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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없이 우울해질 때는 부정적 생각에 빠지기 쉽다.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정신세계를 들여다보고 관찰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백영민 기자 heelen@pbc.co.kr] |
지방에서 상경해 홀로 자취생활을 하는 회사원 김씨는 우울한 기분이 지나치게 오래 지속되는 것을 느꼈다. 처음에는 '며칠 지나면 나아지겠지'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증세가 점점 더 심해졌다. 친구에게 털어놨더니 "우울증에 걸린 게 틀림없다"며 병원에 가보라고 재촉했다. 하지만 신경정신과에 가면 '정신병자'로 오해를 받을까 두려워 망설이고 있다.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라고 불릴 정도로 흔한 병이다. 전체 성인의 10~20%가 경험한다. 특히 35~45살 여성에게서 가장 많이 나타난다. 요즘은 청소년과 사목자들까지 우울증으로 고생한다.
성경에도 우울증에 빠진 예언자들과 왕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시편 40,1.3; 요나 1-2; 1열왕 19,5-8).
다윗 왕은 자신의 큰 죄를 고백하지 않아서(시편 51장), 요나는 하느님 부르심에 응하지 않아서(요나 1-2), 엘리야는 지쳐서 우울증에 빠졌다(「성서 말씀을 통해 우울증 극복하기-우울증」 참조).
우울증은 스트레스나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ㆍ이별ㆍ외로움ㆍ실직ㆍ경제적 궁핍 같은 생활사건이 원인이 되기도 하고,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 등 생물학적 요인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일차적으로는 자기 자신이 사랑받지 못한다고 느낄 때, 또 자아를 실현하지 못한 패배감에 젖을 때 우울한 감정에 빠져든다. 이러한 감정은 경쟁사회에서 다른 사람과 비교당하고 다른 사람에 비해 자신이 열등하다고 느낄 때 더욱 쉽게 나타난다.
우울증에 걸리면 우울함, 불면, 무기력함 등을 느끼고 절망적 느낌이나 염세적 사고에 빠져들며 쉽게 짜증이 난다. 심할 경우 죽음이나 자살에 대한 생각에 빠지고 실제로 자살을 기도하기도 한다. 우울증을 판단할 때 중요한 것은 자신이 단지 우울한 것인지, 아니면 우울증에 빠진 것인지 구별하는 것이다. 우울증은 하루종일 우울한 기분이 2주 이상 지속될 때를 말한다.(우울증 자가진단 표 참조)
우울증을 치료하는 방법으로는 정신치료와 약물치료가 있다. 정신치료는 전문가 상담을 통해 환자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다.'나는 무가치한 인간이다'는 식의 왜곡되고 부정적 생각과 잘못된 행동을 교정해 나가는 치료법이다.
약물치료는 뇌에서 기분을 조절하는 중추의 신경전달 물질이 불균형상태에 있을 때 이를 교정시킴으로써 증상을 호전시키는 방법이다. 우울증 환자 중 80% 정도는 항우울제 치료만으로 완치된다.
평화심리상담소 윤미경(마리스텔라) 소장은 "내 자유의지를 침범당하고 고유성을 인정받지 못할 때 우울해지고 이를 회복했을 때 비로소 해결된다"며 "하느님을 느끼고 내가 얼마나 가치 있는 존재인지 깨닫기 시작하면 우울함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신도 우울증에 시달리다 영성심리학을 공부하면서 극복했다는 윤 소장은 "'나'라는 존재를 1도, 2도의 좁은 틀에 가두지 말고 360도로 확장시켜야 한다"며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자신의 정신세계를 들여다보고 관찰하는 훈련을 계속하면 습관이 바뀌고 완전히 새로운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나를 들여다보기보다는 관계를 보기 때문에 남을 탓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 타인이 잘 해주면 우울증이 없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은 모든 것을 내가 '내 사고'로 만들어가고 있다는 게 윤 소장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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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화심리상담소 윤미경 소장이 내담자와 상담을 하고 있다. [김민경 기자 sofia@pbc.co.kr] |
의정부성모병원 이해국 정신과 전문의는 "신앙이 있는 사람은 절대자에게 의지하기에 우울증을 더 빨리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에게 △스트레스를 푸는 자신만의 방법을 찾을 것 △봉사활동과 같이 자기 존재감을 높이는 활동을 할 것 △몸의 건강을 관리하듯 정신 건강에도 관심을 가져 '맘짱'이 될 것 등을 조언했다.
이사야서 43장 18절과 19절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예전의 일들을 기억하지 말고 옛날의 일들을 생각하지 마라. 보라, 내가 새 일을 하려 한다. 이미 드러나고 있는데 너희는 그것을 알지 못하느냐?"
기쁨은 성령의 순수한 열매(갈라 5,22)다. 기쁨은 억지로 노력한다고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미 우리 안에 있다. 우울이라는 감정에 억눌려 있는 기쁨을 해방시키는 노력이 필요할 뿐이다.
또한 기쁨은 전달되는 것이다. 한 사람이 그것을 얻으면 그 다음에 다른 사람에게, 그리고 또 다른 사람에게로 전달될 수 있다.(「성서 말씀을 통해 우울증 극복하기-우울증」 참조).
만일 지금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면 먼저 가까운 상담소를 찾아가보자. 초기 증세를 보이는 환자의 경우 단지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는 것 만으로도 도움을 얻을 수 있다. 또 마음을 들여다보는 훈련을 통해 우울한 감정에서 벗어나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사고할 수 있을 것이다.
웃을 일 없는 세상이라고 하더라도 지금 한 번 "하하하"하고 큰 소리로 웃어보자. 왜? 나는 소중하니까.
김민경 기자 sofia@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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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성서 말씀을 통해 우울증 극복하기'라는 부제를 단 이 책은 신앙적 시각으로 우울증 현상들을 바라보고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우울증과 투쟁하기 위한 기도, 도움이 될만한 성서 구절 등도 제시한다.(조이스 마이어 지음/문종원 옮김/가톨릭출판사/4500원)
▨ 너는 특별하단다
작은 나무인간 펀치넬로 이야기다. 노래를 잘하거나 달리기를 잘하면 별표를 받고 못하면 점표를 받는 마을에서 펀치넬로는 점표투성이 나무인간이다. 별표도, 점표도 없는 루시아를 우연히 만난 그는 목수 엘리 아저씨를 찾아가는데…. 우울증에 빠졌거나 자기 자신이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느낀다면 한 번 읽어볼 것을 권한다.(맥스 루카도 지음, 세르지오 마르티네즈 그림/아기장수의 날개 옮김/고슴도치/7000원)
김민경 기자