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필리핀에 다녀 온 후 교회 주보에 게재했던 글입니다.
사람 사랑, 하나님 사랑
지난 3박4일의 선교지 방문이 내겐 10년 만의 필리핀행이어서의 설렘이기도 했지만 11명의 철부지를 데리고 떠나는 조금은(?) 버거운 시도였기 때문에 적잖은 부담도 있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아이들을 내가 뭐라고, 믿고 맡겨준 것일까?’라고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그건 하나님을 믿는 믿음이 나에 대한 신뢰 보다 컸기 때문이라는 것 외에는 달리 답을 찾을 수 없었다.
한국을 출발할 때 기온이 영하 10도였다. 이륙 직후 비행기 바깥쪽 온도를 무려 영하 40도로 나타내던 좌석 앞 모니터는 마닐라 상공에서는 영상 10도, 착륙해서는 영상 28도를 나타냈다. 어떤 아이는 미리 수하물로 처리하지 않아 오리털 점퍼를 그대로 입은 채 이민국 심사를 통과하기도 했다. 마닐라공항에 도착한 우리를 맞아준 것은 더운 공기와 권혁삼 선교사님 부부였다. 우리교회가 기도하고 있고 목장교회사역을 통해 섬기고 있는 마닐라의 P.C.C.M.(Paul Christian Children Mission)의 새 센터에 도착하여 여장을 풀었다. 공항과 기내에서 그렇게도 인솔자를 당황하게 하고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받게 했던 아이들이라곤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곤하게 잠든 모습은 천사처럼 사랑스럽기까지 했다.
다음날 권 선교사님과 차를 타고 주변 지역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눈에 보이는 모든 상황은 열악하고 어둡고 깔끔하지 못했다. 눈에 띄는 사람들의 모습은 왠지 꺼림칙한 마음이 들게 했다. 이동 중 선교사님께 이곳 건물과 주택들의 엉성함과 불결해 보이는 미관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필리핀 사람들의 미적 감각에 대해 말하자, 선교사님은 경제적 낙후 때문이지 오히려 한국 사람들 보다 미적 감각은 더 낫다는 이야기를 하셨다. 물론 난 지금도 그 의견엔 동의하지 못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한국 사람들과 우리 문화, 예술적 감각은 그들보다 앞서있다.
그러나 선교사님의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느껴진 것이 있었다. 선교사님은 필리피노들(필리핀 사람들) 편이셨다. 그들에 대한 안쓰러움과 애정이 대화중에나 그들을 대하는 모습 속에 물씬 풍겨졌다. 형님처럼 지내고 존경하는 선교사님이시지만 사역의 현장에서는 한국사람 보다는 필리피노에 더 가까운 모습이었다. 선교사로 살아간다는 것이 그런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해 보았다.
하나님을 사랑한다는 것은 무얼까? 그것은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다. 어릴 적 부모님 방에 한자 휘호가 걸려있었다. “尊敬上帝 愛人如己(존경상제 애인여기).” ‘하나님을 사랑하고 사람을 자신처럼 사랑하라’는 뜻이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은 잘 하는데 사람은 사랑하지 못한다는 것이 있을 수 있는 일일까? 그렇지 않다.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하나님도 사랑하지 않고 있다는 무언의 자기 표현이 되고 마는 것이다. 사실 공항과 기내에서 들고 뛰는 아이들을 보면서 마음이 불편했다. 그런데 타국에 와서 타국인으로 살면서 타국인을 모국인처럼 사랑하는 선교사님을 보고, 눈에 보이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됐다.
언젠가 돌아갈 영원한 내 나라 천국. 지금 살고 있는 이곳(타국)에서 사람(철부지 아이들을 포함해서)을 사랑하는 것, 그것이 곧 하나님 사랑이다. ‘나는 얼마나 사람을 사랑하고 있는가?’ ‘나는 얼마나 사람사랑을 통해 하나님 사랑을 나타내고 있는가?’, ‘내가 사랑해야 할 사람이 누군지, 어떻게 사랑해야 할지’를 알고 변함없는 모습으로 사랑하는 나 자신이 될 수 있기를 기도해 본다.
사랑의 사람이 되고픈
한사랑 섬기미 백민석 목사
권 목사님과 사모님, 은지, 은서, 은파가 벌써 그리습니다....등급 업 시켜 주실거죠?
첫댓글 좋은 평가에 몸들바를.... 진짜루 이 나라 사람들을 사랑하라는 하나님의 음성으로 듣겠슴다.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