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69화 ― 「세 번 울리는 초인종」
새벽 네 시 사십칠 분.
은솔시 외곽의 오래된 단독주택 골목.
아직 해가 뜨기 전이었다.
일흔아홉 살 **임봉수 요셉**은 작은방에서 잠들어 있었다.
그때—
**딩동.**
봉수가 눈을 떴다.
잠시 뒤.
**딩동.**
그리고 다시.
**딩동.**
정확히 세 번.
봉수는 이불을 걷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또 왔나…….”
침대 옆 지팡이를 잡았다.
무릎이 좋지 않아 현관까지 가는 데 시간이 걸렸다.
“누구요?”
대답이 없었다.
봉수가 현관문을 열었다.
아무도 없었다.
골목은 텅 비어 있었다.
가로등 아래로 바람에 마른 나뭇잎 몇 장만 굴러갔다.
봉수는 대문 밖까지 살펴봤다.
사람은 없었다.
“대체 누구야…….”
문을 닫고 돌아왔다.
그러나 다시 잠들 수 없었다.
이런 일이 오늘 처음은 아니었다.
벌써 엿새째였다.
매일 새벽.
비슷한 시간.
초인종은 언제나—
**세 번만 울렸다.**
---
그날 오전.
은솔성당 사무실 문이 열렸다.
임봉수가 지팡이를 짚고 들어왔다.
최병철이 그를 알아봤다.
“요셉 형제님, 이 시간에 웬일이십니까?”
“신부님 좀 뵈려고.”
잠시 뒤 김맑음 신부가 사무실로 왔다.
“어르신, 무슨 일 있으세요?”
봉수는 한동안 망설였다.
“신부님.”
“예.”
“이런 것도 경찰에 신고해야 하나?”
“무슨 일인데요?”
봉수가 목소리를 낮췄다.
“누가 자꾸 우리 집 초인종을 눌러.”
최병철이 물었다.
“장난치는 아이들 아닙니까?”
“새벽 다섯 시도 안 돼서?”
최병철의 표정이 달라졌다.
“몇 번이나 그랬습니까?”
“엿새.”
“매일요?”
“매일.”
김맑음 신부가 물었다.
“몇 번 울립니까?”
봉수가 손가락 세 개를 폈다.
“세 번.”
“항상 세 번입니까?”
“한 번도 더 울린 적 없어.”
김맑음 신부가 천천히 안경을 고쳐 썼다.
---
그날 오후.
김맑음 신부와 김하늘은 임봉수의 집을 찾아갔다.
최병철도 따라왔다.
“신부님, 이런 건 경찰에 먼저 말씀하셔야 하는 것 아닙니까?”
“아직 범죄인지도 모르잖아요.”
“새벽마다 남의 집 초인종을 누르는 건 충분히 수상합니다.”
봉수의 집은 지은 지 삼십 년이 훨씬 넘은 작은 단독주택이었다.
대문 옆에는 오래된 무선 초인종 버튼이 붙어 있었다.
누렇게 변한 플라스틱.
글씨도 거의 지워져 있었다.
김하늘이 물었다.
“이거 언제 설치하셨어요?”
봉수가 생각했다.
“십오 년은 넘었을걸.”
“한 번도 바꾼 적 없으세요?”
“고장도 안 났는데 뭘 바꿔.”
하늘이 초인종을 눌렀다.
집 안에서 소리가 났다.
**딩동.**
“잘 되는데요?”
봉수가 말했다.
“그러니까 미치겠다는 거야.”
하늘은 대문 위쪽을 바라봤다.
작은 CCTV가 설치되어 있었다.
“영상 볼 수 있어요?”
“손자가 달아줬는데 나는 볼 줄 몰라.”
하늘의 눈이 반짝였다.
“제가 볼게요.”
---
거실에서 CCTV 영상을 확인했다.
첫날.
새벽 4시 51분.
**딩동.**
**딩동.**
**딩동.**
화면 속 대문 앞에는 아무도 없었다.
둘째 날.
4시 48분.
세 번.
셋째 날.
4시 53분.
역시 세 번.
넷째 날.
4시 49분.
세 번.
다섯째 날.
4시 50분.
세 번.
김하늘이 영상을 반복해서 돌렸다.
대문 앞으로 접근하는 사람은 없었다.
골목을 지나가는 사람조차 거의 없었다.
“이상하네…….”
최병철이 말했다.
“카메라 사각지대가 있지 않을까요?”
하늘이 고개를 저었다.
“버튼 바로 앞까지 다 보여요. 누가 누르려면 손이라도 나와야 해요.”
봉수가 말했다.
“그러니까 내가 귀신인가 싶어서…….”
김맑음 신부가 바로 말했다.
“그렇게 생각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사람도 없는데 울리잖아요.”
신부가 초인종을 바라봤다.
“사람이 누르지 않아도 기계가 울릴 수는 있으니까요.”
하늘이 다시 영상을 보다가 말했다.
“신부님, 정말 사람이 누른 게 아닌 것 같아요.”
김맑음 신부가 안경을 고쳐 썼다.
**“그렇다면 누가 아니라, 무엇이 울렸는지를 찾아봐야겠네요.”**
---
장태식이 초인종을 살펴봤다.
“오래된 무선 방식이네요.”
“무선이요?”
“밖에 있는 버튼과 안쪽 수신기가 전선으로 직접 연결된 게 아닙니다.”
하늘이 물었다.
“그럼 전파로 신호를 보내는 거예요?”
“그렇지.”
장태식은 수신기 뒷면을 살펴봤다.
모델명조차 희미했다.
“이런 옛날 제품은 채널이 단순한 경우가 있어요.”
김맑음 신부가 물었다.
“다른 기계가 같은 신호를 보내면요?”
장태식이 고개를 들었다.
“울릴 수도 있죠.”
최병철이 말했다.
“그런데 왜 정확히 세 번입니까?”
그 질문에는 아무도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
그날 새벽.
김맑음 신부와 장태식, 김하늘이 봉수의 집 거실에 앉아 있었다.
봉수가 어이없는 얼굴로 물었다.
“신부님까지 여기서 밤새려고?”
“오늘 한 번만 확인해보려고요.”
“신부님은 미사도 해야 하잖아.”
“그래서 커피를 마셨습니다.”
장태식이 신부를 바라봤다.
“벌써 두 번 주무셨습니다.”
“눈을 감고 생각한 겁니다.”
하늘이 웃음을 참았다.
시간이 흘렀다.
4시 45분.
4시 47분.
4시 49분.
모두가 초인종 수신기를 바라봤다.
4시 51분.
갑자기—
**딩동.**
모두가 동시에 몸을 일으켰다.
**딩동.**
하늘이 CCTV 화면을 확인했다.
“아무도 없어요.”
그리고—
**딩동.**
세 번째.
장태식이 바로 초인종 수신기의 전원을 뽑았다.
소리가 멈췄다.
김맑음 신부는 창밖을 바라봤다.
그 순간—
건너편 집 창문에 불이 켜졌다.
잠시 후 차고 문이 올라갔다.
한 남자가 작은 화물차를 몰고 나왔다.
김맑음 신부의 시선이 그 차를 따라갔다.
“저분은 매일 이 시간에 나가십니까?”
봉수가 대답했다.
“아마 그럴걸. 새벽시장에 채소 갖다 파는 사람이야.”
신부가 안경을 고쳐 썼다.
---
아침이 밝은 뒤.
그들은 건너편 집을 찾아갔다.
집주인은 예순한 살 **박영철**이었다.
“초인종이요?”
영철은 의아해했다.
“저희 집은 멀쩡한데요.”
장태식이 물었다.
“새벽에 차고문 여실 때 리모컨 사용하시죠?”
“예.”
리모컨을 가져오게 했다.
낡은 제품이었다.
장태식이 몇 차례 시험했다.
차고문 리모컨 버튼을 눌렀다.
아무 일도 없었다.
최병철이 말했다.
“아닌 것 같은데요.”
그런데 영철이 말했다.
“잠깐만요. 새벽에는 이것도 같이 켜는데.”
그가 창고에서 작은 무선 장치를 가져왔다.
몇 달 전 설치한 온실용 무선 호출기였다.
집 뒤 비닐하우스에서 작업할 때 가족에게 신호를 보내는 장치였다.
영철이 버튼을 세 번 눌렀다.
멀리 집 안에서—
**딩동.**
모두가 멈췄다.
다시 버튼을 눌렀다.
**딩동.**
봉수가 눈을 크게 떴다.
“저거였어?”
장태식이 웃었다.
“주파수가 겹친 모양입니다.”
영철이 당황했다.
“제가 새벽마다 아내한테 세 번 누릅니다.”
“왜 세 번이에요?”
하늘이 물었다.
“시장 갈 시간이니까 문 잠그라는 신호예요. 한 번 누르면 못 들을 때가 있어서 항상 세 번.”
수수께끼는 너무 간단하게 풀렸다.
귀신도 아니었다.
장난도 아니었다.
누군가 봉수를 괴롭힌 것도 아니었다.
오래된 초인종 수신기가 이웃집 무선 호출기의 신호를 받아 울린 것이었다.
---
영철은 연신 미안하다고 했다.
“어르신, 정말 죄송합니다. 저는 우리 집에서만 울리는 줄 알았습니다.”
봉수가 손을 내저었다.
“당신이 뭘 알았겠어.”
장태식은 봉수의 오래된 초인종을 새 제품으로 교체하기로 했다.
그렇게 사건은 끝나는 듯했다.
그런데 김맑음 신부는 봉수의 집을 나서지 않았다.
거실을 천천히 둘러봤다.
식탁 위에는 먹다 남은 즉석밥이 있었다.
싱크대에는 컵 하나와 냄비 하나.
냉장고 문을 열자 반찬은 거의 없었다.
우유는 유통기한이 한참 지나 있었다.
하늘도 그것을 봤다.
“할아버지, 식사는 어떻게 하세요?”
“그냥 먹지.”
“뭘요?”
“밥.”
“반찬은요?”
“김 있으면 김 먹고.”
김맑음 신부가 물었다.
“자녀분들은 자주 오십니까?”
봉수가 시선을 피했다.
“다들 바쁘지.”
“가까이 사세요?”
“아들은 청주. 딸은 대전.”
“전화는요?”
봉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때 장태식이 화장실 앞에서 멈췄다.
벽에 손자국이 있었다.
“여기서 넘어지셨습니까?”
봉수의 표정이 굳었다.
“언제요?”
“별거 아니야.”
“언제 넘어지셨어요?”
“한 달쯤 됐나.”
하늘이 놀랐다.
“병원은 가셨어요?”
“그런 걸로 병원을 왜 가.”
김맑음 신부는 아무 말 없이 봉수의 지팡이를 바라봤다.
손잡이 부분이 테이프로 여러 번 감겨 있었다.
---
성당으로 돌아오는 길.
하늘이 말했다.
“신부님.”
“응.”
“초인종보다 저게 더 큰 문제 같은데요.”
김맑음 신부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가족한테 연락해야 하지 않을까요?”
“먼저 어르신께 여쭤봐야지.”
“왜요?”
“혼자 산다고 해서 우리가 마음대로 그분의 생활을 결정할 수는 없으니까.”
하늘이 잠시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
그날 오후.
김맑음 신부가 다시 봉수의 집을 찾았다.
이번에는 혼자였다.
봉수는 마당 의자에 앉아 있었다.
“또 왔어?”
“예.”
“초인종 고쳤잖아.”
“초인종 때문에 온 거 아닙니다.”
봉수가 신부를 바라봤다.
김맑음 신부가 옆에 앉았다.
“어르신.”
“왜.”
“혼자 지내시는 게 힘드시죠?”
“안 힘들어.”
“식사도 제대로 안 하시고.”
“먹는다니까.”
“한 달 전에 넘어지셨고요.”
봉수가 입을 다물었다.
“자녀분들께 말씀 안 하셨죠?”
한참 뒤 봉수가 말했다.
“애들한테 짐 되기 싫어.”
“도움을 받는 게 짐이 되는 건 아닙니다.”
“신부님은 자식 없어서 몰라.”
김맑음 신부가 잠시 웃었다.
“그건 맞습니다.”
봉수도 피식 웃었다.
신부가 말했다.
“그래도 한 가지는 압니다.”
“뭔데?”
“사랑하는 사람이 힘든데 모르고 있는 것과, 알고 조금 도와주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마음 아픈지는요.”
봉수는 대답하지 않았다.
---
결국 봉수의 동의를 받고 딸에게 연락했다.
전화를 받은 딸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아버지가 넘어지셨다고요?”
그녀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봉수는 자식들이 걱정할까 봐 말하지 않았다.
자녀들은 아버지가 아직 혼자서 잘 지낸다고 생각했다.
서로를 걱정한 나머지—
아무도 진짜 상황을 몰랐던 것이다.
주말.
딸과 아들이 함께 은솔로 내려왔다.
봉수는 두 사람을 보자 첫마디부터 퉁명스러웠다.
“뭘 둘이 다 내려와.”
딸이 말했다.
“아버지.”
“왜.”
“넘어졌으면 말을 해야죠.”
“안 죽었잖아.”
아들이 냉장고를 열어보고 얼굴을 찌푸렸다.
“아버지, 이걸 먹고 살았어요?”
“멀쩡한데 왜.”
“우유가 한 달 지났어요.”
“안 마시면 되지.”
“그러니까 왜 냉장고에 있냐고요.”
거실에 있던 김맑음 신부가 웃음을 참았다.
봉수가 신부를 노려봤다.
“신부님이 괜히 일 크게 만들었어.”
“죄송합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봉수의 얼굴에는 오래간만에 웃음이 있었다.
---
가족은 봉수를 당장 어디론가 모셔가려고 하지 않았다.
대신 함께 상의했다.
주기적으로 자녀가 내려오기로 했다.
은솔시의 노인 돌봄 서비스도 신청했다.
성당에서도 박복례와 몇몇 교우가 가끔 반찬을 가져다주기로 했다.
봉수는 처음에는 싫다고 했다.
하지만 박복례가 말했다.
“싫으면 드시고 빈 그릇만 돌려줘요.”
“그게 무슨 말이야?”
“먹기 싫다는 말은 밥 먹고 하시라고.”
봉수가 결국 웃었다.
---
며칠 뒤.
새벽 네 시 오십 분.
봉수는 잠에서 깼다.
가만히 누워 있었다.
초인종은 울리지 않았다.
4시 51분.
조용했다.
4시 52분.
아무 소리도 없었다.
봉수는 이상하게 허전했다.
그때 휴대전화가 울렸다.
딸에게서 온 문자였다.
**아버지, 일어나시면 아침 꼭 드세요. 저녁에 전화할게요.**
봉수는 한참 화면을 바라봤다.
그리고 짧게 답장을 보냈다.
**알았다.**
잠시 생각하다 한마디를 더 썼다.
**너도 밥 먹어라.**
---
그 주 주일미사.
김맑음 신부는 강론에서 말했다.
“우리는 때때로 누군가의 문을 두드립니다.”
“잘 지내느냐고.”
“밥은 먹었느냐고.”
“아픈 곳은 없느냐고.”
잠시 교우들을 바라봤다.
“그런데 어떤 문은 너무 오래 두드리지 않으면, 안에 있는 사람이 먼저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아무도 나를 찾지 않는구나.’**
성당 안이 조용해졌다.
김맑음 신부가 말을 이었다.
“거창한 도움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어쩌면 작은 관심일 수 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누군가의 마음에 초인종을 한 번 눌러보면 좋겠습니다.”**
---
미사가 끝난 뒤.
봉수가 성당 마당을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다.
박복례가 뒤에서 불렀다.
“요셉 형제님!”
봉수가 돌아봤다.
“왜?”
박복례가 반찬통을 내밀었다.
“가져가요.”
“또?”
“싫어요?”
봉수가 반찬통을 받아 들었다.
“이번만이야.”
박복례가 코웃음을 쳤다.
“지난번에도 그랬어요.”
멀리서 보던 김하늘이 웃었다.
“신부님.”
“응?”
“초인종 사건 완전히 해결됐네요.”
김맑음 신부가 고개를 저었다.
“아직 아닐 수도 있지.”
“왜요?”
“사람 마음은 기계처럼 건전지만 바꾼다고 끝나는 게 아니니까.”
하늘이 잠시 생각했다.
“그럼 계속 확인해야겠네요.”
“가끔은.”
김맑음 신부가 웃었다.
“사건이 아니라 사람을.”
은솔성당의 종이 울렸다.
그리고 그날부터 임봉수의 집에서는—
새벽마다 울리던 세 번의 초인종이 더 이상 울리지 않았다.
대신 가끔 낮이면 다른 소리가 들렸다.
**딩동.**
“요셉 형제님, 저예요. 반찬 가져왔어요.”
이번에는 문밖에—
**정말 사람이 서 있었다.**
**― 제69화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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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은솔성당에서 연기가 피어오른다.
불이 시작된 곳은—
**고해소.**
누군가 일부러 불을 질렀다는 흔적이 발견된다.
그리고 이도현 형사가 김맑음 신부에게 묻는다.
**“신부님, 누군가 여기서 없애려 한 게 있었던 것 아닙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