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시강좌 63강
이번주 디카시 강좌에는 강승희 시인의 <부부의 각도>와 <납골당> 두 편을 소개한다.
1.부부는 앞만 보지 말고, 옆도 바라보면 보이지 않던 꽃도 보인다.
각도라는 것은 각도의 크기를 나타내는 것을 뜻한다. 단위로는 도, 분, 초가 있다. 일상생활에서는 각도로 360도를 사용하고 있다. 정면을 바라보면 직선의 관찰력이 만들어지고, 옆면을 바라보면 곡선의 관찰력이 생긴다. 앞만 바라보면 목적지만 보게 되고, 옆을 바라보면 보이지 않던 세상도 보인다. 직선은 곧게 한 방향만 나아가고, 곡선은 롤러코스터처럼 신나게 구부러진다. 직선과 곡선은 어떻게 조화를 이루며 융화되어 가는지가 중요하다. 직선은 멋진 개성이며, 곡선은 매력이다. 직선 같은 존재와 곡선 같은 존재가 어우러진 가운데, 부부 간의 소통 지도를 펼치고 있는 강승희 시인의 작품, <부부의 각도>를 통해 감상할 수 있다.
#디카시
'꽃만 찍지 말고 / 나 좀 찍어 주소 // 사십 년을 살아도 마음을 몰라 / 꽃 구경 와서 꽃 구경만 한다'의 시적 문장을 통해, 나이를 먹어도 사랑 받고 싶은 여자의 애틋한 단상을 그려내고 있다.
니체, 릴케, 프로이트가 사랑했던 루 살로메가 '여자는 사랑 때문에 죽지 않는다. 사랑의 결핍에 의해서 서서히 죽어간다'는 말을 남겼다. 중년의 여자가 사랑의 결핍을 자각하며, 누군가에게 절박한 마음으로 간절하게 호소하는 읍소(泣訴)의 메시지가 전해진다.
사십 년 오랜 기간 같이 살아도 사랑 받고 싶은 게 여자의 마음일까. 섬세한 여성 특유의 시적 문장이 짧고 깊은 울림으로 맴돈다.
2. 책 속에 담겨진 사유의 세계를 펼치다.
책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사유의 연결 고리를 가지고 있다. 감성을 비중 있게 바라보는 시대인 요즘, 향긋한 커피 한 잔과 함께 책을 읽을 수 있는 북카페! 생각만 해도 낭만이 밀려온다. sns 감성이 터지는 카페에서 마음의 양식도, 커피 한잔도 함께 즐길 수 있다면 그야말로 정신적 풍요를 누리는 진정한 힐링 장소가 아닐까. 강승희 시인은 북카페에서 '삶의 유골함'을 발견하고, 이를 '납골당'으로 확장시켰다.
#디카시
'삶의 유골함에서 / 미련을 봉인했다 // 딸아 / 가슴 뛰는 이번 생에선 / 詩가 되렴'의 스토리는 언뜻 보면 딸과 이별한 어머니의 애절한 마음이 읽혀진다. 딸을 시(詩)로 바라본 서정성 또한 압권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책은 유골이고, 책이 놓여진 공간은 유골함으로 연결시킨 문학적 역량이 탁월하다. 북카페를 납골당으로 클로즈업시킨 순간, 영상 기호와 문자 기호가 연동되어, '딸을 사랑하는 어머니'의 초월적 의지가 묻어난다.
북카페는 커피와 책이 공존하는 아름다운 장소이다.이곳에서 시문학을 향유하며 인문학의 가치를 생각하게 만든다. 첨단 과학화된 디지털 세상에서 감성의 숲, 북카페는 인문학의 최종 귀결점이라 할 수 있다.
'가슴 뛰는 이번 생'은 전생이 아닌 현생의 의미를 지닌다. 존재적 자각과 성찰을 통해 시놀이를 할 수 있는 그 기회의 시간으로 바라보고 있다. 위기나 고난의 순간에는 대부분 자포자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세상을 긍정적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위기도 기회로 만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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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디카시에는 김효운 시인의 <움은 희망이다>를 선정했다.
#금주의 디카시
움(Sprout)은 풀이나 나무에 새로 돋아난 싹이다. 또한 씨앗이나 뿌리나 줄기의 눈에서 새로운 목숨이 나타나는 첫걸음을 '움'이라고 한다.
움벼는 수확된 벼의 그루터기에서 2차 분얼이 발생하면서부터 새로운 수확물을 얻어내는 것을 뜻한다.
움딸은 '시집간 딸이 죽고, 그 남편과 결혼한 여자'를 의미한다. 시인은 움을 희망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 희망은 움벼와 움딸이 그 시작이고 희망이다.
디카시는 SNS의 날개를 타고 디지털 세상을 밝히는 디지털 별이다. 경계를 허무고 빠른 속도로 넘나드는 멀티 언어 예술이다.
"스마트폰이 켜져있을 때 디카시 고동소리 즉, 디카, 디카, 디카 소리가 들리면 디카시를 자신의 심장처럼 여기는 우리 시대 진정한 디카시 성자이다."
정유지(부산디카시인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