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끌 모아 태산' 선교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뜻이 무엇인가? "산도 본래는 작은 먼지 하나가 모인 것"이라는 말이다. 무언가 큰 일을 해야겠다(산을 만든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이 부담이 되어 하겠다는 기분이 들지 않는다. 이런 경우 '먼지를 쌓는다' 라고 생각해 보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심리적 부담이 없다. "한 달에 30명에게 하느님을 알리는 일"이라는 생각을 하면, 무리인 것처럼 느껴지지만 "하루에 1명"이라고 생각하면 기분이 가벼워진다.
심리학에는 '목표구배가설'이라고 해서 일련의 행동이 목표에 가까이 갈수록 촉진된다고 하는 설이 있다. 목표가 멀리 있을 때보다 가까이 있는 쪽이 행동을 하는 의욕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마라톤 라스트 스파트가 여기에 해당된다. 큰 목표를 세우는 경우 좌절할 가능성이 높지만, 작은 목표를 세우는 편이 의욕이 생겨날 것이다.(가두선교 연수교본 195쪽)저는 영세(97년 3월 29일)한지 어느덧 10개월이 되었습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그간 저의 신앙생활을 뒤돌아보며 이 글을 사랑하는 형제자매님들께 올립니다.
▶ 결 심
저는 나이 오십이 다 되도록 참다운 삶을 살지 못하고 오직 세속생활에만 몰두하였던 것이 못내 아쉬웠습니다. 성공과 좌절을 반복하면서 오직 상류사회의 진입에 전념하다 큰 좌절과 낙담으로 떨어져서 실려온 응급실이 바로 저희 성당 예비신자 교리반이었습니다. 저는 지나온 삶의 어리석음에 후회를 하면서 삶의 결단을 내렸습니다. '주님을 열심히 사랑해 봐야겠다' 그리고 '나와 같은 아둔한 사람을 주님 앞에 열심히 인도를 한 번 해보자' 그러기 위해서는 저의 사생활을 과감히 반으로 줄여야 했습니다. 친구들과 계모임, 운동, 술집 출입, 오락 등을 끊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레지오 입단과 함께 레지오 단원으로서 명함을 10통(1,000매)을 준비했습니다.
1) 버스 선교
이제 저는 택시 출퇴근에서 버스 출퇴근으로 바꾸었습니다. 주머니에는 선교책 몇 권을 넣고 '버스 선교'를 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저의 신앙적 담대함을 키우기 위해서 였습니다. 이틀간은 수줍음과 흥분으로 책을 건네 주지도 못한 채 엄두도 못내고 그냥 마음뿐이었습니다. 3일째 되는 날에는 '이래선 안되겠다. 이정도 쯤이야.' 되뇌이며 버스에 오르자마자 선교책부터 꺼내어 들고는 지나가면서 큰 소리로 "성당에서 나왔습니다." 하고는 선교책을 권했습니다. 그 후 차차로 사람의 비위는 참 잘 늘었습니다. 그날 이후 다소 두근거림과 수줍음은 있었지만 한 달간은 열심히 하였습니다. 그러나 버스 선교의 한계는 신앙대화를 할 수 없다는 것과 너무 개신교 티가 난다는 것을 알고는 그만 중단하였습니다.
2) 거래처와 우편선교
이젠 어떻게 선교를 해야하나 생각 끝에 저는 한 업종의 사업을 20년이나 해왔습니다. '옳지! 내 거래처와 사무실 주변을 돌자. 많이도 말고 하루 선교책 2권과 함께 입교권면을 하자.' 이렇게 다짐했습니다. 평소 친했던 거래처 손님이 왔을 때 책을 권하며 입교권면을 하였습니다. 제가 한때 예배당 신자인줄 알았던 분들은 "어? 김사장, 당신 예배당 신자 아니오? 성당엔 언제부터 나갔소?" 하며 신기해 하는 사람, 어느때 이윤다툼으로 소원했던 사람들의 차가운 눈초리 등 저는 아랑곳하지 않고 선교를 했습니다. 그리고 조용할 때는 사무실 주변 주택가에 방문선교도 하였습니다. 어느날 부도를 당한 이웃을 보고는 문득 사업가의 비참함은 사업실패라는 생각이 들면서 실패는 본인은 물론이고 온 집안과 가족들의 절망과 좌절, 그리고 얼마나 처참함이 뒤따르는지를 생각하였습니다.
평소 구독하는 경제신문에 나오는 '당좌거래 중지자'들께 위로의 편지와 선교책 1권씩을 발송하기로 마음먹고 신문에 난 주소대로 우편선교도 시작하였습니다. 지난해에는 '부도 풍년'이 들어서 무척 바빴습니다. 어느날은 200권까지 나갔으니까요. 현재까지 선교책 1,000여 권이나 나갔습니다. 우편선교는 얼굴도 목소리도 모르니 결과는 미미합니다. 하지만 한 번이라도 읽어본 그분들 언젠가는 '왜 불행과 고통이 있는지'(안내책 12∼13쪽) 기억하며 신앙을 찾을 것을 확신합니다. 우체국에서 우표를 붙이면서 이분들을 위해 늘 화살기도를 잊지 않았습니다. "주님, 고통받는 이들에게 잘 전달되어 고통을 슬기롭게 넘기는 지혜와 슬기를 주십시오. 부디 이 서신으로 이들을 주님께 인도하게 해주십시오." 어느날 고맙다는 전화도 가끔 받으며 입교도 더러 시켰습니다. 그들 가운데 쉬는 교우도 많았습니다. 대개 전화로 주고받으며 회두권면을 하고 있습니다. IMF시대를 사는 오늘 우리에게 이같은 격려와 위로의 편지는 참 좋을 것 같으며 이렇게 함으로써 저 자신도 용기를 얻습니다. 제가 인도한 예비자는 형제 7명, 자매 7명 모두 14명입니다. 이분들 중 중단자가 3명, 영세자가 1명, 10명은 교리중에 있습니다. 영세자 1명은 레지오에 입단하였습니다.
3) 예비신자 교리반 봉사자
저는 예비자 환영식에 늘 참석하고 있습니다. 입교자 여러분은 저희 교우 형제 자매분들이 노력하여 오신 분들임을 생각하니 '이분들이 과연 6개월후 몇 분이나 우리 공동체의 일원이 될까?' 라는 생각이 스쳐 갔습니다. 그 순간 저는 입교도 중요하지만 예비자 돌봄에 더욱 힘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리고는 매주 목요반과 금요반 봉사를 나가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저는 열심히 교리반에 나갔습니다. 낯선 형제들에게 명함을 돌리며 인사를 하였습니다.
그리고는 출석표 점검과 음료수 나르기 등을 하면서 같이 수강을 하였습니다. 사실 저도 교리 공부가 부족하였기에 지루하지 않고 재미가 있었습니다. 횟수가 거듭될수록 예비자들과도 친해졌습니다. 저는 수첩에 예비자 형제들의 전화번호를 적어다니며, 수강 하루전 전화를 하여 내일이 교리날이라는 것을 상기시키며, 결석자에게는 이튿날 별일 없느냐고 인사와 다른 요일로 보충 수강을 독려하였습니다. 그러다보니 제가 예비자들에게는 안면 많은 사람 중의 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지난해 12월 영세때에는 새 영세자들을 저희 Pr.에 6명이나 입단을 시키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예비자 돌봄의 봉사가 자기 Pr.에 단원 챙기기로 변질되는 오해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이제는 그분들의 적성과 나이에 맞는 또는 단원이 부족한 Pr.에 권유키로 마음 먹었습니다. 이제 저의 생활은 생업에 종사하는 시간 외에는 거의가 주님과 함께 말씀을 전하는 봉사하는 생활이 되었습니다.
4) 티끌 모아 태산 선교
저는 어느 잡지의 한 페이지가 생각납니다. 어느 단체가 파리 관광 후 파리시장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예술의 도시답게 깨끗한 거리에는 정리정돈 잘된 파리 시가를 떠올리며 "시장님, 파리 시가지를 대청소 한 번 하려면 무척 시간이 많이 걸리시겠지요?" 라며 위로 삼아 한말에 시장은 "30분이면 됩니다."고 하여 모두 아연실색 했습니다. 뜻인즉 각자 자기집 앞 청소를 30분만 하면 시가지가 단번에 깨끗해 진다는 이 말에 머쓱하였다고 합니다. 이 얼마나 간단명료한 일입니까? 이젠 저희들도 생활 속에서 선교를 자리잡을 때가 되었습니다. 가사를 돌보는 주부나 직장에 나가는 가장들이 만나는 사람마다 또는 전화 통화하는 상대에게 신앙대화 한 마디만 해도 하루에 두 서너명에게는 입교권유를 할 수 있습니다. 한달이면 40∼60명이나 되고 1년이면 500∼700명에게 입교권유가 되지 않겠습니까? 이 가운데 10%정도 50∼70명은 예비신자 교리반까지 인도할 수 있답니다. 주님은 천가지 만가지 방법으로 인도하시므로 우리의 잠깐 신앙대화로 성령께서 믿음을 선물로 주실 수 있답니다.
'티끌 모아 태산'이 되는 원리입니다. 저희 본당 신자 6,500명이 한 주일에 선교책 1권과 권면을 한다면 6,500권, 한달이면 26,000권이 됩니다. 이 얼마나 엄청납니까? 이젠 밥먹듯 일하듯 언제 어디서나 주님의 복음 말씀을 전하는 일을 생활화해야 하겠습니다. 저희 이판석 본당 신부님께서 언젠가는 저희들을 떠나가실텐데, 저희들은 신부님께서 떠나가셔도 평소 가르치심을 따라 한결같이 '선교는 역시 지산성당이야.' 하는 소리를 들어야 하며 선교가 곧 저희 생활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신부님이 계실 때 선교에 대해 가르침과 열성을 많이 배우고 터득합시다. 기회가 항상 있지는 않습니다. 저희 세속 가정도 어려울 때 일수록 저축을 한 가정에 밝은 내일이 있듯이, 저희 신앙인들도 천상의 삶을 위하여 신앙으로 공덕을 쌓는 덕을 지상생활에서 저축 해야겠습니다. 그러므로 "여러분 자신을 위해서 보물을 하늘에 쌓으시오."(마태 6, 20)라고 예수님은 우리에게 격려하셨습니다. 존경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주님께서는 저희를 믿고 계십니다. 그러니 저희도 주님의 은총만을 믿고 하느님 아버지의 일(세상구원)을 함께 해나갑시다. "우리는 선교사, 나가자 세계로."(98. 2. 22)
대구 지산성당 은총의 여왕 Pr. 김인회 바오로(053-784-83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