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유전재만관 불여송자일건:집 안에 만 관의 재산이 있더라도 송나라 때 도자기 1개를 가진 것만 못하다”라는 말처럼 현재 중국에선 거액을 써가면서 골동품을 모으는 것이 부의 상징이 되었다.(글 곤도 다이스케)
호경기를 구가하는 중국에서는 지금 전례 없는 골동품 붐이 일고 있다. TV의 프라임 타임에는 매일 밤, 골동품의 진위를 구별하는 각종 퀴즈 해설 프로그램이 성행하고 있으며, 호텔이나 레스토랑, 개인의 아파트에 이르기까지 골동품이 흘러넘쳐, 돌연 중국인 전체가 황제가 된 듯한 느낌이다. 베이징의 동쪽에는 가오파이뎬(高牌店)이라고 불리는 거대한 골동품 거리가 있다.명·청시대의 가구 전문점, 징더전(景??)의 접시 전문점, 춘추전국시대의 청동기 전문점 등 그야말로 백여 채 이상의 골동품 점이 빼곡히 자리 잡은 곳이다.
이 거리는 베이징 사람들은 물론, 서구의 골동품 팬들도 일부러 찾아오는 곳이다. 나는 비록 골동품 수집가는 아니지만 단순히 집에서 가깝다는 이유로 이 거리를 주말 산책 코스에 포함시켜 자주 거닐고 있다.
골동품 찾는 중국 부자들
며칠 전 가오파이뎬의 중심가를 거닐던 중, 어디선가 조율이 안 된 피아노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의 근원지를 찾아 큰 가게로 들어서니 그곳에는 1백 년 전에 중국에서 만든 다양한 피아노가 수십 대나 진열되어 있었다. 피아노도 한 세기를 지나면 훌륭한 골동품이 되는 것이다. 그중에 라흐마니노프도 쳤다고 전해지는 그랜드 피아노는 야마하의 최고급 피아노보다 비싼, 무려 50만 위안(약 8,350만원)이라는 가격표가 붙어 있었다.더구나 ‘판매 완료’라는 딱지까지 붙어 있었다. 점원에게 물어보니 구입한 사람은 중국의 저명한 여성 피아니스트라고 한다.
가오파이뎬에는 최근 주하오원취안(九??泉)이라고 하는 거대한 온천 시설이 문을 열었다. 골동품을 감상하다 피곤해지면 온천에서 쉬어 가라고 만든 것이다. 나는 입구의 로비에서 잠시 쉬면서 드나드는 사람들을 감상했다. 한류 드라마에 나올 법한 꽃미남 점원들이 처음 방문하는 손님들을 친절한 태도로 맞이하고 있었다. 이 꽃미남들이 권한 것은 1장에 15만 위안(약 2,200만원) 상당의 회원카드이다. 그런데 이 고가의 회원카드는 내가 보고 있던 한 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3장이나 판매되었다. 그러고 보니 주차장에는 포르쉐와 페라리, 롤스로이스 등이 즐비했다.
가오파이뎬은 굳이 말하자면 프로들을 위한 곳으로 골동품 초심자에게 인기 있는 곳은 구완청(古玩城)이라고 불리는 골동품 전문 백화점이다. 구완청은 지금 베이징 여기저기에서 개업하고 있는데 남삼환로(南三環路)에 있는 본점에는 1백 곳 이상의 골동품 매장이 들어서 있다.
그중 한 곳에 기품 있는 도자기를 파는 골동품점이 있다. 지난번 일본인 관광객을 데려왔을 때 나와 동갑인 점장과 의기투합하게 된 이후 때때로 이곳을 찾게 되었다. 이곳 점장은 최근에 이렇게 말했다. “지금 물건을 ‘살 만한 곳’은 중국 이외의 아시아 지역입니다. 지난번에 도쿄의 골동품점을 둘러보았는데 엔화로 3천만 엔(약 3억2,500만원)어치나 물건을 샀습니다. 다음에는 서울에 가 볼 생각입니다.”
‘골동왕’ 마웨이더우와 류이첸
현재와 같은 골동품 붐에 불을 붙인 일명 ‘골동왕’이라는 인물이 베이징과 상하이에 한 명씩 있다. 우선 베이징의 ‘황제’는 마웨이더우(馬未都, 55세) 씨다. 일개 공장 노동자였던 마 씨는 작가를 동경해 소설을 쓰기 시작했는데 원고료를 받을 때마다 당시 헐값이었던 골동품을 사 모았다고 한다. 1997년 마 씨는 중국에서 처음으로 사립 박물관 ‘관복박물관’(?復博物館)을 베이징 외곽에 열고 지금까지 사 모은 골동품을 전시했다. 그런데 10년 동안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다.
그러다 2008년, 중국의 중앙TV가 인기 교육 프로그램인 ‘백가강단’(百家講壇)의 해설자로 마 씨를 기용했는데 그의 거침없는 입담이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이후 박물관에는 수많은 관람객이 모여들었고 그의 저서는 차례로 베스트셀러에 등극하면서 마 씨는 일약 스타로 군림하게 되었다.
지금도 사람들이 “후진타오를 보지 않는 날은 있지만 마 씨를 보지 않는 날은 없다”고 말할 정도로 연일 TV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한편 상하이의 골동왕으로 불리는 인물은 류이첸(劉益謙, 47세) 씨다. 상하이의 서민 가정에서 자란 류 씨는 중학교 졸업 후, 피혁공으로 일했지만 위위안(豫園) 시장에서 골동품을 본 후 그 아름다움에 매료되었다. 그 후 주식 투자로 명성을 쌓은 류 씨는 축적한 재산을 아낌없이 골동품에 투자했다. 작년 가을 베이징 옥션에서는 명나라를 대표하는 화가 오빈(吳彬)의 ‘십팔응진도권’(十八????)이, 중국 서화 사상 최고가인 1억6,900만 위안(약 263억원)에 낙찰되었는데 낙찰자는 류 씨였다. 류 씨는 또 작년 청나라 시대의 건륭제가 사용한 왕좌를 8,500만 홍콩달러(138억원)라는 중국 가구 사상 최고가로 낙찰받았으며, 역시 건륭제가 애용한 꽃병을 8,344만 위안(약 139억5천만원)이라는 중국 도자기 사상 최고가로 구입했다. 그는 옥션에서 매회 최고의 화제를 모으는 풍운아인 것이다. 마 씨도 류 씨도 모두 “골동품을 보게 되면 다른 것은 아무것도 눈에 안 들어온다”고 말한다. 현재의 골동품 붐이 중국인이 중국 문화를 재인식하는 르네상스로 이어질 수 있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