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중루의 대청호 오백리길 기행, 15코스 구름고개길 걷기
대청호 오백리길 15코스는 보은군 회남면의 깊은 산골마을인 은운리의 가산천(佳山川)에서 회남면사무소까지 가는 코스다.
이 코스의 다른 이름은 구름고개길, 이름에서 부터 범상찮은 아우라가 느껴지는 오지 둘레길이다. 옥천군을 휘 돌아온 오백
리길이 보은군에 이르러 만나는 첫 마을이 은운리다. 이름처럼 구름도 쉬어가며 넘는다는 첩첩산중 협곡의 마을이다. 이 코
스의 대표적인 볼거리는 채운산이 북쪽으로 뻗은 줄기 끝에 곧추 세운 독수리봉 조망이다. 채운산(彩雲山)은 호국승병수련
원으로 유명한 가산사를 품은 산으로 가산사(佳山寺)는 1592년 임진왜란 당시 기허당 영규스님(靈圭大師)이 800여 승군을,
중봉 조헌(趙憲. 1544~1592) 선생이 1,600여 의병을 훈련시키던 고찰(古刹)이다. 보은군 수한면 노성산 남쪽 산록에서 발
원한 가산천은 남류해 옥천 안내면 답양리에서 다시 서북쪽으로 방향을 틀어 금강을 향해 흐르다가 독수리봉을 휘돌며 멋
진 비경을 그려낸다.
지난 주말인 3월 18일, 15코스를 걷고 왔다. 산촌의 봄은 대개 큰 들녘의 평지보다는 늦다. 하지만 올봄은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보름 만에 다시 찾은 아침 9시 반의 은운리는 벌써 매향이 향긋하고, 산록엔 진달래가 활짝 피어 있었다. 옥천과 보은
군 접경 회남면 일원에는 아주 높은 산은 없어도 표고 500m 내외의 산들이 이웃해 많고, 산들은 저마다 사방에 여러 줄기
들을 뻗어 첩첩을 이룬다. 산 높이에 비해 하천은 골짜기가 깊어서 휘돌아 가는 물길이 험하고 아름답다. 가산천 변 은운리
마을도 그중의 하나, 골짜가에 서면 마치 태산 오지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은운리(隱雲里)는 구름도 쉬어(자고) 간다는
이름이다. 학교가 있던 이웃 마을 분저리로 나가려면 삼사백 미터의 산줄기들을 타 넘어야 한다. 포장된 522번 지방도로를
따라 언목 삼거리에서 하천길을 버리고 산협으로 올라가니 원곡(圓谷)을 이룬 작은 마을에 눈을 의심하리만치 멋진 카페가
솔봉 마루에 있었다. 카페는 벌써 이미 인구에 회자된 듯, 마침 한 무리의 건장한 바이크라이더들이 줄지어 찾아들고 있었
다. 산협의 오지 마을은 보기 보다 아늑해 자연을 벗삼아 사는 은자의 고향으로는 그만인 듯했다. 마을 뒤엔 분저리로 넘어
가는 높은 산능선 길이 까마득 돌아가고 있었다. 숨차게 올라야 할 그 길은 다행히 시계 트인 양지 녘 산협이라 개나리 진달
래가 활짝 펴 여행자의 발길 가볍게 해줘 좋았다.
독수리봉 전망대를 찾았다. 발치엔 가산천이 동출서진 협곡을 따라 돌고 있었다. 은운리에서는 실개천에 불과했던 가산천
이 이곳에선 벌써 수평불류한 대천을 이루고, 옥천 답양리의 채운산이 북쪽으로 작은 줄기를 뻗고 그 마지막에 솟구친 독수
리봉을 높이 휘감고 있었다. 큰 물길이 독수리봉에 바투 붙어 돌아나가니 독수리 한 마리가 마치 먹이를 찾아 호수로 날아드
는 형국이다. 깊은 계곡 건너로 바라보는 독수리봉이 산수(山水)에 어우러진 절승(絶勝)이었다.
백매와 청매 활짝 핀 분저리 마을을 돌아나가 판장대교가 놓인 삼거리를 지나고, 광포리 고개에 올랐다. 옛 이름 늘개미 마
을을 강조하는 광포1리 마을 표석 앞에 날렵한 팔각정자 쉼터가 쉬어 가길 청했다. 정자는 오롯 대청호 오백리길 가는 여행
자를 위한 쉼터였다. 이 고개 북쪽엔 또 다른 승경이 펼쳐진다. 회인천을 불러 물돌이 언덕을 이룬 마을이 그림처럼 앉아 있
었다. 회남면 소재지 마을 거교리다. 회인면을 거쳐 내린 회인천(懷仁川)은 이곳에 이르러 이미 대하를 이루고, 강인 듯 호
수인 듯 금강에 흘러들기도 전에 이미 대청호가 되어 있다. 큰키 왕버드나무의 잎눈에 연두색이 한창 피기 시작하는 호반
가 조곡마을을 돌아가는 길도 그림이었다. 호반을 따라 걷는 이 길의 호수 저편엔 지난해 10월에 걸었었던 오백리길 6코스
(대추나무길)가 신곡리 묘막산 자락 강변을 휘돌고, 그 강변의 정문공원 또한 그림 되어 눈길을 끌어간다. 지난 그 대추나무
길이 가을 낭만의 길이었다면, 지금 가는 구름고개 이 길은 봄의 세레나데가 울려 퍼지는 봄의 낭만 길이다. 초목들이 봄을
다투어 피는 길에는 꽃향기도 은은해 눈과 코가 함께 즐겁다. 거기에 더한 포근한 강바람은 또 목덜미에 흐르는 땀을 가셔
주는 금상첨화, 어느 것 하나 놓칠 수 없는 풍경이었다. 초목들의 언둣빛과 울긋불긋 봄꽃들이 펼치는 봄의 수채화였다. 산
수유 활짝 피고, 박비향 은은한 매화꽃 화사한 회인삼거리에서 화인면사무소까지 가는 15코스를 조금 줄여 끝내었다.
촬영, 2023, 03, 18.
▼옥천군 안내면 답양리 답양교와 경계를 이루는 보은군 회남면 은운리
▼제15코스 안내지도 / 은운경로당에서 회남면 거신교까지 502번 지방도를 따라 걷는 코스임.
▼은운리 경로당 앞 버스정류소
▼ 은운리 동구 쉼터
▼ 은운리 가산천 다리 앞
▼가산천 협곡
▼가산천 변 언목 삼거리 - 1
▼가산천 변 언목 삼거리 - 2
▼ 은운리 오지 라이딩을 즐기는 바이커라이더들
▼ 은운리 솔봉언덕 카페
▼은운리와 잿마루길 / 502번 지방도가 넘어가는 고개
▼ 은운리 산협 마을
▼은운리 고갯길
▼은운리 고갯길 가는 필자
▼ 굽 돌아 은운리 고갯길 / 표고 350m - 1
▼굽돌이 은운리 고갯길 / 표고 350m - 2
▼ 산마루에서 내려다본 가산천 - 1
▼산마루에서 내려다본 가산천 - 2 / 독수리봉을 휘돌아 금강으로 나아가는 가산천
▼ 독수리봉 전망대로 가는 갈림길
▼ 전망대 능선 솔가리길
▼옥천 안내면 답양리, 채운산 북쪽 줄기 끝 독수리봉과 가산천 / 강심이 보은 회남면 은운리와 경계임 - 1
▼옥천 안내면 답양리, 채운산 북쪽 줄기 끝 독수리봉 - 2
▼ 가산천 첩첩 협곡
▼독수리봉 전망대
▼ 능선에 활짝 핀 진달래
▼회남면 분저리
▼회남초교 분저 분교
▼ 분저리의 매화 거리
▼ 청매화
▼ 매화 거리의 이정목
▼ 분저리 버스 정류장
▼분저리 앞 회인천 - 1
▼분저리 앞 회인천 - 2
▼분저리
▼마을 앞 산수유
▼판장 고개에서 본 광포리
▼판장대교와 판장 삼거리
▼판장 삼거리에서 본 회인천 -
▼광포리 입구
▼ 광포리 고개의 양봉장 - 1
▼광포리 고개의 양봉장 - 2
▼ 광포리 고개 "대청호 오백리길 쉼터"
▼광포리 고개에서 본 회인천과 회남면 소재지, 거교리
▼회남 조곡리 마을
▼거신교 삼거리
▼거신교 삼거리 이정목
▼삼거리 회인천
첫댓글 한창 피어나는 봄꽃과 이쪽 저쪽 살펴본 독수리봉 정말 멋졌습니다.
감사합니다.
네, 감사합니다.
봄기운 덤뿍 받으시고
더욱 건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