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왕기상 4:1-19
찬송가 478장 ‘참 아름다워라’
솔로몬의 내각 각료들(1-6)
오늘 본문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1) 솔로몬 왕이 온 이스라엘의 왕이 되었고
‘솔로몬이 왕이 되었고’라는 표현은 성경의 순서를 따라 살펴보는 입장에서 어색하게 느껴집니다. 그 이유는 솔로몬이 다윗으로부터 왕위를 받아 이스라엘의 왕이 된 것은 이미 상당한 시간이 지난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솔로몬이 왕이 된 것을 새삼스럽게 언급하며 본문 4장을 시작하고 있다는 것은 이를 통하여 무언가를 전달하고자 하는 어떠한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할 것입니다.
그 의도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오늘 본문이 포함되어있는 4장은 일종의 ‘왕정 보고서’로서 뒤에 나올 솔로몬의 내각과 행정 구역 조직, 그리고 이러한 체계적인 통치에 따른 나라의 부강함은 다른 왕이 아닌 바로 솔로몬이 왕으로 있을 때 이루어진 결과물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구분 지어 알리고자 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하나님께서 솔로몬에게 허락하신 지혜의 결과였으며, 결코 솔로몬 개인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하나님으로부터 무언가를 받아 그 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그것은 자신의 것으로 인지하기 쉽습니다. 이처럼 하나님의 은혜는 잊고, 자신만 보이는 것이 주일 말씀을 통해 살펴본 ‘자기의 소리’이며, 이럴 때 우리는 스스로 높아지려는 교만한 마음을 버리고, ‘주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우리는 주님의 말씀을 통해서만 스스로의 위치를 바르게 인식할 수 있으며, 그래야 솔로몬과 같이 스스로 교만해져 무너지고 망가지게 되는 패망의 길을 피할 수 있습니다.
(2) 그의 신하들은 이러하니라 사독의 아들 아사리아는 제사장이요
2절부터 6절까지는 솔로몬의 지휘 아래 나라를 이끄는 주요 관리들의 명단입니다. 2절에서 ‘신하들’로 번역된 히브리어 ‘핫사림’은 그 원형이 ‘통치하다’, ‘왕자로 행동하다’라는 뜻을 지닌 동사의 파생어로, 여기에 기록된 신하들이 평범한 신하가 아닌 솔로몬에게는 매우 중요하고 특별한 신하들임을 보여줍니다.
솔로몬이 이스라엘을 통치함에 있어 이러한 견고한 체계를 갖추고 있었다는 것은 이스라엘 전체가 솔로몬을 중심으로 효율적으로 움직이고 있었음을 보여줍니다. 이와 동시에 이러한 통치 방법이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솔로몬을 돕는 뛰어난 사람들이 그의 주변에 많이 있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들 중 처음으로 언급되는 사람은 사독의 아들 아시리아입니다. 여기서 아들로 번역된 히브리어 ‘벤’은 아들이라는 뜻도 있지만 자손, 손자, 후손으로도 번역될 수 있는 넓은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사무엘하 15장 27절은 사독의 아들이 ‘아히마아스’라고 기록하고 있으며, 역대상 6장 9절을 보면 ‘아히마아스’의 아들이 오늘 본문 2절에 나오는 ‘아사리아’임을 보여주고 있기에 이를 엄밀히 표현하자면 아사리아는 사독의 손자가 되는 것입니다. 솔로몬의 사람들 중에서 하나님을 섬기는 일을 돕는 제사장이 가장 먼저 언급되고 있는 것은 솔로몬이 통치하는 이스라엘은 주변 나라들과 구별되는 신정 국가로서 하나님께서 이 나라의 진정한 통치자가 되심을 보여주는 부분입니다.
물론 솔로몬 당시, 이방의 다른 나라들 중에도, 제사장이나 종교인을 한 나라의 중요한 인물로 여기는 경우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방 사람들이 섬기는 신은 진짜 신이 아닌 거짓 우상이기에, 신의 뜻과 종교적 의미가 얼마든지 왕의 의도를 따라 움직일 수 있었고, 왕이 아니라면 제사장이 자신의 욕심을 따라 신의 뜻을 좌지우지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 하나님은 왕에 따라, 제사장에 따라 그 뜻이 좌지우지되는 죽은 신이 아니십니다. 이스라엘의 하나님, 우리의 하나님께서는 살아계신 하나님이시기에 오히려 왕의 잘못된 뜻을 꾸짖으시고, 제사장에게 휘둘리지 않고 직접 자신을 나타내시고 가르치시는 하나님이셨습니다. 그래서 이스라엘은 특별한 나라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같이 오늘도 여전히 살아계신 하나님을 섬기는 우리들도 동일하게 특별한 존재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3-4) 시사의 아들 엘리호렙과 아히야는 서기관이요 아힐룻의 아들 여호사밧은 사관이요 여호야다의 아들 브나야는 군사령관이요 사독과 아비아달은 제사장이요
3절에 기록된 당시의 서기관들은 무역과 성업과 군사 동맹에 영향을 미치는 왕의 칙령을 준비하고 공식 기록을 보존하며, 재정 문제 또한 계산하고 기록하는 일을 감당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사관 역시 왕궁에서 일어나는 일을 기록함과 동시에 왕의 계획이나 통치 강령을 알리고 이를 실행시키는 일도 일부 감당했던 직책이었습니다.
여기서 서기관과 사관의 명단이 제사장 바로 다음으로 기록된 것을 보았을 때, 솔로몬 때 이미 나라가 상당 부분 안정되어 문관이 무관보다 중요시되는 시대를 맞이했음을 보여줍니다. 나라가 세워진 초창기에는 대내외적으로 혼란스러운 일이 많아 군사력을 중요하게 여길 수밖에 없어집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나라가 안정되고, 강건해지면, 그렇게 강해진 힘을 통치하고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여러 행정적인 업무들이 점점 중요시됩니다. 이러한 점에서 비교해 보면 재미있는 것이 사무엘하 20장 23절부터 나오는 다윗 시대의 신하들 명단입니다. 전쟁과 반란이 많았던 다윗 시대에는 전쟁을 잘하는 군대 장관들의 서열이 높았던 것에 반해, 솔로몬의 시대에는 서기관과 사관 같은 이가 이스라엘에게 더 중요한 신하로 평가 받고 있는 것입니다.
이같이 솔로몬의 통치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성숙해지고, 더 견고해지는 것으로 보일 수 있으나 이는 겉모습으로 모든 것을 평가하는 인간적인 평가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우리는 함께 기억해야 합니다. 한 나라이건, 개인이건, 인간은 겉모양이나 외모를 보지만, 우리 하나님께서는 그 내면과 마음속 중심을 보시는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5-6) 나단의 아들 아사리아는 지방 관장의 두령이요 나단의 아들 사붓은 제사장이니 왕의 벗이요 아히살은 궁내대신이요 압다의 아들 아도니람은 노동 감독관이더라
5절을 보면 나단의 아들 아사리아는 지방 관장의 두령이며, 나단의 다른 아들 사붓은 제사장이자 왕의 벗이라는 기록이 나옵니다. 여기서 반복되는 말이 있는데, 바로 ‘나단의 아들’이라는 말입니다. 우리가 알다시피 나단 선지자는 다윗의 통치 당시 하나님 편에서 다윗을 책망하고 조언했던 인물입니다. 고대 사회에서 절대 권력을 가진 왕을 책망하는 것은 목숨 잃을 각오가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나단 선지자는 하나님 안에서 다윗을 책망하는 일을 감당했습니다. 아울러 나단은 열왕기상 1장에서 솔로몬이 왕으로 등극할 때도 중요한 역할을 감당했습니다. 나단은 아도니야의 모반 사건을 다윗에게 알렸고 이를 통해 아도니야의 반역을 무위로 돌릴 수 있었습니다.
나단의 이러한 한결같은 모습과 신앙은 자연스럽게 그의 자녀들에게도 전달되었을 것이고, 이 자녀들 역시 솔로몬과 함께 이스라엘을 위한 중책을 받게 되었습니다. 뒤에 이어서 살펴보겠으나 솔로몬은 이스라엘 전체를 12개로 나눠 각 지역을 맡는 관장을 세우는데 나단의 아들 ‘아사리아’는 이 관장들의 대표가 됩니다. 그리고 ‘사붓’은 자신의 아버지 나단과 같이 솔로몬의 벗이 되어 왕의 가까운 곳에서 왕을 돕는 제사장이 됩니다. 이러한 점을 보았을 때 하나님의 복은 일차적으로 충성된 믿음의 백성들에게 주어지는 것이지만, 그 복의 근원이 되는 하나님에 대한 사랑과 그 신앙의 중심은 그 부모로부터 자연스럽게 전달되어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복이 부모의 교육을 통하여 더욱 확장되고 풍성해진다는 것을 확인하게 됩니다.
솔로몬의 열두 지방 관장들(7-19)
(7-8) 솔로몬이 또 온 이스라엘에 열두 지방 관장을 두매 그 사람들이 왕과 왕실을 위하여 양식을 공급하되 각기 일 년에 한 달씩 양식을 공급하였으니 그들의 이름은 이러하니라 에브라임 산지에는 벤훌이요
솔로몬은 이스라엘의 행정 조직을 본문 1-6절까지 소개한 중앙정부와 7절부터 19절까지 이어서 소개하는 지방 조직으로 구분하였습니다. 지방 조직은 전국을 12행정 구역으로 나누어서 각 지방의 행정을 그곳의 관장이 관할하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들 각 지역은 정해진 순번에 따라 일년에 한 차례씩 한 달 동안 왕과 왕실에 필요한 물자를 바쳐야 했습니다.
본문의 표현과 같이 이러한 구분은 세금 징수의 목적이 강했지만 결과적으로 중앙정부와 각 지방간의 관계가 원활해지고, 부족 연합 국가적 성격이 강했던 이스라엘에게 솔로몬을 중심으로 하는 왕정 제도를 본격적으로 정착시키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여기서 솔로몬은 특별히 유다 지파의 지역만은 지방 행정 구역에 포함시키지 않았는데, 이는 유다 지파의 지역을 왕실 직속령으로 삼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특별한 대우는 북부 지역 지파들의 불만을 일으켰고, 후에 이스라엘의 남북 분열의 하나의 원인으로 작용하였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통하여 확인하는 바 진리가 아닌 인간이 만든 제도는 그것이 당대에 아무리 탁월한 제도라 하여도, 시대의 변화를 따라 그 한계가 있기에, 그 제도 자체를 절대시 하기보다, 상황에 따라 변화하고 보완하는 유연한 자세가 필요함을 보여줍니다.
(11) 나밧 돌 높은 땅 온 지방에는 벤아비나답이니 그는 솔로몬의 딸 다밧을 아내로 삼았으며
(15) 납달리에는 아히마아스이니 그는 솔로몬의 딸 바스맛을 아내로 삼았으며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8절에서 19절까지는 열두 지방 관장들의 명단이 기록되어 있는데 그중 눈에 띄는 것이 11절, 15절에 나타나는 솔로몬의 딸 ‘다밧’과 ‘바스맛’을 아내로 삼은 지방 관장들입니다. 먼저 11절의 다밧과 결혼한 벤아비나답은 ‘벤’이 누구의 아들을 의미함으로 아비나답의 아들이 됩니다. 여기 아비나답이 이새의 둘째 아들이자 다윗의 형이기에, 아비나답의 아들은 솔로몬과 사촌이 됩니다. 결국 솔로몬은 자신의 딸 ‘다밧’의 남편으로 자신의 사촌을 선택한 것인데, 이러한 근친결혼은 정치적으로 유력한 계층에서 볼 수 있는 결혼 방식으로 솔로몬은 이를 통하여 자신과 왕실의 안전을 더욱 든든히 만들고자 한 것으로 보입니다.
15절에 표현된 납달리는 중앙 갈릴리를 포함한 갈릴리 바다 서쪽의 광활하고 긴 지역과 상부 요단강으로 이루어진 지역으로 무역과 상거래에 많은 이점을 가지고 있는 지역이었습니다. 이와 동시에 솔로몬의 12행정 구역 중 최북단에 위치하였기에 북쪽 이방 민족으로부터의 잦은 공격에 시달렸습니다. 이는 경제적, 군사적 요충지의 책임자와 자신의 딸과 결혼시킴으로써 혹시나 있을 배신을 막고 왕실의 위치를 견고히 하려고 한 모습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점을 종합해 보았을 때 자신의 사촌과 결혼시킨 솔로몬의 딸 다밧은 정치적 안정을 위한 정략결혼이었고, 납달리라는 요충지의 책임자와 결혼한 솔로몬의 딸 바스맛은 군사적, 경제적 안정을 위한 정략결혼이었습니다. 아직 솔로몬의 통치 초창기이지만, 이러한 모습을 시작으로 솔로몬의 통치는 조금씩 신본주의 정치에서 인본주의 정치로 변모해 갔음을 보여줍니다.
물론 이러한 설명이 신본주의 정치라는 이름 아래 그 어떠한 정치적 행위도 하지 말라는 뜻을 담고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 통치자의 마음의 중심에 ‘자신의 소리’와 ‘하나님의 말씀의 기준’ 중 무엇을 최우선순위로 여기며 한 나라를 이끌어 갈 것인가는 그 지도자와 그 나라의 전체 방향을 결정하는 데 매우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는 이것을 통하여 한 사람을 평가하시기도 하시고, 한 나라와 공동체를 평가하시기도 하십니다. 그리고 그 평가에 따라 이들의 운명이 결정되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의 삶의 방향은 무엇을 바라보고 있습니까? 우리는 ‘우리의 소리’라는 우상을 내려놓고 이기신 주님을 바라보고, 예수님을 추구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우리의 소리는 나를 지게 만들고, 예수님의 음성은 나를 이기게 만듭니다. 세상을 이기신 주님을 신뢰하고 그분을 목적 삼는 삶을 살아감으로 하나님께서 주시는 참된 평안과 기쁨, 만족과 생명의 능력을 날마다 경험하시는 우리 교우님들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기도
우리의 지혜이자, 생명 되시는 하나님 아버지
오늘 말씀을 통하여 이스라엘이라는 나라가 강건해지고,
또 사람들이 모이고, 흩어지는 일들을 통하여
하나님께서 복 주시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는 사람들을
발견하고, 또 그 속에서 교훈을 찾도록 인도하여 주심에 감사합니다.
먼저 우리가 하나님 앞에서 신실한 믿음의 사람이 되게 해 주옵시고,
나의 생각이나 욕망의 소리를 우상 삼고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을 최우선으로 삼고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되게 해주옵소서.
그 결과 세상의 성공과 부요함보다 가장 안전하고, 영원한 하나님의 품안에서
영원한 행복과 기쁨, 풍요와 사랑을 누리며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되게 해 주옵소서.
그 결과 세워지고 무너지는 세상 나라를 넘어,
영원한 하나님의 나라를 꿈꾸고, 기대하고, 누리며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되게 해 주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묵상을 돕는 질문
1. 강건해지는 이스라엘을 보며 느껴지는 감정은 무엇입니까? 그것은 누구의 능력 때문입니까?
2. 살아계신 하나님을 섬기는 사람들은 세상의 사람들과 어떻게 다를까요?
3. 신실한 신앙인 나단이 받은 복은 무엇이며, 우리가 추구해야 할 진짜 복은 무엇일까요?
4. 솔로몬의 약점을 넘어 참 신앙인이 되기 위해 우리가 집중해야할 소리는 무엇일가요?
(작성: 유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