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티고개-몰운대> 마지막 구간, 바다로 가는 낙동강과 이별을 나눈다.
석봉산악회 제1686차 낙동정맥 24구간 산행 계획
대상산 아미산 응봉 봉수대 233.7m 부산시 사하구 장림동 다대동
날짜 2010년 4월 18일(당일)
산행회수 석봉 제1686차 산행 낙동정맥 종주 24구간 (마지막 구간)
출발 일시 장소 18일 08시 대티고개
산행 거리 산행 시간 10km(도상) 4시간50분
산행 시작 장소 18일 8시20분 대티고개(서구 서대신동 사하구 괴정동)
산행 매듭 장소 18일 13시10분 몰운대 (사하구 다대동)
산행 코스 주요 지점 및 시각
08:20 대티고개130m-2.2㎞/60분-09:20 감천고개50m-1.6㎞/44분-10:04
구평고개사거리35m-1.3㎞/41분-10:45 도로 구평가구단지-1㎞/33분-11:18 다대고개(장림고개)35m-0.9㎞/40분-11:58 아미산 응봉233.7m 봉수대-0.9㎞/20분-12:18 롯데캐슬 입구(홍치고개115m)-2.1㎞/52분-13:10 몰운대 헬기장
참가회원 27명
강창모 장선수 서진경 이선균 정철교 김종길 이선화 외 1인 김사일 노병복 이정완 유순옥 강태석 권선희 조종임 최계순 조정선 김영희 유은주 박수미 김수환 반영숙 황정희 김명숙 정화경 박병갑 김철우 (업저버 최계선)
회비 30,000원 지도 국립지리원발행 1:50000 부산
날씨 맑음
교통편 대중교통편 이용
산행대장 김철우 011-9318-8382
산행 코스 상세한 통과 지점
08:20 대티고개-08:54 우정의 탑-09:20 감천고개-09:34 예비군 교장 오른쪽-09:48 헬기장(125-3-3)-09:52 군부대 왼편 철망-작은 철판 다리 건넘-10:04 구평고개 사거리 부산해사랑큰건물 도로건너 왼편-10:07 산길진입 (복숭아나무)-10:27 봉화산 왼편으로 감-10:45 구평 가구단지-여기서 길조심해야 왼편으로 내려감 트실트실 한 시멘트 도로-대동중학-11:18 다대고개(장림고개) 육교 건넘-신 다대아파트 옆 돌계단-서림사 오른편 두고 산길-암자 오른편 두고 능선 오름-11:49 고개 마루 돌탑-11:58 아미산 응봉 봉수대234m-12:18 롯데캐슬 입구(홍치고개)-12:30 롯데캐슬 아래 아미산 탐조 전망대-다대해수욕장 옆 지남-13:10 몰운대 헬기장
성금 성품
남정조100,000원 김종길140,000원 노병복100,000원 정화경50,000원 진양기맥종주 잔액120,000원
산행 이모저모
올해 봄은 비가 오거나 흐린 날씨가 많고 눈이 내리는 등 유난스러웠다. 하지만 우리들이 부산시로 들어온 뒤의 산행은 순풍에 돛단 듯 날씨가 맑고 따뜻해 즐겁고 만족한 산행을 하는 촉진제가 됐다. 오늘도 참 좋은 날씨.
내가 정해진 시간보다 5분 정도 늦게 대티 고개에 갔더니 회원들이 거의 모여 있었다. 즐거운 인사를 나누었다. 오늘은 낙동정맥 종주 마지막 날이라 모두가 한껏 기분이 부풀었고 활기차다. 회원들의 얼굴에 자신감과 충만함이 넘친다.
내가 대티 고개에 당도하기 전 몇몇 회원들이 오늘 낙동정맥이 끝나면 수도지맥을 하는 것보다 백두대간 종주를 하는 게 좋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여기에 일부 회원이 찬성을 한 것 같다. 더구나 종주 마지막 날은 하늘에 있는 별도 딸 것 같은 분위기라 너도 나도 쉽게 이를 찬성했으리라. 강 회장은 낙동정맥 종주를 함께 해 온 회원들 중 일부가 적극적으로 대간종주 의사를 표현하자 이를 대부분의 찬성 의견으로 받아들인 것 같다.
내가 대티 고개에 도착하자 강회장은 수도지맥 종주보다 백두대간 종주를 하는 게 어떠냐며 물어왔다. 또 이를 대부분의 회원들이 찬성했다는 의견도 곁들였다. 수도지맥이든 백두대간이든 우리는 산을 타는게 목적이다. 가능한한 많은 회원이. 거기다 내가 기획을 해야 하고 또 이를 산행으로 현실화시켜야 함으로 어느 쪽이든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도지맥은 이미 계획을 수립했으므로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백두대간은 비록 내가 왕복 종주를 했지만 계획을 다시 세워야 하므로 또 한 번 바빠져야 하는 게 마음에 걸렸다. 그렇지만 회장이 대간종주를 긍정적으로 제의 해 나도 그렇게 하자고 했다.
그런데 이것이 나중에 산악회 전체를 술렁대게 할 줄이야. 아무튼 절차와 합의는 그래서 종요하다. 그러나 이미 벌어진 상황이라도 의견을 조율해 합의를 유도 하는 게 가장 바람직스럽다. 백두대간을 1년 뒤에 해도, 수도지맥을 1년 뒤에 해도 그게 무슨 문제인가. 산은 준비된 자만을 포용하고 사랑한다. 이 대원칙을 잊지 말자. 어떤 종주든 꼭 하겠다는 마음 가짐이 중요하다.
8시20분 대티 고개를 출발했다. 주택지가 이어지지만 1차종주 때와는 달리 등산안내 리본을 교묘하게 붙여놓아 길 찾기가 한결 수월하다. 종주 길은 집 뒤편 능선 쪽으로 가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주차장 옆을 지나 넓은 골목길을 가다 오른편 하얀 집 옆의 시멘트 길은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다. 오르막이 능선으로 이어진다. 오랜 공동묘지를 지나자 ‘우정의 탑’ 돌탑이 서 있다. 이곳에서 오른편 내림 길을 가야한다. 이 산줄기는 남서쪽으로 뻗었는데 감천과 괴정을 가른다. 산길은 다시 동네로 내려와 도로에 이어진다.
감천고개에서 오른편에 해동고등학교를 두고 산줄기로 오른다. 예비군교장이다. 오른편 능선 길은 아주 커다란 헬기장에 당도한다. 산 아래 는 어느 쪽이든 주택지다. 군부대 정문에서 왼편 철망을 따라 돌아가자 길은 갈래가 나있다. 1m안팎의 구멍 뚫린 쇠다리를 건너가는 게 종주길. 아파트 옆길로 변한 뒤 대동중학 정문을 지나 장림(구평)고개에 닿는다. 이 고개는 도로 사거리. 도로를 건너가서는 왼편 도로 인도를 걷는다. 이때 도로 맞은편 큰 건물은 냉동공장인데 ‘海랑’이라고 벽에 쓴 간판이 눈길을 끈다.
주택지에서 길 찾는 건 참 힘들다. 주민들이 낙동정맥을 알지 못할 뿐 아니라 리본도 거의 붙일 수 없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안내도를 참고하지만 사람 사는 곳은 산 중의 지형지물과는 비교 할 수 없을 정도로 바뀜이 많은데다 어떤 곳은 제멋대로다.
주택지는 길이 많은데 이게 되레 미로를 만든다. 게다가 택지를 조성하면서 지형을 까뭉개 이미 종주 산줄기는 사라졌다. 하지만 다행스럽게 전체적인 산줄기는 도로, 고개, 택지를 건너뛰어 이어진다. 그러므로 앞쪽 산줄기와 내려가야 할 곳의 도로나 고개를 어떻게든 확인해야 한다.
인도 옆 복숭아나무가 있는 곳에는 오른편 산으로 오르는 길이 있다. 복숭화 나무는 꽃을 활짝 피었다. 또 주택지 뒷산은 주민들이 등산을 하기 때문에 길이 여기저기로 나있어 이 산길도 잘 못 들었다갔다간 엉뚱한 곳으로 가기 일쑤. 봉화산을 지나자 길은 사방팔방으로 뻗었다. 넓은 빈터에는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꽤 많아 아미산 가는 길을 물었더니 이길, 저 길이라고 알려주는 사람마다 다르다.
처음에 오른편을 갔더니 아니라서 다시 되돌아 와 왼편으로 간다. 산줄기에 가꿔놓은 밭 언덕 사이에 난 길이라 시원찮지만 어쩌다 리본도 보인다. 이렇게 해서 도로로 내려선 뒤 얼마가지 않아 구평 가구단지다.
구평 가구단지도 미로다. 가구단지 도로를 가다 왼편으로 꺾어야한다. 집과 집사이의 길 같지 않은 좁은 골목길을 빠져나가니 제법 넓은 도로다. 오른편의 시멘트도로로 들어서야 한다. 이 도로는 경사가 심해 겨울철 얼음판 길에 대비해 시멘트도로 바닥을 울퉁불퉁하게 만들었다.
다대 고개다. 이곳도 도로 사거리. 건널목이 없고 육교를 건너간다. 장림고개에서 다대고개까지의 산줄기는 많이 훼손됐지만 그래도 신평동과 구평동을 확연하게 가른다. 앞쪽 기슭에 있는 계단길이 종주길.
길은 1차 종주 때 보다 많이 다듬어졌다. 계단 입구는 신 다대아파트, 계단을 올라가자 산길은 갈라지는데 오른편에 서림사라는 절이 있고 등산객들은 주로 오른편 길로 많이 간다. 종주 길은 서림사를 오른편에 두고 좁은 산길을 직등한다.
종주 길은 거의 사람이 다지지 않았고 오르막이 심하다. 힘들게 걸어올라 암자 같지 않은 암자를 지나자 바로 능선이다. 능선에서는 오른편으로 내려가자 고개다. 서림사 앞으로 가던 길이 이 고개로 올라와 합친다. 다시 고개에 이르자 아주 커다란 돌탑이 반긴다. 이 돌탑은 1차 종주 때도 있었다.
고개에서 능선을 오른다. 아미산(234m) 응봉 봉수대다. 1차 종주 때는 여기서 점심을 먹고 푹 쉬었는데 오늘은 서둘러 내려간다. 응봉산에서 서남쪽으로 뻗어 홍티 고개를 지나 다대포해수욕장에서 잠시 숨을 죽였다가 다시 몰운대로 솟아나는 기막힌 능선. 왼편은 주택지와 어울린 다대포만이, 오른편은 모래톱과 작은 섬들이 조수간만의 차에 따라 점점이 드러나는 낙동강제일 아래쪽 물길이 한 폭의 그림을 만들었는데….
이제는 이 산줄기 전망 좋은 곳에 롯데캐슬이라는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자리 잡아 산줄기도, 그 산줄기를 갈랐던 홍티 고개도 없어졌다. 모래가 쌓여 이룩된 크고 작은 섬과 모래톱은 철새들의 낙원이었고 그 낙원을 감싸며 흐르는 강물에는 저녁노을이 찬란하게 스러지고 아침 햇살이 금빛 반짝임으로 메아리 처렴 번져 갔는데 이제 아파트란 괴물이 능선을 갉아먹었고 산을 삼켰다. 능선을 그렇게 멋지게 꾸미던 찬란한 일출도 황홀한 일몰도 이제는 아파트 유리창에 부딪쳐 산산조각이 난 셈이다.
우리는 아파트단지안의 도로를 왼편으로 걸어 오른편으로 나와 아파트 단지 아래 전망대에서 낙동강 하구의 아름다움과 없어진 산줄기의 안타까움을 움켜진 채 하염없이 모래톱을 쳐다본다. 참 인간이란 인간이란…. 아무래도 이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없어져야 할 동물임에 틀림없다. 여기 이 천혜의 자연을 오만과 탐욕으로 짓이겨 버렸다. 1차 종주 후 10년 세월동안 낙동정맥 종주구간은 많이 붕괴됐다. 그중에서도 아마산 능선의 몰락과 붕괴가 가장 참혹한 증거요 실상이다.
산기슭의 시멘트 계단과 빌딩 사이의 도로를 지나 다대포 해수욕장에 당도했다. 최근에 만들었다는 분수대는 평지나 다름없어 설명을 해 주지 않으면 알 수 없다. 툭 튀어 올라가 있는 분수대만 보아온 나로서는.
몰운대 숲길을 걷는다. 안개보다 더 아름다운 꽃구름이 바다로 빠져든다는 몰운대. 아침엔 햇살이 하루를 탄생시키고 저녁에는 낙조가 하루를 매듭 짓는 몰운대의 풍광24시. 이 몰운대 안쪽 헬기장이 있는 빈터에서 낙동정맥 종주를 마감한다.
지난해 6월7일 산행을 시작해 10년 4월18일 낙동정맥 24구간 종주를 끝냈다. 오늘 아침은 8시20분 대티고개를 출발, 오후1시10분 몰운대에서 산행을 마감해 4시간50분 동안 걸었다. 이로써 석봉산악회 2차 낙동정맥 종주는 막을 내렸다. 많은 산꾼들이 참여 했고 19명은 완주 및 종주를 했다. 우리 모두는 다시 한 번 의지와 집념을 이 나라 산천에 별처럼 뿌렸다.
산줄기 산줄기만을 타고 먼 산길을 걸어왔다. 처음 시작 할 때 낙동정맥 종주 24구간이 너무나 까마득하게 느껴져 쉽게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 먼 길을 어떻게 걸을 것인가를 생각하니 소름이 끼칠 정도로 두려웠다.
무박산행도 있었고 3월인데도 부산근교의 폭설이 종주산행의 장애로 등장하기도 했다. 한걸음 한걸음이 너무 힘들어 하늘이 노랗게 보인적도 있었고 비가 퍼부어 우의를 입었지만 몸은 물론 신발까지 질퍽거릴 정도였다.
앞으로 가야 할 길을 상상할 때는 그렇게도 몸서리 쳤는데 한 구간 종주를 끝내고 걸어 온 길을 뒤 돌아보니 몸도 마음도 가벼워 훨 훨 창공을 날아오른다. 삶의 시간 역시 마찬가지다. 미래 시간의 파도를 어떻게 넘을 까 걱정이지만 뒤돌아보는 과거 시간은 너무나 순탄한데다 지나간 10년 세월이 금새 가버려 탄식하기도.
‘시작이 반’이라는 이야기는 종주 산행을 끝냈을 때 정말 뜨거운 즐거움으로 다가온다. 그래 무엇이든 하고 싶을 때 하자. 시작은 반이 아니라 모든 것을 결정하는 기회요 원천이다. 우리가 하고 싶을 때 하는 게 바로 가장 완벽한 기회다. 낙동정맥 2차 종주를 벌써 끝냈지 않은가. 나는 이로써 낙동정맥을 2번 종주한 산꾼이 됐다. 모든 게 마음먹기에 달렸다. 결심이 서면 시작하자. 그것이 최상의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