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해방일지>는 유시민 작가의 추천 덕분이었는지 널리 읽혀지게 된 그야말로 핫한 작품입니다. 동네에 빨치산 아버지를 둔 선생님이 있어 여러 이야기를 들었던 터라 이 책에서는 아버지를 어떻게 그렸을까 궁금했습니다.
작가는 장례식장에 오는 여러 사람들을 따라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아버지의 삶을 펼쳤습니다. 하동댁 궁둥이도 두드리고 자신의 집안일 보다 남의 일에 발 벗고 나서는 오지랖을 부리며 생활의 불편은 누구보다 인내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사상만은 변치 않고 민중이니 유물론이니 진지하게 펼쳐내니 그 괴리는 블랙코미디가 되었습니다. 집안은 풍비박산 났는데도 고향에 돌아와 죽을 때 까지 살았으니 마음은 가시밭이었으리라 짐작해봅니다.
동네 빨치산의 딸
우리 동네 빨치산의 딸인 정선생님은 60년대 생으로 조정래 소설 <태백산맥>의 실제 모델 집안의 구성원입니다. 정씨 집안은 이순신장군 좌장의 후손으로 대대로 보성 지역에서 명망이 있었지만 선생님은 어린시절 있는 듯 없는 듯 살라는 소리를 늘 들었고 가난으로 인해 남의 집에 식모 살이도 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배움을 놓치 않고 대학까지 다니고 결혼하고 슬하에 3명의 아들딸들을 잘 키워냈습니다. 아버지는 18살 나이에 빨치산으로 활동하다 총알이 두 눈을 관통해서 눈이 멀고 이후에도 보성가족간첩단 사건으로 오랜 시간동안 옥고를 치뤄야 했습니다. 물론, 많은 시간 후에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집안의 남자들은 대부분 죽음을 면치 못했습니다. 시대의 희생양이었습니다. 정선생님에게 전부터 들은 아버지와 어머니는 언제나 존경스러운 분들이었습니다. 작년에 어머니와 아버지의 옥중 서신을 엮어 문집을 만들어 저도 한부 받았는데 구구절절 가족에 대한 그리움, 미안함과 걱정이었습니다.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529159
지리산 빨치산의 기원
“애국 제주도민들을 무차별 학살하는 것은 자국민을 지키는 군인의 소임이 아니다” <여순항쟁 답사기, 흐름, 2021년 9월, 주철희>
향토민으로 구성된 14연대 군인들 중 일부가 제주 토벌 명령에 위와 같은 이유로 출동을 거부하며 지리산으로 들어간 것이 지리산 빨치산의 시작이었습니다. 그들이 거부한 자리에는 일제시대 만주에서 독립군을 잡던 간도특설대 출신들이 채워졌고 제주와 여순은 그들에 의해 잔인하게 짓밟혔습니다. 제주도민 3만명, 여수 순천 민간인 만여명이 이 학살되었습니다. 주민들을 넓은 곳에 모이게 하여 손가락으로 지목(손가락 총)된 사람들을 무참하게 살해했습니다. 우리나라 여러 역사의 현장에서 그들의 잔인한 능력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보도연맹 학살, 베트남 전쟁 중 한국 군인에 의한 학살 등) 내가 살기 위해 동족을 잡았던 간도특설대, 그들의 동력은 두려움이었을 거라 생각해봅니다. 두려움에 의한 생존 본능은 사람을 가장 잔인하게 만드는 것 같아 몸서리쳐졌습니다.
멀리서 보면 그저 추레한 노인네
<아버지의 해방일지>속 아버지는 늘그막 추레하게 나이 들어가는 노인네들 사이에 있었습니다. 아버지도 그 사이에서 특별히 다를 것이 없었습니다. 그래서일까, 어떤 책모임에서는 이 책을 불편해 했습니다. 단단한 신념을 가지고 자신을 갈아넣으며 부서져라 하고 있는 활동의 가치를 폄훼당한다고 느껴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군가에게 소개시켜주고 싶을 만큼 좋지는 않다고 평했고 저 또한 그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왜 유시민이 추천을 했을까라는 의구심은 들기도 했습니다.
몇 해 전 만났던 대학생 무리는 김구 선생을 자기 가족도 건사하지 못한 못난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가족들은 나몰라라 하고 나라일을 한들 김구의 인생은 실패라는 판결이었습니다. 동네에 또 다른 언니는 서울대 나온 민주투사 아버지가 본인의 활동과 선거에 치중한 나머지 가족들은 돌보지 않아 어머니는 평생 우울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자신도 그 영향 아래에 있다며 하소연을 합니다.
어떻게 사는 게 맞는걸까요?
첫댓글 와... 은중 샘, 이렇게 무거운 질문을 던지고 어디로 가시는 겁니꽈아~~~
무엇에 인내해야 하고, 무엇에 인내하지 말아야 할까요.. 발제문의 질문과 은중쌤의 마지막 단락.. 묵직함에 잠깐이지만 멍하니 멈추게 되네요.
국사를 중고등학교 6년은 배웠는데 우리나라 근현대사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습니다. 빨치산, 여순항쟁, 제주4ㆍ3.. 너무 참혹해서 안 가르친 걸까요. 못 가르친 걸까요.
은중쌤 글을 읽으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되어요..
어제 책 얘기를 하다 만 것 같아요. 너무 아쉬워요. 은중샘이 이야기 좀더 차분하게 듣고 싶어요. 그리고 현재 아이 학원을 보내며 겪고 있는 이야기도요! 늘 새로운 이야기 거리가 많은 은중샘~~
시간이 마이 늦어져서 저도 아수웠어요.. ㅜㅜ 아휴, 학원 다니느라 고생하는 거 보면 너무 마음이 아파요. 그 시간에 와서 저녁을 먹으니 원..;;
@조이플은중 저도 아이 학원 보내며 맘 아파했는데 저는 아이를 과잉보호하고 싶은 마음이 있더라고요. 아이도 자기를 그런 시선으로 바라보는 걸 원치 않구요. 응원해주려고요.
소설이, 문학이 각자의 삶과 경험을 관통하며 소화된다는 게 이런 건가봐요. 선생님은 어떠셨나요. 유시민의 추천에 의구심이 든다고 표현하셔서 선생님의 깊은(?) 감상이 궁금해졌어요.
은중 샘, 오늘 아침에 이 글을 일간노워리로 올리면서 제목을 이렇게 고심고심해서 단 적이 없습니다.
https://blog.naver.com/noworry21/223127499745
'우리 동네 사는 빨치산의 딸-빨치산의 기원-삶의 신념과 역사를 인정받지 못하는 노인네들'
이렇게 주변에서 보고 들은 사실이 나열돼 있어요. 물론 그 내용이 매우 귀하고, 잘 들여다 봐야 하는 내용이지요. 근데, 은중 샘의 생각이나 느낌이 별로 없어서요. 인간은 두려울수록 잔인해진다는 것 외에는 글쓴이가 뭘 말하려고 하는지 하나로 잡히지 않아서 제목 잡는 게 어려웠어요. '추레한'이라는 형용사가 붙을 만큼 역사적 경험을 가진 노인들의 현재 서글픔을 얘기하려는 게 이 글의 중심은 아닌 거 같고요
물론... 이 글이 발제문에 쓰신 글이란 말씀을 상기하면, 책을 통해 도출된 질문을 풀어 쓰신 글이구나 하고 이해돼요. 그래도, 에세이형태로 따로 떼어 올리셨으니, 그때는 그 목적에 맞게 고쳐시면 좋겠습니다, 분량을 상당부분 줄이더라도 하나의 중심주제를 향해 정리돼야 더 좋은 글로 완성될 거 같아요.
아버지와 가장 가깝게 지냈던 박노인과 자주 들렀던 식당의 여주인장을 작가가 추레한 노인네라고 묘사한 부분을 인용했어요. ^^ 과거가 어떠했던지 현재 다른 다른사람들과 별 다르지 않은 노인네라는 표현으로 읽혔거든요. 글은 빨치산을(물론 그보다 아버지가 더 방점이었지만) 어떻게 묘사하는지 궁금했는데 글은 맥락을 잡지 못한 것 같아요.. 고쳐볼게요^^
@조이플은중 제가 은중 샘께는 더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경향이 있는 거 같아요. 제가 쓴 댓글 다시 읽으니 왤케 4가지없게 썼지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