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불같은 연인
중견 탤런트 송재호 씨가
사채 때문에 세 번이나 자살을 시도했고,
50년 동안 사채 빚만 갚으며
살아왔다는 충격고백이 어느 잡지에 실렸다.
그는 성우생활을 하다 영화 제작사를 차렸지만,
곧바로 망해 사채를 쓰기 시작해
지금까지 악순환(惡循環)을 거듭했다고 한다.
졸지에 ‘쩐의 전쟁’ 주인공이 되어버린 그는
거의 폐인(廢人)으로 살다가 어느 지인의
손에 이끌려 신앙인이 된 후,
안정을 되찾아 드디어 50년 만에
저주스런 그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했다.
‘쩐(錢)의 전쟁’
모처럼 최고의 시청률을 보였던
드라마가 종영되었지만,
그 관심은 여전히
계속될 수밖에 없는 것은
그 드라마 노래 가사를 보면 우리는
금방 이유(理由)를 알 것이다.
...
돈에 웃고 돈에 우는 세상
돈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쩐이라면 무엇이든 OK
그 누구도 나를 향해 웃어준 적 없었지
그 누구도 내 슬픔에 아파한 적 없었지
하루하루 사는 것이 전쟁이란 걸
왜 이제야 알게 된 걸까
이제 시작이야 나를 비웃었던
이 세상을 다 가질 거야
모든 세상사람 나만을 위해서
울고 웃는 날이 올 거야
그날을 위해서
...
주인공 금나라는 부모가 사채를 쓰느라
인생의 소중한 모든 것을 잃은 후,
한(恨)을 품고 사채 세상을 정복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살아보지만,
이상하게도 세상은 나쁜 사람들은
더 잘되고 자신은 더 비참하게 되어가는
안타까움과 분노가 바로 우리 자신의 이야기임을
잘 대변(代辯)해 주고 있기에 그런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것은 드라마 속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아이들이 생각한 것처럼
그리 순수하고 아름다운 곳이 아니다.
드라마 이름대로 오직
‘돈(錢)과의 전쟁’만이 있는 세상이다.
다른 것은 다 명분이요, 코드는 돈에 있다.
돈이 세상을 지배한다는
진리란 돈 많은 사람은 더 잘 살고,
못사는 사람은 노력해도 역시 어렵다는
부익부 빈익빈 세상을 말한다.
성실한 땀보다는 돈이 돈을 버는 세상이
되면서 인격과 외모 아니
모든 환경까지 다 초월하여 오직
돈을 갖고 사람을 평가한다.
한 때 유행(流行)했던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처럼,
돈이 많으면 무슨 짓을 해도 죄가 없고,
아무리 뭘 잘해도 돈이 없으면
죄인처럼 못난 사람이 되고 있다는
현실이 우리를 두렵게 한다.
비록 돈이 세상을 지배한다 해도
돈에는 두 얼굴이 있다는
엄연한 사실 또한 알면서도 사람들은
오늘도 돈만 보고 살아가고 있다.
사람은 단지 돈 때문에 오랫동안 맺어온
관계도 서슴없이 끊어버리기도 하고,
다른 사람 목숨을 파리처럼 여기거나
자신의 목숨까지도 미련 없이 끊기도 한다.
상에 일어나고 있는 모든
사악한 일들의 배후엔 이렇게 철저하게
돈이라는 악마가 개입되어 있었던 것이다.
돈에는 어떤 명분도 진리도 있을 수 없다.
심지어 가장 공의로워야 할 사람들의
판결까지도 바꾸어 놓고 있다.
사람들은 돈에 목숨을 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돈으로는 안 되는 일이 없고,
돈만 있으면 악마까지도 시중들게 하는
요지경인 세상을 잘 알기 때문이다.
돈이 설령 이렇듯 요술지팡이 같다 해도
어디까지나 그것은 수단(手段)일 뿐,
생의 목적은 될 수 없다.
만약 돈을 인생의 목적으로 여긴다면
돈은 그 사람의 종이 되어
그가 시키는 일이라면 양심과 진리도
포기한 채 사악(邪惡)한 짓은 다 할 것이다.
문제는 생을 다할 때 자신의
영혼까지 양도되어있음을 안 후,
나사로 집 주인처럼 아무리 울부짖어도
누구도 도울 수 없다는 참혹함을
분명한 의식 속에 똑똑히 경험해야 할 일이다.
그런 사람이 되지 않으려면,
돈에 대한 분명한 철학(哲學)이 있어야 한다.
돈을 모으기 전부터 그런 철학이 있어야만
돈을 모을 때나 모은 후에도 돈의
노예(奴隸)가 되지 않고 목적을 이루어
자식들에게도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게 된다.
어리석게도 사람들은 돈을 모은 후나 아니면
돈을 잃은 후에 철학을 가지려 하지만,
그 땐 이미 객관성이 결여된
자기 식의 방법론이거나 아니면
비관적인 철학관만 만들기가 쉬워진다.
미국에 거액 복권당첨자들 대상으로
5년 뒤에 조사해보니,
90% 이상이 이전보다 더 가난해졌고,
정신적으로도 더 불행하다고 했다.
이렇듯 실패한 후에 인생의 우선순위가
무엇인지를 알려고 하지 않는다면,
평소부터 돈에 대한 분명한
철학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첫째로 돈은 돌고 돈다는 철학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돈이 돌지 않아 문제다.
대기업들은 돈이 넘쳐나도 설비투자를
늘리지 않는데 중소기업은
대출받기조차 어려워 도산(倒産)되고 있다.
기업에 돈이 돌지 않으면
사회의 맥(脈)이 막히듯,
개인적인 돈도 돌지 않으면 모아진 만큼
비례하여 문제도 커져만 간다.
돈을 혈액(血液)으로 비유하는 것은
자본주의 세계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너무 많거나 적어서도 안 되고,
더러워서는 더욱 안 된다.
돈도 많고 적음을 떠나서 정당하게
잘 순환(循環)되어야 한다.
사해(死海)도 흘러가지 않고
모아 놓기만 하다가 죽음의 바다가 되었듯이,
돈도 돌아야 돈이지 돌지 않으면
나중엔 자기가 돌아버린다.
피가 제대로 순환되지 않으면
동맥경화나 뇌출혈이나
혈압으로 쓰러지기 쉽지만,
돈은 인격적으론 냉혈인간이 되어
관계가 멀어지면서 나이가 들수록
더욱 외톨이가 되게 한다.
사람은 지구의 자전을 느낄 수 없듯이,
돈이 막혀 자신이 지금 돌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다가 어느 순간
일이 터지면서 알게 되지만
그 땐 너무 늦어 손을 쓸 수가 없다.
두 번째는 돈이 무섭다는 철학이다.
사람은 돈 좋은 것보다
돈 무섭다는 것을 먼저 배워야 한다.
돈이 좋다고 생각하는 것도 자기 생각대로
모든 것이 잘 움직일 때 일이지,
잠시라도 방심하면 어느새
방자하게 돈은 주인 자리에 앉아 사람을
다스리기에 늘 돈에 대한 태도가 분명 해야 한다.
인간을 어떤 존재로 보느냐의
문제는 결국 돈에 대한 태도(態度)에 있다.
상대가 아무리 대단한 사람이라도,
‘돈 알기를 우습게 아는군.’
‘돈 밖에 모르는 인간이로군.’ 이 두 가지
인식을 상대가 갖고 있다면 그 사람은
무얼 하더라도 행복할 수가 없다.
요즘 ‘부자 되는 법’에 관한 책이 많은데,
그런 책들마다, ‘부자는 20세에서
40세 사이에 결정된다.’는 공통점이 있다.
부자는 재테크를 잘해서가 아니라,
그 나이에 꾸준하게 저축하는 사람이 되어
나중에 부자(富者)가 되었다는 것이다.
또 그들은 새벽 일찍 일어난다는 공유점이다.
돈에 대한 태도가 바른 사람은
이렇듯 인생 모든 면에서도
바른 태도를 갖고 있기에 무얼 하더라도
성공(成功)하더라는 결론이었다.
그러므로 돈에 대한 태도는
돈에 대한 관리(管理)로 연결된다.
어떤 사람은 돈이란
자기 밭 나무에 앉은 새로 비유했다.
새를 잡으려고 하면 도망가듯이,
돈이란 많고 적음을 떠나서 소유하기 보다는
관리 개념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신용사회에서 가장 큰 문제는
아이러니하게도 신용(信用)카드에 있다.
신용이란 단지 빚 갚을 능력을 점수로
나타낸 것뿐인데 자신의 재정능력도 모른 채,
계획성 없이 카드를 굵다가 어느 순간부터
신용카드 노예가 되어 송재호 씨처럼
한 평생 거꾸로 사는 사람들을 양산(量産)시킨다.
수입도 중요하지만 미리 지출에 대한
계획이 없으면 아무리 많이 벌어도
터진 구멍으로 다 새버리는
물처럼 어리석은 생은
죽는 그 날까지 반복(反復)될 것이다.
그리고 돈에 대한 태도는 또한 나눔과 연결된다.
왜 나에게 필요 이상의 돈이 모아지겠는가.
비록 내가 벌었다 해도
내 마음대로 쓸 수 없는 것은
돈에도 반드시 사명(使命)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웨슬레는 필요 이상의 돈은
자신을 위해 쌓아놓기보다는,
나눔을 위해 사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써라’는 속담은
돈을 모을 때에는 직업 귀천 가리지 않고
열심히 일하지만 그 돈을 쓸 때는
존경(尊敬)받는 일에 쓰라는 뜻이다.
유명한 인사가 아니더라도
존경받는 이들의 특징은
정승처럼 돈을 아름답게 사용했다는데 있다.
나눔이란 자신을 위한
가장 고상(高尙)한 소비라고 말하는 것은,
젊을 때부터 나눔을 통해 좋은 친구를
많이 사귀어 놓으면 노후에
공허한 인생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언제든지
그 분 앞에 서게 되더라도,
떳떳하고 당당하게 설 수 있게 만들어 준다.
주여,
돈을 통해
인생을 교훈 받습니다.
돈이란
올바른 일을
열심히 하면 모아지는 것이지,
절대로 공짜는 없다는 교훈입니다.
돈과 관련된
일은 하찮은 일이라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것은
이것만큼 중요한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돈에는 꿈과 악몽이라는
두 얼굴이 있기에,
더 큰 지혜가 요구되어지기도 합니다.
세상은 이리도
돈이 아니면 살 수 없다하지만,
그 나라는 은혜가 아니면
살 수 없음에 감사를 드립니다.
2007년 8월 12일 강릉에서 피러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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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포호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