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대수로 공사, 찰떡궁합의 걸작이다
그린 북(Green Book)으로 집약되는 자마히리야 체제는 이슬람주의, 범아랍주의(아랍민족주의), 사회주의를 융합한 체제이고 '인민 직접민주주의'라는 독특한 체제이었다.
당시 아랍사회주의 국가들 가운데서 리비아는 비교적 국민소득 수준이 높았고, 국민들의 생활수준도 석유 국유화 덕으로 크게 향상되어 카다피를 높게 평가하였다. 그러나 1969년 쿠데타로 집권한 후 2011년 축출될 때까지 무려 42년간 리비아를 철권통치 하였다. 중동에서는 강경 반미 성향 지도자이어서 한때는 서구권으로부터 '사막의 미친 개', '아랍의 망나니'라고 불리기도 하였다. 2009년 UN 연설 때에는 ‘아프리카의 왕 중 왕’으로 소개되면서 장광설로 조롱을 받기도 하였다. 2011 리비아 민주화 운동으로 반대 세력의 저항과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서방 국가들의 무력 개입을 받아 2011년 8월 정권이 무너지고 이어서 10월 20일, 그의 고향이자 마지막 거점인 시르테(Sirte)에서 사망하였다.
한국 입장에서는 1970년대 한국 기업이 석유 붐을 타고 중동에 진출하기 시작했을 때 카다피 정권의 리비아도 한국 기업들에게 '대수로 공사' 등을 발주하는 등 한국의 건설업체들의 리비아 진출과 인연과 사연이 많았던 정치가로 기억된다. 대수로 공사를 발주한 카다피와 수주한 최원석(崔元碩, Choi Won-suk, 1943년생) 회장은 대수로 공사에서 찰떡궁합으로 세기의 불가사의한 역사를 만들었다. 당시 최원석은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기업인의 한 사람이었다.
당시 최원석 회장의 리비아 진출 배경에는 기적과 같은 일들이 이어진다. 그때 리비아는 민족주의가 강하고 아랍 사회주의 국가이었다. 당시 한국인들의 국가체제에 대한 인식은 양분적이어서 사회주의 국가는 공산국가로 알려지었다. 따라서 공산국가로의 사업 진출에 대해 창업주 최준문 회장은 공산국가인 리비아 진출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최원석 회장의 진출 의지는 확고하므로 아버지까지 속이면서 극비리에 진출을 추진할 수밖에 없었다. 공사 입찰은 세계 일류기업체들과의 경쟁을 물론이고 국내의 현대, 대우와의 경쟁도 피할 수 없었다. X 팀을 운영하였지만, 외국의 일류 회사, 국내 굴지의 현대건설, 대우건설과의 피 튀는 수주경쟁에서 입찰 자격조차 문제가 되었던 동아였지만 당찬 모험으로 돌파하여 기적적으로 낙찰을 받았다.
예를 들면, 동아콘크리트의 콘크리트관 생산능력이 고작 직경 2m짜리이었는데, GMR 사업은 직경 4m, 길이 7.5m, 25kg의 내압을 견디어야 하고, 50년간의 품질 보증이 요구되는 것이었다. 더구나 동아에는 특수 콘크리트 생산기술조차 생소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미국의 Price Brothers의 기술제휴 제안으로 기적같이 최소한 입찰참가 자격을 얻게 되는 행운이 따라왔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리비아와 미국의 갈등 때문이었다. 카다피의 반미 노선으로 미국과 단교 상황에서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은 카다피를 ‘아프리카의 미친 개’라는 악담에 카다피는 레이건을 ‘할리우드의 3류 배우’라고 맞짱을 뜨는 상황이어서 미국 기업의 리비아 진출이 막혀있었다. 미국 회사는 리비아 진출 불가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미국회사의 제안은 로열티에 대한 관심이었고 무리하게 4%의 로열티를 요구하였다. 싫으면 현대로 가겠다는 배짱으로 제시했지만, 최 회장은 선뜻 수락하면서 최소한 입찰 자격 얻은 기적이 나타났다.
행운은 이뿐만이 아니라 리비아 실사 팀이 한국의 동아를 방문하면서 양복점 같다는 느낌으로 흐뭇함을 나타냈다. 계약자는 동아 콘크리트이지만 매설을 담당하는 동아건설이 있고, 콘크리트관 운송을 담당하는 대한통운이 있어서 동아컨소시엄에 낙점을 하게 되어 두 번째 기적을 만나게 된다. 세 번째도 기적이 이어지면서 수주를 하게 된다. 3차 입찰에 이태리 회사, 소련 회사, 현대건설, 동아 등 4개사가 참여하는데, 동아는 입찰 서류를 3개 준비했다가 입찰 직전 최 회장의 “둘째 아들을 먼저 장가보냈으면 하오”라는 암호로 최저 가격을 제시한 2번 봉투를 접수하면서 수주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당시 리비아는 31개 국제 회사에 입찰 초청장 발송하였고, 1차 심사에서 한국의 현대 대우, 동아 3개사 초청받았다. 공사 경험이 불리한 경쟁이었지만 동아그룹은 최저가 입찰로 단일 공사로는 세계 최대 규모인 33억 달러 규모의 공사를 수주하게 되었다. 그 후 동아는 1984.1~ 1998.8년간 1, 2차 공사에서 서울~부산을 10번 정도 가는 거리인 도합 3544 km 매설하는 100억 달러 규모의 공사를 수주하였다. 특히 2단계 공사 수주는 리비아에 미국의 폭격이 있을 때도 철수는 고사하고 공사를 지속하여 계약 공기를 1년 4개월 앞당겨 7년 7개월 만에 1단계 공사를 완공하였다. 사막에서 물이 콸콸 쏟아지는 꿈같은 열망의 통수식을 하게 되어 카다피의 신임을 받게 되고, 그의 숙원인 리비아의 녹색혁명 앞당길 수 있게 되었다.
어쩌면 카다피와 최원석의 만남은 서로가 시공(時空)을 공유하는 연인 같은 인연이었다. 먼저 시대적으로 석유시대를 살은 카다피는 경질유 산유국인 리비아가 막대한 석유 자본을 배경으로 아프리카를 비롯한 국제사회에서 우뚝 설 수 있었고, 최원석은 한국의 한강의 기적을 배경으로 솟아오른 정주영, 이병철, 김우중과 같은 세계적 기업인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이처럼 시대를 공유하고 공간도 공유하면서 세계의 7대 불가사의라는 대수로라는 걸작을 역사에 남기었다.
카다피 지도자와 최원석 회장
하지만 카다피는 장기집권자에게 역사가 만들어주는 행로에 따라 독재자의 길을 갈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동아의 최원석도 배짱의 기업인이라는 이미지의 타락도 성수대교 붕괴사고(1994.10)에서 촉발되면서 정치권의 마수에 걸려 헤어나지 못하고 몰락의 길을 걸었다. 하지만 리비아 대수로 공사는 세기적 풍운아 카다피 전 리비아 지도자와 한국의 재계에서 혜성같이 등장했던 최원석 회장의 찰떡같은 궁합으로 만들어낸 역대의 걸작으로 영원히 남을 것이다. 비록 두 사람은 비운의 결말로 이어졌지만, 시공을 초월하여 카다피는 리비아의 후대에는 물 문제를 해결해 준 은혜의 지도자로 기억될 것이고, 최원석은 대수로의 성공사례로 한국 경제의 성장을 떠받치고 한국 기업의 국제적 위상을 드높인 기업인으로 역사에 남을 것이다. 국제적으로도 대수로 공사 성공의 뒤를 따라서 세계에서 가장 긴 사막 고속도로인 타클라마칸 사막(Taklamakan desert)을 횡단하는 중국의 타림 사막 고속도로(Tarim Desert Highway)에서 보듯이 사막 국가에서 사막 개발에 대한 희망을 부풀리고 기회를 기다리게 하는 인류사에 굵은 자국을 남긴 것이다. [2021.04.20]
* 나는 국제학술대회에 두차례 참가하면서 카다피 지도자를 만났다(1999년, 2009년).
<나의 리비아 방문>
1995.7.10.-7.22, 동아건설창사 50주년기념 리비아 대수로공사 현장방문 제6회 시찰단으로 리비아, 튜니시아, 이태리, 프랑스 등 방문
1999.11.29.-12.3 "GMR : the landmark project for economic independent in developing country", The Crisis of the International Community on the Threshold of the 21st Century, The 4th World Symposium on the Thought of Muammar Al-Ghadafi "The Green Book", The World Center for the Studies and Researches of the Green book, November 29- December 3, 1999, Tripoli, The Great Socialist Peoples's Libyan Arab Jamahiria
2009 10.22-10.28 2009 First World Congress of the World Assembly for the Supporters of the Green Book, The International Society for the Green Book Supporters, Tripoli, Libya, 2009.10.22-10.28
<더보기> 리비아 대수로 공사, 찰떡궁합의 걸작이다, 심의섭, 곰곰이 생각하는 수상록 8
아련한 회상, 얼결에 만난 정상들(전자책), 바로이책, 2024.7.1. : 41~48
https://youtu.be/tMqqxCuZGgE
https://youtu.be/tMqqxCuZGgE?t=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