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남은 배달 용기 대신 버려드립니다"
[아무튼, 주말]
모든 '귀찮음'을 외주한다
성업 중인 쓰레기 처리 대행
남정미 기자
입력 2026.09.05. 00:40
서울 은평구에서 혼자 사는 김모(34)씨는 얼마 전부터 현관문 앞에 검은색 대형 봉투를 내놓고 있다. 봉투 안에는 먹다 남은 배달 음식과 플라스틱 용기, 유통 기한 지난 소스병, 더 이상 쓰지 않는 화장품까지 들어 있다. 무단 투기가 아니다. ‘쓰레기 수거 대행 서비스’에 맡긴 것이다.
김씨는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녹초가 돼 주로 배달 음식을 시켜 먹는데, 음식물 쓰레기 따로 버리고 용기 분리수거까지 하는 게 힘들어 대행 서비스를 이용하게 됐다”며 “한 번 이용해 보니 그리 비싸지 않은 가격으로 편리함을 사는 느낌이라 만족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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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물을 집 앞에서 가져갔다 돌려주는 비대면 세탁, 각종 청소·정리 대행 서비스에 이어 쓰레기를 대신 처리해 주는 서비스가 성업 중이다. 이용법은 간단하다. 업체가 정한 봉투에 버릴 물건을 종류에 관계없이 담은 후, 휴대전화 앱으로 수거 서비스를 신청하고 문 앞에 두면 된다. 대개 무게에 따라 요금을 매기는데, 100g당 100~200원 수준이다. 업체는 내용물을 종류별로 선별한 뒤, 음식물 찌꺼기 등 이물질을 제거하고 세척하는 과정을 거쳐 재활용 가능한 자원을 분류한다고 밝힌다.
‘이런 서비스에 누가 돈을 낼까’ 싶지만, 이용자 규모는 이미 상당하다. 업계 선두 주자인 A업체는 8월 기준 누적 회원이 75만명을 넘어섰고, 누적 수거 횟수는 260만회를 돌파했다. 또 다른 B업체의 앱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만 누적 다운로드 수가 50만회를 넘어선다.
이용자들은 쓰레기 처리를 넘어 ‘시간과 수고를 산다’고 말한다. 가사 노동의 외주화가 쓰레기 처리 영역으로까지 넓어진 것이다. 경기도 고양시에서 2·4세 아이를 키우는 A(39)씨는 “아이들이 어리다 보니 외출이 어렵고 쓰레기 버릴 시간도 부족해 며칠만 지나도 집 한편이 쓰레기로 쌓인다”며 “처음엔 서비스 이용자에 대해 ‘게으르다’는 편견이 있었는데, 시간과 에너지를 아껴 다른 일에 쓸 수 있어 좋다”고 했다.
1인 가구 증가도 이런 서비스의 성장 배경으로 꼽힌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내 1인 가구는 804만 5000가구에 달했다. 혼자 사는 경우 배달 음식 이용이 잦은 데다 쓰레기 배출도 직접 챙겨야 해 배출일을 놓치면 처리에 곤란을 겪기 쉽다. 특히 원룸이나 다세대주택 중에는 아파트처럼 상시 이용할 수 있는 분리수거장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곳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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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정미 기자
사회부, 국제부, 사회정책부, 문화부를 거쳐 주말에 읽을 다양한 소식을 전하는 주말뉴스부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독일 베를린에서 아이를 키우며 책 '베를린 육아 1년'을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