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뮤직 매거진 최근호에는 첼리스트 장한나가 즐겨 듣는 음반을 추천한 코너가 연재돼있다. '위대한 아티스트들에게 영감을 준 음악'이라는 표제다.
장한나는 카를로스 클라이버가 지휘한 베토벤 교향곡 5번과 7번(DG), 푸르트벵글러가 베를린 필을 지휘한 브람스 교향곡 3번(EMI), 글렌 굴드가 연주한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소니BMG), 시노폴리가 지휘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오페라 '살로메'(DG) 등을 추천했다. 특별히 인상적인 추천 목록이라고는 보기는 힘들겠지만, "클라이버는 모든 음표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그 음표들은 늘 목적과 방향을 지니고 있다” 같은 구절들에는 눈길이 머문다.
1대1 축척(縮尺)의 지도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공상해본 적이 있다. 실물과 같은 크기의 지도가 있다면 ‘지도에 우리 집도 표시될텐데’라고 상상한 것 같다. 그 지도 한 장이 지구를 온통 덮어버릴 것이며, 아무리 접어도 보관할 곳이 마땅치 않을 것이라는데까지 생각이 미치자 상상은 곧 멈춰버리고 말았다.
한 사람의 삶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려면, 아마도 그 사람의 삶만큼의 인터뷰가 필요할 것이다. 축소나 왜곡이 없는 인터뷰는 그 사람의 삶을 가장 정확하게 묘사할 수 있는 방법이겠지만, 누가 그 기나긴 인터뷰를 읽으려 할까. 질문하는 사람이나 대답하는 사람도 인터뷰 시간만큼 늙어버릴텐데 또 어떻게 할까.
모든 인터뷰에는 축소와 왜곡이 불가피하다. 인터뷰에는 묻는 사람의 생각과 관점이 부득불 들어갈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인터뷰에서 생길 수밖에 없는 축소와 왜곡을 줄일 수 있는, 현명한 질문자가 필요한 것 같다. 요즘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심신(心身)이 꽤나 고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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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봄, 한나가 요정으로 변신했다. 첼리스트 장한나(25)는 ‘재클린의 눈물’(오펜바흐) 같은 친근한 소품과 랄로의 ‘첼로 협주곡’을 연주한 음반 ‘로망스(EMI)’를 펴내며 나풀거리는 봄 옷을 맞춰 입었다. “로마에서 열린 패션 쇼 기간과 사진 촬영이 마침 겹쳤어요. 다행히 패션 쇼에 썼던 의상들을 도움받아서 아침 7시부터 저녁 7시까지 하루 종일 찍었어요.”
장한나는 “때로 사진을 통해 보이는 내 모습과 음악가로서 걷고 싶은 길이 서로 다를까 걱정하기도 하지만 이번엔 너무나 신나게 촬영했다”고 말했다.
프로코피예프와 쇼스타코비치까지 현대로 거침없이 달려가던 장한나는 이번 음반을 통해 자신의 시간대를 ‘후기 낭만주의’로 거꾸로 돌려놓았다. “‘후기 낭만주의’는 더 이상 자랄 수 없는 거대한 나무 같아요. 베토벤으로부터 시작된 낭만주의가 자라고 자라서 커다란 나무가 된 거죠. 그래서 ‘후기 낭만주의’라는 나무는 때때로 황홀감을 안겨줍니다.”
랄로의 ‘첼로 협주곡’은 재클린 뒤프레와 피에르 푸르니에 등이 녹음을 남겼지만, 다른 첼로 협주곡에 비해 상대적으로 음반이 적은 편이다. 장한나는 이 작품에 대해 “위대한 첼리스트들의 사랑을 많이 받지 못한, 불운한 곡”이라고 표현했다.
“오케스트라와 첼로 독주 사이의 밸런스라든지, 형식적인 면에서 몇 가지 결점이 있기에 카잘스·로스트로포비치·미샤 마이스키 같은 거장들은 이 곡을 녹음하지 않은 것 같아요. 하지만 명작(名作)은 흠을 갖고 있기에 더욱 아름답다고 하잖아요. 그 결점 때문에 오히려 연주하고 싶은 곡이에요.”
지난달 내한한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는 장한나를 가리켜 “내게 단 한 명의 제자가 있다면 장한나뿐”이라고 말했다. 장한나도 이번 인터뷰에서 마이스키에 대해 “다른 스승은 없다. 영향을 받은 분은 수없이 많지만 ‘스승’이라는 말을 감히 쓸 수 있는 분은 마이스키뿐”이라고 말했다. 시차(時差)를 두고서 사제(師弟)가 서로 애정을 과시한 셈이다.
장한나는 최근 국내에 소개된 영국의 첼리스트 재클린 뒤프레(1945~1987)의 전기에 직접 서문을 썼다. 15세에 이미 명성을 얻었고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과 사랑에 빠지며 세계를 놀라게 했지만 ‘다발성 경화증’으로 투병 끝에 마흔둘로 숨을 거둔 여류 첼리스트에 대해 장한나는 “그녀의 연주 안에는 남의 마음을 쥐어 흔드는 정열이 살아서 움직이고 있다”고 썼다.
장한나는 드보르자크·슈만 등 낭만파 시기의 주요 첼로 협주곡을 녹음하지 않고 남겨두고 있다. 그는 “열한 살 때 로스트로포비치 콩쿠르 결선에서 드보르자크의 협주곡으로 우승을 차지했기에 더욱 애정을 갖고 있지만, 애착이 있기에 완벽하게 연주할 때까지 계속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내 앞에 할 일이 계속 있다는 건 즐거운 일이겠지요?” 장한나는 물음조차 똑 부러졌다.
/글=김성현기자 /사진=EMI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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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나, 스물둘… '거장'으로 돌아온 '신동'< 2004년 6월 기사> 데뷔 10주년 기념 독주회 스포츠조선 김소라 기자

▲ 장한나는 "하버드란 학교는 연주자 장한나를 무척 자랑스러워한다"며 "연주활동을 전폭적으로 지지해줘 고맙다"고 말했다. / 스포츠조선 최문영기자
17일 대전을 시작으로 전국 10개 도시를 도는 장한나는 이번 공연에서 무반주 첼로곡들만을 선곡해 홀로 무대에 선다.
"생소하고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는 레퍼토리지만 그만큼 무게있고 진지한 음악"이라는 장한나는 "첼로라는 악기 하나로 어떤 음악세계를 추구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에 선보일 브리튼의 '첼로 무반주곡 1번'은 장한나가 10년전 로스트로포비치 콩쿠르에서 연주했던 바로 그 곡. 브리튼과 함께 바흐의 '첼로 무반주곡 5번'도 들려준다.
바흐에 대해 장한나는 "어렵지만 좋은 친구같은 작곡가"라며 "알면 알수록 그의 완벽하고 신비하고 섬세한 음악세계는 끝이 없다"고 극찬했다.
하버드에서 철학을 두학기 공부했다는 장한나는 "어떤 인간으로 성숙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학문"이라며 "연주 때문에 학업에 지장을 받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젖살이 쏙 빠져 한결 예뻐진데 대해선 "단전호흡을 꾸준히 한 덕인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한달동안 단전호흡을 배운 뒤 요즘은 어딜 가나 혼자서 호흡과 명상의 시간을 갖는다.
'남자친구 여부'를 물어보자 "남자친구는 없지만, 자기가 하는 일에 확신을 갖고 그 일에 정열 쏟는 사람이면 좋겠다"고 깔깔 웃었다.
지난달 내한한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는 장한나를 가리켜 “내게 단 한 명의 제자가 있다면 장한나뿐”이라고 말했다. 장한나도 이번 인터뷰에서 마이스키에 대해 “다른 스승은 없다. 영향을 받은 분은 수없이 많지만 ‘스승’이라는 말을 감히 쓸 수 있는 분은 마이스키뿐”이라고 말했다. 시차(時差)를 두고서 사제(師弟)가 서로 애정을 과시한 셈이다. -인용글 :김성현 기자님 기사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