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제신문 |이혼 재산분할에서는 아파트나 예금뿐 아니라 배우자가 운영하는 회사 주식도 문제가 된다. 특히 증권시장에서 거래되지 않는 비상장주식은 가격을 확인하기 어렵고, 이를 실제 어떻게 나눌 것인지도 간단하지 않다.
배우자가 회사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면, 다른 배우자는 "혼인기간 동안 함께 키운 회사이니 주식도 나누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반대로 회사를 운영하는 배우자는 "경영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에게 주식을 나누어 주면 회사 운영이 어려워진다"고 주장할 수 있다.
#고양시 일산에 거주하는 A씨는 남편 B씨와 20년 가까이 혼인생활을 유지했다. B씨는 혼인기간 중 파주시에 법인을 설립해 제조업체를 운영했으며, 회사 비상장주식 대부분을 보유한 상황이다. 이혼소송이 시작되자 A씨는 B씨가 보유한 비상장주식도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B씨는 주식을 A씨에게 나누어 주기보다는 자신이 모두 보유하고, A씨 몫을 현금으로 지급하겠다고 했다.
비상장주식도 부부가 혼인기간 중 공동의 노력으로 취득했거나 그 가치가 증가했다면 재산분할 대상이 될 수 있다. 주식 명의가 배우자 한 사람에게만 있다는 이유만으로 재산분할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비상장주식은 상장주식처럼 거래소에서 매일 가격이 형성되지 않는다. 최근 정상적인 거래가격이 있다면 이를 참고할 수 있지만, 가족이나 회사 관계자 사이에서 형식적으로 거래된 가격이라면 객관적인 시가로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다.
실무에선 먼저 회사가 보유한 부동산·예금 등 자산에서 대출금과 미지급금 등 채무를 뺀 순자산가치를 살펴본다. 여기에 회사가 향후 어느 정도의 이익을 낼 수 있는지를 반영한 수익가치와 동종업체 거래사례 등을 함께 고려하기도 한다. 회사 명의 부동산 장부가격이 실제 시세와 크게 다르거나, 대표자가 회사 비용으로 개인적인 지출을 해왔다면 이를 조정할 필요도 있다.
따라서 이런 사건을 접하는 변호사는 회사 재무제표와 법인세 신고자료, 주주명부, 최근 주식거래 내역은 물론 회사가 보유한 부동산의 실제 가치와 채무, 매출과 영업이익의 흐름까지 확인한다. 필요한 경우 회계법인이나 감정인 평가를 통해 비상장주식 가액을 정하기도 한다.
주식 가치를 정한 이후 주식을 누구에게 어떤 방법으로 나눌 지도 결정해야 한다. 비상장회사를 운영하지 않은 배우자가 소수 주식을 받으면 이를 적정한 가격에 팔기 어렵고, 경영에도 실질적으로 참여하기 쉽지 않다. 대주주인 상대방의 경영상 판단에 따라 주식 가치가 달라질 위험도 있다. 이러한 이유로 회사를 운영하는 배우자가 주식을 계속 보유하고, 상대방에게 그 몫에 해당하는 돈을 지급하는 대상분할 방식이 우선 고려될 수 있다.
그러나 현금 정산이 언제나 공평한 것은 아니다. 비상장주식이 부부 재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회사 운영자에게 충분한 현금이나 다른 재산이 없다면, 거액의 재산분할금을 마련하기 위해 회사 주식을 처분하거나 담보로 제공해야 할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경영권이나 회사의 존속 자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최근 대법원도 비상장주식의 재산분할에서 대상분할 방식을 우선 고려할 수 있지만, 그 방법이 한쪽 배우자에게 지나치게 불리한 결과를 가져온다면 현물분할을 포함한 여러 방법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따라서 비상장주식 재산분할에서는 단순히 회사 평가액에 기여도를 곱해 현금 지급액만 정해서는 안 된다. △회사 운영자에게 실제 지급 능력이 있는지 △주식을 매각할 경우 세금과 비용이 얼마나 발생하는지 △경영권과 회사 운영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상대방이 일부 주식을 받아도 경제적 실익이 있는지 등을 함께 살펴야 한다.
이혼할 때 회사의 비상장주식은 통장 잔액처럼 정확히 잘라 나누기 어렵다. 주식 가격을 제대로 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누구에게 어떤 형태로 귀속시켜야 실질적으로 공평한지가 더 중요하다. 부부관계는 정리하더라도 멀쩡히 운영되던 회사까지 함께 '폐업 정리'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