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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의 이해
- 자폐성장애를 중심으로 -
가상교실의 자폐성장애 아동들
<<도나 윌리암스(Donna Williams)의 Autism: An Inside-Out Approach>>
☑ 자폐성장애의 세 가지 특징적 양상
1. 사회적 상호작용의 어려움
2. 의사소통의 어려움
3. “기이한” 행동
☑ 자폐성장애의 특징적 양상을 일으키는 문제의 세 가지 기본유형
1. 통제의 문제 - 강박
- 집착
- 극심한 불안
2. 인내의 문제 - 감각 과민
- 감정 과민
3. 연결의 문제 - 주의집중의 문제
- 지각적 문제
- 시스템 통합의 문제
- 좌우(대뇌)반구 통합의 문제
“자폐성장애의 세 가지 특징적 양상이 똑같이 나타난다고 해도 그 아래 놓여있는 문제의 기본유형은 다를 수 있다.”
Ⅰ. 통제의 문제
1. 강박
조앤은 자폐성장애 아동을 위한 이 가상학교의 가상교실 앞쪽에 앉아있다. 이 교실의 다른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조앤은 ‘사회적 상호작용의 어려움’과 ‘의사소통의 어려움’ 그리고 ‘기이한 행동’이라는 자폐성장애의 세 가지 특징적 양상을 모두 가지고 있다. 조앤의 경우 이러한 양상은 강박에 기인한 것이다.
조앤은 단지 몇 가지의 강박증세를 가진 것이 아니다. 그녀의 강박증은 너무나 강력하여 사고와 정서반응의 모든 측면들을 지배하고 있다. 이로 인해 조앤은 자신의 행동을 통제하기 어렵다.
자신의 행동을 통제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녀는 스스로 무기력하게 느끼고, 자기 자신의 몸으로부터 이탈되어있는 듯한 느낌을 갖는다. 그녀는 자신이 그렇게 하고 싶어서 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아무도 모르기에, 또 자신이 마치 ‘의도적’으로 한 것처럼 사람들이 자신을 비난하기 때문에 (자신이 이해받을 수 있다는) 희망이 전혀 없다고 느낀다.
의도하지 않은 자신의 표현과 행동에 대해 다른 사람들로부터 비난을 받으면서, 조앤은 자신의 ‘진정한 실체’를 볼 수 없는 사람들에게 점차 진력이 나고 자기를 돕지 않는 사람들이 자기를 불공평하게 대한다고 느낀다.
조앤이 사람들 곁에 있기 싫어하는 또 다른 이유는 자신이 뜻하지 않은 행동을 하게 될 때마다 자기 자신을 통제할 수 없고 다른 사람들, 특히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주는 고통을 멈출 수 없다는 사실에 죄의식과 자기혐오를 느끼기 때문이다.
또한 다른 사람들과 상호작용을 하려고 그녀가 노력하는 것도 별 의미가 없어 보이는데 왜냐하면 그들의 말이나 행동은 의도하지 않은 그녀의 강박행동과 반응을 더욱더 촉발시킬 뿐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자신의 통제불능 상태를 다른 사람들이 일으킨다는 것을 알았고, 또한 상호작용이 편안하지도 즐길만한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또한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다른 사람들과 나눈다거나 그들과 함께 무엇인가를 한다거나 하는 일이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왜냐하면 필연적으로 그녀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무엇을 표현하려 하면 다른 뭔가가 튀어나와 일이 망쳐지기 때문이다.
혼자 있을 때 그녀는 자신의 강박증을 억누르는데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며 따라서 때때로 자신의 마음과 몸을 스스로 ‘냉각’시킬 때 그녀는 마치 조각상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녀는 물건을 부수고, 자해를 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의도하지 않은 인상을 심어주는 행동을 하는 자신의 몸을 중지시키려고 한다. 그녀는 비의도적으로 어떤 패턴을 계속 소리 내고, 주의집중을 어렵게 만드는 자신의 마음을 중지시키려고 한다. 그녀는 사람들의 말을 경청하려고 하지만 자신의 귀 근육을 쉴 새 없이 딸각대야 하는 강박증에 대항할 수가 없고 따라서 사람들이 하는 말을 집중할 수도 또 이해할 수도 없다. 조앤은 말을 하려고 하지만, 하려는 말 앞에 강박적인 생각들이 자리를 먼저 차지해버려 자신을 우스꽝스럽게 만들거나 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 말들을 내뱉게 만든다.
조앤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아마도 미쳤거나 아주 멍청하거나 성가신 존재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비록 그녀의 진정한 자아표현은 제한되어 있으나 마치 고문을 당한 죄수처럼 두 눈에 깊은 슬픔이 담겨있다.
조앤은 강박증에 완전히 사로잡혀 있기 때문에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이해할 시간이 거의 없다. 뭔가에 대한 생각을 하려고 할 때마다 그녀는 강박적으로 어떤 패턴에 사로잡혀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녀는 아직까지 자신이나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을 하는지 탐색하거나 이해할 만한 충분한 기회를 갖지 못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아니면 다른 사람들이 생각이라는 것을 하는지조차 잘 인식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조앤의 좌절감은 자해행동으로 나타나는데 왜냐하면 자신을 통제할 수 없다는 것에 스스로 진절머리가 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때때로 충동에 이끌려 자해를 한 후 그녀는 자신의 몸으로부터 스스로 학대를 받았다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조앤은 또한 많이 몸을 흔들고 위 아래로 점프를 하며 몸을 두드리는데, 이런 행동들은 리듬감을 주어 자신을 진정시키고, 생각에 어떤 질서를 주어 다소의 통제력을 가지려는 것이다. 그녀는 또한 별안간 심한 욕설을 내뱉거나 옷이나 종이를 찢거나 물건을 손으로 내리쳐 부셔버리기도 한다. 그녀는 강박적으로 물건을 돌린다. (당연한 것이지만 ‘돌려질 수 있는’ 물건들 자체가 그녀로 하여금 그것들을 돌리도록 피할 수 없는 명령을 내린다.) 또 다른 물건들은 자신들의 존재에 대한 물리적인 확인과 ‘빼먹지 않음’을 요구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는 그녀로 하여금 강박적으로 그 물건들을 손가락으로 두드려 그들의 존재를 확인하도록 만든다. 엉뚱한 통로로 들어간 조앤의 감정은 자신의 몸을 스스로 바닥에 내동댕이치도록 만들고, 아주 다양한 포즈를 취하도록 만들며, 의도하지 않은 다양한 소음과 소리패턴을 입으로 소리 내도록 만들기도 한다.
조앤은 모든 것에 대해 의례(ritual)를 만들어왔는데 이는 자신의 삶에 대해 통제력을 가지려는 자신만의 방법이다. 일단 한 의례가 만들어지면 그 의례를 깨는 것처럼 보이는 혼란의 위협을 그녀는 극도로 싫어한다.
조앤에게는 식사를 끝까지 마칠 때까지 음식과 먹는 것에 대한 의례가 있다. 만일 그 어떤 것이라도 이 의례를 방해하게 되면 그녀는 식탁과 접시에 올려진 것들의 좌우대칭이 맞지 않는 것에 너무 신경을 쓰게 되어 이것들을 “손보지 않고는” 먹는 일에 관심을 돌릴 수 없는 자기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조앤의 수면의례에는 방 전체를 눈으로 샅샅이 점검하는 것이 포함되는데 이것은 수면 도중 때때로 일어나 방을 점검하도록 만드는 강박증을 싸워 이기게 하는데 도움을 준다. 통제력 상실에 대한 두려움은 또한 침대보가 완전히 주름없이 팽팽한지를 그녀로 하여금 확인하게 만든다. (이것 때문에 그녀는 침대 위에서 자는 것이 아주 힘든데 왜냐하면 그녀가 침대에 오르는 순간 침대보에는 주름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녀는 이와 똑같은 강박증을 잠옷에도 가지고 있는데 잠옷이라는 것이 완벽하게 주름이 없는 때가 없기 때문에 잠옷을 입기가 매우 힘들다. 그리고 침대 이불 속에 일단 들어간다고 해도, 조앤은 자신의 몸을 침대 길이와 대칭적으로 놓아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게 되고, 만일 그렇게 되지 않으면 질서와 통제의 상실로 불안감에 사로잡히게 된다. 그녀는 이러한 강박증에 대항해 싸워보지만 그리고 나면 이번에는 정확히 침대를 가로질러 대각선으로 누워있거나, 담요 끝이 안으로 말려져있는 곳 혹은 발 아래에 담요가 아주 팽팽하게 덮인 곳의 침대 면 끄트머리에 나란히 누워있는 자신의 몸을 발견하게 된다. 이 모든 강박증으로 인해 그녀는 자연스럽게 잠자리에 들어 잠을 자기가 매우 힘들고, 왜인지는 아직 모르지만 자신의 삶이 다른 아이들의 삶만큼 편하지 않다는 것을 분명히 알게 된다.
(조앤에게는 똑같은 ‘강박증’의 문제로 인해 똑같은 자폐성장애의 세 특징적 양상을 보이는 제닌이라는 같은 반 친구가 있다. 하지만 조앤만큼 자의식이 강하지 않기 때문에 제닌은 실제로 강박증이 자신의 일부이고 자기표현의 일부라고 느낀다.
통제력을 잃는다고 느끼는 대신 제닌은 자신의 강박증이 ‘원하는’ 것이고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곧 제닌이 조앤처럼 덫에 빠져 옴짝달싹 하지 못한다거나 무기력하고 절망적으로 느끼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제닌 또한 사람들이 자신의 강박증을 멈추려할 때 화가 나는데 왜냐하면 그녀는 사람들이 자신을 돕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을 알려고 하기 보다는 자신이 ‘원하고’ ‘필요하고’ ‘즐기는’ 것에 사람들이 전혀 배려하지 않는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제닌은 자신이 일정한 말의 패턴이나 상품광고 노래의 일부를 ‘좋아한다’고 여긴다. 그녀는 자신이 사람들의 말을 경청하지 않고 피하며, 경청하는 대신 자신의 반복적인 생각의 최면적 리듬에 빠지기를 ‘원한다’고 여긴다.
다른 사람들에 의해 ‘중지’된다고 느끼기 때문에 그녀는 사람들이 비합리적이며 불공평하다고 생각하고 있고, 다른 사람들이 자신이 뭔가를 하는 것을 중지시키려고 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들을 피해야 한다는 것을 안다.)
2. 집착
제드는 조앤의 맞은편에 앉아있다. 그도 사회적 상호작용의 어려움, 의사소통의 어려움, 그리고 “기이한” 행동이라는 자페성장애의 세 가지 공통 양상을 가지고 있다. 제드에게 있어서 이러한 양상 아래 놓여져 있는 문제들은 서로 관련이 있지만 조앤이나 제닌이 가진 문제와는 다르다. 제드는 ‘집착’의 문제를 가지고 있다.
제드의 집착은 아주 제한된 소수의 것들에게만 강렬하게 관심을 쏟도록 만든다. 제드의 경우 그것은 욕조마개와 배관이다.
제드는 욕조마개와 배관설비 외에 다른 것을 생각할 수가 없는데 왜냐하면 그것들만이 자신에게는 의미가 잘 통하고 개인적으로 중요하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제드에게 있어서 욕조마개는 아주 일관되고 예측가능하며 명백히 목적을 가지고 의도된 방향으로 물을 내보낼 수 있는 수문과 같은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제드는 사람이든 사물이든 욕조마개와 배관설비만큼 명확한 의미와 중요성을 갖지 못하는 다른 그 어떤 것에도 관심이 없다. 그에게 있어 사람들은 움직이는 방향을 그가 통제할 수 없고 또한 명백히 일관되게 예측가능하고 합목적적인 방향으로 행동하지도 않는 것이다.
제드는 마치 ‘친구’와도 같은 욕조마개와 배관설비에 가까이 가기 위한 수단으로서만 사람들과 의사소통을 한다. 그는 상대방의 질문이나 말이 어떤 주제를 가지고 있는지에 전혀 상관없이 “화장실 가,“ ”마개,“ 혹은 ”물 틀어,“ ”(물을 쳐다보며) 어디로 가?“ 등의 답변만을 말할 것이다.
이러한 집착으로 인해 욕조마개나 배관설비에 대한 그의 집착을 강화시키거나 혹은 방해하지 않는 것이라면 귀에 들리는 그 어떤 것에 대해서도 그는 자유롭게 생각을 할 수가 없다. 만일 어떤 단어나 말을 따라하도록 그에게 강요한다면 전혀 관심이 없는 그는 십중팔구 지루하고 무표정하게 억지로 따라하는 말투로 말을 할 것이다.
제드가 집착하는 사물들은 그의 삶을 지배하고 있고. 이는 곧 다른 사람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느끼며 흥미 있어 하는지를 알고 싶은 관심이 제드에게는 전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로 인해 제드는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제드는 또한 자신이 수집한 욕조마개들을 옆에 두지 않고서는 잠을 잘 수가 없는데, 이 욕조마개들은 마치 세상을 이해할 수 있게 하고, 세상이 ‘진짜’인 것처럼 그에게 안전감을 느끼게 해준다. 만일 욕조마개들과 함께 자지 못하게 한다면 그는 침대만큼 따뜻하지도 편안하지도 않은, 심지어 그가 매우 피곤하다해도, 그 욕조마개들이 있는 곳으로 가서 지내려고 할 것이다. 제드에게 있어서 심리적 안전감은 보다 큰 편안함을 준다.
제드가 화장실이나 배관설비 곁에서 멀어지도록 만드는 일은 매우 어려운데, 만일 강제로 떼어낸다면 그는 이것을 매우 사적으로 받아들여서 물건들을 집어던지거나 찢어버리고, (심지어 자기 자신을) 때리고, 소리를 지르는 등 심하게 떼를 쓰게 될 것이다.
제드는 몇 시간이든 앉아서 자신이 수집한 욕조마개들을 쳐다볼 것이다. 제드는 변기를 사용하는 일에 전혀 관심이 없고 만일 대소변을 보고 싶다는 욕구가 생긴다면 이를 불쾌하고 성가신 일로 느낄 것이다. 이 때문에 그는 흔히 용변을 아주 오래 참는다.
이와 비슷하게 자신의 집착물들에게 다시 되돌아갈 수 있는 수단으로 사용되지 않는 한 그는 먹는 일에 전혀 관심이 없고, 오로지 자신이 수집한 욕조마개 몇 개라도 손에 쥐어야 식탁으로 올 수가 있다.
(제드의 사촌인 조는 제드와 마찬가지로 집착의 문제가 원인이 되는 자폐성장애의 세 양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조는 그러한 자기 자신을 인식하고 있으며 자신의 집착대상인 자물쇠의 지배로부터 벗어나려고 노력을 한다. 자물쇠는 조에게 매우 중요하고도 의미있는 느낌을 주는데 왜냐하면 자물쇠들은 뭔가를 지키는 데 쓰이는 것으로 그것을 가지고 다니는 것만으로도 그에게는 어떤 통제감을 준다.
조는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을 하려고 노력하는데, 비록 전혀 관심은 없지만 이렇게 하기 위해서 자신을 억지로 시킨다. 그는 또한 집착대상인 자물쇠와 연관되지 않은 것들을 말함으로써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하도록 노력하고 스스로를 억제한다. 그러나 겉으로 표현되는 그의 관심은 자신의 내부에서 일어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는 목적을 상실한 말을 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그의 집착은 계속해서 그를 선로에서 이탈하도록 방해한다. 조는 억양이 흥미와 감정을 드러낸다는 것을 알고 있고, 또한 다른 것들에 대해 관심을 갖고 싶어 하기 때문에 때로 어떤 “흥미”를 자신의 목소리에 넣고는 하는데, 그 결과 말소리의 억양이 이상하게 들리게 된다.
조는 다른 뭔가에 관심을 갖거나 혹은 자신을 “적절한” 방식으로 표현할 수 없는 것에 크게 실망한다. 그리고 때로 그런 자신에게 진저리가 날 때는 자해를 하기도 한다. 또 다른 경우에는 그는 집착대상에 빠지는 것을 거부하며 무감각하게 허공을 응시하기도 하는데 이 때 그는 아무런 의욕도 흥미도 없다. 조는 때론 자신이 다른 관심거리를 찾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은 단지 또 다른 집착대상일 뿐이고, 그가 이 사실을 알아차리게 되어 그 새로운 대상에 대한 집착을 놓으면 그는 이전의 집착대상으로 되돌아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3. 극심한 불안
쟈스민은 조앤과 제드의 맞은편에 앉아있다. 쟈스민 또한 자폐성장애의 세 가지 주요양상을 가지고 있다. 그녀의 경우 이러한 양상들은 한두 가지의 불안 때문이 아니라 강렬하고도 전반적인 불안상태에서 기인한다. 쟈스민은 공적이든 사적이든 학대를 받았거나 방치된 적이 없다.
쟈스민은 손을 (심지어 자신의 손마저) 두려워하는데 그녀에게 손은 소매 끝에서 불쑥 튀어나와 마치 손의 주인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녀는 누군가가 자신에게 손을 뻗거나 만지려고 할 때 도망치게 되고, 본능적으로 밀칠 때를 제외하고는 자신의 손을 사용하길 거부한다.
쟈스민은 또한 눈을 두려워하는데 그녀에게 타인의 눈은 자기에게 말을 걸거나, 뭔가를 기대하거나 찾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녀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따라서 그녀는 사람들이 자기를 쳐다보는 것을 참을 수가 없다. 쟈스민은 사람을 두려워하고, 사람들과 어울려서 음식을 먹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그래서 그녀는 때때로 먹는 것을 거부한다. 그렇게 되면 사람들은 자신을 잡아서 억지로 먹이려 드는데 이 때 손에 대한 공포는 그녀를 공황상태에 빠트려 버린다.
쟈스민은 또한 동물을 두려워하는데 그녀에게 동물은 예측할 수 없고 자신에게 뭔가를 요구하는 대상이다. 그녀는 계단과 어둠도 두려워하는데 그녀에게 계단은 마지막에 허공으로 갑자기 사라져버리는 것처럼 보인다. 그녀는 또한 잠과 변기에 대한 두려움도 가지고 있는데, 이런 것들은 자신의 통제력을 빼앗아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쟈스민의 가족이 사는 집과 정원에는 이런 모든 두려움의 대상으로 가득 차있고 학교에서는 또 다른 대상들을 상대해야만 한다. 그녀는 불안감에 끊임없이 사로잡히기 때문에 일관되게 집중을 할 수가 없고, 주의를 기울이거나 자신의 생각을 가질 수가 없다. 그녀는 불안감에 끊임없이 사로잡히기 때문에 자신의 몸과 일관되고 적절하게 연결되지 못하고, 몸으로부터의 메시지나 감정들을 이해할 수가 없다. 이런 두려움들 때문에 그녀는 대부분 효율적으로 의사소통을 할 수가 없다. 물론 들은 말을 따라하도록 그녀를 시킬 수는 있지만 따라하라고 시키는 말의 의미에 주의를 기울이기에는 너무 심한 불안상태에 계속 놓이게 된다.
끊임없는 불안이 쟈스민을 지배하고 있다는 말은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나 느낌에 대해 스스로 곰곰이 생각해본다거나 호기심을 가질만한 시간이 거의 없음을 뜻하는 것이다. 따라서 그녀는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느낌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쟈스민은 자기 스스로를 진정시키기 위해 많은 것들을 시도한다. 그녀는 불안으로부터 그리고 불안대상에 대한 의도하지 않은 강박적 집착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몸을 흔들거나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에게 최면을 걸려고 한다.
불안해질 때 쟈스민은 때때로 갑자기 남을 때리거나 자신의 손가락을 깨물거나 손바닥을 뒤집는 행동을 한다. 쟈스민은 흔히 불안을 심하게 일으키는 변기 근처에 가지 않으려고 한다. 쟈스민의 불안은 방에 불이 켜져있지 않는 한 그녀가 잠들 수 없고, 방문 밖이 보이지 않는 한 잠자리에 머물러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설사 이런 것들을 다 넘긴다해도 그녀는 언제나 잠에 대한 불안에 사로잡혀있기 때문에 마치 전혀 수면욕구가 없는 것처럼 보이기 일쑤이다.
(재클린은 쟈스민과 똑같은 문제들에 기인한 자폐성장애의 세 가지 양상을 보인다. 그러나 재클린은 자의식이 보다 많고, 불안에도 불구하고 불안의 실체적 근거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불안에 대해 끊임없이 도전을 한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재클린은 자신의 불안을 넘어서지 못하는데 그 이유는 한 가지 불안을 정복하고 나면 또 다른 새로운 불안이 이전 것을 대체하기 때문이다.)
Ⅱ. 인내의 문제
1. 감각 과민
제이크는 비록 교실 구석이나 교실 밖으로 나가는 것을 더 선호하지만 지금은 교실 정면을 향해있는 책상에 앉아있다. 제이크는 심각하고 전반적인 감각 과민으로 인해 “상호작용의 어려움”과 “의사소통의 어려움” 그리고 “기이한 행동”이라는 자폐성장애의 세 가지 양상을 보이는 학생이다.
제이크는 때때로 위축되어 보이는데 왜냐하면 그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참을 수가 없고, 사람들이 움직이는 소리와 심지어 숨쉬는 소리조차 그에게는 실제보다 너무 가깝게 들리기 때문이다. 그는 또한 사람들의 살결과 옷과 향수냄새를 참을 수가 없고 그로 인해 사람들을 피한다. 그는 가족과 함께 식사하기를 거부하는데 가족들 옆에 앉았을 때 나는 냄새와 음식냄새를 참을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그는 많은 경우 입 안에서 느껴지는 음식의 질감을 참을 수가 없고 따라서 자신이 참아낼 수 있는 음식을 찬장에서 스스로 찾아 먹는다.
제이크는 또한 사람들이 하는 말을 경청할 수가 없는데 왜냐하면 심지어 자신의 목소리조차 감각적으로 인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다른 사람들이 내는 목소리는 그에게 의미를 전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화에 끼어드는 것을 피하기 위해 제이크는 오직 강요받거나, 말을 함으로써 다른 사람들이 자기를 혼자 내버려두게 될 때에만 말을 하려고 한다. 그리고 이 때 그는 오직 필요한 최소한의 단어만으로 그리고 속삭이듯 말함으로써 때로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제이크는 타인과의 교류에 대한 감각적인 혐오감이 있기 때문에 그들을 이해한다거나 공감한다거나 하는 욕구를 가져본 적이 없고, 이로 인해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느끼는 지를 거의 생각해본 바가 없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제이크는 자기 이외의 다른 마음에 대해 거의 인식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제이크는 자신의 고통스러운 감각 과민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줄이고 스스로를 진정시키기 위해 몸을 많이 흔든다. 그는 또한 빛과 소리자극을 막기 위해 손으로 귀를 막고 눈을 가리기도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제이크에게 그렇게 하지 말라고 가르치는데, 이것이 그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고 사람들이 자기를 이해하지도 배려하지도 않는다고 느끼게 된다.) 제이크는 또한 자기 목소리보다 더 참을 수 없는 다른 소리들을 차단하기 위해 때때로 자기 목소리로 소음을 만든다. (그리고 놀랍게도 사람들은 그가 의사소통을 시도하는 것이라 여기며 이를 허용한다.)
제이크는 외투를 벗으려하지 않는데 그 이유는 외투를 입고 있음으로써 다른 사람들과의 피부접촉을 피할 수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어떤 특정 종류의 옷감들은 그의 신경을 너무 거슬리게 하기 때문에 그는 그런 옷감으로 만들어진 옷을 입고 있을 수가 없고 이런 불편함을 회피하기 위해 그는 옷을 찢어버리기도 한다. 그는 또한 울로 된 점퍼를 머리 위로 올려서 벗는데 어려움을 겪는데 왜냐하면 옷감이 머리카락에 닿을 때 마치 칠판을 손톱으로 긁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제이크는 또한 의례 숨을 참고 있는데 왜냐하면 주위의 냄새를 참을 수가 없고 이 냄새의 맛이 입안으로 들어오면 구토감이 들기 때문이다.
제이크는 덩어리 음식을 싫어한다. 그래서 그는 부드러운 일반 빵이나 커스터드, 바나나와 같은 극소수의 것들만을 먹으려고 한다. 만일 제대로 된 식사를 먹이려고 들면 그는 덩어리진 음식에 짜증을 내고, 덩어리가 없어질 때까지 으깨달라고 주문한다. 이렇게 감각 과민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는 행동을 (그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이런 행동을 종종 ‘기이한’ 행동으로 본다.) 사람들이 멈추게 하려고 할 때, 그는 심하게 떼를 쓰는 것처럼 보이게 되는데 그로서는 통제가능한 감각 과민을 다른 사람들이 방해함으로써 오히려 자신에게 불편함을 초래하고 있다고 느낀다.
제이크는 물 내리는 소리가 신경에 거슬려서 변기를 사용하는 것을 싫어한다. 그는 화장실 휴지나 변기의 질감과 온도 등을 포함해서 주위의 세계가 자신에게 강요하는 감각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제이크는 냉장고나 에어컨 소리 때문에 밤에 잠들기가 어렵다. 차 지나가는 소리나 심지어 자신의 귀에서 피가 혈관 속에 흐르는 소리마저 그를 가만히 쉬게 내버려두지 않는다. 또한 그는 털이 많이 달린 담요 같은 것들이 얼굴 근처에 닿는 것을 참을 수 없고 이런 불편한 질감의 대상들로부터 벗어나는 데에 며칠 밤을 소모한다. (그는 또한 잠옷 입는 것도 곤란을 느끼는데 그는 잠옷을 찢어버림으로써 자신에게 잠옷을 입히려는 사람들의 기대를 해결해버렸다.) 실크는 괜찮지만 면이나 울 같은 까칠까칠한 옷감들은 그의 신경을 몹시 건드린다. 제이크가 잠에 들 수 있을 정도로 편안해지는 유일한 길은 자신의 몸을 만지는 것인데 사람들은 그가 이런 행동을 못하도록 적극적으로 제지한다.
2. 감정 과민 (또는 노출불안)
제스퍼는 가능한 한 구석 근처에 앉으려고 한다. 제스퍼 또한 ‘사회적 상호작용의 어려움’ ‘의사소통의 어려움’ 그리고 ‘기이한 행동’이라는 자폐성장애의 세 가지 양상을 가지고 있는데, 그의 경우 이런 문제들은 강렬하고도 전반적인 감정 과민과 (혹은) 노출불안에 기인한다. 제스퍼의 주변환경은 이런 과민성을 직접적으로 일으키지 않았으며, 스스로 기억할 수 있는 한 오래전부터 그는 이런 어려움을 갖고 있었다.
제스퍼는 흔히 위축되어 보이는데 왜냐하면 자신이 참을 수 있는 한계보다 더 크게 감정에 사로잡히기 때문이다. 이렇게 감정에 사로잡히는 것은 마치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습격을 당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따라서 그는 이런 감정을 촉발시키는 그 어떤 것과의 접촉도 피하게 된다.
그리고 이 접촉 회피의 단계에 있었을 때 제스퍼는 이런 감정들을 뭐라고 부르는지 몰랐고 왜 이런 감정들이 나타나는지 알지 못했다. 그가 아는 것이라고는 오직 이 감정들이 마치 폭풍 속의 나비처럼 자신에게서 통제력을 빼앗아간다는 것이었다. 만일 그가 이런 감정들의 명칭을 알았다면 심지어 행복감과 신나는 기분조차 참아내기에는 너무 힘든 감정들이라는 것을 인식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이 둘을 구별할 수 없었다. 그들 모두가 그에게는 단지 감각이었을 뿐이었다.
감정은 제스퍼로 하여금 완전히 통제력을 상실하게 만들기 때문에 그는 다른 사람들과의 교류를 두려워한다. (왜냐하면 타인과의 교류는 그에게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동시에 자신의 얼굴과 몸으로 하여금 비의도적이고 예측할 수 없는 방식의 반응들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심지어 행복감과 신나는 기분조차 마치 습격을 당한 것처럼 느껴진다. 뭔가에 웃음을 유발하는 것도 그에게서 통제력을 빼앗기 때문에 그를 화나게 만든다. 사랑한다는 말을 듣는 것은 사람들이 감정을 자신에게 강요하는 것으로 느껴지고, 이 때 그에게는 꼼짝 못하게 사로잡히거나 물에 빠진 것 같은 느낌이 연상된다. 사람들은 그의 이런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가 피하려할 때마다 더욱 더 가까이 가려는 노력을 한다. 지금 제스퍼가 매우 연약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그의 뇌가 감정들을 효율적으로 처리하거나 분산시키지 못한다는 것, 따라서 다른 사람들에게는 ‘정상적이고’ 의미있고 개인적으로 중요하게 느껴지는 감정이라 할지라도 그가 다루기에는 너무 버겁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제스퍼는 타인으로부터 감정적으로 영향을 받는 것에 대한 혐오뿐만 아니라 고공공포증이나 낙하공포증과 같은 감정 그 자체에 대한 두려움도 키워왔다. 이런 두려움이 가하는 제약들로 인해 그는 목이 졸리는 듯하고, 때로는 예를 들어 높은 곳에서 뛰어내린다거나 자기 몸을 공중에 떨어뜨려본다거나 아니면 의도적으로 몸을 더럽힌다거나, 남몰래 (자신의 통제 하에서) 변을 보고 그 자유를 경험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이들 두려움의 경계를 실험해보기도 했다.
제스퍼는 또한 남에게 뭔가 어떻게 하는 것을 보여주기 두려워하는데 그 이유는 누군가가 자신을 쳐다본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자신이 너무 노출되었다고 느끼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사람들이 그의 내부에 있는 ‘자기’를 쳐다보고 있으며, 자신과 무엇인가를 공유함으로써 이 내부의 ‘자기’와 접촉하는 것처럼 느끼는 것이다. 또한 사람들은 항상 그가 갖는 느낌을 찾고 있으며 이것은 그로 하여금 마치 우리에 갇힌 동물처럼 느끼게 한다. 그는 자기가 곤란해 하는 것을 보면서도 사람들이 왜 자기에게 계속 그러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고 따라서 그에게 있어 사람들은 사려가 깊지도 않고 배려하지도 않으며 자기를 돕겠다는 사람들의 선언은 위선적이고 믿을 수 없는 것으로 보일뿐이다.
제스퍼의 감정 과민은 그로 하여금 사람들을 쳐다보거나 경청하거나 주의를 계속 집중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고 따라서 사람들이 자신에게 말을 하면 다른 곳으로 가버리거나, 느껴지는 감정이 너무 과도해질 때는 방안을 두리번거리기 시작한다. 이는 그가 적절한 의사소통 기술을 배우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그 이유는 지능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상호작용의 감정적 영향을 그가 참아낼 수 없기 때문이다.
제스퍼는 또한 누가 자신을 만지는 것을 참을 수 없는데 그 이유는 누가 만지는 것이 그로 하여금 감정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었다. 그는 감정에 사로잡히거나 두려움에 빠지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며 (왜냐하면 그는 그런 감정들이 무엇인지 모르고 왜 나타나는지 모르고 누가 이런 의도하지 않은 것을 일으키는지 모르고 또한 그 감정들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감정들은 그로 하여금 통제력을 잃게 만드는 것처럼 느껴진다,
제스퍼는 자신의 딜레마를 해결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는 자신의 감정에 대해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어떻게 다른 사람들과 공유해야 할지, 심지어 그런 감정이 무엇인지, 혹은 다른 사람들도 그런 감정들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은 이런 문제를 가지고 있지 않은 것처럼 그에게는 보인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는 일도 할 수 없는데 왜냐하면 도움요청은 노출의 느낌과 침입당하는 느낌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그는 아직 자기 주변의 이상하고도 위선적인 사람들을 신뢰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이것은 곧 재스퍼가 꼭 그래야만 하는 이유가 없는 한 혹은 그렇게 함으로써 사람들이 떠나거나 자신에게 감정적으로 영향을 주는 것을 멈추지 않는 한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 편으로 그는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이 그리 나쁘게 느껴지지 않기를 바라지만, 다른 한편으로 그는 상호작용을 회피하고 상호작용에서 아무 것도 느끼지 않도록 스스로 통제하려고 한다.
제스퍼는 자신의 목소리를 드러내는 것을 참을 수가 없는데 왜냐하면 자신의 목소리를 귀로 듣는 것이 감정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심지어 흥미나 욕구가 일어나 어떤 의도를 가지고 무슨 말을 한다거나 어떻게 행동하겠다고 생각하는 것조차 강렬한 노출감과 함께 자기가 취약해진 듯한 느낌을 일으키기 때문에 자신을 표현하겠다는 생각을 감히 하지 못한다.
만일 대답을 강요한다면 제스퍼는 종종 다른 사람처럼 말하거나 혹은 그 자신의 목소리가 아닌 목소리로, 아니면 그 사람과 거리감을 느낄 수 있도록 매우 딱딱하고 공식적인 말투로, 그도 아니면 밋밋하고 감정을 완전히 뺀 채 대답을 한다.
제스퍼는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을 극도로 혐오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나 감정을 이해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져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이로 인해 그는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만든다거나 그들의 마음에 상처를 준다는 것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자신을 진정시키기 위해 몸을 많이 흔든다. 왜냐하면 그는 사람들과의 상호작용과 자기노출을 참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자신을 도울 수 있는 사람들에게조차 자신을 설명할 수 없다는 사실에 그 자신이 함정에 빠져있고, 고립되어 있으며, 지루하고, 무기력하며, 아무런 희망이 없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는 허공을 많이 쳐다보는데 그렇게 할 때 그의 마음속에는 감정적으로 위협이 되지 않는 다양한 사실적 아이디어들과 기계와 시스템과 발명품과 만화들로 가득 차있고 때때로 이런 생각들은 그 자신을 낄낄거리며 웃게 만들기도 한다.
자기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존재감을 잊기 위해 제스퍼는 가끔 뭔가를 마음속에서 계속 반복하기도 하고, 콧노래를 머리 속에서 부르거나 혹은 큰 소리로 부르기도 하며 아니면 이를 가는 소리를 내서 타인의 말소리를 닫아버린다. 그는 또한 자기 몸을 포함하여 자기 자신의 존재감이나 모든 인간적 감정을 잊기 위해 때때로 허공을 여러 시간 동안 쳐다본다.
제스퍼는 감정 과민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를 실험하고 스스로 자유로움을 경험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오줌을 싸고 방바닥에 대변을 보았던 단계를 거쳤었다. 그 시기에 그는 아무도 자신이 그렇게 했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사람들이 자신을 욕한다고 해도 그가 그렇게 했다는 것을 실제로 “알지는”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이것들 이외에 자신에 대한 통제력 상실과 자기표현을 극도로 싫어한다는 것은 그가 그 어떤 욕구일지라도 그것을 잘 드러내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욕구 가운데는 배변욕구가 포함되는데 배변이라는 이 의도하지 않고 예측할 수 없는 몸의 신호는 그로부터 통제력을 빼앗아 무언가를 강제로 시키려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 배변욕구가 느껴질 때 그는 매우 불안해진다. 이러한 이유로 해서 제스퍼는 때로 며칠 동안 용변을 참고 있다가 ‘사고’를 내게 된다. (그리고 이 때 그는 마치 그 ‘사고’가 자신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처럼 자신을 분리시켜 버린다.)
제스퍼는 또한 자기통제의 한 행위로 혹은 타인에 대한 의존성이나 식욕과 같은 욕구를 인정하기 싫어하는 이유 때문에 배고픔을 인정하지 않을 때가 많다. 물론 아무도 모르게 찬장에서 이따금씩 음식을 꺼내 먹기는 하겠지만 그는 거의 굶어죽는다 해도 별로 개의치 않아 보인다. 만일 그가 먹는 것을 보고 누군가가 그 음식을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면 그는 때로는 자동적이고 무의식적으로 먹는 것을 멈추어 버리는데, 이는 그가 좋아하는 것을 노출하는 것도 일종의 자기표현이고 누군가가 자기와 연결하려는 시도로 감정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제스퍼가 가진 통제력 상실에 대한 두려움은 또한 잠드는데 곤란을 일으킨다. 그는 무기력하고 통제력을 잃는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에 이불을 덮는 것을 참을 수가 없다. 대신 그는 가능한 한 옷을 입은 채 밤새도록 앉아있기를 고집한다. 그를 눕히려고 하면 그는 종종 이불로 덮기 어려운 침대의 꼭대기에 눕기를 고집한다. 만일 이불 속에서 잠들도록 강요한다면 그는 반드시 양팔을 이불 밖으로 내서 자기 몸 옆에 꼭 붙이고 있으려 할 것이다. 그는 옆으로 누워서 자는 것이 방을 잘 살필 수 있도록 해주거나 혹은 방으로 들어오는 누군가를 감시할 수 있도록 해줄 때를 제외하고는 옆으로 누워서 자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통제력 상실을 너무나 두려워하기 때문에 통제력을 잃고 잠에 빠지는 것 또한 피하려고 한다. 대신 그는 몇 시간을 허공을 응시하면서 눈을 감으려는 충동과 싸우고 때로는 이렇게 싸우다가 눈을 뜬 채 잠에 빠지기도 한다. 잠이 들던 깨어있던 간에 제스퍼는 엄지손가락으로 소매 단추를 꼭 쥔 채 혹은 바지 윗단을 손아귀에 꼭 잡고서는 (마치 아무 것도 바지 속으로 들어갈 수 없을 것처럼) 스스로 봉해져있다거나 갇혀있다거나 혹은 자기 자신을 통제하고 있다는 느낌을 유지시키려고 한다.
(존은 제스퍼의 학교에 다니지는 않지만 겉으로 제스퍼와 비슷한 행동을 한다. 존은 정서적으로 과민하지 않고 감정의 개인적인 의미와 그러한 감정을 사람들이 일으키려는 동기를 이해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
존은 정서적으로 또한 심리적으로 상처를 입었다. 존은 이러한 문제를 항상 가지고 있었던 것이 아니다. 존은 아주 어린시절부터 심하게 학대당하고 방치되었으며 심리적으로 회복되기에는 너무나 많은 일들을 겪었다. 이러한 일들이 존의 정서와 심리발달에 걸림돌이 되었고 존을 미성숙하고 자신감 없게 만들었지만 감정적으로 과민한 것은 아니다. 존의 경우 심리적인 상처가 존으로 하여금 스스로 나약하고 자신감 없게 느끼도록 만들었고, 사람을 피하게 만들었으며 사람들이 자신과 어울리려고 시도할 때 방어적으로 반응하도록 만들었다. 이러한 취약성은 그러나 타고난 것은 아니다. 만일 겪지 말아야 할 것들을 겪지 않았다면 존은 이렇지 않았을 것이다. 수년간의 상담과 치료 후에 존은 자신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고 자존감과 타인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Ⅲ. 연결의 문제
1. 주의집중
조쉬는 제드 곁의 자신의 자리에 앉으려는 생각은 있지만 전혀 앉을 수가 없다. 조쉬 또한 자폐성장애의 세 가지 양상을 가지고 있다. 그의 경우 이것들은 주의집중의 문제에서 기인한다. 아무리 주의를 집중하려고 해도 그는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조쉬는 자신이 사물에 정신이 팔리기를 원치 않다는 것을 잘 인식하고 있지만 자기 자신을 늦출 수가 없다. 모든 것이 자신의 주의를 끌어당기는 것이다.
조쉬는 마치 주변의 모든 것으로부터의 요구에 순종하는 로봇처럼 자신을 느낀다. 그는 생각을 하려고 하지만 그 순간 곁눈질로 살짝 본 사물로 인해 다른 생각이 뛰어 들어온다. 그는 이번에는 이 뛰어든 다른 생각에 접해서 그에 따라 행동을 하려고 하지만 그 순간 귀 속으로 어떤 소리가 들려오고 비록 자신은 그 소리에 전혀 흥미가 없지만 자신의 머리는 이미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돌려지는 것이다.
조쉬는 엄마의 얼굴을 쳐다보려고 한다. 하지만 엄마의 눈썹 패턴이 그의 주의를 분산시키고 그 순간 엄마 전체를 한 사람으로 생각하는 것이 멈춰진다. 아빠가 안아줄 때도 조쉬는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는데 왜냐하면 아빠가 안아주는 순간 아빠의 셔츠 깃이 자신의 목에 닿는 느낌에 주의가 쏠리고, 그 다음에는 셔츠 단추에 매달려 늘어져있는 실오라기 하나로 주의가 옮겨지기 때문이다.
조쉬는 화장실에 가거나 먹을 것을 찾으러 가기는 하지만 종종 그곳에 다다르지는 못하는데 그 이유는 가는 도중에 너무 많은 것들을 보고 듣고 느끼고 냄새를 맡게 되고 이것들 하나하나가 전혀 의도하지 않은 장소로 그를 이끌기 때문이다.
조쉬는 아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보지만 똑딱이는 시계소리가 그의 주의를 잡아당겨 결국 부분적으로 몇 마디의 단어만을 듣게 되고, 나머지는 모두 시계소리로 채워진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조쉬는 모든 형태의 소리를 마치 언어인 것처럼 사용해왔고, 다른 사람들이 그것을 전혀 언어로 인식하지 못한다거나, 그렇게 반응을 하는 것이 사람들로부터 어떤 느낌을 불러일으키게 될지를 생각하지 못하고 기계나 동물의 소리를 사용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대답을 한다.
조쉬는 뭔가를 요구하거나 말하려 하지만 이는 핵심 단어가 나올 때까지 주의집중을 유지할 수 있는 경우에만 가능하며, 그러한 경우라 하더라도 다른 사람의 반응에 그다지 관심이 있어 보이지는 않는데, 이는 그가 이미 다른 것에 주의를 빼앗겼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그의 말은 아주 급하게 웅얼거리는 것처럼 튀어 나와서 그 의미를 파악하기가 어렵다.
조쉬는 끊임없이 주의가 분산되고 전체적인 생각을 계속 끌고 갈 수가 없기 때문에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들을 일관되게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아직까지 가져본 적이 없다. 또한 그는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나 감정에 대해 흥미나 호기심을 유지할 수 없고, 이 때문에 그는 마치 다른 사람들이 마음이라는 것을 가졌다는 것조차 잘 인식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조쉬는 자신이 주의를 집중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해 좌절감을 느끼고 스스로에게 화가 난다. 때로 이러한 좌절감은 조쉬로 하여금 스스로를 자해하도록 만든다. 그는 자신의 주의를 끌어당기는 모든 것을 닫아버리기 위해 때론 아주 빠른 속도로 원을 그리며 달린다.
그는 또한 침대 위에서 많이 뛰는데 이렇게 하면 그는 주변이 덜 혼란스럽고 간혹 이런 방식을 통해 생각이라는 것을 약간 할 수도 있다. 달리기나 침대 위에서 뛰기와 같은 것들은 그로 하여금 통제감을 느끼게 해주고 주변의 모든 보이는 것과 소리, 질감, 냄새와 감각들에 자신이 휘둘리지 않는다는 느낌을 준다.
조쉬는 통제력 상실감에 너무 사로잡혀 버리기 때문에 누군가가 자신을 통제하려는 것에 아주 예민하게 반응하고 이런 경우 종종 감정격발(tantrum)을 일으킨다.
조쉬는 용변을 보려는 욕구를 따라서 화장실을 찾아가는 것이 어렵고 끊임없는 주의분산으로 가야할 곳에 다다르지 못한다. 그는 화장실을 찾아가기 위해 가는 도중에 바지를 내리고 가는 의례를 만들었는데 이는 자신이 의도한 경로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 내려진 바지를 자신이 가야하는 길을 알려주는 하나의 지시물로 그리고 촉진제로 사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주의가 너무 분산되어서 화장실에서 나올 때 종종 바지를 올리지 않고 나오기도 하고 때론 화장지를 엉덩이에 붙인 채 나오기도 한다.
조쉬는 지나치게 민감하고 쉽게 주의가 분산되기 때문에 잠에 들 수 있을 정도로 긴장을 풀지 못하고, 설사 잠에 든다고 해도 그것은 지쳐서 쓰러지는 것에 더 가깝다. 그는 오직 짧은 시간동안만을 잘 수 있을 뿐이며 그렇게 잔다고 해도 숙면을 취하는 것 같지 않다. 잠들기 전에 긴장을 풀기 위해 그가 취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는 바로 자신의 다리를 아주 빠르게 흔드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중간에 계속 잠에서 깨지 않게 해줄 때도 가끔 있다. 하지만 그가 다리를 흔들면 다른 사람들은 그것을 ‘자폐적으로 흔드는’ 행동으로 보고 하지 못하게 한다.
또한 조쉬가 식사를 끝까지 마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인데 그는 음식에 끌리는 것보다 접시나 벽지 혹은 테이블에 주의를 빼앗기는 자신을 종종 발견하게 된다. 음식에서 다른 것으로 자꾸 주의가 분산되기 때문에 조쉬는 음식을 다 먹기까지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고 나중에는 흔히 음식이 차가와져서 음식의 맛에 집중할 기회도, 배가 부른지 더 먹고 싶은지에 생각을 집중할 기회도 거의 갖지 못한다.
(제리는 조쉬와 유사하지만 자의식이 훨씬 약하다. 제리는 자기 자신에 대해 가혹하지도 또 그렇게 좌절감을 느끼지도 않는다. 제리는 자신의 주의집중 곤란을 상대로 싸우려고 하지 않고 조쉬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행동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주의가 분산되면서 매사를 보다 쉽게 잊어버린다.)
2. 지각적 문제
제니는 자폐성장애를 가진 다른 아이들과 같은 반이고 세 가지의 공통 양상을 가지고 있다. 제니의 경우 겉으로 드러나는 ‘사회적 상호작용의 어려움’과 ‘의사소통의 어려움’ 그리고 ‘기이한 행동’은 모두 지각적인 문제에서 기인한다.
제니는 사람 쳐다보기를 거부하는데 그 이유는 비록 그녀가 한 사람 전체를 눈으로 ‘볼’ 수는 있지만 한 순간에 오직 일부의 의미만을 시각적으로 ‘정보처리’할 수 있을 뿐이고, 또 통일된 심상을 형성하기 보다는 오직 부분적인 심상만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부분적으로 본다는 것은 제니가 사람이나 장소 혹은 사물을 이런 부분적인 정보를 통해 규정한다는 것을 뜻하고, 따라서 한 때 매우 친숙했던 것들이라 해도 그 구성요소가 조금이라도 바뀐다면 (예를 들어 누군가가 가구를 옮겨놓았다거나 항상 입던 코트를 입지 않았다거나) 돌연 전혀 낯선 것으로 받아들여지게 됨을 뜻한다.
이러한 지각적인 문제로 인해 제니에게는 사람들의 얼굴표정이나 몸짓이 전혀 무의미하고 심지어 무섭기조차 하며 따라서 사람들을 일반적으로 신뢰하지 않고, ‘인간으로서’ 그들에 대한 별다른 흥미를 갖지 않는다. 그녀는 사람들의 얼굴과 눈을 일정시간 동안 쳐다보는 것으로부터 그 어떤 의미도 찾아내지 못한다.
제니는 또한 촉감에 문제가 있어서 자신의 신체 어디가 지금 접촉되고 있는지 혹은 어떤 느낌이 드는지, 아니면 심지어 누가 자신의 몸을 접촉하고 있는지 알 수 없고, 시지각적인 문제로 인해 왜 누군가가 자신을 접촉하고 있는 지 알아내는데 도움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촉감의 (순수한 감각에 대비된) ‘사회적’ 경험이 일으키는 혼란스러움을 피하려고 한다.
제니는 또한 자신의 목소리에서 의미를 파악하는 것에 계속 어려움을 느끼기 때문에 아예 목소리를 전혀 내지 않거나 아니면 소리와 패턴을 가지고 놀 때에만 오직 사용한다. 그녀는 소리를 잘 듣기는 하지만 단어나 억양에서 일관된 의미를 뽑아내지 못하기 때문에 목소리의 패턴이 감각적으로 아주 자극적이지 않는 한 사람들의 말을 듣기를 거부한다.
제니는 사람들의 말소리로부터 그 낱말들의 의미를 일관성 있게 정보처리하지 못하기 때문에 때때로 어떤 특정한 상황에서 들었던 문구들을 사용하게 된다. 그리고 이 문구들이 항상 똑같은 결과를 가져오리라 생각하지만 종종 그 문구들은 원래의 맥락에서 벗어나 부정확하게 사용되는 것이다. 그녀는 이러한 방식으로 많은 문구들을 사용하는 법을 배워왔지만, 그 문구는 낱말의 의미를 정보처리해서 배운 것이 아니라 그것을 최초에 들었을 때 처해진 상황 속에 삽입된 채 배운 것이기 때문에 자신의 기분변화나 음의 높낮이, 크기 그리고 억양이 전달하는 의미와는 전혀 무관하게 그저 처음에 들었던 것과 똑같은 억양으로 그 문구들을 말한다.
제니는 자신이 보고, 듣고, 느끼는 것들로부터 전체적인 메시지를 일관되게 얻어낼 수 없기 때문에 사람에 대해 분절적으로 지각하게 되고, 이는 사람들의 생각이나 느낌 혹은 행동의 동기들을 파악하고 상상하는 능력을 훼손시킨다. 이것은 곧 제니가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전혀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을 뜻한다.
눈과 귀 그리고 촉감을 통해 들어오는 것들을 통해 일관된 의미가 별로 많이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에 제니는 스스로 일을 만들어내고 자신의 무의미한 세계에서 무엇인가를 경험하기 위해 자신의 감각들을 가지고 많이 논다. 이로 인해 그녀는 자신의 눈을 누르고, 전등 스위치를 껐다 켰다하고, 텔레비전의 음량을 가지고 장난을 하고, 물체를 잡고 자기 얼굴 가까이에 했다가 멀리 했다를 반복하며 자신의 부족한 깊이지각을 가지고 놀기도 한다.
그녀는 종종 주변적으로 (예를 들어 눈의 한 쪽 구석으로 보거나 혹은 다른 것을 보거나 들으면서) 보거나 들을 때 좀 더 많은 의미를 잡아낼 수 있기 때문에 종종 전혀 보거나 듣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때때로 사람들은 그녀로 하여금 똑바로 보거나 듣도록 강요하는데 이는 모든 의미를 잃게 만드는 것이며 제니는 이런 사람들이 자신을 배려하지도 이해하지도 못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제니는 또한 자신을 물고 때리며 머리카락을 잡아당기고 목을 조르면서 감각들을 실험하고, 이것들이 어디에서 오고 무엇을 뜻하며 그 경계가 어디까지인가를 파악하려고 시도한다. 그녀는 또한 자신이 접촉하고 있는 물체에 의미를 연결하기 위해 자기 몸과 다른 물체를 손가락으로 두드리고, 때로는 더 강하게 때리거나, 물체의 표면에 손이나 뺨을 문지르고, 혹은 물체나 자신의 팔을 입에 넣기도 한다.
제니는 자기 느낌의 의미나 중요성을 정보처리하는데 많은 시간을 소비하기 때문에 종종 배가 꽉 찬 것을 화장실 가는 욕구로, 배고픔을 먹어야하는 욕구로, 추위를 젖은 옷을 벗고 따뜻한 옷으로 갈아입는 욕구로 생각지 않고, 그 근본원인에서 벗어남으로써 불편함을 없앴을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않는다. 이로 인해 그녀는 종종 지시를 받지 않으면 먹지 않고, 화장실도 안가며, 잠자리에도 안들고, 옷을 갈아입지도 않으며 때론 화상을 입을 수 있는 상황을 피하지 않거나 (예를 들어 위협을 당하는 것 같이) 학대를 받는다고 느낄 수 있는 상황에서 스스로 벗어나지 못한다.
제니가 화장실에 간다고 했을 때도 그녀는 그곳에서 도자기로 된 세 개의 하얀 용기와 마주치게 된다: 변기, 욕조, 그리고 세면기. 이 세 개는 모두 서로 근처에 있으면서 수돗물이 흐르고 또 그 물이 어디론가 흘러간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제니는 종종 자신이 지각한 것이 무엇인지 그 의미를 즉각적으로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욕조를 변기처럼 사용하는 경우가 생기고, 자신이 ‘엉뚱한’ 곳으로 갔다는 것을 나중까지 깨닫지 못한다. 욕조를 피해 변기를 잘 찾아갔을 때도 하얀 두루마리 화장지와 그 옆에 걸려있는 하얀 손 타월은 그녀에게 같은 종류의 문제를 일으킨다.
또한 제니는 음식을 가지고 놀거나 탐색하는데 이렇게 함으로써 모양이나 냄새로부터 의미를 뽑아내고 그것을 다시 먹는 동기와 행동으로 전환한다. 하지만 음식을 가지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깨닫는 경우라 해도 만일 주의가 분산되면 그녀는 또 다시 왜 그것이 거기 있는지 그리고 그것을 가지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의아하게 생각하게 된다.
맥락의 의미가 거의 일관성이 없고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없는 그런 세계 속에서 사람들은 자신에게 지각적으로 부자연스럽고 무의미한 (소위 ‘정상적인’) 방식으로 행동하기를 기대하는 가혹한 존재들이라고 제니는 종종 느낀다. 이 때문에 그녀는 자기 자신이 되는 권리를 불합리하게 부정해야 하는, 순응만을 끊임없이 요구받는 것으로 자신의 인생을 경험한다.
3. 시스템 통합의 문제
(조쉬의 교실 반대편에서) 제시카는 자기 의자에 앉아있어야 하지만 그렇게 자기 의자에 앉아 있을 수도 아니면 교실을 온통 정신없이 돌아다닐 수도 있다. 제시카 또한 자폐성장애의 세 가지 양상을 가지고 있고 이러한 양상들은 시스템 통합의 문제에서 기인한다.
제시카의 뇌는 각 부서가 따로 돌아가는 회사처럼 작동하는데 여기서 각 부서의 관리자는 서로 잘 협조하지 않고, 다른 부서에서 일하러 왔다고 생각할 때는 여기저기서 휴업을 해버린다. 소위 ‘정상적인’ 뇌가 (동시에 여러 과제들을 정보처리하는) ‘다중처리방식’으로 움직이는 반면 제시카의 뇌는 (한 번에 오직 한 과제만을 정보처리하는) ‘단일처리방식’으로 움직인다.
제시카의 시스템, 그녀의 뇌기능은 잘 통합되어있지 못하다. 이것은 제시카의 뇌가 오직 청각정보의 의미를 (정보처리하지 않고) 무시하는 동안에만 시각정보의 의미를 뇌에 등록시킬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반대로 그녀는 때때로 오직 시각정보의 의미를 뇌가 정보처리하지 않는 동안만 자신이 귀로 들은 모든 것의 의미를 이해한다. (그리고 그녀는 때로 자신이 듣는 대상을 똑바로 쳐다보지 않는 방식으로 이러한 정보처리의 전환을 돕는다.)
이와 유사하게, 손으로 만지고 있는 대상의 움직임을 뇌가 정보처리하지 않는 동안만 자기 몸의 위치와 그 의미를 그녀는 이해할 수 있다. 그녀는 또한 일상적으로 몸을 느끼면서 교실을 가로질러 다닐 수 있지만 그와 동시에 자신의 생각을 처리하며 계속 모니터링 할 수는 없다. 그래서 왜 자신이 교실을 가로질러 가고 있는 지 종종 ‘알지’ 못한다.
제시카는 때로 자신의 감정을 인지하고 경험할 수는 있지만 그것은 오직 자신의 생각을 정보처리하지 않고 인식하지 않는 한에 있어서이다. 만일 자신의 생각을 인식하고 이해하기 시작하면 감정은 곧 그녀를 떠나버린다.
제시카는 흔히 자기 자신을 지각할 수는 있지만 그것도 자신과 관계된 다른 사람을 정보처리하지 않는 한에 있어서이다. 만일 다른 사람들에 대한 지각을 정보처리하게 되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는 맥락 속에 자신에 대한 그 어떤 감각도 정보처리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그녀는 다른 사람이 말을 하거나 행동을 취하는 중간에 갑자기 그 자리를 떠나버리는 행동을 종종 하게 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제시카에게 ‘단일정보처리방식’이란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자신과 타인에 대한 감각을 동시에 갖지 못하고 이 둘 사이를 그네처럼 왔다 갔다 하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제시카는 ‘사회적’이 된다는 것이 진정으로 어떤 의미인지를 이해하지 못하는데 왜냐하면 그녀는 단 한 번도 이를 인지적으로 일관성 있게 경험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녀는 ‘사회적’으로 보이도록 흉내 내기를 배워왔지만 스스로의 희망이나 흥미에서 출발하여 진정으로 사회적이 되려는 동기를 가져본 적이 없고 왜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게 그런 것을 기대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제시카에게 사람들은 피곤하고, 비합리적이며, 요구가 많고, 무자비한 존재들이고 따라서 그녀는 일반적으로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려하지 않는다. 그녀도 때로는 사람들의 (‘다중정보처리방식’에 따른) 비논리적이고 낯선 행동과 반응이 재미있을 때가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이러한 ‘다름’은 위협적이고 혼란스러우며 두렵고 이상한 것으로 느껴진다.
제시카는 종종 생각과 말을 동시에 할 수 없기 때문에 때로 말을 입 밖에 내기 보다는 머리 속에서 큰 소리로 외친다. (그리고 때로 이러한 방식으로 자신이 머리 속에서 말한 것을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한다는 것을 그리고 생각과 (입으로 말하는) 물리적 표현이라는 두 채널을 실제로 자신이 연결시키지 못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다.) 그리고 나서 그녀는 머리 속에서 말했던 것을 입으로 말하는 행동으로 옮겨보지만 흔히 그 결과는 정보처리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말하는 동안 목소리는 연결되어 있지만 듣기는 연결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심지어 말을 하는 동안에도 제시카는 말함과 동시에 귀에 들리는 자신의 목소리를 정보처리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의미를 파악할 수 없다. 이것은 그녀가 오로지 말하는 것만을 생각하면서 정확하게 말하지 않는 한 종종 궤도를 벗어나 같은 말을 반복하거나, 자신의 말에 별로 의지가 없이 말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는 것을 뜻한다. 또한 말하는 것에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쏟는 동시에 그 소리를 일관성있게 모니터링할 수가 없기 때문에 그녀는 ‘부적절한’ 크기와 높이와 속도의 목소리로 말하는 것과 단조음 혹은 ‘이상한’ 억양으로 말하는 것 사이에서 종종 왔다갔다 한다. (그리고 이러한 모습은 그녀로 하여금 자신이 말하고 있는 것에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거나 혹은 듣는 사람이 갖게 될 그녀에 대한 인상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 수 있다.)
제시카는 보거나 듣는 것을 정보처리함과 동시에 자신의 느낌을 일관성있게 정보처리할 수 없기 때문에 타인에 대한 느낌이 별로 없다. 그리고 이로 인해 그녀는 다른 사람들을 공감하고 이해하고 싶다거나 다른 사람들에 대해 사회적인 호기심을 느낀다거나 하는 일이 한 번도 없었고, 따라서 타인의 생각과 느낌을 진정으로 의식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이고 또한 타인의 느낌과 생각을 알아보려는 그 어떤 욕구도 가져보지 못했다.
그녀의 시스템은 통합된 방식으로 일관성있게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그녀는 때로 손이 원래 자기에게 속해있다는 것을 ‘잊어버린’ 채, 다시 손을 발견한 것에 매우 즐거워하며 손을 탐색하기도 하고 흔들어서 떼어내려고도 한다. 그녀는 또한 자신의 몸 안에서 일어나는 소리에 재미를 느끼게 되어 그 소리를 듣기 위해 (그 소리가 자신과 내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이런 행동이 자신에게 해가 될지도 모른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머리를 오랜 시간 격렬하게 흔든다. 그녀는 자신이 자신의 몸이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것이 분리된 것처럼 그 관계를 실험하면서, 자신을 이빨로 물거나 숨을 참고 있는 등 자신의 몸 감각을 가지고 많이 논다.
그녀는 또한 자기 몸의 경계를 확인하고 촉감이 어디로부터 오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 사물의 질감을 가지고 실험을 하며 물건들을 끊임없이 만진다. 만일 촉감이 (뇌에) ‘연결’되어있지 않는 상태에서 만진다면 그녀는 그 사물을 ‘무시하거나’, 완전히 참아내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고, 혹은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알 수 없는 물체로 거부해버리거나, 아니면 방금 전까지 자신이 정보처리하던 다른 것을 순식간에 잃어버리고 이 새로운 물체로 자신의 감각이 옮겨진 것을 갑작스럽고도 충격적으로 느낄 수도 있다.
피이드백과 함께 여러 기능의 시스템을 동시에 일관성 있게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제시카는 소위 ‘정상’ 아동들과 똑같은 학습환경에서 충분히 배우는데 어려움이 있으며, 그녀는 기본적으로 그녀 자신만의 방식으로 배우게 된다. 그래서 사람들이 자신의 학습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가르치려고 할 때 그녀는 사람들에게 대항하거나 반대로 순종하지만 결국 자신만의 방식으로 배우는 것보다 훨씬 적게 배우게 된다.
4. 좌-우(대뇌)반구 통합의 문제
조던은 창가의 자기 의자에 앉아 있다. 조던 또한 자폐성장애의 세 양상을 가지고 있다. 조던에게 이러한 양상들은 좌우 대뇌반구의 통합문제에서 기인한다. 조던의 왼쪽 뇌는 오른 쪽 뇌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일관성 있게 알지 못하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그는 자신이 듣고 보고 행동한 것이 무엇인지 잘 의식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고, 이는 그를 아주 멍청한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
조던은 배울 수는 있지만 그의 뇌가 (적어도 무의식적으로) 정보처리를 끝낸 어떤 시점에서 외부로부터 그 생각과 감정이 다시 촉발되기 전(15분 후?/ 한 시간 후?/ 하루 뒤?/ 한 달 뒤?)까지는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의식적으로 재인식하기는 어렵다. 이로 인해 조던은 ‘우연히 낚아채서’ 알게 된 것을 가지고 사람들을 때로 ‘놀라게도’ 하지만 그다지 잘 배우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조던은 좌우 대뇌반구 통합의 문제로 인해 흔히 정보를 처리하는데 다른 사람들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따라서 그의 뇌는 나중의 정보처리를 위해 (때로는 전혀 구별없이 닥치는 대로) 많은 것을 쌓아놓는다. 이 쌓아놓은 오래된 정보에 대한 처리작업이 일부 이루어지고 있는 동안에도 조던은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느라 바쁘기 때문에 정보처리의 많은 부분이 의식적인 수준에서 이루어지지 않고 잠을 자는 동안 이루어진다. (따라서 외부의 무엇인가로부터 촉발되지 않는 한 자신이 무엇을 알고 있는지 자신도 잘 인식하지 못한다.) 조던의 뇌는 일반적으로 정보가 유입됨과 동시에 처리되지 않기 때문에 이 정보에서 의미를 추출하는데 있어 맥락의 효과가 대부분 사라지게 된다. 그는 수많은 상황적인 정보를 낚아채는데,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그의 뇌는 이 상황적인 정보들을 이미 쌓여있는 다른 모든 것들과 마찬가지로 모두 제대로 정보처리를 한다. 따라서 뇌가 무의식적으로 처리를 한 그 모든 정보들을 의식하지 못한다 해도 그는 실질적으로는 소위 ‘정상적인’ 사람들보다 더 많은 지식과 이해력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조던에게 있어 이로 인한 한 가지 불리한 점은 그가 일반적으로 사건이 일어난 그 즉각적인 맥락 속에서 정보를 처리하지 못하기 때문에 사물에 관한 지식을 오직 쌓기만 할뿐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거대한 사실의 목록을 쌓았지만 (맥락 속에서의 배움과 종종 연관되는) ‘상식’을 형성하기 위해서 그것들을 사용하지 않는 것과 같다. 이로 인해 그의 풍부한 (의식적으로는 알려지지 않은 모든 무의식적 지식으로서의) 이해력은 실제 상황으로 쉽게 전환되지 않는다. (그리고 이러한 전환의 어려움은 사람들로 하여금 그가 정신지체를 가지고 있고, ‘적절한’ 정서가 결여되어 있으며, 자신의 주변환경에 관심이 없다고 잘못 생각하게 만든다.)
좌우 대뇌반구 통합의 문제는 조던으로 하여금 자신이 이미 배웠거나 경험했던 것들에 대한 정보에 접근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예를 들어, 만일 그가 알고 있는 정보에 비해 불완전하거나 부정확하게 당신이 무언가를 말한다면 그는 그것을 (의식적인 정보접근이라기 보다는 외부에 의해 촉발된 반응으로서) 바로잡아줄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종 그는 바로 그 무언가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당신에게 말해줄 수는 없다.
조던은 자발적이고 의식적으로 뇌에 저장된 정보에 접근할 수 없기 때문에 자기 스스로 혹은 자기 의지로는 쉽게 접근할 수 없는 내적인 표현이나 행동을 촉발시키는데 있어 타인으로부터의 외부적인 촉발단서들에 매우 크게 의존한다. 비록 그는 하나의 생각을 행동이나 표현으로 옮기는데 큰 곤란을 겪지만 이러한 ‘자동조종장치’의 방식으로 많은 것들을 해낼 수 있다. 그의 행동이나 표현을 촉발시키는 다른 사람들이 없다면 조던은 겉으로는 ‘멍청해’ 보일 것이다.
조던의 좌우 대뇌반구 통합문제는 감정과 사고를 연결시키는 그의 능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런 문제가 있다는 것은 어떤 경험이 회상될 때 (비록 사회적으로 기대되는 정서반응을 연기하도록 배울 수는 있지만) 흔히 그 회상에는 그 당시에 진정으로 느꼈던 감정이 빠져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이것은 감정과 경험이 연결되어 저장되기 보다는 감정이 맥락과 동떨어져 쌓이기만 하다가 한 순간 맥락과는 상관없이 폭발적으로 쏟아져 나온다는 것을 뜻한다.
조던의 좌우 대뇌반구 통합문제는 또한 생각을 말이나 행동과 연결시키는 능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는 그가 사고를 통한 진정한 자기표현보다는 이미 저장된 언어에 의존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스스로도 원치 않고 심지어 싫어하는 온갖 반응을 사람들로부터 받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나서 그가 그 반응들에 대해 시큰둥하거나 이해하지 못한다는 듯한 태도를 보이면 그는 감사할 줄 모르고, 고집이 세며, 모자른 사람으로 보이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그는 실제로 자기가 타인의 반응을 좋아하고 원하는지를 인식하지 못한다 해도 좋아하고 원하는 것처럼 연기를 해야 한다는 것을 안다.
조던의 좌우 대뇌반구 통합문제는 또한 다른 사람의 행동을 거울에 비친 것처럼 그대로 자동적으로 따라하지 않는 한 그가 원하는 것을 쉽게 얻지 못하고, 심지어 화장실을 사용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는 것을 뜻한다. 이는 또한 비록 조던이 자발적으로 움직이거나 말을 할 수는 없지만, 그것을 다른 사람처럼 (혹은 쭉 줄을 선 사람들 하나하나의 행동으로 이루어진 목록처럼) 할 수는 있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필요하거나 원하는 것을 스스로 구하는 행동도, 반대로 아무 행동을 하지 않는 것도 야단을 맞았을 뿐만 아니라 사람들을 따라다니며 그들과 똑같이 행동을 하는 것도 종종 야단을 맞았다. 그 어떤 출구도 없는 이 같은 상황은 그로 하여금 심한 불안을 일으켰고, 그에게 사람들은 혼란을 주고, 무감각하며, 고통을 주고, 깊이 신뢰하거나 의지할 가치가 없는 존재로 보이게 만들었다.
조던의 뇌에 저장된 ‘영상’과 ‘음성’의 기록 가운데 일부는 TV시청에 의한 것인데 이로 인해 조던은 때로 아주 ‘기이하게’ 행동하고 소리를 낼 때가 있다. 그러면 사람들은 그를 교정시켜서 덜 ‘이상하게’ 보이도록 만들려고 한다. 이 때 그들이 실제로 그 ‘덜 이상한’ 방식의 말과 행동을 분명하게 설명해주지 않는다면 그들이 ‘도움을 주려는’ 교정은 그를 더욱 무기력하고 덜 기능적으로 만들뿐이다.
조던이 자발적으로 움직이거나 말하는 방법에 접근하는 것이 어렵다는 말은 또한 그 누구와도 (비록 엇비슷하게 연기를 할 수 있는 학습된 능력에도 불구하고) 서로 교감하는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기 어렵고, 심지어 부모와도 일관된 상호작용을 경험하지 못했다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것들로 인해 조던은 대부분의 사람들과는 아주 다른 자아정체성을 발달시켰다. 한 편으로 그는 머리 속에서 (다른 사람들의 자아가 복사되어 저장된 전체 목록 사이에서) 그의 ‘진정한 자아’로 살고, 다른 한편 머리 밖 세계에서는 그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으로 살아간다. 이것은 조던에게 심한 무기력감과 고독감을 일으키는데, 왜냐하면 복사되어 저장된 다른 사람들의 자아를 가지고 그가 그 무엇을 성취한다고 해도 그는 사람들이 ‘진정한’ 자신을 보지도 않고 볼 수도 없다고 느끼기 때문에 사람들 사이에서 소속감이나 자부심을 느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처럼 움직이거나 말할 때 때때로 보이는 능력에 비해 그가 자기 자신으로서 뭔가를 시도할 때 나타나는 문제들은 그로 하여금 정신적인 문제가 있다거나 발달이 퇴행한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 다른 사람들로부터 이런 식의 반응을 받게 되면 조던은 아무도 자기를 알지 못하고 관심도 주지 않는다는 생각을 다시 확인하게 되고 자신의 진정한 자아와의 연결을 개발할 노력을 멈추게 된다. 그는 계속해서 자신의 문제들을 위장하는데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쏟는다. ( 그리고 이는 그에게 심한 만성적 스트레스를 일으킨다.)
자신이 원하거나 필요로 하는 뭔가를 얻어낼 수 있도록 유도하는 단서를 찾지 못한다면 조던은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이끌어내는 저장된 목록의 행동이나 질문을 사용할 수 있는데, 다른 사람들의 이러한 반응은 그의 다음 반응을 일으키는 단서가 된다. 이 때문에 그는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게 반응하도록 만드는 (이것이 다시 그의 반응을 일으키게 된다.) 행동목록 전체에 몰두하여 모두 실행에 옮긴다. 조던은 또한 움직임이나 표현의 단서를 만들어내거나 계속 추적하기 위해서 실재하거나 살아있는 ‘거울들’에 종종 의존한다. 이것은 그가 의도적으로 사람들을 모방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자동적으로 정해진 코스를 따라 모방하는 대로 놔둠으로써 다른 사람처럼 움직이고 말하며 심지어 사고하고 느끼는 것처럼 보이도록 자신 스스로를 놔두는 것이다.
(조던에게는 마찬가지의 좌우 대뇌반구 통합의 문제를 가진 제이미라는 이웃이 근처에 있다. 제이미는 단순히 의식적이고 자발적으로 움직이거나 의사소통하는 능력에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무의식적이고 자동적으로 움직이거나 의사소통하는 능력 또한 손상되어있다. 이것은 제이미의 경우 조던과는 달리 다른 사람들을 무의식적이고 자동적으로 그대로 모방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반향행동:움직임, 반향어:언어표현) 이러한 행동과 표현들을 머리 속에 저장하여 외부적으로 촉발된 행동이나 의사소통으로 이끄는 자신만의 지도처럼 그것들을 사용할 수도 없음을 뜻한다. 이로 인해 비록 멍청하지 않지만 그는 (기능적인 면에 대비되어) 지적으로 지체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도움을 받아 제이미가 어떻게든 좌우 대뇌를 연결해서 간단한 행동이나 말을 완성시켰을 때 도움을 주었던 사람들은 그러한 성공을 그가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작은 지능의 표출이라고 생각하지 그가 실질적으로 가지고 있는 상당한 지능의 아주 작은 일부조차도 그것을 표현하기 위한 연결을 만들어내는데 쏟아야하는 엄청난 결심과 열의와 자기 통제력의 표출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비록 제이미는 적절하게 연결을 이루어내지는 못하지만 여전히 자기 주변세계에 대한 많은 양의 정보를 축적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정보들 가운데 많은 부분은 그가 지엽적이고 우연적으로 흡수한 것들이다. 이로 인해 그는 가지고 있다고 인정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지능을 가지고 있을뿐더러 그도 자신이 정신지체를 가진 사람으로 취급되거나 이야기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것은 그로 하여금 소외감과 함정에 빠진 듯한 느낌을 더욱 강하게 들게 하고, 그 누구도 자신을 알지 못하는 것처럼 느끼게 만든다. 이것은 또한 그에게 이미 조금밖에 남지 않은 자기 긍지를 빼앗아가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