 아파트 계단을 오르내리며 힘
들 때도 많았지만 성실한 봉사활동으로 주위의 칭찬을 한몸에 받았
다.
대구 경화여자고등학교의 자원봉사동아리 "늘 푸른 누리"는 환경관
련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두달에 한번 "우린 친구"라는 소책자를
만드는 이들은 편집부터 홍보,배부에 이르는 전과정을 학생들만의
힘으로 해내고 있다. 또 광고지 뒷면쓰기,빈병모으기,체육복 되물림
등 환경사랑을 생활화하고 식목일이나 지구의 날,환경의 날이면 거리
로 나서 환경캠페인을 전개하는 등 환경문제에 관심있는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봉사활동에 뛰어들었다.
이처럼 청소년들의 자원봉사가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겉치레식
봉사활동이 아닌 스스로 의미를 창조하고 보람을 만들어가는 신세대
학생들의 적극성이 봉사활동에도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청소년들이 할만한 자원봉사프로그램=청소년 자원봉사는 △복지시
설이나 공공시설 등 일손돕기활동 △보육원,양로원 방문,교통안전지
도 등 지도-위문활동 △환경보호활동 △캠페인활동 △자선-구호활동
△지역사회봉사활동 △특별활동 △유해환경정화활동 등이 주요 활동
내용이다.
서울시 청소년자원봉사센터의 경우 6개 분야로 나뉜 청소년 동아리
가 운영하는 전문봉사단이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 외국어고등학교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동아리를 꾸려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관광
문화에 대한 설문조사를 벌이거나,컴퓨터에 재능있는 학생들이 홈페
이지를 만들어 사이버봉사활동을 하는 등 미처 봉사활동이라고 생각
하지 못하는 영역까지 청소년들의 봉사의 손길이 미치고 있다. 최근
엔 지역내 샛강이나 산,문화재 등을 연구-조사하는 봉사활동이 학습
효과도 거두고 봉사하는 보람도 얻을 수 있어 청소년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전문가들은 억지로 하는 봉사활동은 본래의 자원봉사 의미를 퇴색시
킨다고 지적하면서 버거운 일을 계획하기보다는 청소년들이 할 수
있고,또 스스로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그런 면에서 뜻이 맞는 친구들과 어울려 하는 동아리 봉사활
동이 청소년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한다. 청소년개발원 정익
재 선임연구원은 "무엇보다 청소년들이 자원봉사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배움을 실천하는 체험활동인 "봉사학
습"과 특기와 적성을 살릴 수 있는 봉사활동이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재법 운영팀장은 "무턱대고 봉사활동에 나서는 것보다
자신이 관심있는 활동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며 봉사활동도 "약속"
이라는 사실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며 "봉사활동의 점수화보다는
봉사활동을 한 학생들에게 부가점수를 부여하는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일보 <윤영아 기자 arisu@sg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